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캠비움 에르고노믹 러버 그립 볼트 교체

몇 달 전 브롬톤의 핸들 그립을 가죽 재질의 미니 어고노믹 그립에서 브룩스 캠비움 에르고노믹 러버 그립으로 교체했다. 핸들바 바꾸는 과정에서 원래 쓰던 그립의 볼트 머리를 결국 날려먹었기 때문이다. 역탭으로 빼려고 했더니 볼트가 그립 클램프 깊숙히 박혀 있어 작업 공간이 나오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드릴로 클램프를 통째로 갈아서 빼내는 어려움이 있었다.

근데 새로 교체한 브룩스 그립의 볼트 머리도 금새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 이전 그립은 그래도 몇 년 동안 수십 번 이상 조이고 풀다 보니 결국 볼트 머리가 상한 거지만 브룩스 그립은 겨우 두어 번 피팅했을 뿐인데. 내 수공구는 mm 규격의 위하(Wiha) 제품이라 공구 문제보다는 오버토크 때문일 것 같다. 물론 볼트 자체가 약했을 수도 있다. 검색해보니 유사 사례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입처에 볼트만 따로 구입할 수 있을지 문의했더니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대신 어지간한 자전거 핸들 그립 볼트와 호환이 되니 저렴한 그립을 하나 구입해서 볼트만 빼서 쓰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내 생각에 볼트 하나 빼쓰자고 멀쩡한 그립을 버리는 건 좀 아까운 일이라 보류. 브룩스 슬렌더 그립 클램프에 순정 볼트를 넣어 따로 파는 것도 있는데 이것도 가격을 따져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대신 맞는 볼트가 있겠지 싶어 버니어 캘리퍼스로 순정 볼트의 치수를 측정해봤다. 순정 볼트는 M4x10 규격인데 볼트 머리 지름이 일반적인 7mm가 아니라 그립 체결부에 맞게 5.5mm로 작은 제품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져보니 M4x10에 볼트 머리 5mm 짜리 티타늄 볼트가 있어 주문을 넣었다.

윗쪽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새로 구입한 볼트, 아랫쪽이 브룩스 순정 볼트다. 치수도 정상. 둘을 비교해보면 알리 볼트의 렌치 체결부가 조금 더 깊다. 재질에 따른 차이도 있겠지만 좀 더 힘을 잘 받아줄 것 같다. 기계 쪽은 잘 모르지만 마감으로 미루어보아 알리 볼트는 절삭, 순정 볼트는 압연처럼 보인다.

그립에도 잘 체결됐다. 적정 토크를 모르는 상태이니 오버토크가 가해지지 않도록 그립이 돌아가지 않는 한에서 최소한으로 조여줬다. 반대쪽으로 나사산이 두어 줄 정도 보이니까 길이도 딱 적당하다. 새 볼트의 머리가 조금 더 커서 순정 볼트보다 살짝 더 튀어나온다. 잘 보이는 곳도 아니고 손에 거슬리는 부분도 아니니 별 문제는 아니다.

여분 볼트도 몇 개 더 사뒀으니 앞으로도 혹시 볼트 상태가 좋지 않아질 것 같으면 늦기 전에 교체해줄 수 있겠다. 고민 해결. 끝.

잡생각: ‘Ergonomic Grips’는 ‘어고노믹 그립’이라고 써야 할 것 같은데 국내 쇼핑몰은 대체로 ‘에르고노믹 그립’이라고 표기한다. 생각해보니 자전거 그립계의 베스트셀러인 ‘Ergon’도 ‘에르곤’이라고 쓰고, 파이롯트의 습자용 만년필도 ‘에르고그립’이다. 처음엔 라틴어처럼 쓴건가 싶었는데 파이롯트의 예를 보면 일본식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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