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용 가방만으로 미니멀하게 여행 준비하기 (짐싸기 팁, 패킹리스트)

들어가며

이번 글의 주제는 ‘기내용 가방 하나만으로 해외여행하기’다. 말 그대로, 기내용 가방 하나만으로 짧게는 하루이틀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의 여행을 소화하는 요령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랜기간 활발한 논의가 있어온 주제다. 무료 수하물 허용량 기준이 후한 편인 국내 항공사들과는 달리, 북미나 유럽 역내를 오가는 항공사들은 위탁수하물에 비용을 부과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사람 심리라는게 추가 요금 내기 싫은 게 당연하다보니 이에 대한 연구도 많을 수 밖에 없다.

내 경우, 처음에는 해외 자료들을 참고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나만의 경험도 녹아든 전략과 패킹리스트가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 덕분에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짐을 금방 뚝딱 쌀 수 있게 됐고, 여행 가방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로 얼마나 여행을 갔다오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그간 다닌 여행의 경험이 쌓인 덕분이다.

여행의 효율은 약간의 전략만으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그렇게 높아진 효율을 이용해서 더 즐거운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이 방법이 어떻게 여행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장점과 단점

장점 1: 시간 절약

여행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출국편과 귀국편 사이로 제한된다. 기내용 가방만으로 하는 여행은 이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먼저, 공항 체크인 창구에 줄 설 필요가 없다. 위탁할 수하물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모바일로 간단히 체크인을 마치면 바로 보안구역으로 향할 수 있다.

도착 후에도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위탁수하물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미 모든 짐을 비행기에서 가지고 내렸기 때문이다. 입국수속이든 세관신고든 바로 다음 절차를 밟으러 가면 된다.

일부 공항에서는 위탁수하물이 없는 여행자를 위한 입국심사 줄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미국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에서의 입국심사 때가 그랬는데, 사람이 훨씬 적어서 입국심사를 빠르게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장점 2: 돈 절약

한국 항공사들은 무료 위탁수하물 허용량을 여유 있게 제공하는 편이다. 하지만, 외항사나 저가항공사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특가 항공편은 수하물 위탁이 무조건 유료다. 이런 항공편에 수하물을 위탁하려면 최소 몇 만원 정도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많은 저가항공사 또는 특가 항공편에는 무료 위탁 수하물이 제공되지 않는다. (출처: 제주항공, 2019년 12월 29일 확인)

반면, 기내용 가방 1개를 갖고 타는 건 저가항공사나 특가 티켓에서도 항상 무료다. 크기와 무게에 제한이 있지만 맞추기 크게 어렵지 않다. 당연히 돈을 내고 수하물을 위탁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장점 3: 걱정 절약

위탁된 수하물은 부주의하게 또 거칠게 다뤄진다. 수하물이 파손, 분실, 오배송되는 일이 흔할 수 밖에 없다. 금전적 보상이야 받을 수 있겠지만, 일정의 차질과 상한 기분은 보상 받을 길이 없다.

수하물을 위탁하지 않으면 이런 걱정에서 해방된다. 가방 딱 하나만 몸에서 떼어두지 않는 걸로 충분하다. 내가 어디로 가든 내 짐 역시 언제나 나와 함께 있을테니 말이다.

단점: 기내 수하물 제한

기내용 가방만으로 하는 여행의 단점은 모두 기내 수하물 반입 기준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기준을 이해하고 전략을 잘 세워 준비하면 어렵지 않다. 처음에는 까다로울 수 있지만, 몇 번 하다보면 이내 자연스레 몸에 익기 때문이다.

Peak Design Travel Bag 30-45L

기내 수하물 반입 기준은 항공사마다 달라 미리 확인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크기 55 x 40 x 20 cm (약 45 L), 무게 7 kg 이다. 만약 무게를 5 kg 이하까지 줄일 수 있으면 어느 항공사든 적어도 수하물 무게 때문에 탑승을 거부당할 일이 없어진다. 때문에 내 패킹리스트도 가방 무게를 포함해서 여름 여행은 5 kg, 겨울 여행은 7 kg을 넘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무게 제한이 엄격한 항공사 중 하나인 중국남방항공. 5 kg에 불과하다. (출처: China Southern Airlines, 2019년 12월 29일 확인)

다만, 쇼핑만큼은 극복이 어렵다. 현지에서 산 물건은 국제소포로 부쳐버리고, 액체류 구매는 귀국편 기내면세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소포와 여행객의 면세 한도가 달라 세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고, 기내면세점은 물건 구색과 가격에서 장점이 별로 없다. 물론 나처럼 ‘기념품=예쁜 쓰레기’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 없다.

짐싸기 요령 10가지

짐싸기를 통해 달성해야 할 목적은 분명하다.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큼의 짐을 챙기면서도, 부피와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내용 가방 하나에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어야 하고, 작고 가벼울수록 좋다.

이 목적을 좀 더 쉽게 달성하려면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1. 백팩 vs. 캐리어

한국에서 ‘기내용 (가방)’은 20인치 캐리어와 동의어다. 기내용 가방만으로 하는 여행은 캐리어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리어 대신 백팩(배낭)을 이용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백팩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캐리어는 민폐다. 콘크리트부터 대리석까지 바닥 재질을 가리지 않고 기관총 같은 소음을 쏟아낸다.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는 가만 있질 못 하고 혼자 굴러다니고 넘어진다. 만원 전철에서 몇 사람이 설 수 있는 공간을 가방 주제에 혼자 독차지한다.

캐리어는 주인에게도 민폐다. 코블스톤, 눈길, 진창을 지나거나 계단을 오르내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짐을 들고 뛰어야 할 때도 아주 불편하다. 바퀴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장거리 버스나 기차를 탈 때는 짐칸에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 내 시야에서 벗어난 물건은 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나쁘다.

캐리어는 부피와 무게도 손해다. 바퀴와 손잡이 때문에 5 L 정도의 부피는 짐싸는데 쓸 수 없다. 무게는 경량 캐리어도 2 kg은 훌쩍 넘어간다. 우리의 최종 중량 목표인 5 kg 중 2 kg 이상을 가방만으로 채워버리면 짐 쌀 수 있는 게 없다. 심각한 문제다.

대안은 단 하나, 백팩이다. 배낭은 캐리어보다 가볍고 조용하며 민첩하다. 공공장소에서 배낭을 끌어안으면 민폐도 캐리어보다 훨씬 덜 하다. 백팩을 직접 짊어져야 하는 부담은 가벼운 백팩을 고르고 가볍게 짐을 싸면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은 아직 찾지 못 했다.

백팩은 크기에 비해 최대한 가볍고 편하며 생활방수가 되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 수납은 많을수록 좋지만, 또 자잘한 기능이 많아질수록 무게가 무거워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체로 등산용 백팩들의 기능성이 좋은데 호불호 갈리는 외관이 문제다. 요즘은 사무직 출퇴근 가방으로 쓸 수 있을만큼 무난한 디자인의 여행용 백팩도 많으니 취향에 맞는 걸로 모르면 된다.

2. 기내수하물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

기내수하물은 위탁수하물보다 크기, 무게, 내용물 측면에서 더 엄격한 제한이 적용된다. 앞서 언급했듯 일반적인 크기와 무게 기준은 55 x 40 x 20 cm, 7 kg(또는 5 kg)이다. 여기에 액체류, 인화물질, 공구류, 배터리 등에 대한 반입규정이 따로 있다.

크기와 무게 기준은 맞추기 어렵지 않다. 크기에 맞는 가방을 고르고, 짐을 가볍게 싸면 되기 때문이다.

기내에 갖고 탈 수 있는 크기 한계인 55 x 40 x 20 cm는 부피로 환산하면 대략 45 L 정도 된다. 40~45 L 백팩은 짐을 많이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방이 크고 짐이 많으면 무게를 줄이기 어렵다.

혹시 가방 크기가 45 x 35 x 20 cm보다 더 작다면 높은 확률로 앞 좌석 아래 공간에 가방을 넣을 수 있다. 부피로는 30 L 정도다. 가방을 좌석 아래 공간에 넣으면 아무래도 남의 손을 탈 확률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짐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면 30 L 짜리 백팩이 나쁠 게 없다.

하지만 나는 특히 겨울 여행에는 짐을 그만큼 줄이지 못 했기에 그보다는 더 큰 백팩이 필요했다. 여행용 백팩 중에는 지퍼를 이용해서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도 있는데, 이런 제품은 가방을 한 바퀴 도는 지퍼가 추가된 덕에 생각보다 무겁다. 제외다.

이런 고민 끝에 지금 쓰는 제품은 35 L 짜리 백팩이다. 원래 1 kg을 약간 넘는 가방인데, 나는 여행 중에는 랩탑이나 허리 스트랩을 안 쓰므로 탈착식 랩탑 파우치와 허리 스트랩을 떼어냈더니 1 kg에서 몇 g 빠지는 무게로 측정됐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출처: TSA.gov)

그보다 내용물 제한을 맞추는 일이 더 번거롭다. 대표적인 것이 액체류 제한이다. 여기도 일종의 표준은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TSA)의 3-1-1 liquids rule이다. 3-1-1은 각각 3.4 oz.(= 100 mL), 1 qt.(= 1 L), 1개의 의미로, 풀어쓰면 액체류는 100 mL 이하의 개별 용기에 담아 1 L 짜리 투명 지퍼백 1개에 들어가는 분량에 한해 기내 반입 가능하다는 뜻이다.

규정만 보면 100 mL 짜리 소분병 10개를 갖고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공항에 비치된 TSA 기준 지퍼백에 100 mL 짜리 소분병을 담아보면 많아야 너댓개 정도가 한계다. 마개가 차지하는 부피도 있고, 화장품 용기나 소분병은 원통형이다보니 직육면체보다 낭비되는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액체류 파우치: 선크림과 리퀴드솝, 치약만 챙겼고, 로션은 현지 구매할 요량으로 챙기지 않았다.

어차피 액체류는 가볍게 짐을 쌀 때 요주의 대상이다. 액체류는 밀도가 높아 부피 대비 무겁기 때문이다. 100 mL 소분병 너댓개를 반입 가능하다고 해서 병들을 꽉꽉 채우면 400~500g은 금방이다. 무게는 곧 돈이다. 최대한 줄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구매다. 전세계 어딜 가든 어지간하면 로션, 자외선차단제, 물티슈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다. 호텔에 묵는다면 샴푸, 컨디셔너, 로션 정도는 제공되니 굳이 안 챙겨도 된다. 꼭 특정 제품을 써야 한다면, 매일 쓰는 양을 미리 계량해두었다 필요한만큼만 소분하면 된다.

그 외 신경써야 할 물건은 공구류, 인화물질, 배터리다. 공구류나 인화물질은 당연히 기내에 갖고 타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날붙이와 라이터가 주로 문제가 된다. 모두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니 아예 갖고 타지 말자.

[샤오미 보조배터리 용량 표기 사진]

배터리는 반대로 수하물 위탁이 안 되어 기내에 갖고 타야 한다. 보조배터리는 겉면에 용량이 표기되어 있어야 문제가 없다. 특히 중국 공항에서는 보안검사 때 반드시 확인하는 항목이다. 잘 모르겠으면 샤오미 같은 중국업체 제품을 사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3. 기내수하물과 개인소지품

Peak Design Field Pouch + Peak Design Leash Strap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기내수하물 가방 하나와는 별도로 개인소지품 하나를 기내 반입 허용한다. 서류가방이나 핸드백 같은 것들인데, 잘 활용하면 기내수하물의 크기와 무게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고,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다만, 개인소지품이 기내수하물 가방 기준에서 제외될 수는 있어도 여행하는 동안 계속 갖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짐을 넘치게 싸면 여행을 즐길 체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때문에 개인소지품 허용량은 없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가볍게 짐을 싸되, 예상치 못 한 비상상황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미리 조사 정도만 해두는 편이 좋겠다.

4. 챙겨야 할 짐과 빼야 할 짐

본격적으로 짐을 줄여야 할 시간이다. 짐을 줄이려면 챙길 것과 뺄 것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챙기고, ‘있으면 좋은 것’은 빼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마다 여행의 형태가 다르므로 판단 기준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내 경우, 구분이 어려울 때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 일정에 차질이 있는가? (여권, 신용카드, 현금, 예약 영수증)
  • 생존과 안전에 필수적인가? (최소한의 옷, 신발, 외투, 물, 내복약)

위에 해당하는 물건은 챙겨야 한다. 여권도 없이 발가벗은 채 대문 밖을 나설 수는 없다. 낯선 환경에서 최소한의 생존과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물건 정도는 당연히 가지고 간다.

  •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가? (여벌 옷, 화장품, 위생용품, 비상의약품, 면도기, 수건)
  • 다른 물건으로 대신할 수 있는가? (카메라→스마트폰, 수영복→반바지)

반면, 위에 해당하는 물건은 과감히 뺀다. 굳이 챙겨가더라도 거의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다시 한국으로 들고 오기 일쑤다. 쓰임도 없이 자리와 무게만 차지한다면 당연히 빼야 한다.

사실 여행 중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현지의 시장, 약국, 슈퍼마켓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어차피 전부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어딜 가든 옷, 신발, 수건, 면도기, 생리대, 감기약 같은 생필품은 모두 구할 수 있다. 굳이 한국에서부터 잔뜩 싸들고 갈 필요가 없다.

5. 다용도 아이템

짐의 양을 줄이려면 물건 하나가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챙기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왼쪽 물건들을 챙기는 대신 오른쪽 물건만을 챙겨가는 식이다. 이렇게 물건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양의 짐을 손쉽게 줄일 수 있다.

  • 책 + 랩탑 + 수첩 + 바우처 → 태블릿
  • 스카프 + 비니 + 마스크 + 손수건 → 버프
  • 귀마개 + 이어폰 +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
  • 샴푸 + 클렌징폼 + 바디워시 + 세탁세제 → 액체비누
  • 헤어 컨디셔너 + 섬유유연제 → 린스
  • 바람막이 재킷 + 비옷 + 우산 → 방수재킷
  • 내복 + 스웨터 + 룸웨어 + 목베개 + 무릎 담요 → 긴팔 티셔츠
  • 룸웨어 + 여름 외출복 + 수영복 → 반바지

반대로 항상 쓰는 것도 아닌데 한 가지 역할 밖에 못 하는 물건은 가능한 챙기지 않는 쪽이 좋다.

  • 여행용 목베개는 장거리 비행 중에는 편하겠지만 여행지에서는 어딜 가든 자리만 차지하는 짐짝이 된다. 대신 부드러운 옷을 돌돌 말아 쓰는 쪽이 훨씬 경제적이다.
  • 여행의 주목적이 사진인 게 아니라면 카메라는 그저 무겁고, 파손이나 도난 위험 높은 짐짝일 뿐이다. 여행의 추억을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할 필요는 없다. 글이나 그림도 좋고, 그냥 좋은 기억으로만 남겨도 충분하다. 꼭 사진이 필요하다면 대부분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대신할 수 있다.

6. 옷

옷은 여행짐 중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옷을 안 입을 수는 없으니 무작정 빼기도 어렵다. 즉, 옷을 챙기되 효율적으로 챙겨야 한다. 여기에는 옷의 수량, 재질, 종류까지 모든 면이 중요하다.

옷의 양을 줄이는 방법

옷의 양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탁이다. 여행기간이 짧으면 굳이 옷을 빨아입지 않아도 매일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언젠가는 옷을 빨아 입을 수 밖에 없다. 옷을 자주 빨수록 챙겨야 할 옷의 양도 줄어든다.

처음에는 여행 중 세탁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샤워 중에 간단히 손빨래 할 수도 있고, 숙소에 비치된 세탁기를 쓸 수도 있다. 숙소의 세탁 서비스나 동네 세탁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각자의 사정에 맞는 방법을 쓰면 된다.

손세탁을 위해 굳이 세탁세제를 챙길 필요도 없다. 나는 세수나 몸 씻을 때 쓰는 리퀴드솝을 손세탁에도 쓰는데, 약알칼리성 세제의 pH가 보통 10~11 정도인데 반해 몸에 쓰는 리퀴드솝은 pH 9.3이므로 오히려 중성(pH 8)에 더 가까워 옷이 덜 상한다. 여기에 약산성(pH 4~6)인 샴푸, 린스, 컨디셔너 등으로 헹궈주면 잔여 알칼리 성분이 중화되어 섬유유연제를 대신할 수 있다.

내가 챙기는 옷은 보통 속옷은 입고 있는 것 포함 세 벌, 겉옷은 한 벌씩이다. 겉옷 안에 항상 속옷을 입고, 사나흘에 한 번씩의 세탁을 전제로 한 양이다. 적어보일 수도 있지만 옷만으로도 지금까지 여행 중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같은 옷을 아무리 돌려 입는다 해도 여행 중에 어제 본 사람을 오늘 또 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겉보기에 더럽지 않고 냄새 나지 않으면 민폐 끼칠 것도 없다.

여벌옷의 양을 이렇게 줄일 수 있었던 건 애초에 옷이 잘 더러워지지 않아 자주 빨 필요가 없는데다 자기 전에 빨아놓으면 다음날 아침에 깨끗하게 말라 바로 다시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옷 재질을 잘 고른 덕분이다.

여행용 옷의 재질

여행 때 입을 옷은 재질이 중요하다. 구김과 오염에 강하면서 빨리 말라야 한다. 구김에 강한 옷은 다림질할 필요가 없어 큰 노력 없이도 멀끔해보인다. 옷이 오염에 강하면 굳이 자주 빨지 않아도 된다. 금방 마르는 옷은 땀을 흘렸거나 비를 맞았을 때는 물론, 전날 입고 세탁한 옷을 바로 다음날 아침에 입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재질은 대표적으로 울, 리넨, 뱀부얀, 리오셀(텐셀) 같은 천연섬유나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가 있다. 이들 사이에도 장단점이 있다. 울은 따뜻하지만 피부에 자극이 있을 수 있고, 리넨은 시원하지만 구김에 약하다. 합성섬유는 항균 처리가 안 되어 있으면 젖은 후 금새 냄새가 나기 쉽다.

78% 메리노울에 22% 나일론 혼방 티셔츠. 나일론 혼방 제품은 메리노울의 단점 중 하나인 내구성을 보완해준다.

이 중 내가 좋아하는 재질은 메리노울이다. 메리노울은 일반 울보다 섬유가 얇아 더 가볍고 부드럽고 구김이 잘 안 가면서 빨리 마른다. 별다른 화학처리 없이도 신기할만큼 냄새와 오염에 강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평소에 입는 속옷, 양말, 셔츠는 모두 메리노울 제품이다. 여행짐 쌀 때도 평소 입는 옷을 그대로 챙기면 되니 편하다.

다만 메리노울은 비싸고 선택의 폭이 좁다. 다행히, 유니클로의 에어리즘/히트텍, 탑텐의 쿨에어/온에어 같은 가성비 좋은 합성섬유 제품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두 가볍고 빨리 마르며 항균 처리된 제품도 있다. 시원한 여름용은 속옷으로 입고, 따뜻한 겨울용은 추운 계절에 속옷 위에 덧입으면 된다.

최악의 재질은 면이다. 자극 없이 부드럽고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잘 구겨지고 무겁고 약한데 한 번 젖으면 잘 안 마르고 쉰내까지 난다. 여행용으로 면티에 청바지는 좋지 않은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바지도 합성섬유 재질이 좋다. 잘 마르고 가벼우며 튼튼하기 때문이다. 드물게 발수 코팅이 되어 나오는 제품도 있는데 젖은 바지의 찝찝함 자체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여행용으로도 대단히 좋다.

런던에서 비가 많이 왔지만 생활방수 되는 가방, 신발, 재킷 덕에 젖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신발 역시 재질이 중요하다. 가볍고 통기가 잘 되며 무엇보다 어느곳 하나 끼고 눌리는 곳 없이 편해야 한다. 특히 여행 중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면, 방수가 필요하다. 한 번 젖은 양말의 찝찝함과 냄새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방수가 안 되는 신발이더라도 합성섬유 신발에는 발수 스프레이를, 가죽 신발에는 왁스를 발라주면 쏟아지는 비에도 좀 더 오래 젖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레이어링

여행지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쉽다. 한국과 비슷한 기온이더라도 습도나 풍속에 따라 체감기온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여행 일정에 따라 며칠 만에 열사의 사막과 눈 덮인 고산지대를 오가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을 여러 벌 챙기는 것이 좋다. 무게 대비 따뜻하면서 주머니나 후드에 압축해넣어 부피를 줄일 수 있으면 더 좋다. 최소한 보온 의류 한 벌, 비바람을 막아줄 방수 재킷 한 벌씩은 꼭 있어야 한다.

방수 재킷은 등산용 하드쉘이나 소프트쉘 재킷을 고르면 된다. 여행용으로는 소프트쉘이 얇고 가벼우면서도 필요한 기능은 모두 되므로 더 좋다. 고어텍스 재질도 좋지만, 요즘은 대체재가 많으므로 방수, 방풍, 통풍만 되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여행지가 더운 곳이거나 트래킹할 계획이 있으면 겨드랑이 쪽에 통풍 지퍼가 있으면 편하다.

내가 한겨울 여행 때 입는 레이어는 이렇다. 모두 얇고 가벼운 옷들이지만, 모두 껴입으면 놀랍도록 따뜻하다.

  1. 반팔 티셔츠
  2. 긴팔 티셔츠
  3. 긴팔 셔츠
  4. 경량 패딩 재킷
  5. 경량 플리스 재킷
  6. 후드집업
  7. 방수 재킷

여기에 비니와 버프를 더하면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두렵지 않다. 그럼에도 두터운 대장급 패딩 한벌보다 부피가 작고,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으니 다양한 상황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7. 패킹 큐브와 지퍼백의 활용

여행가방에는 다양한 물건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만큼 깔끔하게 정리하기 쉽지 않다. 특히 출발할 때는 어찌어찌 정리가 되어 있었더라도 며칠 지나지 않아 엉망이 되기 쉽다.

이럴 때 패킹 큐브가 편리하다. 짐을 잘 분류해서 패킹 큐브에 나누어 수납하면 가방 안이 깔끔해진다.

패킹 큐브 중에는 압축 지퍼가 달린 제품도 있는데, 특히 옷에 사용하면 부피를 꽤 줄일 수 있다. 깨끗한 옷과 더러운 옷을 분리 수납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 아예 방수가 되기도 한다. 패킹 큐브의 기능이 많은만큼 무게도 늘어나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지퍼백도 여행 때 유용한 물건 중 하나다. 싸고 얇고 가벼운데 방수까지 된다. 훌륭한 발명품이다.

공항에서 보안검색 통과할 때 액체류를 담는데 쓰기도 하고, 전자제품과 실리카겔 봉지 하나를 지퍼백에 같이 담으면 열대우림에서도 걱정이 없다. 진공팩처럼 옷을 넣고 눌러 부피를 줄일 수도 있다. 지퍼백만 잘 써도 패킹 큐브가 전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지퍼백의 용도를 제약하는 건 상상력의 한계 뿐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8. 무게 측정

여행짐 무게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무게를 직접 달아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이미 갖고 있는 여행용품은 무게를 직접 재보면 된다. 정밀 저울이 아니더라도 주방용 저울이나 체중계 정도로도 충분하다. 측정한 무게는 엑셀에 정리해두면 편하다.

아직 구입하지 않은 여행용품도 상품 상세정보에 표기된 무게를 참고해서 전체 짐 무게에 주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비슷한 기능성을 가진 물건 중 최대한 가벼운 것으로 사면 짐을 가볍게 싸는데 도움이 된다.

한 번 정리를 잘 해두면 무게 최적화를 위한 계획도 세워볼 수 있다. 무겁거나 수량이 많은 물건일수록 빼거나 가벼운 물건으로 바꿨을 때 효과가 크다. 무게를 줄이겠다고 무리해서 새 물건을 사지 말고, 바꿀 것들을 미리 체크해뒀다 정말 필요해졌을 때 구입하는 식으로 천천히 바꿔가면 된다.

9. 비상금과 비상서류

짐을 가볍게 싸더라도 챙길 건 챙겨야 한다. 특히 여행 중 여권과 지갑을 한번에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말 안 통하는 외국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정말 곤란해진다.

필요한 건 크게 두 가지다. 바로 비상금과 비상서류다.

비상금은 가장 가까운 한국 재외공관까지 가기 위한 비용이다. 일단 재외공관까지 굶지 않고 가는 게 중요하다. 일단 도착하기만 하면 신속해외송금지원제도를 이용해서 최대 3천 달러 상당의 현금을 송금 받을 수 있으므로 서류 발급 수수료, 발급기간 동안의 숙식비와 귀국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2~3일치의 숙박비, 식비와 교통비가 필요하다. 현지 화폐가 가장 좋지만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미국 달러도 괜찮다. 풍찬노숙을 면하기 위해 하루에 필요한 돈은 대략 100달러 정도다. 서유럽에서는 빠듯할 수도 있고, 개도국에서는 하루 치로는 넘치는 돈이니 현지 물가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약 300~500달러 정도를 소액권, 구권으로 갖고 있으면 든든하다.

비상서류는 재외공관에서 단수여권이나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기 위한 서류들이다. 다른 서류는 재외공관에서 양식을 받아 작성하면 되고, 여기에 여권용 사진 2장과 기존 여권의 사본이 필요하다. 여권 사본은 신분증으로 대신할 수 있지만 영문 운전면허증을 쓰는 게 아닌 이상 여권 사본 쪽이 분실하더라도 리스크가 적다.

여권용 사진은 비자나 패스 발급 등에 필요하기도 하므로 넉넉히 챙겨두는 것도 좋다. 여권 사본은 여권을 분실한 상태에서 검문을 받거나 숙소에 체크인할 때 꼭 받아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비상금과 서류를 쓸 일이 아예 안 생기는 게 가장 좋다. 여권, 현금, 신용카드, 비상금, 비상서류는 모두 가방과 옷 여기저기, 숙소 안전금고나 프런트 등에 꼼꼼하게 분리해서 보관해야 한다. 지퍼백을 이용해서 젖거나 찢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 가방에는 빈 공간이 필요하다

가방 안의 여유 공간. Nomatic Travel Bag (40L)

가방의 빈 공간은 여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입고 있던 외투나 신발을 벗어 넣으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인생템을 사오려고 해도 공간이 필요하다. 선물을 사려고 해도 역시 가방에 선물을 위한 공간이 남아있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생각보다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가방에 빈 공간을 넉넉하게 남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빈 공간이 있으면 채우고 싶은 것이 사람의 당연한 심리기 때문이다. 일단 오버패킹하게 되면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무게와 부피만 차지하는 물건이 섞여들어가 여행기간 내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게 된다.

세상 모든 것에는 채움만큼이나 비움 역시 중요하다. 여행 가방 역시 마찬가지다. 오버패킹을 경계하고, 항상 무언가를 더 챙기기보다 더 빼려고 노력하자.

나만의 패킹리스트

먼저 강조하고 싶은 건, ‘나만의 패킹리스트’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이다. 위에 몇 가지 요령을 소개했고 밑에는 내가 쓰는 패킹리스트도 올려뒀지만 이 모두는 나에게 맞춰진 것일 뿐이므로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주로 하는 여행은 주로 도시에서 매일 5만 걸음 씩을 끈덕지게 걷고, 4~5성급 호텔에 묵으며, 한여름에도 긴팔 셔츠, 블랙진에 가죽구두 차림을 고집하는 여행이다. 그래서 내 패킹리스트는 빌딩 사이에서 칼바람 맞으며 걸어도 버틸 수 있게 얇은 옷을 많이 레이어드하고, 세탁하기 쉬운 환경이라 그만큼 속옷 양을 줄이며, 긴팔 셔츠에 긴 바지, 옥스포드화가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여행이 이와 다르다면 얼마든지 바꾸어도 좋다. 여성이라면 여성용품을 추가하고, 호스텔을 이용한다면 여벌옷과 빨랫줄에 자물쇠를 추가하고, 캐주얼을 선호한다면 옷도 더 편한 걸로 바꾸면 된다. 하이킹이 예정되어 있다면 신발을 제대로 된 등산화로 바꾸는 식이다.

그렇게 몇 번 여행을 해보면 나와 잘 맞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자연히 알 수 있다. 그러면 다음 여행을 준비하면서 먼젓번의 여행을 교훈 삼아 패킹리스트를 고쳐나가면 된다. 그렇게 나만의 패킹리스트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추구해야 할 최종 목표다.

아래는 내가 여름부터 겨울, 휴가에서 업무출장, 2박 3일에서 수 주 짜리 여행까지 공용으로 쓰는 패킹리스트다. 가방을 포함한 짐무게는 여름 내지는 간절기용으로는 4 kg 후반대, 겨울옷까지 다 챙겨도 6 kg 초반대다.

각 품목마다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들과 실측한 무게를 같이 표기했다. 이탤릭은 원래는 챙기지 않지만, 계절이나 여행의 목적 등에 따라 챙기는 물건들이다. 이들을 다 챙기더라도 기내수하물 무게가 7 kg이 넘지 않도록 구성했다.

무게를 더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화장품류를 현지 구입하면 수백 그램 이상을 더 줄일 수 있는데, 좋아하는 물건만 찍어두고 쓰는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더 줄이지 못 했다. 태블릿도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면 되는데 아직은 고집스레 챙기고 있다.


  • 백팩: Arcido Akra 35 L (990 g; 미사용 액세서리 제거)
    • 보조 가방/기내용 가방: Peak Design Everyday Sling 5 L (449 g; 짐이 적을 때)
      or 경량 백팩: Matador Freefly 16L Packable Backpack (137 g; 짐이 많을 때)
      • 여권 (5 g)
      • 지갑: The Frenchie Co. Speed Wallet Mini (66 g; 현금/신용카드 포함)
      • 비상금/비상서류 (48 g; 지퍼백 포함)
      • 손목시계: G-Shock GW-5000 (113 g; 스트랩 교체, 방수/태양광 충전/전파수신)
      • 스마트폰: Apple iPhone 6s (171 g; 케이스 포함; 카메라 겸용)
      • 태블릿: Apple iPad mini 5th gen. (377 g; 케이스 포함)
      • 전자펜: Appe Pencil 1st gen. (20 g)
      • 키보드: Logitech Keys-to-Go (185 g)
      • 거치대: Nite Ize QuikStand (10 g)
      • 이어폰: Sony WF-1000XM3 (92 g; 밀폐형 완전 무선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 보조배터리: Xiaomi Mi Power 2 (227 g, 10,000 mAh)
      • USB 케이블: 5 cm (10 g)
      • 물통: Vapur Element 1 L (42 g; 접이식 물통)
      • 목베개: Sea-to-Summit Aeros Premium Traveller Pillow (85 g; 압축백 포함)
      • 수면안대: 인트래블 3D 입체안대 (10 g)
    • 비행기 탈 때 착용
      • 속옷: Wool&Prince Boxer Brief 2.0 (74 g; S)
      • 양말: Darn Tough T4016 Tactical No Show Cushion (53 g; L; 발목양말)
        or Darn Tough T4066 Tactical Micro Crew Cushion (78 g; L; 겨울용 긴양말)
      • 반팔티: Wool&Prince Crew Neck (140 g; XS)
      • 긴팔셔츠: Wool&Prince Button-down (213 g; XS/Slim)
      • 후드집업: Icebreaker Shifter Long Sleeve Zip Hood (425 g; M)
        or 블레이저: Wool&Prince Travel Blazer (512 g; 36, Regular, 수선)
      • 긴바지: Outlier Slim Dungarees (391 g; 29″, 수선)
      • 구두: Lems Nine2Five Oxford Shoes (510 g; US Men 12)
        or 부츠: Lems Waterproof Boulder Boots (800 g; US Men 12)
      • 내복 상의: Icebreaker 260 Tech Long Sleeve Crew (252 g; S; 겨울용)
      • 내복 하의: Icebreaker 260 Tech Leggings (210 g; S; 겨울용)
    • 여벌옷 파우치: Peak Design Packing Cube Small (108 g)
      • 속옷 x2
      • 양말 x2
      • 반팔티 x2
      • 반바지: Icebreaker Cool-Lite Momentum Shorts (221 g; S)
      • 수건: LinenMe Waffle Linen Hand Towel (93 g; 70 x 50 cm)
      • 버프: Buff Midweight Merino Wool Neckwear (66 g)
      • 비니: Buff Midweight Merino Wool Hat (36 g)
    • 겉옷 파우치: Peak Design Packing Cube Small (108 g)
      • 방수 재킷: Patagonia Torrentshell Rain Jacket (343 g; Men S)
      • 경량 패딩: Patagonia Micro Puff Jacket (248 g; Men S; 가을-겨울용)
      • 플리스 재킷: Nike Dri-Fit Long Sleeve Zip Jacket (381 g; 겨울용)
      • 플리스 팬츠: Nike Dri-Fit Fleece Track Pants (279 g; 겨울용)
    • 신발 파우치: Peak Design Shoe Pouch (45 g)
      • 샌들: Xero Shoes Z-Trail (340 g; US Men 11)
    • 액체류 파우치: Go Travel Cabin Bottle Set Pouch (24 g)
      • 소분용기 x2: Humanger Gotoob+ Silicone Travel Bottle (65 g/ea)
        • 비누: Dr. Bronner’s Pure-castle Liquid Soap (30 g)
        • 로션: 얼굴/전신 겸용 (100 g)
      • 자외선차단제: Eucerin Oil Control Sun Gel Cream SPF50+ (30-80 g)
      • 치약 (10 g; 호텔 어메니티 활용 또는 현지 구매)
      • 면도기 (호텔 어메니티 활용 또는 현지 구매)
      • 처방약 (30 g; 천식 흡입기)
      • 칫솔: Curaprox CS 5460 (16 g; 보호캡 포함)
    • 충전기류: 백팩 자체 수납공간 활용
      • 충전기: Anker PowerPort 5 (152 g)
      • 전원 케이블: 미국형 30 cm (42 g)
      • USB 케이블 x3: 15 cm (10 g/ea)
      • 멀티어댑터: Travel Easy Worldwide Travel Adapter (36 g)
    • 기타: 백팩 자체 수납공간 활용
      • 선글라스: Oakley Sliver Stealth Asian Fit (31 g; 소프트파우치 포함)
      • 병따개 겸용 카라비너 (17 g)
      • 볼펜: Ti Click EDC Pen (27 g)
      • 지퍼백 x2 (10 g/ea)
      • 빨랫줄: Sea-to-Summit The Clothesline (36 g)
      • 다용도 방수 담요: Matador Pocket Blanket (97 g)

마치며

남미 신혼여행 중. Incase EO Travel Backpack (30L)

당연하게도 캐리어를 수하물 위탁하며 여행 다니던 시절에는 이게 정말 될까 싶었다. 그런데, 해보니 정말 된다. 기내용 배낭 하나만으로도 사흘 짜리 업무 출장부터 2주 짜리 신혼여행까지 모두 문제가 없었다. 경험이 쌓이니 이제는 백팩 하나만 들고 가는 여행이 당연하고 또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꼭 필요한 물건은 부족함 없이 챙겨가기에 불편함이 없다. 추가로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현지의 시장이나 마트를 찾게 되는데, 이런 과정마저도 여행의 또 하나의 재미다.

여행 중에 신기한 시선을 받을 때도 있다. 올 여름 캐나다에 갈 때는 인천공항 대한항공 직원에게서, 캐나다 입국심사관에게서, 또 숙소에서 하나 같이 ‘짐은 정말로 그게 전부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게 전부’인 게 너무나도 당연했던 나로서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높아진 기동성을 즐길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좋다. 여행지에서도 몸에 잘 고정된,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의 내 백팩과 함께면 걷든 뛰든 계단을 오르든 다리의 자유로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와닿는 장점이다.

기내용 가방 하나로 하는 여행 방법이 즐거운 여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여행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좋은 방법임은 분명하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여행의 즐거움과 마음의 평화를 더 많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여행 준비: 여행 계획 짜기

여행 계획의 필요성

여행의 결심이 섰으면 계획을 짜야 한다. 아무런 계획 없이 일단 떠나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의 틀은 미리 잡아둬야 마음이 편하다.

여행 전 계획에 열 올리는 것에는 한국의 비극적인 노동 환경 탓도 있다. 휴가를 한 번에 길게 쓰기 어려우므로 제한된 시간을 가능한 낭비 없이 쓰고 싶은 것은 사람의 당연한 심리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슬픈 일이다.

예전에는 분 단위로 꽉 짜인 여행 계획을 따라가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보다는 여유 있게 준비한다. 무리한 여행 계획을 짜느라 출발하기도 전에 미리 진 빠질 필요가 없기도 하거니와, 여행은 항상 계획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계획을 짜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 순서는 이렇다: 먼저 여행 갈 시기를 결정하고, 가고 싶은 곳들을 나열하고, 효율적인 동선을 짜고, 시간 대비 일정이 너무 많으면 날짜를 추가하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시간이 남으면 다른 계획을 추가하거나 만약을 위한 여유 시간으로 잡아둔다.

여행 시기의 선택

보통 여행 준비는 여행 시기나 여행지 둘 중 하나를 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내 경우, 시기보다는 주로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먼저 정해진다. 홋카이도에서 펭귄을 본다거나, 마추픽추에 가본다거나 하는 식이다. 때문에 여행지보다는 시기를 정하는 것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각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내 경우 정해진 휴가 일정이 없다. 공식적인 여름휴가, 비공식적인 겨울휴가가 있긴 하지만 둘 다 특정 주차로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적당히 편할 때 쓰면 되는 식이다. 그래서 여행의 시기는 한국에서의 사정보다는 현지의 사정을 보고 결정하는 편이다.

한겨울의 모스크바도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끔찍하게 춥고 일조시간이 짧아 여행하기에는 좋지 않다. 술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옥토버페스트 기간의 뮌헨은 비싸고 붐비기만 하는 곳이다. 전자는 비교적 보편적인 비수기이고 후자는 특정 사람에게 적용되는 비수기라고 볼 수 있다.

성수기가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유명 관광지는 사람이 특히 많이 몰려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데다 숙소나 음식이 호되게 비싸기 때문이다. 기껏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 사람의 홍수에 치이기만 해서야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성수기와 비수기를 모두 빗겨간 중간 시즌을 좋아한다.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시즌을 고를 수 있는 여건은 안 되지만,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중간 시즌을 고르는 편이다.

일정 구체화

일단 출국일과 귀국일이 정해지면, 항공권이나 숙소를 예약하기 앞서 일정을 조금 더 구체화해본다. 아주 세세할 필요는 없고, 현지에서의 동선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그래야 다양한 조건의 항공권과 숙소 중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london travel plan based on a map

먼저 구글맵에 가보고 싶은 곳들을 검색해서 저장해본다. ‘저장’ 메뉴에서 ‘가보고 싶은 곳’ 항목을 활용하면 된다. 어느 정도 채워나가다 보면 서로 인접한 목적지들이 보이는데, 그런 곳들끼리 묶어서 그룹으로 만들어준다.

(위 지도에서 그룹으로 묶인 곳들은 실제 소요시간 등을 감안해서 조정된 결과다. 처음에는 지리적으로 가까워보이는 곳들 위주로 묶어주면 충분하다.)

london travel attractions business time table

그리고 종이나 Excel을 이용해서 표를 만들어본다. 이렇게 하면 된다. 특이사항이 있는 날짜에는 색상 등을 이용해서 강조해준다. 위 표 기준으로, 금요일에 평소보다 늦게까지 여는 박물관이 몇 곳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상 소요시간은 구글에서 “How much time is needed to see the british museum” 같은 식으로 검색하면 알 수 있다. 단, 구글이 찾아주는 예상 소요시간은 대부분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한 바퀴 돌아보는 기준이므로 항상 여유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요일별 영업시간은 구글맵에서도 알 수 있지만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보는 쪽이 더 정확하다. 여기에 각 그룹간 이동거리가 멀다면 필요한 교통편도 추가한다. 하루에 몇 번 없는 교통편이라면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이제 다 됐다. 현지에 머무르는 여행 일정에 그룹 단위의 방문지들을 채워넣으면 된다. 하루로 부족하면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거나 여러 날에 걸쳐 채우면 되고, 시간이 남으면 근처의 다른 곳을 찾아보거나 휴식, 쇼핑 등을 위한 여유시간으로 쓰면 된다.

사전에 예약을 받는 방문지도 있는데,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다면 너무 일찍 예약할 필요는 없다. 현지에서는 물론, 출발 전까지 많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일정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전 예약

항공권

가격도 중요하지만 공항과 항공사를 잘 보자. 저가 항공사 중에는 목적지에서 말도 안 되게 먼 시골 공항을 쓰는 경우도 있고, 수화물 개수나 무게 제한이 서로 다르기도 하다. 많은 저가 항공사들은 위탁 수화물에 무조건 요금을 부과하고, 중국 항공사들처럼 기내 수화물 무게 제한이 5kg(!!)에 불과한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나처럼 위탁 수화물 없이 기내용 백팩 하나만 활용하는 경우 무게 제한은 특히 치명적이다.

그리고 최초 입국편, 최후 출국편은 미리 예약해둬도 좋다. 특히 일부 국가는 출국 항공권이 없으면 입국을 거부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발권은 아니라도 최소한 확정까지는 해둬야 한다.

대신 입국과 출국 사이의 이동수단의 확정은 가능한 뒤로 미루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여행 중에서는 많은 일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일정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숙박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 위주의 여행은 굳이 모든 일정의 예약을 미리 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 서비스들이 잘 되어 있어 당일에도 몸 누일 침대 하나 정도는 구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옥토버페스트나 카니발 같은 세계구급 행사가 있을 때는 예외.)

그에 반해 호텔은 당일 예약하려면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뛰므로, 한 달 전에는 예약해두는 게 좋다. 취소가 가능한 일반 예약과 환불 불가(no refund) 예약의 가격차가 크지 않다면 일반 예약으로 진행하자. 역시 여행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경험상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숙소의 위치를 정할 때 최우선은 교통의 편리함이다. 구글맵에서 대중교통 세부정보 옵션을 켜주면 적당한 동네를 시각적으로 찾아보기 쉽다. 도심에 비해 부도심이나 교외는 숙소의 가성비가 좋지만 러시아워와 치안에 유의하자.

최종 일정 점검

늦어도 여행 출발 일주일 전에는 미리 세워뒀던 일정을 점검하자. 특히 방문할 곳들의 영업시간이나 영업일이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고, 중기 일기예보도 참고해서 일정을 최대한 최적화해보자. 대부분은 그룹 단위의 순서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대응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