내집 마련기 (9) 잔금, 등기


2023 내집 마련기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다 가전과 가구 주문하고 날짜 맞추느라 정신 없던 와중에 어느새 잔금일이 다가왔다. 그 사이 중도금은 문제 없이 납입했으니 이제 잔금만 제대로 납부하면 드디어 이집은 공식적으로 내꺼다.

계약서 쓰는 날만 해도 화기애애했던 매도인의 심기에는 어느새 짙은 먹구름이 껴 있었다. 몇 달 사이 집 시세가 제법 올랐기 때문이다. 실거래 등록되는 내역을 보고 부동산과 드잡이도 하셨다고 한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계약금 배액배상하고 새 매수인 찾는 게 더 이득이었던 상황인데 내가 중도금까지 납입한 후라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잔금일에는 심기 불편한 매도인을 직접 만날 필요가 없었다. 카뱅측 법무사가 먼저 부동산에 방문해서 중개사, 매도인과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확인하고 주담대 전액을 매도인에게 직접 입금해줬다. 나는 부동산과 법무사에게 전화로 절차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다음 나머지 잔금을 매도인에게 입금함으로써 잔금 납부도 마무리됐다.

나는 전세집 퇴거가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부동산에 늦게 도착했다. 매도인은 이미 돌아간 뒤였다. 아까 전화로 들었던 서류들을 중개사, 법무사와 함께 이번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법무사에게 등기 절차를 위임한다는 위임장에 도장을 찍어주고, 중개사에게는 중개수수료, 법무사에게는 등기비용과 수수료를 지불했다. 중개수수료는 중개사께서 법정상한액 대비 50% 할인해주셨고, 법무사 비용은 카뱅에서 견적 받은 금액대로 처리했다. 셀프 등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카뱅 주담대 조건상 무조건 지정 법무사를 통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잔금까지 치렀지만 아직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라 바로 입주는 못 했다. 대신 집 근처까지 온 김에 공사현장에 다시 들러 점검과 협의를 진행하고, 생활지원센터에서 입주민 등록을 하고,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까지 마무리를 했다. 이때 생활지원센터와 주민센터에서는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원본은 법무사가 등기를 위해 갖고 간 상태라 대신 사본으로 해결했다.

정신 없었던 낮 시간이 지나고 저녁에 숨 좀 돌린 다음 남은 일들을 처리했다. 혹시 전세보증금을 제때 못 돌려받을까봐 주담대를 한도까지 꽉 채워 받았었는데, 다행히 다음 세입자가 무사히 구해져 날짜 맞춰 전세금 전액을 무사히 받아올 수 있었다. 잔금과 기타 비용 치르고 남은 전세금은 바로 주담대 중도상환에 썼다. 하루치 이자로 마음의 안정을 얻었으니 싸게 먹힌 셈이다.

잔금 다음날 구청에서 60일 이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라는 안내 문자가 왔고, 잔금 1주일 후에는 법무사사무소에서 등기권리증과 계약서 원본을 우체국 등기로 보내줬다. 이걸로 나도 서울 아파트 등기를 쳐 본 사람이 됐다.

최소한 서류상으로는 내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그저 실감이 안 났기 때문일수도 있겠고, 집은 샀지만 이사가 아직 안 끝났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맞다. 이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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