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enchie Co. Speed Wallet Mini 지갑 사용기

기본 정보

장점

  • 놀랍도록 작은 크기에 기가 막힌 카드/지페 수납
  • 얇지만 질 좋은 가죽 재질

단점

  • 스키니진 앞주머니에는 넣기 힘든 두께
  • 내용물이 너무 적으면 카드가 빠질 수 있음

사용기

구입

항상 작고 가벼우며 수납 효율 좋은 지갑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미니멀리즘을 표방한다는 지갑은 이미 많이 나와있었지만, 수납 좀 할 만 하면 크기가 너무 커지기 일쑤고, 작게 잘 나왔다 싶으면 십중팔구 지폐를 꾸깃꾸깃 접어넣어야 했다.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인디고고에서 우연히 괜찮아보이는 지갑을 찾았다. 콜롬비아에서 만든 세 번 접는 방식(Tri-fold)의 지갑이다. 재질이 이탈리아 풀그레인 가죽임을 감안해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구조와 크기가 아주 마음에 꼭 들었다.

일반 버전(Speed Wallet)과 미니 버전(Speed Wallet ‘Mini’)가 있는데, 일반 버전은 미니 버전보다 크기가 좀 더 큰 대신 지갑 안에 카드, 명함, 동전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작고 가벼운 지갑을 원했기에 미니 버전을 골랐다.

전세계 어디로든 무료배송 조건이었기에 배송대행지 대신 한국으로 직배송 받았다. 무료배송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무려 DHL 특송이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출발해 미국을 거쳐 서울까지 닷새 만에 받아볼 수 있었다.

사용 전

크기가 정말 인상적일만큼 작다. 지갑의 높이는 신용카드 한 장 길이와 정확히 딱 맞아 떨어질 정도다. 너비도 신용카드 너비에 가죽이 접힌 부분이 덧붙은 정도다.

그리 얇지는 않아서, 스키니진 주머니에 넣고 쓰기에는 불편한 지갑이다. 대신 한손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기분 좋은데다 가방 오거나이저 어디에도 쉽게 수납할 수 있을만큼 작은 크기가 장점이다.

전체 뼈대는 얇은 가죽 두 장을 맞대어 바느질했다. 가죽이 워낙 얇다보니 무게도 가벼운 편이다. (56 g) 무게가 나갈만한 부분은 RFID 스캔을 막아주기 위한 얇은 금속판재 한 장과 지갑을 닫기 위한 자석 뿐이다.

가죽을 만져보면 부들부들 좋은 느낌이 난다. 합성섬유로 만들었다면 더 가벼웠겠지만 잘 손질된 가죽이 손에 닿는 느낌만큼은 합성섬유가 따라올 수 없다. 일부 부자재를 제외하고는 충살하 가죽으로만 만들어낸 지갑이다.

지갑 윗쪽에서는 두 개의 가죽 손잡이가 눈에 띈다. 손잡이는 카드를 6장까지 넣을 수 있는 두 개의 카드 수납 공간에 각각 연결되어 있다. 가죽 손잡이를 당기면 손잡이와 연결된 스트랩이 당겨지며 수납 공간에 들어있던 카드가 딸려 올라온다. 어느새 흔해진 기능인데 써보면 확실히 편하다. 스트랩은 나일론 재질이라 질기면서도 카드에 상처를 덜 낸다.

두 카드 수납 공간 중 검은색 가죽 손잡이가 달린 부분은 RFID 차단 필름이 붙어 있는 쪽이다. RFID 차단 뿐만 아니라 자석의 자기장으로부터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밴드 부분이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겠다.

지갑의 플랩에는 자석이 들어있다. 플랩을 닫으면 ‘탁’ 소리가 나며 알아서 지갑이 닫힌다. 다시 열려면 적당히 힘을 줘서 자석을 떼어내야 한다. 아예 잠금장치가 없거나 벨크로, 똑딱 단추, 고무줄 같은 걸 쓰는 것에 비하면 훨씬 깔끔하고 조용하며 편하다.

플랩을 열면 지폐 수납 공간이 나타난다. 이 지갑은 길이 약 180 mm, 너비 80 mm까지의 지폐를 보이지 않게 수납할 수 있다. 지폐 대여섯장까지는 들어있는 줄도 모르게 수납할 수 있을 정도고, 지폐나 카드가 더 많아져도 자석 덕분에 지갑을 문제 없이 닫을 수 있다.

사용 중

가죽은 정말 사랑스러운 소재다. 주인과 함께 같이 나이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찍히고 상처나도 잘 관리해주면 어느새 밉지 않은 흔적만 남는다. 단, 품질 좋은 가죽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다행히 이 지갑을 만드는 데 쓰인 가죽은 꽤 질이 좋았던 모양이다. 어쩌다 한 번씩 가죽용 영양크림을 발라주는 정도의 관리만으로도 코듀라 나일론 재질의 가방과 매일 마찰되는 가혹한 환경을 문제 없이 견뎌줬다.

아무래도 천연가죽이다보니 쓰면서 가죽이 조금씩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갑이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갑자기 수납량, 특히 카드 장수를 줄였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가죽이 늘어난 상태에서 카드 장수를 줄이면 그만큼 빈 공간이 생기는데, 지갑을 아무리 꽉 여미더라도 카드가 흘러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항에서 PP카드를 흘리는 바람에 라운지 출입을 못 하기도 했었다.

이후 지갑은 가능한 가방 안에 세워서 보관하고, 손에 들 때는 카드가 흐르지 않도록 옆면에 손가락을 하나 걸쳐주는 습관을 들였더니 더 이상 카드를 분실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어쨌든 당하기 전에 조심해야 할 일이다.

RFID 스캔 방지 기능은 실사용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주사용 신용카드를 RFID 스캔 방지가 된다는 수납 공간에 넣은 채 사용했는데, 서울 뿐만 아니라 경기도, 부산, 경상남도 등에서 주사용 카드의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폐 정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원하는 지폐만 찾아 꺼내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폐를 원하는 곳에 빠르고 깔끔하게 끼워넣는 게 어렵다. 제조사의 홍보 영상을 보고 연습을 좀 해야 한다. 한 번 손에 익으면 빠르고 편하게 정리할 수 있다.

지갑이 워낙 작다보니 외화를 사용할 때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위에 쓴 것처럼 이 지갑에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는 지폐의 크기는 길이 180 mm, 너비 80 mm까지다. 대부분의 외화가 잘 수납되지만, 일부 유독 너비가 넓은 고액권은 지갑 위로 조금씩 삐져나온다.

문제가 되는 지폐들은 아시아에서는 마카오 1000파타카(81.5 mm), 홍콩 1000달러(82 mm), 유럽에서는 100/200/500유로(82 mm), 영국 50파운드(85 mm) 정도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국 원, 미국 달러, 캐나다 달러, 중국 위안, 일본 엔, 대만 달러, 태국 바트 등은 모두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권종들도 모두 각국의 최고액권들이라 여행 중 휴대 빈도가 적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사용 후

얼마 전, 지갑을 바꿀 생각에 한참 국내외 쇼핑몰을 열심히 뒤진 적이 있었다. 지갑을 바꾸려고 했던 이유는 사용기간이 길어지며 가죽이 늘어진 덕에 카드 수납 공간이 헐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지갑만큼 작고 가볍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수납력 좋은 지갑을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좋은 지갑이다.

대신 구입한 것이 같은 회사의 같은 모델 중 나일론(Ballistic Nylon) 재질의 제품이다. 기존 가죽 제품이 가죽 두 장을 붙여 만들었다면, 나일론 제품은 안쪽은 가죽, 바깥쪽은 나일론 원단으로 되어 있다는 것만 다르다. 가격도 가죽 제품보다 10달러 저렴하다. (가죽 $89, 나일론 $79)

늘리면 그대로 늘어나는 가죽 대신, 탄성이 거의 없는 나일론 원단으로 뼈대가 잡힌 제품이다. 그만큼 오래 써도 카드 수납 공간이 늘어나지 않을 것을 기대하며 구입했다. 잘만 된다면 앞으로 아주 오래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지갑이 될 것 같다.

아이폰 6s 노혼 배터리 두 번째 자가 교체 후기

들어가며

내 아이폰 6s는 이제 사용한지 만 36개월을 채웠다. 그 동안 새 기기도 많이 나왔지만, 3.5mm 이어폰 단자도 없어지고, 보기 싫은 노치는 계속 들어가고, Touch ID도 없어지는 등 좀처럼 마음에 드는 기기가 없었다. 게임을 전혀 안 하다보니 6s로도 실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기도 했고.

다만 배터리만은 사용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용량이 자꾸 줄어드는 걸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딱 작년 이맘 때쯤, 만 2년 썼던 배터리를 노혼 배터리로 자가 교체했다. 어렵지 않았던 과정에 비해 결과가 무척 만족스러워서 1년 동안 잘 사용해왔다. (자가 교체하고 얼마 안 되어 애플에서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함정이었지만.)

그리고 1년 여가 지났다. 지난해 배터리 교체를 고민할 때만큼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배터리를 교체했을 때에 비하면 사용시간이 영 못 미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비슷한 시기에 애플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통해 정품 배터리로 교체 받은 아내의 6s보다는 더 사용시간이 길었지만, 어쨌든 체감상 사용시간이 짧아진 것은 분명했다.

실제로 Geekbench 4를 이용해서 벤치마크를 돌려보니 배터리 소모율이 이전보다 높아져 있었다. 벤치마크 1시간 기준, 배터리 성능 최대치 81% 상태의 순정 배터리는 소모율이 90%, 노혼 배터리로 교체한 직후 30%였는데 지금은 44%로, 확실히 좀 더 빨리 소모되고 있었다.

(iOS 설정에서 표시되는 ‘배터리 성능 상태’로 잔여 용량을 가늠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iOS 12부터 배터리에 대한 검증이 추가되었는지 ‘배터리 성능 상태’가 ‘―’로만 표기되는 상태였다. 후술하겠지만 이번에 새 노혼 배터리로 교체하고 나니 ‘배터리 성능 상태’가 정상 표기됐다.)

교체를 결심하기엔 아직 애매한 용량이었지만, 새해를 새롭게 시작할 겸 다시 한 번 배터리를 교체해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노혼이다.

새로운 노혼 배터리

좌측은 작년 1월에 구입한 노혼 배터리(2,060mAh), 우측은 올해 구입한 노혼 배터리(2,175mAh)

아이폰 6s의 순정 배터리 용량은 1,715mAh인데 노혼 배터리의 표기 용량은 항상 그보다 컸다. 작년 초에 구입했던 배터리는 2,060mA로 이미 순정보다 20% 큰 용량이었다. 올 초에 구입한 배터리는 그보다도 용량이 더 커져서, 순정 대비 27% 크다.

뻥용량이 강력하게 의심되지만, 비슷한 시기에 정품 배터리로 교체한 아내의 6s와 비교하면 확실히 노혼 쪽의 사용시간이 더 긴 건 확실하다. 그리고 후술할 변경 전후 Geekbench 결과를 비교해보면 작년 노혼 배터리보다도 올해 노혼 배터리의 용량이 늘어난 것도 분명 맞는 것 같다.

교체 과정과 요령

이번에도 구체적인 교체 과정에 대한 설명은 생략. 유튜브에서도 많은 교체 영상을 볼 수 있고, 지난번 글에서도 참고한 iFixit의 자세한 설명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 잘 되어 있는 설명이 많은데 내가 굳이 강좌를 만들 필요가 없다.

다만, 내 블로그의 검색 유입 상위가 여전히 노혼 배터리 교체 관련이라 힘들게 검색해서 찾아오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참고할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노혼 배터리 관련

  • 국내든 해외든 노혼 배터리 팩을 구입하면 필요한 공구와 자재는 다 들어있다. 드라이버는 자성이 있고, 마감이 불량하지만 배터리 교체에는 차고 넘치는 핀셋까지 들어있다. 굳이 추가로 샤오미 와우스틱 등을 더 구입할 필요가 없다.
  • 단, 아이폰 6s부터는 디스플레이와 프레임 사이에 간이 방수실링 목적의 양면 테이프가 들어간다.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지만 필요하면 역시 국내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깔끔하게 붙이기가 힘드므로, 6s 오래 쓸 생각이면 여러 장 쟁여놓고 쓰면 좋다.
  • 드라이버는 손잡이 앞쪽을 돌리면 로드(Rod)를 빼낼 수 있다. 로드의 양쪽에는 별나사(Pentalobe screw)와 십자나사(Philips screw)에 쓸 수 있는 드라이버가 각각 달려있다. 필요에 따라 뒤집어 쓰면 된다. 전자는 분해 과정 중 첫 단계인 라이트닝 단자 양쪽의 나사를 푸는데, 후자는 그 외 모든 단계에 사용된다.

분해 과정 관련

  • 액정에 붙인 보호유리 등을 굳이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보호유리에 압착판을 붙이더라도 보호유리가 액정에서 떨어지기 전에 상판과 하판 사이에 틈이 먼저 생긴다. 여기에 스크래퍼(Scrapper, 주걱, 헤라(箆; へら) 등)를 살짝 밀어넣고 조금씩 비틀어주며 양쪽 측면까지 쭈욱 밀어주면 된다.
  • 많은 분해 영상에서 디스플레이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진행한다. 디스플레이를 분해하려면 시간이 추가로 걸리고 귀찮기 때문인데, 매일 같이 배터리 교체 작업을 진행하는 업자 등이 아니라면 디스플레이를 분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배터리 교체의 가장 큰 난관인 양면 테이프 제거 작업 중 자세를 잡거나 힘조절을 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나사 4개 풀고 커넥터 3개 뽑으면 되므로 그리 어렵지도 않다. 방수 실링용 양면 테이프를 부착할 때도 어차피 디스플레이는 분리해야 한다.

배터리 교체의 가장 큰 난관은 배터리 아랫쪽의 양면 테이프 제거다. 지난번 교체 때는 나도 둘 다 끊어먹어서 배터리 빼는 데 고생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는데, 의외로 요령은 단순했다.

  • 테이프 떼기 전에 배터리 아랫쪽의 탭틱 엔진를 꼭 제거하자. 테이프를 후판과 평행한 방향으로 당길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제공해준다.
  • 최소한의 힘으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당기자. 이게 가장 중요하다. 하판을 굳이 가열할 필요도 없다. 이 겨울날에도 마음을 편히 갖고 집중해서 천천히 당기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교체의 결과

성능 표기가 정상적으로 출력된다.

용량에 앞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iOS 12부터 ‘―’로만 표기되던 ‘배터리 성능 상태’가 정상적으로 표기된다. ‘배터리 성능 상태’는 배터리 교체 시기를 가늠하는 아주 유용한 지표다. 이번에 배터리 교체를 망설인 것도 ‘배터리 성능 상태’를 알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컸는데 앞으로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Geekbench 4의 배터리 성능 측정으로 확인해보니 역시 기존 대비 사용시간이 길어졌다. 스크린을 계속 켜놓은 상태에서 배터리 성능 측정(Full discharge)를 돌려본 결과, 단위 시간당 배터리 소모율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배터리 구분시간당 소모율
순정 (24개월 사용, 배터리 성능 81%)90 %
2018년 노혼 (교체 직후)30 %
2018년 노혼 (12개월 사용)44 %
2019년 노혼 (교체 직후)22 %

정리하면 2년 사용한 순정 배터리를 노혼 배터리로 교체하면 3배 이상의 사용 시간을 기대해볼 수 있고, 그 상태로 1년을 사용했더니 사용시간이 30% 정도 감소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특히 지난번에 교체한 노혼 배터리보다 이번 노혼 배터리의 표기용량이 27% 더 큰데, 두 배터리의 교체 직후 소모율을 비교해보면 표기용량 차이와 엇비슷한 비율로 소모율이 감소했음을 역시 추측해볼 수 있다.

마치며

지난번 글의 결론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노혼 배터리는 성능이 좋고, 교체도 어렵지 않다. 공식 센터 이용을 포기하고, 불량 배터리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말이다. 어차피 아이폰 6s는 단종된 제품이고, iOS 13 지원을 못 받을 거라는 루머도 나오는 중이니 갈수록 리스크는 작아지는 셈이다.

지난번과 달라진 점도 분명 있다. 애플은 갈수록 사용자들에게 매력 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런데도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팔 생각이 있다면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매력 있거나, 싸거나. 지금의 애플은 둘 다 아니다.

애플 제품군의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워낙 많이 팔리다보니 호환 부품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가장 교체 수요가 높은 배터리, 스크린은 물론이고, 귀찮고 까다로운 과정을 감수한다면 케이스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품을 바꿀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레거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계속 쓰고 싶은 사용자들은 새 기기를 구입하는 대신, 수명이 다 된 정품 부품을 들어내고 그 자리를 호환 부품으로 대체한다. 애플이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다.

나도 굳이 아까운 시간과 위험 부담을 감수해가며 호환 부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매력 있는 신제품이 나오면 좀 비싸도 기꺼이 구입할 의향이 있다. 잘 좀 하자, 팀 쿡 아저씨. 제품에 매력이 있으면 마진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 아니던가.

PEAK DESIGN Everyday Backpack 사용기

제조사 Peak Design
품명 Everyday Backpack 20L (Charcoal)
Everyday Backpack 30L (Charcoal)
무게 1.81 kg (20L)
2.04 kg (30L)
크기 46 x 30 x 17 cm (20L)
51 x 33 x 20 cm (30L)
용량 12 – 20 L (20L)
18 – 30 L (30L)
전자기기 랩탑 38 x 25 x 2.5 cm (20L), 40 x 27 x 4 cm (30L)
태블릿 33 x 22 x 1 cm (20L), 33 x 23 x 1 cm (30L)
구입비용 USD 259.95 (20L)
(배송대행료 21,600원, 관부가세 59,360원 별도)
사용기간 6개월

장점

  • 카메라 가방 같지 않은 디자인
  • 훌륭한 재질과 마감
  • 세세한 수납공간과 재미있는 디바이더

단점

  • 무거운 무게
  • 가방 외부 및 내부 디바이더의 패딩 두께 부족
  • 가방 상부가 완전히 밀폐되지 않아 방수 취약

Peak Design Everyday Backpack 30L vs. 20L

들어가며

픽디자인(Peak Design)은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몇 가지의 성공적인 캠페인을 진행하며 성장해온 회사다. 몇 년 사이 꽤 많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고 대체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픽디자인의 제품 중 이번에 사용해본 가방은 Everyday Backpack이다. 20L와 30L 제품이 있는데 두 제품을 모두 구입했다. 미국 픽디자인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주문했으며 20L 제품은 배송대행료와 관부가세를, 30L 제품은 한국으로 바로 배송 받으며 관부가세를 납부했다.

20L vs. 30L

픽디자인 홈페이지에 게시된 외관 치수만 보면 20L 제품보다 30L 제품이 가로, 세로, 높이에서 각 3~5 cm 정도씩 더 크다. 숫자로만 보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물을 받아보면 크기 차이가 상당하다. 30L의 경우 기내 반입용 캐리어 가방 크기와 맞먹는다. 주 수납공간의 부피도 큰 차이가 있으므로 수납할 물건들을 정확히 실측해봐야 크기 선택에 실패하지 않을 것 같다.

크기와 무게를 제외한 기능이나 구조는 두 제품이 완전히 동일하다. 내 경우 평소 사용하기에는 20L 제품이면 충분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내부 공간이 부족할 때는 가방 외부에도 물건 수납이 가능한 구조라 더욱 별 문제가 없었다. 30L 제품은 여행이나 특별히 짐이 많을 때를 위해 남겨두었다.

외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올드스쿨 스타일의 매끈하게 잘 빠진 디자인이다.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각지고 뭉툭한 모양을 가진 다른 카메라 가방과는 달리, 보통의 데일리백과 비교해도 큰 위화감이 없다.

재질은 400D 나일론에 방수 레이어 달린 지퍼가 사용되었다. 굉장히 튼튼해서 지금까지 사용하면서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방수 역시 문제 없는 재질이지만 구조상 가방 뚜껑을 닫을 때 신경써서 닫지 않으면 가방 상부가 뚜껑에 의해 완전히 보호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어깨 스트랩과 등판에는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밀도가 아주 높은 패딩이 사용되었다. 말랑말랑하지는 않지만 패딩으로서의 역할은 부족함이 없다. 최초 구입시에는 꽤 뻣뻣해서 길들이는 기간이 필요하다. 각종 스트랩은 모두 안전벨트 재질을 사용해서 굉장히 질기고 튼튼하다.

전반적으로 좋은 소재를 아낌 없이 투입했다는 인상을 주는 백팩이다. 원단, 지퍼, 스트랩, 패딩, 금속 버클이 모두 아주 잘 만들어졌고 그만큼 훌륭히 제 역할을 다한다.

수납

Quick side loading

카메라 가방으로서 다양한 바디와 렌즈를 분리수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종이접기에 영감을 받았다는 디바이더가 3개 들어있는데, 필요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접었다 펼 수 있어 사용성이 무궁무진하다. 가방 내부 전면과 후면 대부분이 벨크로 처리되어 공간을 유연하게 나눌 수 있다.

디바이더 자체는 아주 재미있는 물건이지만 패딩 두께가 아쉽다. 다른 카메라 가방의 디바이더와 비교하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디바이더를 적절히 활용하면 부품들 간의 충격을 줄일 수 있겠지만 좀 더 확실한 보호가 필요하다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가방 외부에도 많은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가방 양 측면의 수납공간은 자석과 고무줄로 고정되어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필요할 경우 삼각대 다리 등을 수납할 수 있다. 가방의 양 측면 수납공간과 가방의 정면 하단의 숨겨진 공간에는 후크 달린 스트랩이 들어있는데, 이를 가방 여기 저기에 달린 고리와 결합하면 삼각대를 단단하게 고정하거나 드론, 담요 등을 가방 외부에 거치할 수 있어 편리하다. 내 경우 자전거 헬멧이나 여분의 휠셋을 고정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했다.

노트북은 15인치 랩탑과 12인치 태블릿을 각각 한 대씩 수납할 수 있다. 태블릿 수납 공간에 스마트키보드를 장착한 아이패드 프로 2세대 10.5인치를 넣어보니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다만 랩탑과 태블릿 수납 공간 모두 두께가 얇은 편이라 특히 랩탑의 경우 맥북이나 울트라북 위주로 활용하는 것이 적당해보였다.

Both sides organiser

그 외에도 꽤 다양한 수납 공간을 제공한다. 오거나이저 역시 가방의 양쪽 플랩 내부에 각각 존재하는데 한 쪽은 메모리카드, 배터리 등 작은 물건, 다른 한 쪽은 충전기, 필터 같은 덜 작은 물건을 보관하기에 적당하다. 오거나이저에는 늘어나고 방수 되는 재질의 지퍼 커버가 있어 주 수납공간의 물건들과 부딪히고 뒤섞이는 것을 막아준다. 다만 데일리백으로 사용할 때는 오거나이저에 접근하기 위해 가방 외곽의 지퍼를 한 번, 오거나이저 커버의 지퍼를 또 한 번 열어야 해서 번거로웠다.

기능

Main compartment opening

가방 뚜껑의 구조가 재미있다. 보통은 버클, 지퍼나 자석 버튼을 사용하는데 이 가방은 자석으로 된 래치를 사용한다. 자석에 걸림쇠가 결합된 구조로, 올바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걸림쇠가 여러 군데에 있어 오버패킹하더라도 뚜껑을 닫을 수 있다.

가방 양 측면에는 주 수납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지퍼가 있다. 가방을 완전히 벗어 뚜껑을 여는 대신 슬링백처럼 옆구리로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어 특히 렌즈 교환할 때 편리하다.

Shoulder strap

스트랩의 기능성은 훌륭하다. 가방의 측면 수납구를 활용하려면 어깨 스트랩의 길이를 자주 조정해야 한다. 어깨 스트랩에 각각 길이를 줄일 때와 늘릴 때 사용할 수 있는 고리들이 있어 아주 편리하다.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숨겨진 스트랩은 가방의 활용성을 크게 높여준다.

가슴 스트랩과 허리 스트랩 역시 갖추어져 있다. 둘 다 필요에 따라 탈착 가능한데 특히 사용 빈도가 잦은 가슴 스트랩은 사용하지 않을 때 어깨 스트랩에 깔끔하게 달아둘 수 있다. 덜렁거리는 스트랩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기능이다.

아쉬운 점

이 가방은 주 수납공간이 180도로 열리는 여행에 최적화된 가방은 아니다. 그럼에도 훌륭한 분리수납 구조, (특히 30L의 경우) 기내 반입기준에 거의 근접한 크기, 가슴과 허리 스트랩, 비행기 좌석 아래에 딱 들어가는 크기를 가져서 좋은 여행용 가방의 조건을 상당수 갖추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주 수납공간을 쉽고 눈에 덜 띄게 잠글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여행 목적에서의 활용성에 한계가 뚜렷한 점이 아쉽다.

가방을 닫기 전에 윗쪽 입구 부분을 잘 정리해주지 않으면 뚜껑 옆으로 삐져나오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도 완전한 생활방수를 보장할 수 없는 구조 역시 아쉽다.

고품질의 재료를 아낌 없이 투입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만큼 무게와 가격이 부담스럽다. 빈 가방의 무게도 상당해서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잘 사용하지 않은 스트랩과 디바이더는 모두 분리해서 따로 보관해야 했다. 그나마 재질과 구조에서 더 좋은 가방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기에 가격에 대한 불만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측면 수납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깨 스트랩을 자주 조정해야 하는데, 안전벨트 재질의 스트랩이 금속 재질의 버클과 마찰하며 조금씩 보풀이 일어나는 현상이 있었다. 표면의 보풀일 뿐이라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픽디자인에 문의한 결과 교환을 받을 수 있었다. 포럼을 찾아봐도 다른 유사사례는 보이지 않았고 픽디자인의 대처가 괜찮아서 만족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Strap fuzzing

결론

지금까지 경험해본 가방 중 완성도로는 한 손에 꼽히는 가방이다. 구조와 무게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더 편리한 카메라 백팩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와 정성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나는 주로 출퇴근용 데일리백으로 사용했는데 그러기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이 가방을 시작으로 이후 픽디자인의 제품을 여러 개 구입했고 또 추가로 더 구입할 예정이다. 최소 몇 달 이상의 사용기간을 채우고 나서 그들에 대한 사용기도 써보려고 한다.

NOMATIC Travel Bag 1년 사용기

Nomatic Travel Bag

들어가며

Nomatic Travel Bag킥스타터에서 구입해서 수령한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 동안 여러번의 국내외 여행이 있었고 그 중 절반이 Nomatic Travel Bag과 함께였다. 후덥지근한 타이베이의 여름부터 눈보라 휘몰아치는 홋카이도의 겨울까지. 비교적 다양한 환경에서 이 가방을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다. 이제 지금까지의 경험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장점

직접 사용해본 결과, 이 가방의 가장 큰 장점은 크기, 수납, 방수로 요약할 수 있다.

매우 적절한 크기

Nomatic Travel Bag은 조그만 보조가방을 대체하기 위한 가방이 아니다. 크기와 부피가 큰 짐을 수납하는, 바퀴 달린 캐리어 가방을 대체하는 가방이다. 때문에 많은 짐을 담을 수 있도록 충분히 커야 하며, 또 기내수하물로 반입할 수 없을만큼 너무 커서는 안 된다.

EVA 항공 기내수화물 크기 제한과 비교

Nomatic Travel Bag의 크기는 딱 그 중간 어딘가의 적당한 지점에 위치한다. 기준이 넉넉한 항공사의 제한에는 여유있게 맞다. 기준이 빡빡한 항공사의 제한에는 꾹꾹 눌러 맞추면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다. 가방이 형태가 잡혀 있으면서도 말랑말랑한 편이라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Nomatic Travel Bag을 기내수화물로 가지고 타면서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이런 절묘한 크기와 낭비되는 공간이 없는 직육면체 형태 덕에 생각보다 많은 짐을 수납할 수 있다. 사나흘 정도 일정의 짧은 여행용으로는 오히려 공간이 많이 남아서 돌아올 때 쇼핑 결과물을 가득 담아올 수 있다. 일주일을 넘어가는 겨울철 여행짐 역시 이 가방 하나로 넉넉히 쌀 수 있었다.

매우 적절한 수납

Nomatic Travel Bag의 또 다른 장점은 수납이다. 단순히 짐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가방 여기저기에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골고루 마련되어 있다.

이 가방이 가진 수납공간은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태블릿 하나와 노트북 하나를 분리수납할 공간, 전자제품을 담기 위한 플리스 안감의 공간, 물통이나 비에 젖은 우산을 넣을 수 있는 방수 공간, 신발 두 켤레를 다른 짐과 완전히 분리해서 수납할 수 있는 공간, RFID 차단 기능이 있으며 자물쇠로 따로 잠글 수 있는 공간, 외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측면의 크고 작은 수납공간까지. 그 어떤 복잡한 짐도 용도와 목적에 맞게 분리해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커다란 주 수납공간도 활용하기 쉽다. 수납과 정리가 쉽도록 뚜껑이 180도로 열리는, 여행용 가방의 가장 기본적인 미덕 역시 놓치지 않았다. 주 수납공간의 깨끗한 옷과는 분리해야 할 신발, 세탁이 필요한 의류 등은 각각 가방 하단과 상단 공간에 분리수납 할 수 있어 여행의 마지막 날까지 깨끗하게 입을 수 있다. 자잘한 액세서리들 역시 측면의 분리수납 공간을 활용하면 별도의 파우치 없이도 서로 섞이지 않게 정리할 수 있다.

매우 적절한 방수

내가 Nomatic Travel Bag을 구입하기 전에는 Incase EO Travel Backpack을 여행 가방으로 큰 불만 없이 수 년 동안 잘 썼었다. 그럼에도 여행 가방을 바꾸기로 결심한 이유는 우기의 페루에서 소나기를 맞으며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숙소로 왔더니 가방 안에서 물이 찰랑이던 끔찍한 경험 때문이다.

레인커버를 별도로 구입해도 되지만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데 레인커버를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씌우고 벗기는 것이 번거롭다. 레인커버를 씌운 상태에서는 가방에 물건을 넣고 빼기 어려운 것 역시 불편하다.

Nomatic Travel Bag은 타프용 방수원단인 타폴린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자연스레 생활방수가 된다. 보통 방수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지퍼인데, Nomatic Travel Bag의 모든 외부 지퍼는 방수 커버가 덮여있다. 이 정도면 가방 자체가 물에 잠기지 않는 이상 여행 중 만나는 어지간한 비는 버틸 수 있다.

소나기를 맞은 후

실제로 대만에서 소나기를 만났을 때나 홋카이도에서 눈보라를 맞았을 때 모두 가방 겉면에는 물이 송글송글 맺혀있었지만 안의 내용물은 전혀 젖지 않았다. 가방 겉면도 물이 스며들지 않아 그냥 툭툭 털어내는 것으로 충분했다.

겉면 뿐만 아니라 가방 윗쪽의 큼직한 수납공간 중에도 방수가 되는 곳이 있다. 찬물을 담으면 겉에 물방울이 맺히는 물통, 비에 젖은 우산이나 윈드브레이커 재킷 등을 넣어도 다른 수납공간을 적시지 않아 활용하기 좋았다.

그 외의 적절함

이만한 크기의 가방치고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모양새를 가졌다. 좋게 말하면 미니멀리즘, 나쁘게 말하면 투박하게 생겼다. 물론 크기가 크기인지라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도 거리에서 소음을 내며 다니는 알록달록한 캐리어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국내보다 치안 사정이 나쁜 해외에서는 남들 눈에 띄어 좋을 게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눈에 띌 여지가 적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가방 상하에 달려있는 손잡이, 캐리어 가방 손잡이에 결합할 수 있는 부분, 소매치기가 어렵도록 착용자의 등 쪽으로 난 (대부분의) 수납공간 입구, 태블릿 수납공간 벨크로 결합부의 케이블 연결용 구멍, RFID 차단 공간 등 여행용 가방으로서의 자잘한 디테일 역시 나쁘지 않았다.

구입시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 같이 받을 수 있는 액세서리도 대체로 괜찮았다. 나는 허리스트랩, 빨래바구니, 진공백을 골랐다. 세면도구백은 투명하지 않아 기내 액체류 반입 규정에 어긋나고 셔츠 정리도구는 더 저렴한 대체제가 많기 때문이다.

허리스트랩은 가방의 무게가 무거울 때 가슴스트랩과 같이 사용하면 중량을 분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양쪽 스트랩에 모두 지퍼로 된 수납공간이 있는 것도 좋다. 다만 모양새가 예쁘지는 않고 탈착은 연습이 좀 필요하다. 나는 짐을 최대한 작고 가볍게 싸는 편이라 가슴스트랩만으로 충분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접어서 가방 내에 수납 가능한 빨래바구니

빨래바구니는 가방 하단의 신발 수납공간에 있는 고무 스트랩에 결합해서 휴대할 수 있다. 숙소에 도착하면 풀어서 사진처럼 문고리에 걸어주고 세탁해야 할 옷이 생길 때마다 바구니 안에 던져넣으면 된다. 코인세탁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바구니 째로 들고 가서 세탁하면 되고, 숙소 간을 이동할 때는 쌓인 빨래를 밑의 진공백에 옮겨담으면 편리했다.

진공백은 안에 옷을 넣고 뚜껑을 닫은 뒤 누르면 공기를 빼내서 부피를 줄여준다. 나는 여행갈 때 챙겨가는 옷이 적은 편이라 짐을 쌀 때는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빨래바구니에 쌓인 옷을 여기에 넣고 압축하면 부피가 줄어들고 수분이나 냄새를 새 옷으로부터 차단할 수 있어 유용했다.

단점

Nomatic Travel Bag의 가장 큰 단점은 무게다. 가방 외곽이 튼튼하지만 무거운 타폴린 소재로 되었기 때문인데 텅 빈 가방 무게가 이미 1.8 kg에 달한다. 어지간한 나일론 백팩 두 개 무게다. 어깨 스트랩의 패딩은 가방의 무게와 크기에 비해 불충분하다. 등판에는 패딩이 아예 없다. 때문에 짐이 많고 무거울 때는 가슴스트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처음 Nomatic Travel Bag이 킥스타터에서 캠페인을 시작할 때 내세웠던 기능 중 하나는 ‘Innovative strap system’으로, 하나의 스트랩으로 백팩과 더플백 기능을 동시에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가방은 더플백으로 쓰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차라리 가방 위에 달린 두툼한 손잡이를 잡는 쪽이 더 편하다. 쓰지도 않는 더플백 기능 때문에 남는 스트랩이 거추장스럽다.

외부 지퍼에 별도의 고리가 없어 자물쇠로 잠글 수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시각에 따라 단점일 수 있기에 여기에 쓰긴 하지만 나는 별 달리 단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외부 지퍼를 자물쇠로 잠그고 다니는 건 ‘이 안에 귀중품이 있어요!’라고 소리치고 다니는 것과 다름 없다. 도둑 입장에서는 지퍼 옆을 면도칼로 째버리면 그만이다. 내가 보기에는 눈에 띄는 곳에 자물쇠를 채우기보다는 귀중품을 최대한 가방 안팎, 몸 여기저기, 숙소 안전금고 등에 분산하는 쪽이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결론

겨울 홋카이도 7박 8일 여행짐

내가 7박 8일 일정으로 한겨울 홋카이도로 여행갈 때 쌌던 짐이다. 다른 물건들은 별도의 파우치 없이 가방 상하좌우에 다 분리수납했고 주 수납공간에는 옷가지와 투명 지퍼백에 담긴 세면도구 뿐이었다. 그러고도 가방 안에는 저만큼의 공간이 남아서, 겨울 재킷 안에 레이어드해서 입고 있던 플리스 재킷을 벗어서 넣거나 현지에서 산 물건을 넣어오는 용도로 활용했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며 Nomatic Travel Bag과 얇은 보조가방 하나면 가방에 대해서만큼은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공항이나 숙소를 오갈 때는 Nomatic Travel Bag에 모든 짐을 넣어다니고, 숙소에 짐을 놓고 가볍게 움직일 때는 보조가방에 꼭 필요한 물건만 넣어 사용하는 식이다.

공항에 갈 때는 내용물(특히 액체류)를 기내 반입 기준에 맞춰주면 이 가방을 기내수하물로 들고 탈 수 있다. 도착하면 위탁수하물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수속 밟고 공항에서 나갈 수 있다. 대중교통에서도 캐리어 가방처럼 별도의 짐칸에 넣지 않고 손 뻗으면 닿는 곳에 둘 수 있으니 편하다.

그렇게 짐에 낭비되던 시간을 대신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사용하라는 것. 이것이 가방에 동봉되어 온 택에 적힌 이 가방의 제작 의도였다. 정확히 이런 의도로 사용하는데 최적화된 가방이고, 이런 목적으로 사용할 때 이 이상 유용한 가방을 나는 아직 찾지 못 했다.

아이폰 6s 노혼 배터리 자가 교체 후기

Update (19/02/03)
이 글을 쓴지 1년 후, 다시 한 번 노혼 배터리로 자가 교체를 진행했습니다.
노혼 배터리 관련된 유입 키워드가 많아, 배터리 교체시 요령에 대해서도 별도 정리했습니다.

교체의 배경

아이폰 6s를 구입한지 이제 2년이 되었다. 그 사이 큰 문제 없이 잘 썼던 아이폰이지만, 언젠가부터 속도가 크게 느려지고 배터리도 너무 빨리 방전된다고 느껴졌다.

그 사이 배터리 게이트가 터졌고, 애플에서는 남은 리퍼기간에 상관 없이 아이폰 6s의 배터리를 할인된 가격으로 교체해주는 기간 한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대상이 아니었다. MMCX 케이블과의 매칭 문제 때문에 사설 센터에서 액정을 열었다 닫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되면 아이폰 6s를 좀 더 오래 쓰고 잘못되면 아이폰 8을 사자는 생각에 알리익스프레스에 노혼 배터리를 주문했다. 사실 배터리 도착한지는 꽤 됐는데, 귀찮음에 계속 미루고 미루다 결국 교체 작업을 하게 됐다.

교체 전

교체 전에 배터리 상태다. iOS 11.3 Beta 2부터 위와 같이 배터리 성능 상태를 보여주는 메뉴가 새로 생겼다. 내 아이폰 6s는 주변 온도에 따라 성능 최대치 80~81% 사이를 오갔다. 밑에 설명된 것처럼, 배터리 성능에 문제가 있어 아이폰의 전원이 꺼진 적이 있었다. 때문에 클럭 제한이 걸려있었고, 이를 수동으로 비활성화해둔 상태다.

교체 작업

배터리 교체 과정은 이미 많은 곳에 소개되어 있으니 굳이 내가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국내보다는 해외 쪽이 자료의 양도 많고 설명도 훨씬 자세하게 잘 되어 있었다. iFixit의 설명만으로도 별 문제 없이 교체할 수 있었다.

예전에 카메라 모듈 제조사에 근무하며 많은 스마트폰을 뜯고 조립해본 경험이 도움이 됐다. 아이폰은 처음이었고 배터리 양면테이프가 중간에 끊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약 25분 정도 걸려 교체를 마쳤다. 노혼 배터리팩 안에 포함된 공구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나는 전동드라이버가 편해서 샤오미 Wowstick을 대신 사용했다.

iFixit에 있는 내용 외에 도움이 될만한 팁은 이렇다.

  • 분해 전에 아이폰을 핫팩 위에 잠시 올려두면 액정과 배터리 분리가 쉬워진다.
  • 액정을 분리하는 쪽이 배터리 탈착할 때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서 쉽다.
  • 배터리 양면테이프 분해할 때는 손으로 당기든 드라이버에 감아서 당기든 최대한 힘을 적게 주며 천천히 당겨야 한다.
  • 혹시 양면테이프가 중간에 끊어지면, 금속 스페츌러를 구부려서 본체와 배터리 사이에 천천히 집어넣고 들어내야 한다. 배터리가 조금씩 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휘지 않도록 해야 발화를 막을 수 있다.
  • 전자기기는 정전기에 약하므로 가능하면 금속 공구 대신 플라스틱이나 나무 재질을 사용하고, 작업 전 접지된 금속면(접지 전원선으로 연결된 컴퓨터 본체 등)을 만져서 손의 정전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교체 후

배터리 교체 후, 똑같은 화면에서 확인한 배터리 성능 최대치는 100%를 꽉 채웠다. 순정 배터리보다 노혼 배터리의 용량이 더 크므로 배터리가 불량이 아닌 이상 100%로 나와야 정상이다.

그 아래에는 배터리가 정상적인 최고 성능을 지원하고 있다고 나온다. 실제로 Geekbench 4로 확인한 결과도 그랬다.

일주일 전에 벤치마크를 돌렸던 결과와 비교해보면 두 배 이상의 점수 차이가 난다.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아 성능 제한이 강하게 걸려있었으므로 체감 성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제서야 정상적인 성능으로 돌아온 셈이다.

배터리 점수도 두 배 좋아졌다. 세부 결과의 방전율로 계산해보면 멀티코어 전부하시 교체 전에는 완충에서 완방까지 1시간 걸렸는데, 교체 후에는 3시간 걸리는 걸로 나온다. 실제 사용시간은 세 배 늘었다고 봐도 좋겠다.

결론

내 아이폰처럼 자가수리 또는 사설센터 수리이력이 있어서 공인센터에서 수리를 받지 못 하는 기기가 아닌 이상, 배터리 교체는 꼭 받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왕이면 공인센터에서 정품 배터리로 교체하는 쪽이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구제 받을 여지를 남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혼 배터리 자가교체를 고려해볼만 하다. 조심히 작업한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정 자신이 없으면 배터리만 구입해서 사설 센터에 가서 교체를 받을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공인 센터보다 적은 비용으로 다시 새 것 같아진 아이폰을 손에 쥘 수 있으니 투자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G-SHOCK MRG-G1000B 1년 사용기

CASIO G-SHOCK MRG-G1000B

구입의 계기

G-SHOCK이라는 브랜드에는 왜인지 호감이 간다. 방수, 내충격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기능을 충실히 지원해주는 점이 좋다. 일본 브랜드 특유의 견실함이랄까,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G-GHOCK의 빅페이스 모델군에 해당하는 GA-120 모델을 데일리 와치로서 수 년 간 아주 만족하며 사용했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도 이제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의 연차가 쌓이며, 복장도 비즈니스 캐주얼에 가까운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다시 말해, 나에게도 오토바이의 디스크 브레이크를 형상화한 GA-120 모델이 잘 어울리지 않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드레스 와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조금은 더 포멀하면서도 쿼츠 시계의 편리함, G-SHOCK의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시계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완벽히 충족해주는 대안이 바로 MR-G 시리즈였다. 액정 없이 바늘과 문자판으로만 이루어진 얼굴을 하고 티타늄 브레이슬릿의 옷을 입었지만 G-SHOCK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여전히 강력한 내구성과 기능을 가졌다.

그렇게 나는 많은 고민과 단호한 결심 끝에 MRG-G1000B(이하 MR-G) 모델을 구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마도 1년 좀 넘는 기간 동안 데일리 와치로서 꾸준히 착용해왔다. 사양을 나열하거나 사진 리뷰 등은 이미 넘치도록 많으니, 그보다는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 위주로 써보려고 한다.

외관

MR-G는 절대 작거나 얇거나 가볍지 않은 시계다. 처음에는 MR-G가 아닌 한 등급 아래의 MT-G를 구입하려다 단념한 이유가 58.6 x 53.5 x 15.5mm, 188g에 달하는 크기와 무게다. 손목이 얇은 편인데 MT-G를 올려놓으니 이건 시계가 아니라 암살용 둔기를 찬 것 같았다.

MR-G 역시 54.7 x 49.8 x 16.9mm, 153g로 MT-G보다 조금 더 작고 가벼울 뿐이다. 다행히 손목에 착용할 때는 작은 차이도 시각적이든 촉각적이든 크게 체감된다.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둔기로 보이는 건 겨우 면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구입 전에 반드시 매장에서 직접 착용을 해봐야 한다.

MR-G의 소재는 티타늄 합금 위에 DLC 처리를 해서 아주 높은 표면경도를 가진다고 광고한다. 구입 전에는 말 그대로 금강불괴 수준의 내구성을 가진 줄 알았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에 비해 흠집에 대한 저항이 아주 높은 것은 사실이다. 꽤나 험하게 다루었음에도 여전히 표면에서 흠집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오히려 처음 구입하고 놀랐던 건 유리였다. 반사방지 처리된 사파이어 글라스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일부러 광원을 반사시키려고 하지 않는 이상 마치 유리가 없는 것처럼 문자판이 또렷이 보인다. 흠집에도 강해서, 역시 험하게 다루었음에도 아직 눈에 띄는 흠집이 없다.

브레이슬릿은 여러 열로 구성된 아주 포멀한 형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꽤나 부드럽게 손목을 감싸준다. 형상 대비 착용감은 나쁘지 않다. 버클을 닫은 후 측면의 버튼을 눌러도 열리지 않도록 잠글 수 있는 기능은 좋다. 하지만 미세조정이 되지 않아 길이를 조절하려면 마디를 끊어내는 수 밖에 없다. 브랜드 내 위상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기능

사실 외관도 외관이지만, 내가 MR-G를 데일리 와치로 낙점한 가장 큰 이유는 그 기능이었다. MR-G보다 더 나은 외관을 가진 시계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만한 외장에 이만한 기능을 모두 담은 시계는 적어도 당시의 나로서는 MR-G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MR-G의 가장 중요하고도 큰 장점은 바로 ‘귀찮지 않다’는 점이다. 매일 자동으로 전파시계 또는 GPS 신호를 수신해서 시간 오차를 알아서 보정해준다. 시간 맞추는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이 항상 초 단위로 정확하다. 햇빛 아래에 있으면 알아서 태양광 충전을 해서 배터리를 채운다. 충전, 건전지 교체, 와인더 등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시계는 계속 간다.

다시 말해 퇴근 후 집에 와서 시계를 창가에 두기만 하면 알아서 정확한 시간을 맞추고 해가 뜨면 충전까지 한다. 지금까지 MR-G를 쓰면서 시간이 1초 이상 틀리거나 시계가 멈추는 경험을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 시계에 대해 가장 만족하는 점이다.

해외에 나가서도 편하다. GPS 신호를 수동으로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위치 정보를 같이 받으면 지역에 맞는 시차와 DST가 알아서 적용된다. 몇 안 되는 월드타임 예시 도시 중 맞는 것을 찾기 위해 열심히 바늘을 돌릴 필요가 없다.

물론 일본 쿼츠시계 중 알아서 시간을 맞추고 알아서 충전하는 시계는 MR-G 말고도 많다. 하지만 MR-G는 G-SHOCK의 미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나는 이 시계를 꽤 험하게 썼다. 수없이 물에 담궈지고 던져지고 부딪히고, 직업 특성상 강한 전자파에도 매일 같이 노출된다. 그럼에도 아직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 외에는 모두 부차적인 것들이다. 나는 12시간제보다 24시간제를 선호하는데 보조다이얼 중 24시간제로 시간을 표시해주는 것이 있다. 월드타임, 스톱워치, 타이머, 알람처럼 어지간한 G-SHOCK 시계가 담고 있는 기능들은 MR-G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야광 페인트는 꽤나 밝고 오래 가며, 내장된 LED는 눈부실 정도로 밝아서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읽는데 불편함이 없다.

단점

물론 단점도 있다.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가장 기대를 했으나 마찬가지로 가장 실망을 한 건 GPS였다. 생각보다 감도가 약하고 동기화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외로 나갔을 때 비행기에서 내려 브릿지를 지나 공항을 완전히 나가기 전까지, 지붕이 있는 환경에서의 GPS 수신은 거의 실패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GPS 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시차를 보정하는 편함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내에서 수동으로 용두를 돌려 월드타임을 조정해서 맞추는 쪽이 훨씬 빠르고 편하다.

액정 없이 아날로그식 바늘로만 이루어져서 생기는 단점도 있다. 바늘이 보조 문자판을 가리는 경우, 바늘을 치울 수 있는 기능이 없다. G-SHOCK의 다른 제품군 중에는 이미 적용된 기능인데 무브먼트가 달라 적용이 안 되는 모양이다. 월드타임 등 보조기능을 설정할 때 용두로 바늘을 돌려야 하는데, 이게 디지털 액정에 뜨는 숫자를 버튼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굼뜬 것이 사실이다.

앞에서도 썼지만, 나는 티타늄 합금에 DLC까지 적용했으니 시계의 표면은 금강불괴인줄 알았다. 하지만, 날 흠집은 결국 난다. 단지 상대적으로 잘 버텨줄 뿐이다. 문제는, 다른 스테인리스 스틸 시계는 폴리싱해버리면 그만이지만 MR-G, 특히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DLC가 적용된 MRG-G1000B는 폴리싱이 안 될 것 같다. 그냥 쓰는 수 밖에.

결론

나는 아직 MRG-G1000B 정도로 내 요구에 잘 부응하는 시계를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옥스포드 셔츠를 기본으로 하는 내 평소 복장에 잘 어울리는 외관, 귀찮음 없이도 정확하고 멈추지 않으며 내게 필요한 정보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기능성, 막 굴려도 튼튼한 신뢰성까지.

물론 사소한 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백 만원 짜리 가격표가 CASIO, G-SHOCK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아, 얘를 대체할만한 시계를 본 적이 딱 한 번 있긴 하다. 이태원 G-SHOCK 플래그십 스토어 세미나에서 후속작인 MRG-G2000B를 봤을 때. 하지만 아직은 내 손때 묻은 MRG-G1000B가 더 좋다.)

Rideye 자전거 블랙박스 2주 사용기

장점

긴 사용시간 (~10시간, 사용 중 충전 가능)
루프레코딩
사용자 지정 또는 충돌감지시 해당 영상 덮어쓰기 보호
고프로 마운트 체결 가능 (별매)
뒤집어 장착시 영상 자동 상하반전

단점

의문이 드는 내구성과 사후지원
손떨방 부재
번거로운 설정 방법
부실한 USB 단자
진동에 취약한 순정마운트

사용기

지금까지 자전거 타면서 자잘하게 자빠링한 적은 있어도 큰 사고를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참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한강이나 서울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겪으며 만약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인리히의 법칙에서도 큰 사고 이전에는 반드시 작은 사고 내지는 징후가 보인다고 하지 않은가. 바로 그 징후가 보이는 것 같아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장착하기로 했다.

막상 장착하려고 하니 마음에 드는 물건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괜찮아보였던 Fly12는 전조등과 일체형이라는 점이 오히려 중복투자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프로나 소니액션캠은 화질과 기능이 좋지만 배터리 사용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게 후보를 하나하나 제외해나가다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제품이 라이드아이였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본체(8GB)를 USD 99.99, 고프로 어댑터를 USD 9.99, 배송비 USD 17.14를 지불했고, USPS First Class로 열흘 정도 걸려서 한국에서 받았다. 수령 후 후판을 열고 내장된 8GB MicroSD 카드를 별도로 주문한 32GB 제품으로 변경했다. (뜯은 흔적이 남아서 워런티는 안녕…)

써보니 자전거용 블랙박스라는 그 자체에만 집중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170도 화각에 FHD(1080p) 화질로 10시간까지 녹화 가능하고, 제품 설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직접 해보니 녹화 중 충전도 된다. 영상은 5분 단위로 끊어서 저장되며, 용량이 다 차면 오래된 영상을 자동으로 덮어쓴다. 다만 사용자가 지정하거나 충돌감지시 과거 5분, 현재 5분, 미래 5분까지 총 15분 분량의 영상을 덮어쓰기에서 보호하여 보존한다.

반면 필수적이지 않다 싶은 기능은 찾아볼 수가 없다. 손떨방이나 GPS 같은 부가기능이 없는데다 영상 한가운데에 현재 날짜와 시각이 자동으로 박혀들어가기에 영상제작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뭔가 좀 아쉬운 결과물을 내어준다. 스마트폰 연결은 당연히 지원하지 않으며 설정을 변경하려면 직접 텍스트 파일을 수정하여 내장메모리에 저장해주어야 한다.

블랙박스로서의 기능 자체는 아주 훌륭하게 동작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3초 정도의 딜레이(배터리 잔량 표시) 후 바로 녹화를 시작하고, 동작 중 버튼을 누르면 해당 영상 5분(+ 이전/이후 각 5분)을 보존해준다. 지난주에 자전거를 세워놨다 넘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해당 영상 5분(+ 이전 5분, 이후 5분)이 자동으로 보존되어 있었다.

DR이 좁고 화면은 약간 푸른톤을 띄는데다 선예도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화각이 넓고 현재 시각을 아예 영상에 박아버리니 사고 발생시 상황판단용으로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정도의 영상을 뽑아준다. 때문에 아예 블랙박스로만 사용을 하니 손떨방이 없고 설정이 불편한 점은 그리 큰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손떨방이야 있으면 좋겠지만 필수적인 건 아니고 설정은 처음 초기설정 한 번만 해 두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만질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 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고프로 마운트): https://youtu.be/3T_H_Bz_wxM
– 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순정 마운트): https://youtu.be/BHWAlXgUGjo
– 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샛강구간, 고프로 마운트): https://youtu.be/UGbZZpa3i-s

오히려 내구성이 그리 좋지 않아보여서 오래 쓸 수 있을지를 잘 모르겠다. iFixit에 Rideye 분해기가 올라와있는데, 내부를 고정하는 부품이 나사 몇 개와 본드 밖에 없다. 좀 더 제대로 된 실링 같은 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나마 최근 가슴 높이에서 돌바닥에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외장이 좀 긁힌 것 말고는 멀쩡하게 동작하기는 한다.

이 제품의 유일한 외부단자인 USB단자도 좀 아쉽다. 고무실링으로 열고 닫는 흔한 방식인데, 이게 조금만 세게 당기면 제품에서 아예 빠져버린다. 단자를 닫을 때도 아주 신경써서 끼우지않으면 깔끔하게 닫히질 않는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으면 기댈 곳은 제조사 뿐인데 이마저도 의문스럽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제가 생겨서 연락을 했는데 제대로 된 응대를 받지 못했다는 평이 넘쳐난다. 마지막 펌웨어 업데이트가 2015년 1월이었으니 벌써 2년 반 넘게 업데이트가 없었던 셈이다. 신제품 소식은 없으면서 공식 홈페이지에서조차 예전보다 가격을 반값까지 후려쳐서 팔고 있는 걸 보면 조만간 손털고 나갈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마운트에 대해서도 적어야 하겠는데, 핸들바의 고무밴드의 장력으로 고정하는 순정마운트로는 진동 방지가 제대로 안 된다. 그나마 별매인 고프로 어댑터를 사서 고프로 마운트에 장착하면 진동은 훨씬 덜해진다. 다만 고프로 마운트는 탈착이 번거로워 충전하기가 귀찮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진동 방지와 탈착 용이를 모두 만족하는 방법이 없을지는 아직도 찾는 중이다.

결론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은 제품이다. 배터리, 충돌감지센서 같은 자전거용 블랙박스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대로 갖춘 경쟁자가 거의 없어 선택의 여지가 매우 좁은 덕에 선전한 제품이 아닌가 싶다. 당장은 잘 쓰고 있지만, 언제라도 10만원 짜리 블랙박스가 일회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제품의 사양이나 기능과는 별개로,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달게 되니 나 스스로부터가 도로교통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더욱 조심해서 방어운전을 하게 된다. 핸들바 위에 카메라 같은 게 보이니 자동차 운전자의 위협운전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블랙박스는 사고났을 때 상황판단을 위한 제품이지만 어쨌든 사고는 안 나는 게 좋으니만큼 사고를 예방하는데에도 블랙박스의 존재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양
  • 포맷: 영상 FHD 1080p 30fps H.264, 음성 512kbps PCM
  • 광학계: 6매 유리렌즈, 화각 170도
  • 저장용량: 1.25시간(8GB), 6시간(32GB)
  • 배터리: ~10시간
  • 크기: 98(L)×31(W)×40(H) mm
  • 무게: 185g
사용법

전원 On: 꺼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짧게 누르면 배터리 상태 표시 후 자동 녹화시작
– 배터리 상태: 청색 LED 4번 깜빡임 75-100%, 3번 50-75%, 2번 25-50%, 1번 0-25%
– 녹화 중: 적색 LED 1초에 1번 깜빡임

영상보존: 넘어짐 감지시 자동보존, 버튼 짧게 누르면 수동 보존
– 보존시: 적색 LED 빠르게 10번 깜빡임
– 보존범위: 현재 5분, 이전 5분, 이후 5분 (총 15분)
– 파일이름: 비보존시 숫자로 시작, 자동보존시 ‘G’로 시작, 수동보존시 ‘P’로 시작

전원 Off: 3초 이상 버튼 길게 눌렀다 뗌

PC 연결시: USB케이블 연결 후 전원 On

제품 설정
* 설정 내용 입력시 영문은 모두 소문자로 입력
– 제품 초기화: 외부저장소 연결 후 ‘FORMAT’ 폴더의 FORMAT.TXT 내용을 ‘no’에서 ‘yes’로 변경 후 재시작
– 화질 설정: ‘FORMAT’ 폴더의 RESO.TXT의 내용을 1080p 또는 720p 또는 480p로 입력
– 시간 설정: 외부저장소 연결 후 ‘FORMAT’ 폴더의 TIME.TXT의 내용을 YYYYMMDDHHMMSS (시간은 24시간제) 양식으로 입력 후 재시작하면 전원이 다시 켜진 시점에 TIME.TXT의 내용을 읽어와서 시간 설정됨
* 2017년 9월 16일 14시 25분 2초: 20170916142502
* TIME.TXT 안 보일 경우 USB케이블 꽂힌 상태에서 제품 초기화 시행
– 펌웨어 업데이트: 외부저장소 최상위 폴더에 펌웨어 파일을 넣고 USB케이블 꽂힌 상태에서 제품 초기화하면 황색 LED 깜빡이며 펌웨어 업데이트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