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리 엔듀로 매트 블랙 아시아핏 (Oakley Enduro Matt Black Asia Fit) 사용기

강한 가시광선과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려면 선글라스가 꼭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 서부나 호주 등에 비하면 햇빛이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선글라스를 쓴 날과 쓰지 않은 날은 눈에서 느끼는 피로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이 다가오니만큼 선글라스의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선글라스를 잘 쓰지 않는 편이다. 약간의 시력교정과 자외선차단을 겸해 안경을 주로 쓰는 편이고, 빛이 강한 날이라 꼭 무언가를 써야 한다면 스포츠글라스를 쓰는 편이다. 일반적인 선글라스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선글라스와 얼굴 사이의 틈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빛을 거의 막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스포츠글라스 회사에서 나오는 일상용 선글라스 중에는 스포츠글라스처럼 곡률이 들어간 프레임이 여럿 있다. 루디프로젝트의 스핀호크, 오클리의 프로그스킨, 홀브룩 같은 프레임이 그렇다. 이들은 일상용으로 착용하기에도 괜찮은 디자인, 가벼운 무게에 적당한 곡률이 있어 선글라스와 얼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많이 막아준다.

그런 종류의 선글라스 중 오클리의 엔듀로 아시아핏 모델을 구입했다. 개인적으로는 오클리보다 루디프로젝트 제품을 선호하는데 두 회사의 주요 모델 중 착용했을 때 내 얼굴에 찰싹 달라붙듯이 편했던 모델이 엔듀로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구입했을 때는 광투과율 14%에 해당하는 Violet Iridium 렌즈가 장착되어 있었다. 나는 되도록 튀지 않게 착용하고 싶었고 또 도수를 넣고 싶어 해당 렌즈를 제거하고 대신 도수렌즈(케미 트렌디 1.6)를 집어넣었다.

루디프로젝트나 오클리 제품 구입을 망설였던 이유는 제품 단가의 상당 부분이 프레임 뿐만 아니라 렌즈값이기 때문이다. 도수를 넣게 되면 원래 들어있던 렌즈는 사용을 하지 않게 되는데 돈낭비 같아 꺼려졌다. 근데 여러 선글라스 프레임을 착용해봤지만 내 얼굴에 잘 맞는 제품이 이 모델 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적어 어쩔 수 없었다.

EnduroEnduro

몇 주 착용해본 바로는 역시 아이웨어는 내 얼굴형에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시착해봤을 때 어디 눌리는 곳 없이 얼굴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었는데 그만큼 오래 쓰고 있어도 편하다. 구입의도대로 프레임과 얼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도 거의 차단이 된다. 직사광선 아래에서 거울을 보면 햇빛이 눈꺼풀 위까지는 겨우 새어들어오지만 눈동자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자인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레트로하고 빈티지한 디자인인데, 각지기보다는 둥근 형태에 가깝고 템플을 포함한 프레임이 대체로 얇은 편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루디프로젝트의 좀 더 각진 제품이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착용해보니 관자놀이를 조여서 선택할 수 없었다. 아시아핏이니만큼 코받침이 꽤 큼직하다. 나는 웃을 때 광대에 아슬아슬하게 닿을듯 말듯할 정도였는데 이 역시 광대에 자주 닿으면 불편하니 구입 전에 실제로 착용해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도수렌즈는 시간과 견적만 충분하다면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야외활동용으로는 10% 후반 정도의 광투과율이면 가장 적당한 것 같다. 여기서 더 진해지면 오히려 활동하기가 불편했다. 등산처럼 그늘을 지날 때가 많다면 좀 더 빛을 많이 투과하는 20%대의 제품이 좋겠다.

오클리도 여느 수입 선글라스들처럼 해외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보니 직구를 검토했지만 실제 착용을 해본 곳에서 구입을 했다보니 가격은 정가에서 크게 할인받지 못하고 구입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제대로 된 하드케이스 하나 제공하지 않는 구성품의 부족함은 아쉽다.

그래도 지금까지 착용해본 그 어떤 선글라스보다도 착용감이 편하고 어느 각도에서 들어오는 햇빛도 잘 차단해준다. 앞으로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Rudy Project Magster ImpactX2 Performance Kit 및 도수클립 사용기

Full Package

0. 개요

Frame: Rudy Project Magster Matt Black

Lens: ImpactX2 Photochromic Clear-to-Black (Light Transmission 9-74%, 이하 변색블랙)
ImpactX2 Photochromic Clear-to-Red HDR (Light Transmission 17-76%, 이하 변색레드)
ImpactX Photopolarized Grey (Light Transmission 12-30%, 이하 편광변색)
Rp Optics Laser Black (Light Transmission 9%, 이하 레이저블랙)

Accessories: Rimless RX Adaptor
Tech Protector Case w/Lenses

1. 장점

– 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넓으며 실내에서도 반응하는 변색
– 한계 이상의 충격을 받더라도 폴리카보네이트처럼 날카롭게 깨지지 않는 렌즈 재질
– 탈부착이 편한 도수클립
– 피팅이 자유로운 노즈패드와 템플
– 교환용 렌즈 수납이 편한 케이스

2. 단점

– 폴리카보네이트 대비 약한 표면경도
– ImpactX2 Clear-to-Black 렌즈 변색시 시야가 푸른빛이 돔
– 해외 대비 비싼 국내 유통가
– 좌우가 좁고 앞뒤가 긴 서양인의 두상에 최적화
– 자전거 다운힐용으로는 부족한 방풍 성능

3. 구입

자전거를 타면서 처음 변색 고글의 편리함에 눈을 뜬 건 티포시 제품이었다. 몇 년 동안 잘 썼었는데 언제부턴가 렌즈 가장자리부터 코팅(또는 필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꾼게 루디프로젝트 노이즈였고, 트랠릭스의 실패를 거쳐 매그스터로 안착했다.

루디 프로젝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클리 등 대부분의 수입 스포츠 고글의 국내 판매가는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초기불량 이후의 A/S가 잘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애초에 거친 환경과 충격에도 버텨내도록 만든 것이 제대로 된 스포츠글라스이기도 하고, 막상 사용해보니 A/S를 받을 일도 잘 없을 것 같아 국내에서 구입하는 대신 해외구매를 선택했다.

마침 구입을 결정한 시기가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즈음이었고 미국에 몇 주간 머무를 일이 있어 현지 쇼핑몰에서 특가상품으로 나온 것을 구입했다. 원래는 매그스터가 아니라 라이돈을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매그스터가 수십 달러 이상 싸게 나왔고 매트 블랙 색상은 라이돈보다 매그스터가 더 예뻐보여 매그스터를 골랐다.

Case openedCase closedCase

 

내가 구입한 제품은 ImpactX2 Performance Kit라고 해서, 프레임 1벌과 렌즈 4벌을 함께 수납 가능한 하드케이스에 Magster Matt Black 프레임, 렌즈 3벌(편광블랙, 편광레드, 레이저블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편광변색렌즈 1벌, 프레임 1개과 렌즈 2벌을 수납가능한 하드케이스, 무테 도수클립을 따로 구입했다. Performance Kit 자체도 할인 중이었는데 렌즈나 액세서리를 추가로 구입하면 정가 대비 50~70%나 할인해주어 무척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모두 다 해서 200달러 중반대(소비세 면세)였는데 국내 가격의 1/3~1/4 정도에 불과한 가격이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서 단골 안경원에 도수클립 작업을 맡겼다. 스포츠고글 특유의 큰 커브에도 불구하고 도수가 높지 않아(SPH -0.5D, CYL -1.5D) 다행히 여벌 구면렌즈에 작업이 가능했고 금방 받아볼 수 있었다. (사실 안경원에서는 자이스 인디비주얼 렌즈를 권했으나 도수클립을 처음 써보는 입장에서 큰 돈 들이기 꺼려져 케미 하이커브렌즈로 작업을 요청했다.)

4. 프레임

루디 프로젝트의 프레임은 다른 제조사처럼 아시안핏이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모델의 노즈패드와 템플이 유연하게 움직여서 어지간한 얼굴에는 모두 피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수입사의 설명이다. 다만 일부 맞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맞는 부분은, 어지간히 낮은 코와 비대칭인 귀높이에도 피팅을 할 수 있다. 노즈패드와 템플 모두 겉은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실리콘 소재이고, 내부에는 어렵잖게 휘면서도 힘을 주지 않으면 그대로 고정되는 금속 심이 들어있어, 코받침 자체를 바꾸거나 가공해야 하는 타사 제품 대비 피팅이 정말 쉽다.

다만 프레임 자체가 좌우 폭이 좁은 제품이 많아서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착용을 해봐야 한다. 아무래도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대체로 얼굴 좌우가 넓다보니, 프레임을 잘못 고르면 관자놀이에 압박을 심하게 느낄 수 있다. 이건 프레임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피팅이 불가능하므로 구입하기 전에 확실히 여유가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Magster Sunglasses

다른 루디 프로젝트 제품 대비 매그스터 프레임만의 특징은 브릿지 중앙의 루디 프로젝트 로고에 보이지 않게 벤트 홀(Ventilation Hole)이 뚫려있어 고글 내부의 습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준다고 한다. 다만 실제 사용시에는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자전거 탈 때든 러닝을 할 때든 고글에 김이 서리는 건 기존에 쓰던 고글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오클리 죠브레이커(Oakley Jawbreaker)나 루디프로젝트 트랠릭스(Tralyx) 같이 방풍에 최적화된 제품에 비하면 방풍이 약하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시속 30km를 넘기지 않고 라이딩하는데도 눈에 바람이 어느정도는 닿는걸 느낄 수 있었다. 고속 라이딩이나 다운힐을 즐기는 로드 라이더라면 제품 구입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5. 렌즈

Magster lenses

렌즈가 많으니 용도에 따라 렌즈를 골라서 장착하는 재미가 있다. 자전거 탈 때는 변색범위가 넓은 변색블랙, 러닝하러 나갈 때는 투명도가 높고 대비(Contrast)를 높여주는 변색레드, 일상이나 여행용으로는 편광블랙, 햇빛이나 반사광이 강할 때는 레이저블랙을 사용하고 있다.

Rudy Project Photochromic lenses

변색블랙 렌즈는 아웃도어 스포츠, 특히 자전거 라이딩용으로 가장 무난하다. 변색범위가 넓어(9-74%) 낮에는 햇빛을 충분히 차단해주고 밤에도 가로등이나 경관조명이 있는 환경이라면 야간라이딩에도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 투명해진다. 다만 블랙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변색이 됐을 때나 되지 않았을 때나 약간 푸른 빛을 띄며 착용시 시야가 더 파랗게 보인다.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동일한 렌즈가 적용된 트랠릭스 구입 후 적응하지 못하고 방출했었는데, 이번에는 워낙 싸게 사서 억지로 적응 중이다.)

미러 코팅이 된 제품은 아니지만 한낮에 충분히 어두워졌을 때는 눈동자를 식별하기 어렵다. 보통 눈동자를 가릴 목적으로 많이 구입하는 미러 렌즈(루디프로젝트 레이저 또는 멀티레이저)의 경우, 광원을 쳐다볼 때 내부 난반사 때문에 광원이 여러개로 겹쳐보이는 문제가 있다. 민감한 사람은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역시 구입하기 전 미리 착용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변색레드 렌즈는 투명할 때는 거의 색을 띄지 않고, 변색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변색블랙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변색범위가 넓어(17-76%) 주야간 모두 사용 가능하다. 제조사 설명으로는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이 적용되어 시야의 대비를 높여준다고 하는데, 실제 착용해보면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점이 평일에는 야간에, 주말에는 낮에 공원에서 러닝하면서 착용하기에 딱 맞아서 주로 러닝용으로 쓰고 있다. 야간에는 내가 갖고 있는 렌즈 중 가장 밝으니 좋고, 주간에도 햇빛이 거슬리지 않을만큼 어두워지는데다 러닝할 때는 주변 경치보다는 당장 눈 앞의 장애물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해서 렌즈의 기능이 목적에 가장 부합했다. (다만 다시 구입한다면 변색브라운을 구입할 것 같다. 레드와 동일하게 대비를 높여주는 색이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덜 끈다.)

편광변색 렌즈는 물가나 창문에서 반사되는 빛을 줄여주니 그만큼 눈이 편했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편광임에도 불구하고 액정 화면을 보는 데에도 큰 지장이 없었다. 제조사에서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변색 범위가 좁아(12-30%) 변색렌즈임에도 야간용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때문에 스포츠 용도보다는 야간에 스포츠글라스를 쓸 이유가 없는 일상용이나 여행용으로 적합해보인다.

최근 대만으로 여행갔을 때 실제로 사용해보니 낮에 쓰면 편광 덕분에 눈이 덜 피곤했고, 주변 광량에 따라 밝기가 어느 정도 변하니 양지에서든 그늘에서든 너무 밝거나 어둡다는 느낌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해가 지고 나서는 평소 편하게 쓰던 안경으로 바꿔끼면 되니 하루에 한 번 고글과 안경을 바꿔쓰는 약간의 불편함으로 시야의 편안함을 얻을 수 있었다.

레이저블랙 렌즈는 예전에 노이즈 프레임을 쓸 때부터 잘 썼던 렌즈다. 투과율이 아주 낮아(9%) 착용하면 시야가 아주 많이 어두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때문에 햇빛이 아주 강한 한여름 바닷가나 눈밭에 오래 나가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다만 미러코팅의 내구도가 약한 편이다. 몇 년 전에 시멘트 바닥에 고글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그리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것이 아님에도 미러코팅에 찍힌 자국이 그대로 남아 허탈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6. 도수클립

RX clipMagster with RX clip

루디 프로젝트의 도수클립은 반무테 형태로,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미러코팅이 되어 있거나 렌즈 색상이 어지간히 진해지지 않는 이상은 어쩔 수 없이 눈에 띈다. 체감상 투과율 15% 이하까지 내려가야 도수클립을 알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도수클립의 탈착은 쉬운 편이다. 처음에는 연습이 필요할 수 있지만 몇 번 해보다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장착하고 또 탈거할 수 있다. 다만 렌즈에 전혀 손이 닿지 않고도 작업하기는 어려우므로 가능하면 극세사천이나 소프트케이스를 활용하는 편이 좋겠다.

도수클립을 구입하면 도수클립에 장착된 렌즈와 고글의 렌즈가 서로 닿아 흠집을 내지 않도록 투명한 실리콘 조각이 같이 제공된다. 렌즈의 흠집을 방지하기 위해 유용한 물건인데, 착용해보면 이게 시야에 꽤 거슬린다. 물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 쓰다보면 괜찮지만 어쨌든 시야에 방해가 되는 건 사실이다. 구입 전에 참고하면 좋겠다.

그리고 도수클립을 장착하면 무게가 약간 늘어날 뿐 아니라 고글이 두꺼워져 피팅을 새로 잡아야 한다. 특히 나는 도수클립이 없을 땐 프레임을 얼굴에 밀착시켜 위에서 들어오는 햇빛까지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지만 도수클립을 장착하니 눈과 고글 렌즈 사이의 거리가 도수클립 두께만큼 멀어질 수 밖에 없어서 차광 성능의 하락을 겪었다. 자전거 탈 때는 헬멧이 고글 바로 위를 가려주고 평소에는 모자를 쓰면 큰 문제는 안되지만 어쨌든 분명 안좋아진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글을 쓰면서도 시야가 깨끗하게 보인다는 건 대체 불가능한 장점이다. 이 장점 하나에 비하면 다른 단점들은 하찮게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면서 노면이나 표지판의 글씨가 깨끗하게 보인다는 건 기분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처음 도수클립을 구입할 때는 용도에 따라 탈착을 해가며 쓰려고 했는데 어느새 도수클립을 항상 결합해놓고 쓰게 될 정도였다.

7. 결론

우선 싸게 산 게 가장 기분이 좋다. 정가를 주고 샀어도 ‘좀 비싸지만 성능은 만족스럽다’라는 평을 했을텐데, 프레임에 렌즈 4벌에 이런저런 액세서리까지 전부 말도 안되게 싸게 샀으니 가성비는 두말할 나위 없이 만점이다. 두상을 좀 가리지만 다행히 내 두상과 얼굴형에는 큰 무리 없이 착용 가능했다. 루디 프로젝트 고글의 특징답게 방풍은 아쉽지만 변색은 정말 좋다. 범위도 넓고 속도도 빠르다. 싫증이 나거나 변색 수명이 다하지 이상 다양한 용도로 평생 쓸 수 있을 것 같다.

루디프로젝트 트랠릭스 하루 사용기 및 방출기

Rudy Project TralyxRudy Project Tralyx Package

원래 쓰던 루디프로젝트 노이즈 프레임과 임팩트X 포토크로믹 레이저 클리어 렌즈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사용한지 꽤 오래 되다보니 슬슬 싫증이 났다. 그러던 차에 루디프로젝트에서 새로 나온 트랠릭스 프레임, 임팩트X2 렌즈가 조합된 제품이 눈에 띄었다. 한 번 써보고 싶어 인터넷 최저가로 20만원 중반대 정도를 지불하고 주문을 넣었다.

구입하면서 가진 희망사항은 크게 두 가지 정도였다. 첫째는 장시간 착용에도 편안한 착용감과 가벼운 무게, 둘째는 임팩트X2 렌즈로 오면서 더 넓어진 변색 범위였다. 둘 다 오랜 시간 동안 자전거 라이딩을 하거나 달리기를 할 때 꼭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구매는 기대했던 부분,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기대했던 부분은 바로 위의 희망사항 두 가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은 생각치도 못했던 내 얼굴형과의 문제, 또 색감이었다.

프레임은 기존 제품에 비해 왜인지 허술해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어쨌든 무게는 꽤 가벼웠다. 루디프로젝트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인 코받침과 템플의 자유로운 조정 역시 여전했다. 덕분에 프레임만 착용했을 때는 상당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렌즈와 조합되었을 때가 문제였다. 트랠릭스는 원래 쓰던 노이즈보다 렌즈 크기가 크다보니 착용하면 광대뼈에 렌즈가 닿았다. 조금 무리를 해서 렌즈가 광대뼈에 닿지 않도록 조절하면, 이번에는 눈썹이 렌즈에 닿았다. 눈썹도 렌즈에 닿지 않도록 조절하면 프레임과 미간 사이가 떠서 햇빛이 눈을 그대로 직격했다. 어떻게 착용을 해도 편해지지가 않았다.

루디프로젝트의 또 다른 장점인 변색에 있어서도 약간의 실망이 있었다. 변색 범위만 따지면 훌륭하다. 기존의 임팩트X 포토크로믹 클리어 렌즈는 투과율이 18~78%인데 임팩트X2 포토크로믹 클리어 렌즈는 9~74%로, 야간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면서 주간에는 훨씬 더 많이 어두워진다. 속도도 그 어떤 변색 렌즈보다 빠르다. 하지만 9%라는 투과율을 체감해보기는 어려웠다. 투과율 8% 짜리인 RP옵틱스 레이저블랙 렌즈와 비교하면 실착시 꽤 큰 차이가 느껴졌다.

더 큰 문제는 색감이었다. 기존 임팩트X 렌즈는 변색이 되든 되지 않든 렌즈를 통해 보이는 색상이 맨눈일 때 대비해서 그렇게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임팩트X2 렌즈는 달랐다. 세상이 새파랗게 보인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건 좋을지 모르나, 샤방하니 돌아다닐 때 즐길 수 있었떤 봄날의 싱그러운 연두색이 칙칙한 코발트색처럼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다 잠시 멈춰 주변 풍광을 즐기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참을 수 없을만큼 큰 단점이었다.

결국 피팅 실패와 색감 문제로 구입 하루만에 방출하게 되었다. 큰 맘 먹고 큰 기대와 함께 구입했던 고글이었다. 분명 좋은 제품이지만 나와는 맞지 않아 영 아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