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야매정비] 물세차

내 16년식 C라인 로우락커 브롬톤은 혹서기를 제외하면 부지런히 운행하는 자출톤이다. 비 맞고, 흙탕물 뒤집어 쓰고, 눈밭도 뒹군다. 브롬톤은 프레임과 부품 재질상 부식에 약하다 보니, 전에도 날씨가 험한 날 타고 나서는 닦고 기름 치는 정도의 관리는 해주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우중 라이딩이나 흙탕물, 눈길 주행 후에는 간이로 물세차를 해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면서도 정말 괜찮을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자전거 물세차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뭐가 맞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 브롬톤에는 고압수 대신 원예용 노즐로 샤워기 내지는 그보다 약한 수압으로만 물을 뿌리되, 물 쓰는 구간을 헤드셋과 싯포스트 아래로 한정해서 수분 유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작년에 물세차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프레임 튜빙 내부에 플루이드 필름으로 방청 처리를 해줬다. 프레임에 녹 스는 것에 대해서는 무던한 편인데, 그래도 가끔 우중 라이딩 하는 것과 브롬톤을 물세차 하는 건 수분에 노출되든 빈도에 차이가 클 것 같았다. 6개월마다 분해정비(=야매)를 하는데, 그때마다 다시 작업해줄 생각이다.

허브 자가정비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6개월 주기다. 가장 최근에 허브를 열었을 때도 수분 침투의 흔적은 없었다. 라쳇 소리 상관 없이 그리싱을 넉넉히 하고, 허브 쪽에 물을 직접 쏘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물을 자주 쓰는 만큼 위험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라 필요한 공구와 여분의 베어링을 구입해뒀다.

그러던 차에 마침 얼마 전 퇴근길에 눈밭 라이딩을 하게 됐다. 제설제가 섞인 눈이라 잘 씻어내지 않으면 구동계가 금새 녹슬고 만다. 예전에 세차 대신 천으로 닦아내기만 할 때는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겨울 한철을 못 넘기고 체인이 녹슬곤 했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물세차가 필요하다. 그간 물세차도 꽤 익숙해졌으니 이번 기회에 사진을 남겨보기로 했다.

  • 준비물: 수돗물, 세제, 세차 브러시, 에어건, 세차 타월, 그리스, 체인오일
  • 정비주기: 필요시

눈밭을 뚫고 달린 브롬톤이다. 페달을 밟아도 안 나가고, 브레이크를 잡아도 안 서는 이중고에 힘들었던 퇴근길이었다. 그만큼 흙먼지와 제설제 섞인 눈이 잔뜩 엉겨붙어 엉망이 됐다. 구동계는 물론이고, 휠셋과 머드가드 사이에도 눈이 가득 들어찼다.

집에 들어오기 전 눈을 대충 털어냈다. 눈이 습해서 그런지 잘 떨어지지 않아 여전히 많은 양의 눈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세차를 하려면 물 쓸 곳이 필요하다. 아파트라면 보통은 화장실이나 발코니다. 발코니의 경우, 미리 도면이나 관리사무소를 통해서 배수가 오수관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수관이라면 화장실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

먼저 눈과 흙먼지로 오염된 부분에 수돗물을 골고루 뿌려준다. 제대로 세차하는 게 제일 좋지만 그러지 못 할 때는 최소한 수돗물로 헹구고 말리기라도 해야 한다. 흙탕물이 묻은 채로 두면 금방 녹슬고 만다.

허브, 비비, 파워미터(IP67) 쪽은 수압이 아주 약한 분무형 노즐만 사용했다. 베어링이 망가지면 귀찮아지고, 파워미터는 아무리 방수방진 등급이 있어도 가격대가 있다보니 조심스럽다.

헤드셋 쪽은 가능한 물을 안 쓰고 있다. 순정 헤드셋 베어링컵이 망가져서 실드베어링 헤드셋으로 교체한 상태인데 집에 헤드셋 공구가 없어 허브나 비비와는 달리 자가정비가 안 된다. 공구를 사자니 크기에 비해 사용빈도가 너무 떨어져 고민 중이다.

세제를 세차할 곳에 골고루 뿌리고 조금 기다려준다. 이물질을 불리는 목적도 있고, 눈과 얼음이 자연히 떨어져 나오는데도 시간이 좀 걸린다.

세제는 스쿼트 바이크 클리너를 쓰고 있는데 괜찮은 것 같다. 같이 오는 분무기가 괜찮고, 농축액이라 쓸만큼만 희석하면 돼서 보관시 부피가 작다. 생분해성이라니 기분상 환경에도 덜 나쁠 것 같다.

다만 다음에는 카샴푸를 사지 않을까? 도장된 금속면을 세척한다는 목적은 똑같은데, 자동차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제품이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이어서 브러시에도 물과 세제를 뿌려준 다음, 프레임과 부품을 골고루 문질러 닦아준다.

파크툴 브러시 4종 세트(BCB-4.2)를 쓰고 있는데, 구성이 괜찮다. 맨 위의 부드러운 브러시는 프레임과 포크에, 그 다음 검은 브러시는 틈새 청소에, 사진엔 없는 수세미 달린 브러시는 휠셋과 림 닦을 때, 맨 아래 브러시는 체인, 체인링, 스프라켓 등 구동계 청소용이다.

브러싱 후 역시 약한 수압으로 거품과 이물질을 헹궈낸 후 물기를 제거한다.

전에는 밤새 자연건조를 했었는데 세차용 충전식 에어건을 하나 산 후로 효율이 높아졌다. 에어건으로 큰 물기와 좁은 틈새, 튜빙 내부의 수분을 날려주고 남은 물기만 세차타월로 닦아내면 되니 작업이 금방 끝난다.

씻고 닦았으니 기름칠할 차례다. 녹이 슬 수 있는 볼트, 너트, 스프링 등이 있는 곳에 방청윤활용 그리스를 발라준다. 대표적으로 싯클램프, 브레이크, 텐셔너, 드레일러 등이다. 너무 많이 바르면 이물질이 쉽게 달라붙으니 적당히 바르고 닦아준다.

분해정비가 아니다보니 스프레이 제품이 편하다. 예를 들어 텐셔너 스프링은 제대로 그리싱하려면 텐셔너를 뜯어야 하는데, 스프레이형은 텐셔너 관절 틈새로도 그리스를 쏴넣을 수 있다. 슈퍼루브 테프론 스프레이를 쓰고 있는데 괜찮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체인에 윤활을 해줬다. 요즘은 스쿼트 저온용 왁스를 사용 중이라 적당히 발라줬다.

스쿼트는 수용성이라 물세차 친화적이고, 손이나 옷에 묻어도 오일보다 잘 지워지고, 체인 윤활도 잘 되는 것 같다. 반면, 왁스똥을 뿜는 게 영 곤란하다. 체인에 과하지 않게 발라준 다음 체인링과 풀리에 묻은 건 닦아내주면 좀 나은 것 같다.

원래라면 체인 윤활로 야매 세차는 끝인데, 딱 하나 더 해야 하는 게 있다. 탈착식 페달 홀더 분해정비다.

지금 쓰는 페달 스핀들과 홀더 모두 티타늄 합금이라 부식 걱정은 없다. 대신, 구조상 외부 오염에 취약해서 특히 우중 라이딩 후에는 그리스는 씻겨나가고 이물질이 쉬이 들어온다. 페달 탈착할 때마다 서걱거리는 느낌은 그렇다 치더라도 심해지면 페달 밟을 때 소음도 나고, 심지어 페달 탈착이 안 되기도 했다.

간단한 작업이니 어차피 비나 눈 맞은 다음에 하는 세차 때 같이 하는 게 편하다. 정밀 드라이버나 손톱으로 클립 제거하고 열어서 오염된 그리스 대신 새 그리스를 충분히 발라준 다음, 닫고 정리하면 된다. 전에 주로 쓰던 웰타이트 TF2 리튬 그리스는 점도가 너무 높아 좋지 않았다. 대신 슈퍼루브 실리콘 그리스를 써보니 괜찮은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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