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 충전기: 쉽게 풀어쓴 원리와 배경

들어가며

언제부턴가 ‘GaN (갠)’이라는 단어가 흔히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충전기 업계에서 GaN은 요즘 가장 뜨거운 마케팅 포인트가 됐습니다. 제품 판매글은 물론 블로그나 유튜브의 리뷰어들도 GaN 충전기가 뭐고 왜 좋은지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곤 합니다.

헌데 그런 설명 중 상당수는 내용이 부족하거나, 아예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자기가 말하는 내용이 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채 억지로 말을 만들다보니 벌어지는 일이지요.

그렇다보니 ‘일상덕질’의 일환으로서,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GaN에 대해 최대한 쉽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GaN이 무엇인지, GaN이 들어간 충전기는 뭐가 좋은지, 왜 좋은지, 왜 이제서야 나온건지, 실제 GaN 충전기 내부는 어떤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주의:
나름대로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고 했습니다만,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어렵고 현업자 입장에서는 엄밀하게는 틀린 설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림이나 사진 없이 글자만 가득한 장문의 글입니다.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GaN이란 무엇인가

반도체

물질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전기가 얼마나 잘 통하는 지에 따라 물질을 나누면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 전기가 안 통하는 부도체, 그리고 조건에 따라 전기가 잘 통하기도 하고 안 통하기도 하는 반도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에 속하는 물질 중, 산업용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물질은 규소(Si, 실리콘)입니다. 모래처럼 흔한 광물(규산염)에서 추출할 수 있어 구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만들기 어렵지 않으면서, 전자회로에 써먹기에도 특성이 괜찮기 때문입니다.

Si vs. GaN

이 글의 주제인 GaN도 반도체 물질입니다. Si는 규소만으로 만드는 데 반해, GaN은 갈륨(Ga, Gallium)과 질소(N, Nitrogen)의 화합물이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조건에 따라 전기를 통하기도 안 통하기도 한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엄밀하게는 말하면 Si 반도체가 100% 규소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정제를 잘 해도 극소량의 불순물이 남기 마련이고, 공정 중에 불순물을 일부러 집어넣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불순물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반도체의 특성이 크게 달라지므로, 불순물을 넣는 과정(Doping)은 핵심 반도체 공정 중 하나입니다. GaN 반도체 역시 불순물을 섞어 만듭니다.)

GaN은 Si보다 전자회로에 필요한 특성들이 더 우수합니다. 전기가 통할 때는 전류가 더 많이 흐르고, 전기가 안 통할 때는 더 높은 전압을 버텨냅니다. 즉, 같은 사양의 반도체 부품을 GaN으로 만들면 Si으로 만들 때보다 크기가 작아집니다. 이 작아진다는 점이 GaN 반도체가 갖는 장점의 핵심입니다.

GaN, 전자회로, 충전기

GaN 반도체를 전자회로에 쓰는 이유

전자회로에 있어 반도체 부품의 크기가 작아지면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1) 부품의 저항이 낮아 열이 덜 나고, 2) 회로의 동작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 두 가지 장점 모두 반도체 부품 뿐만 아니라 전자회로의 전체 크기가 작아지는데 기여합니다.

저항은 흐르는 전기에 저항하는 성질입니다. 저항이 클수록 흘려준 전기의 많은 부분을 출력으로 전달하지 않고 열로 소비해버립니다. 일부러 열을 내야 하는 전열기구가 아니라면 저항은 작을수록 좋습니다.

반도체 부품의 저항은 흔히 단위면적당 저항값으로 나타내는데 반도체 부품의 소재와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GaN 소재는 Si 소재보다 단위면적당 저항이 낮을 뿐만 아니라,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면적도 작아서 부품 전체 저항이 크게 줄어듭니다. 업계 자료를 보면 Si 반도체의 1/10도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저항이 줄어들면 그만큼 부품에서 열이 덜 납니다. 다시 말해, Si 반도체 부품을 쓸 때는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방열판이 필요했던 전자회로에 GaN 반도체 부품을 쓰면 방열판의 크기를 줄이거나 아예 빼버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품이 작아지고 가벼워집니다.

충전기를 포함한 전자회로의 핵심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기능입니다. 벽에 달린 스위치를 전등을 켜고 끄듯이, 조건에 따라 전기를 잘 통하기도 안 통하기도 하는 반도체 부품을 스위치로 사용하면 전기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품의 크기가 작을수록 스위치를 켜고 끄는 데 힘이 덜 듭니다. 즉, 같은 힘으로 스위치를 더 빠르게 켜고 끌 수 있으므로 동작 속도가 빨라집니다.

동작 속도가 빨라지면 필요한 주변 부품의 크기도 덩달아 줄어듭니다. 웅덩이에서 물을 퍼낼 때 느리지만 한 번에 많이 퍼내는 것과 조금씩 빨리 퍼내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조금씩 빠르게 퍼낼 때는 굳이 큰 바가지를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전자회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제품이 작아지고 가벼워집니다.

(‘큰 바가지로 빠르게 퍼낼 수도 있지 않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사람의 체력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전자회로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을 한 번에 더 많이 또 더 빠르게 퍼내려면 사람을 더 부르든 양수기나 중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것처럼 전자회로에도 더 크고 비싼 부품을 써야 합니다. 바로 아래에 나오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GaN 반도체를 그 동안 쓰지 못 했던 이유

GaN 반도체 부품이 갖는 장점이 이렇게 많음에도 실제로 일반 소비자용 제품이 출시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GaN을 이용한 최초의 양산 충전기는 제가 알기로는 2018년에 발매된 Anker PowerPort Atom PD 1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2월 시점에서 보면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GaN은 갑자기 튀어나온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Si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고, GaN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양산 적용이 늦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GaN 반도체는 Si 반도체보다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제조 비용부터가 비싼데 수율마저 나쁩니다. 게다가 이미 일반화된 Si 반도체에 비해 세계적으로 제조, 유통되는 물량이 훨씬 적습니다. 당연히 GaN 반도체 부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전자회로에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전자회로의 핵심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기능입니다. Si 반도체 스위치는 버튼을 누르면 켜지고, 버튼에서 손을 떼면 꺼집니다. 간단하지요. 그런데, GaN 반도체 스위치는 버튼을 누르면 켜지는 건 똑같은데 버튼에서 손을 떼도 완전히 꺼지지 않습니다. 완전히 끄려면 버튼을 잡아당겨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전자업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위치 제어기는 대부분 버튼을 누르고 떼는 기능만 갖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그렇게만 해도 되는 Si 반도체 스위치에 개발 방향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GaN 반도체 스위치를 쓰려면 버튼을 잡아당기는 기능이 추가된 전용 제어기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제어기 가격도 올라갑니다.

GaN 반도체를 사용하면 높아진 동작 속도 덕분에 방열판과 주변 부품 수를 줄여 일부 원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GaN 반도체 스위치와 전용 제어기 가격 자체가 워낙 비싸다보니 전체적으로는 원가가 몇 배씩 올라갑니다. 그렇다보니 가격 경쟁과 원가 압박에 시달리는 업계에서는 GaN 반도체를 선뜻 쓸 수가 없었습니다.

GaN 반도체를 이제는 쓰는 이유

모든 기술은 성숙함에 따라 가격도 저렴해지기 마련입니다. GaN도 예외가 아닙니다. 학계와 업계의 많은 노력 끝에 GaN 반도체의 가격이 점점 떨어졌고, 필요한 제어기도 다양한 종류가 구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게 불과 몇 년 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Si 반도체보다 GaN 반도체는 몇 배나 비쌉니다.

그럼에도 GaN을 채용한 소자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시장에 수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휴대하는 스마트 기기의 수가 많아졌고, 스마트 기기에 내장된 배터리 용량도 커졌습니다. 여기에 여러 충전 단자와 규격이 모두 USB 단자 기반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제 괜찮은 충전기 하나만 있으면 블루투스 이어폰부터 랩탑 컴퓨터까지 모두 빠르고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좀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작고 가볍고 좋은 충전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난 것이지요.

GaN을 사용한 충전기는 기존 Si 반도체 기반의 충전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작아집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괜찮습니다. 더 작고 가벼운 충전기를 위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GaN 충전기는 시장에 진입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GaN 충전기의 생산, 판매 물량이 늘어갈수록 가격과 품질도 안정화될 것이므로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봅니다.

GaN 충전기의 실제 예제

충전기에 GaN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시장에 나온 충전기 중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몇 달 전부터 IT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Baseus 65W 2C1A 제품을 골랐습니다. 미국 플러그로 나온 제품이지만 입력 전압 범위가 100-240V이므로 220V를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어댑터(돼지코)를 사용하면 쓸 수 있습니다. 2C1A는 출력으로 USB-C 포트 2개, USB-A 포트 1개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직접 뜯어볼 형편은 되지 않아서 ChargerLAB의 Teardown을 참고했습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ChargerLAB에서 분석한 내용 중, 특이한 점에 대해 간단히 의견만 달아보려고 합니다.

플라스틱 시트, 금속 조각, 테이프, 실리콘 등이 덕지덕지 발라진 내부가 조잡하다고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충전기 업계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좁은 공간에 부품을 최대한 구겨넣으면서도, 500V가 넘는 높은 전압과 전자기파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애플의 맥북 기판은 아름다운 설계를 자랑하지만, 애플 87W 충전기는 실리콘과 테이프 떡칠을 피해가지 못 한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충전기의 전자회로는 건물 콘센트로부터 입력된 교류 전기를 스마트 기기의 충전 규격에 맞는 직류 전기로 변환합니다. 스마트폰 초창기의 5~10W USB 충전기는 출력전압이 5V로 고정되어 있어 변환을 단 한 번만 해주어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대세인 USB-PD 규격은 충전기의 출력 전압을 5~20V 사이에서 가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입력된 교류 전기를 직류 전기로 바꾼 다음, 스마트 기기에서 요청하는 전압에 맞추어 다시 한 번 변환해주어야 합니다. 고용량 충전기는 입력 측에 역률 보정(Power Factor Correction, PFC)을 위한 변환 과정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역률은 쉽게 말하면 전기요금 대비 실제 사용한 전기의 비율입니다. 보정회로가 있으면 대체로 90% 이상이지만, 없으면 50~70%까지 떨어집니다. 역률이 높으면 같은 전력을 쓰더라도 전기요금을 덜 냅니다. 전력망 단위로 보면 발전소에서도 전력을 덜 생산해도 되므로, 국가에서 전자제품이나 전동기기의 최소 역률을 규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 변환 과정마다 최소 1개 이상의 반도체 스위치가 필요합니다. ‘GaN’이라며 광고하는 제품들은 바로 여기에 기존 Si 반도체 스위치 대신 GaN 반도체 스위치를 사용함으로써 전체 제품의 크기를 줄입니다.

Baseus 65W는 미국 Navitas의 NV6115 스위치를 사용했습니다. GaN 반도체 스위치에 GaN 스위치를 켜고 끄기 위한 제어기까지 합쳐놓은 부품입니다. 기존 Si 반도체 스위치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바꿔넣으면 되므로 설계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요즘 나오는 GaN 충전기 중 많은 수가 이 회사 부품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GaN’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이라고 해서 모든 스위치를 GaN 반도체로 바꾼 게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Baseus 65W에는 적어도 7개 이상의 전력 변환용 반도체 스위치가 있는데, 그 중 GaN은 단 1개 뿐입니다. 나머지는 일반적인 Si 반도체 스위치들입니다. 어쨌든 GaN 반도체 스위치를 1개라도 쓰긴 했으니 ‘GaN’이라고 광고해도 거짓말은 아닙니다. 가격 차이가 워낙 크다보니 다른 GaN 충전기도 대부분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Baseus 65W의 내부를 보니 성능, 품질, 가격 사이에서 상당한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용을 좀 더 투입했다면 회로가 더 작아질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사용된 부품의 제조사도 상대적으로 신뢰가 덜 가는 곳들입니다. 미국, 유럽, 일본, 대만의 유명 제조사 부품만 사용한 애플 제품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타협이 있었기에 30달러 전후의 저렴한 가격에 나올 수 있었겠지요. 판단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마치며

이미 소비자들은 GaN 충전기가 좋다는 사실을 알아챈지 오래입니다. GaN 충전기는 앞으로 더 잘 팔릴 겁니다. 판매량이 늘면 더 많은 회사에서 더 많은 제품을 내놓을테고, 그만큼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천하의 대세는 이미 정해졌습니다. 뒷일은 GaN이 알아서 하겠지요.”

사족: 충전기 구입시 주의할 점

GaN 충전기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만큼 구입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2020년 2월 시점에서, 아직 한국 플러그를 지원하는 제품은 몇 개 안 됩니다. 특히 한국 플러그보다 얇은 EU 플러그를 한국 콘센트에 꽂으면 고장, 감전, 화재의 위험이 있습니다. 차라리 미국 플러그 제품을 사서 어댑터(‘돼지코’)를 쓰는 편이 낫고, 한국 플러그나 8자 전원 케이블 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충전기는 위험한 교류 전기를 다루는 제품입니다. 혹시 모를 전기 사고를 막기 위해 부품과 부품 사이의 공간을 넓히거나 절연재를 대야 하고, 각종 보호회로와 전자파를 막기 위한 필터를 이중 삼중으로 넣어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제대로 만든 충전기는 무작정 작고 가벼울 수가 없습니다. 이는 GaN을 써도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대기업의 검증된 제품 위주로 선택하시고, 경쟁 제품 대비 너무 작고 가벼운 제품은 조심해야 합니다.

전문가라면 제품을 뜯어보고 계측기로 파형을 측정해보면 제품의 완성도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이 제품이 제대로 된 제품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럴 때 최소한의 선택 기준은 ‘KC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KC 인증은 공인 시험기관에서 정해진 안전기준을 충족함을 확인했다는 뜻입니다. 100%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의 시험도 거치지 않은 제품들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USB-IF 인증까지 받은 제품이면 더 좋습니다.

Reference

아이폰 6s 노혼 배터리 두 번째 자가 교체 후기

들어가며

내 아이폰 6s는 이제 사용한지 만 36개월을 채웠다. 그 동안 새 기기도 많이 나왔지만, 3.5mm 이어폰 단자도 없어지고, 보기 싫은 노치는 계속 들어가고, Touch ID도 없어지는 등 좀처럼 마음에 드는 기기가 없었다. 게임을 전혀 안 하다보니 6s로도 실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기도 했고.

다만 배터리만은 사용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용량이 자꾸 줄어드는 걸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딱 작년 이맘 때쯤, 만 2년 썼던 배터리를 노혼 배터리로 자가 교체했다. 어렵지 않았던 과정에 비해 결과가 무척 만족스러워서 1년 동안 잘 사용해왔다. (자가 교체하고 얼마 안 되어 애플에서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함정이었지만.)

그리고 1년 여가 지났다. 지난해 배터리 교체를 고민할 때만큼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배터리를 교체했을 때에 비하면 사용시간이 영 못 미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비슷한 시기에 애플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통해 정품 배터리로 교체 받은 아내의 6s보다는 더 사용시간이 길었지만, 어쨌든 체감상 사용시간이 짧아진 것은 분명했다.

실제로 Geekbench 4를 이용해서 벤치마크를 돌려보니 배터리 소모율이 이전보다 높아져 있었다. 벤치마크 1시간 기준, 배터리 성능 최대치 81% 상태의 순정 배터리는 소모율이 90%, 노혼 배터리로 교체한 직후 30%였는데 지금은 44%로, 확실히 좀 더 빨리 소모되고 있었다.

(iOS 설정에서 표시되는 ‘배터리 성능 상태’로 잔여 용량을 가늠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iOS 12부터 배터리에 대한 검증이 추가되었는지 ‘배터리 성능 상태’가 ‘―’로만 표기되는 상태였다. 후술하겠지만 이번에 새 노혼 배터리로 교체하고 나니 ‘배터리 성능 상태’가 정상 표기됐다.)

교체를 결심하기엔 아직 애매한 용량이었지만, 새해를 새롭게 시작할 겸 다시 한 번 배터리를 교체해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노혼이다.

새로운 노혼 배터리

좌측은 작년 1월에 구입한 노혼 배터리(2,060mAh), 우측은 올해 구입한 노혼 배터리(2,175mAh)

아이폰 6s의 순정 배터리 용량은 1,715mAh인데 노혼 배터리의 표기 용량은 항상 그보다 컸다. 작년 초에 구입했던 배터리는 2,060mA로 이미 순정보다 20% 큰 용량이었다. 올 초에 구입한 배터리는 그보다도 용량이 더 커져서, 순정 대비 27% 크다.

뻥용량이 강력하게 의심되지만, 비슷한 시기에 정품 배터리로 교체한 아내의 6s와 비교하면 확실히 노혼 쪽의 사용시간이 더 긴 건 확실하다. 그리고 후술할 변경 전후 Geekbench 결과를 비교해보면 작년 노혼 배터리보다도 올해 노혼 배터리의 용량이 늘어난 것도 분명 맞는 것 같다.

교체 과정과 요령

이번에도 구체적인 교체 과정에 대한 설명은 생략. 유튜브에서도 많은 교체 영상을 볼 수 있고, 지난번 글에서도 참고한 iFixit의 자세한 설명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 잘 되어 있는 설명이 많은데 내가 굳이 강좌를 만들 필요가 없다.

다만, 내 블로그의 검색 유입 상위가 여전히 노혼 배터리 교체 관련이라 힘들게 검색해서 찾아오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참고할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노혼 배터리 관련

  • 국내든 해외든 노혼 배터리 팩을 구입하면 필요한 공구와 자재는 다 들어있다. 드라이버는 자성이 있고, 마감이 불량하지만 배터리 교체에는 차고 넘치는 핀셋까지 들어있다. 굳이 추가로 샤오미 와우스틱 등을 더 구입할 필요가 없다.
  • 단, 아이폰 6s부터는 디스플레이와 프레임 사이에 간이 방수실링 목적의 양면 테이프가 들어간다.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지만 필요하면 역시 국내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깔끔하게 붙이기가 힘드므로, 6s 오래 쓸 생각이면 여러 장 쟁여놓고 쓰면 좋다.
  • 드라이버는 손잡이 앞쪽을 돌리면 로드(Rod)를 빼낼 수 있다. 로드의 양쪽에는 별나사(Pentalobe screw)와 십자나사(Philips screw)에 쓸 수 있는 드라이버가 각각 달려있다. 필요에 따라 뒤집어 쓰면 된다. 전자는 분해 과정 중 첫 단계인 라이트닝 단자 양쪽의 나사를 푸는데, 후자는 그 외 모든 단계에 사용된다.

분해 과정 관련

  • 액정에 붙인 보호유리 등을 굳이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보호유리에 압착판을 붙이더라도 보호유리가 액정에서 떨어지기 전에 상판과 하판 사이에 틈이 먼저 생긴다. 여기에 스크래퍼(Scrapper, 주걱, 헤라(箆; へら) 등)를 살짝 밀어넣고 조금씩 비틀어주며 양쪽 측면까지 쭈욱 밀어주면 된다.
  • 많은 분해 영상에서 디스플레이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진행한다. 디스플레이를 분해하려면 시간이 추가로 걸리고 귀찮기 때문인데, 매일 같이 배터리 교체 작업을 진행하는 업자 등이 아니라면 디스플레이를 분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배터리 교체의 가장 큰 난관인 양면 테이프 제거 작업 중 자세를 잡거나 힘조절을 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나사 4개 풀고 커넥터 3개 뽑으면 되므로 그리 어렵지도 않다. 방수 실링용 양면 테이프를 부착할 때도 어차피 디스플레이는 분리해야 한다.

배터리 교체의 가장 큰 난관은 배터리 아랫쪽의 양면 테이프 제거다. 지난번 교체 때는 나도 둘 다 끊어먹어서 배터리 빼는 데 고생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는데, 의외로 요령은 단순했다.

  • 테이프 떼기 전에 배터리 아랫쪽의 탭틱 엔진를 꼭 제거하자. 테이프를 후판과 평행한 방향으로 당길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제공해준다.
  • 최소한의 힘으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당기자. 이게 가장 중요하다. 하판을 굳이 가열할 필요도 없다. 이 겨울날에도 마음을 편히 갖고 집중해서 천천히 당기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교체의 결과

성능 표기가 정상적으로 출력된다.

용량에 앞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iOS 12부터 ‘―’로만 표기되던 ‘배터리 성능 상태’가 정상적으로 표기된다. ‘배터리 성능 상태’는 배터리 교체 시기를 가늠하는 아주 유용한 지표다. 이번에 배터리 교체를 망설인 것도 ‘배터리 성능 상태’를 알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컸는데 앞으로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Geekbench 4의 배터리 성능 측정으로 확인해보니 역시 기존 대비 사용시간이 길어졌다. 스크린을 계속 켜놓은 상태에서 배터리 성능 측정(Full discharge)를 돌려본 결과, 단위 시간당 배터리 소모율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배터리 구분시간당 소모율
순정 (24개월 사용, 배터리 성능 81%)90 %
2018년 노혼 (교체 직후)30 %
2018년 노혼 (12개월 사용)44 %
2019년 노혼 (교체 직후)22 %

정리하면 2년 사용한 순정 배터리를 노혼 배터리로 교체하면 3배 이상의 사용 시간을 기대해볼 수 있고, 그 상태로 1년을 사용했더니 사용시간이 30% 정도 감소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특히 지난번에 교체한 노혼 배터리보다 이번 노혼 배터리의 표기용량이 27% 더 큰데, 두 배터리의 교체 직후 소모율을 비교해보면 표기용량 차이와 엇비슷한 비율로 소모율이 감소했음을 역시 추측해볼 수 있다.

마치며

지난번 글의 결론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노혼 배터리는 성능이 좋고, 교체도 어렵지 않다. 공식 센터 이용을 포기하고, 불량 배터리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말이다. 어차피 아이폰 6s는 단종된 제품이고, iOS 13 지원을 못 받을 거라는 루머도 나오는 중이니 갈수록 리스크는 작아지는 셈이다.

지난번과 달라진 점도 분명 있다. 애플은 갈수록 사용자들에게 매력 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런데도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팔 생각이 있다면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매력 있거나, 싸거나. 지금의 애플은 둘 다 아니다.

애플 제품군의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워낙 많이 팔리다보니 호환 부품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가장 교체 수요가 높은 배터리, 스크린은 물론이고, 귀찮고 까다로운 과정을 감수한다면 케이스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품을 바꿀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레거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계속 쓰고 싶은 사용자들은 새 기기를 구입하는 대신, 수명이 다 된 정품 부품을 들어내고 그 자리를 호환 부품으로 대체한다. 애플이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다.

나도 굳이 아까운 시간과 위험 부담을 감수해가며 호환 부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매력 있는 신제품이 나오면 좀 비싸도 기꺼이 구입할 의향이 있다. 잘 좀 하자, 팀 쿡 아저씨. 제품에 매력이 있으면 마진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 아니던가.

아이폰 6s 노혼 배터리 자가 교체 후기

Update (19/02/03)
이 글을 쓴지 1년 후, 다시 한 번 노혼 배터리로 자가 교체를 진행했습니다.
노혼 배터리 관련된 유입 키워드가 많아, 배터리 교체시 요령에 대해서도 별도 정리했습니다.

교체의 배경

아이폰 6s를 구입한지 이제 2년이 되었다. 그 사이 큰 문제 없이 잘 썼던 아이폰이지만, 언젠가부터 속도가 크게 느려지고 배터리도 너무 빨리 방전된다고 느껴졌다.

그 사이 배터리 게이트가 터졌고, 애플에서는 남은 리퍼기간에 상관 없이 아이폰 6s의 배터리를 할인된 가격으로 교체해주는 기간 한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대상이 아니었다. MMCX 케이블과의 매칭 문제 때문에 사설 센터에서 액정을 열었다 닫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되면 아이폰 6s를 좀 더 오래 쓰고 잘못되면 아이폰 8을 사자는 생각에 알리익스프레스에 노혼 배터리를 주문했다. 사실 배터리 도착한지는 꽤 됐는데, 귀찮음에 계속 미루고 미루다 결국 교체 작업을 하게 됐다.

교체 전

교체 전에 배터리 상태다. iOS 11.3 Beta 2부터 위와 같이 배터리 성능 상태를 보여주는 메뉴가 새로 생겼다. 내 아이폰 6s는 주변 온도에 따라 성능 최대치 80~81% 사이를 오갔다. 밑에 설명된 것처럼, 배터리 성능에 문제가 있어 아이폰의 전원이 꺼진 적이 있었다. 때문에 클럭 제한이 걸려있었고, 이를 수동으로 비활성화해둔 상태다.

교체 작업

배터리 교체 과정은 이미 많은 곳에 소개되어 있으니 굳이 내가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국내보다는 해외 쪽이 자료의 양도 많고 설명도 훨씬 자세하게 잘 되어 있었다. iFixit의 설명만으로도 별 문제 없이 교체할 수 있었다.

예전에 카메라 모듈 제조사에 근무하며 많은 스마트폰을 뜯고 조립해본 경험이 도움이 됐다. 아이폰은 처음이었고 배터리 양면테이프가 중간에 끊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약 25분 정도 걸려 교체를 마쳤다. 노혼 배터리팩 안에 포함된 공구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나는 전동드라이버가 편해서 샤오미 Wowstick을 대신 사용했다.

iFixit에 있는 내용 외에 도움이 될만한 팁은 이렇다.

  • 분해 전에 아이폰을 핫팩 위에 잠시 올려두면 액정과 배터리 분리가 쉬워진다.
  • 액정을 분리하는 쪽이 배터리 탈착할 때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서 쉽다.
  • 배터리 양면테이프 분해할 때는 손으로 당기든 드라이버에 감아서 당기든 최대한 힘을 적게 주며 천천히 당겨야 한다.
  • 혹시 양면테이프가 중간에 끊어지면, 금속 스페츌러를 구부려서 본체와 배터리 사이에 천천히 집어넣고 들어내야 한다. 배터리가 조금씩 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휘지 않도록 해야 발화를 막을 수 있다.
  • 전자기기는 정전기에 약하므로 가능하면 금속 공구 대신 플라스틱이나 나무 재질을 사용하고, 작업 전 접지된 금속면(접지 전원선으로 연결된 컴퓨터 본체 등)을 만져서 손의 정전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교체 후

배터리 교체 후, 똑같은 화면에서 확인한 배터리 성능 최대치는 100%를 꽉 채웠다. 순정 배터리보다 노혼 배터리의 용량이 더 크므로 배터리가 불량이 아닌 이상 100%로 나와야 정상이다.

그 아래에는 배터리가 정상적인 최고 성능을 지원하고 있다고 나온다. 실제로 Geekbench 4로 확인한 결과도 그랬다.

일주일 전에 벤치마크를 돌렸던 결과와 비교해보면 두 배 이상의 점수 차이가 난다.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아 성능 제한이 강하게 걸려있었으므로 체감 성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제서야 정상적인 성능으로 돌아온 셈이다.

배터리 점수도 두 배 좋아졌다. 세부 결과의 방전율로 계산해보면 멀티코어 전부하시 교체 전에는 완충에서 완방까지 1시간 걸렸는데, 교체 후에는 3시간 걸리는 걸로 나온다. 실제 사용시간은 세 배 늘었다고 봐도 좋겠다.

결론

내 아이폰처럼 자가수리 또는 사설센터 수리이력이 있어서 공인센터에서 수리를 받지 못 하는 기기가 아닌 이상, 배터리 교체는 꼭 받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왕이면 공인센터에서 정품 배터리로 교체하는 쪽이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구제 받을 여지를 남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혼 배터리 자가교체를 고려해볼만 하다. 조심히 작업한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정 자신이 없으면 배터리만 구입해서 사설 센터에 가서 교체를 받을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공인 센터보다 적은 비용으로 다시 새 것 같아진 아이폰을 손에 쥘 수 있으니 투자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G-SHOCK MRG-G1000B 1년 사용기

CASIO G-SHOCK MRG-G1000B

구입의 계기

G-SHOCK이라는 브랜드에는 왜인지 호감이 간다. 방수, 내충격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기능을 충실히 지원해주는 점이 좋다. 일본 브랜드 특유의 견실함이랄까,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G-GHOCK의 빅페이스 모델군에 해당하는 GA-120 모델을 데일리 와치로서 수 년 간 아주 만족하며 사용했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도 이제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의 연차가 쌓이며, 복장도 비즈니스 캐주얼에 가까운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다시 말해, 나에게도 오토바이의 디스크 브레이크를 형상화한 GA-120 모델이 잘 어울리지 않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드레스 와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조금은 더 포멀하면서도 쿼츠 시계의 편리함, G-SHOCK의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시계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완벽히 충족해주는 대안이 바로 MR-G 시리즈였다. 액정 없이 바늘과 문자판으로만 이루어진 얼굴을 하고 티타늄 브레이슬릿의 옷을 입었지만 G-SHOCK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여전히 강력한 내구성과 기능을 가졌다.

그렇게 나는 많은 고민과 단호한 결심 끝에 MRG-G1000B(이하 MR-G) 모델을 구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마도 1년 좀 넘는 기간 동안 데일리 와치로서 꾸준히 착용해왔다. 사양을 나열하거나 사진 리뷰 등은 이미 넘치도록 많으니, 그보다는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 위주로 써보려고 한다.

외관

MR-G는 절대 작거나 얇거나 가볍지 않은 시계다. 처음에는 MR-G가 아닌 한 등급 아래의 MT-G를 구입하려다 단념한 이유가 58.6 x 53.5 x 15.5mm, 188g에 달하는 크기와 무게다. 손목이 얇은 편인데 MT-G를 올려놓으니 이건 시계가 아니라 암살용 둔기를 찬 것 같았다.

MR-G 역시 54.7 x 49.8 x 16.9mm, 153g로 MT-G보다 조금 더 작고 가벼울 뿐이다. 다행히 손목에 착용할 때는 작은 차이도 시각적이든 촉각적이든 크게 체감된다.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둔기로 보이는 건 겨우 면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구입 전에 반드시 매장에서 직접 착용을 해봐야 한다.

MR-G의 소재는 티타늄 합금 위에 DLC 처리를 해서 아주 높은 표면경도를 가진다고 광고한다. 구입 전에는 말 그대로 금강불괴 수준의 내구성을 가진 줄 알았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에 비해 흠집에 대한 저항이 아주 높은 것은 사실이다. 꽤나 험하게 다루었음에도 여전히 표면에서 흠집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오히려 처음 구입하고 놀랐던 건 유리였다. 반사방지 처리된 사파이어 글라스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일부러 광원을 반사시키려고 하지 않는 이상 마치 유리가 없는 것처럼 문자판이 또렷이 보인다. 흠집에도 강해서, 역시 험하게 다루었음에도 아직 눈에 띄는 흠집이 없다.

브레이슬릿은 여러 열로 구성된 아주 포멀한 형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꽤나 부드럽게 손목을 감싸준다. 형상 대비 착용감은 나쁘지 않다. 버클을 닫은 후 측면의 버튼을 눌러도 열리지 않도록 잠글 수 있는 기능은 좋다. 하지만 미세조정이 되지 않아 길이를 조절하려면 마디를 끊어내는 수 밖에 없다. 브랜드 내 위상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기능

사실 외관도 외관이지만, 내가 MR-G를 데일리 와치로 낙점한 가장 큰 이유는 그 기능이었다. MR-G보다 더 나은 외관을 가진 시계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만한 외장에 이만한 기능을 모두 담은 시계는 적어도 당시의 나로서는 MR-G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MR-G의 가장 중요하고도 큰 장점은 바로 ‘귀찮지 않다’는 점이다. 매일 자동으로 전파시계 또는 GPS 신호를 수신해서 시간 오차를 알아서 보정해준다. 시간 맞추는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이 항상 초 단위로 정확하다. 햇빛 아래에 있으면 알아서 태양광 충전을 해서 배터리를 채운다. 충전, 건전지 교체, 와인더 등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시계는 계속 간다.

다시 말해 퇴근 후 집에 와서 시계를 창가에 두기만 하면 알아서 정확한 시간을 맞추고 해가 뜨면 충전까지 한다. 지금까지 MR-G를 쓰면서 시간이 1초 이상 틀리거나 시계가 멈추는 경험을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 시계에 대해 가장 만족하는 점이다.

해외에 나가서도 편하다. GPS 신호를 수동으로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위치 정보를 같이 받으면 지역에 맞는 시차와 DST가 알아서 적용된다. 몇 안 되는 월드타임 예시 도시 중 맞는 것을 찾기 위해 열심히 바늘을 돌릴 필요가 없다.

물론 일본 쿼츠시계 중 알아서 시간을 맞추고 알아서 충전하는 시계는 MR-G 말고도 많다. 하지만 MR-G는 G-SHOCK의 미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나는 이 시계를 꽤 험하게 썼다. 수없이 물에 담궈지고 던져지고 부딪히고, 직업 특성상 강한 전자파에도 매일 같이 노출된다. 그럼에도 아직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 외에는 모두 부차적인 것들이다. 나는 12시간제보다 24시간제를 선호하는데 보조다이얼 중 24시간제로 시간을 표시해주는 것이 있다. 월드타임, 스톱워치, 타이머, 알람처럼 어지간한 G-SHOCK 시계가 담고 있는 기능들은 MR-G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야광 페인트는 꽤나 밝고 오래 가며, 내장된 LED는 눈부실 정도로 밝아서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읽는데 불편함이 없다.

단점

물론 단점도 있다.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가장 기대를 했으나 마찬가지로 가장 실망을 한 건 GPS였다. 생각보다 감도가 약하고 동기화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외로 나갔을 때 비행기에서 내려 브릿지를 지나 공항을 완전히 나가기 전까지, 지붕이 있는 환경에서의 GPS 수신은 거의 실패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GPS 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시차를 보정하는 편함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내에서 수동으로 용두를 돌려 월드타임을 조정해서 맞추는 쪽이 훨씬 빠르고 편하다.

액정 없이 아날로그식 바늘로만 이루어져서 생기는 단점도 있다. 바늘이 보조 문자판을 가리는 경우, 바늘을 치울 수 있는 기능이 없다. G-SHOCK의 다른 제품군 중에는 이미 적용된 기능인데 무브먼트가 달라 적용이 안 되는 모양이다. 월드타임 등 보조기능을 설정할 때 용두로 바늘을 돌려야 하는데, 이게 디지털 액정에 뜨는 숫자를 버튼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굼뜬 것이 사실이다.

앞에서도 썼지만, 나는 티타늄 합금에 DLC까지 적용했으니 시계의 표면은 금강불괴인줄 알았다. 하지만, 날 흠집은 결국 난다. 단지 상대적으로 잘 버텨줄 뿐이다. 문제는, 다른 스테인리스 스틸 시계는 폴리싱해버리면 그만이지만 MR-G, 특히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DLC가 적용된 MRG-G1000B는 폴리싱이 안 될 것 같다. 그냥 쓰는 수 밖에.

결론

나는 아직 MRG-G1000B 정도로 내 요구에 잘 부응하는 시계를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옥스포드 셔츠를 기본으로 하는 내 평소 복장에 잘 어울리는 외관, 귀찮음 없이도 정확하고 멈추지 않으며 내게 필요한 정보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기능성, 막 굴려도 튼튼한 신뢰성까지.

물론 사소한 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백 만원 짜리 가격표가 CASIO, G-SHOCK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아, 얘를 대체할만한 시계를 본 적이 딱 한 번 있긴 하다. 이태원 G-SHOCK 플래그십 스토어 세미나에서 후속작인 MRG-G2000B를 봤을 때. 하지만 아직은 내 손때 묻은 MRG-G1000B가 더 좋다.)

Rideye 자전거 블랙박스 2주 사용기

장점

긴 사용시간 (~10시간, 사용 중 충전 가능)
루프레코딩
사용자 지정 또는 충돌감지시 해당 영상 덮어쓰기 보호
고프로 마운트 체결 가능 (별매)
뒤집어 장착시 영상 자동 상하반전

단점

의문이 드는 내구성과 사후지원
손떨방 부재
번거로운 설정 방법
부실한 USB 단자
진동에 취약한 순정마운트

사용기

지금까지 자전거 타면서 자잘하게 자빠링한 적은 있어도 큰 사고를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참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한강이나 서울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겪으며 만약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인리히의 법칙에서도 큰 사고 이전에는 반드시 작은 사고 내지는 징후가 보인다고 하지 않은가. 바로 그 징후가 보이는 것 같아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장착하기로 했다.

막상 장착하려고 하니 마음에 드는 물건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괜찮아보였던 Fly12는 전조등과 일체형이라는 점이 오히려 중복투자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프로나 소니액션캠은 화질과 기능이 좋지만 배터리 사용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게 후보를 하나하나 제외해나가다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제품이 라이드아이였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본체(8GB)를 USD 99.99, 고프로 어댑터를 USD 9.99, 배송비 USD 17.14를 지불했고, USPS First Class로 열흘 정도 걸려서 한국에서 받았다. 수령 후 후판을 열고 내장된 8GB MicroSD 카드를 별도로 주문한 32GB 제품으로 변경했다. (뜯은 흔적이 남아서 워런티는 안녕…)

써보니 자전거용 블랙박스라는 그 자체에만 집중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170도 화각에 FHD(1080p) 화질로 10시간까지 녹화 가능하고, 제품 설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직접 해보니 녹화 중 충전도 된다. 영상은 5분 단위로 끊어서 저장되며, 용량이 다 차면 오래된 영상을 자동으로 덮어쓴다. 다만 사용자가 지정하거나 충돌감지시 과거 5분, 현재 5분, 미래 5분까지 총 15분 분량의 영상을 덮어쓰기에서 보호하여 보존한다.

반면 필수적이지 않다 싶은 기능은 찾아볼 수가 없다. 손떨방이나 GPS 같은 부가기능이 없는데다 영상 한가운데에 현재 날짜와 시각이 자동으로 박혀들어가기에 영상제작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뭔가 좀 아쉬운 결과물을 내어준다. 스마트폰 연결은 당연히 지원하지 않으며 설정을 변경하려면 직접 텍스트 파일을 수정하여 내장메모리에 저장해주어야 한다.

블랙박스로서의 기능 자체는 아주 훌륭하게 동작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3초 정도의 딜레이(배터리 잔량 표시) 후 바로 녹화를 시작하고, 동작 중 버튼을 누르면 해당 영상 5분(+ 이전/이후 각 5분)을 보존해준다. 지난주에 자전거를 세워놨다 넘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해당 영상 5분(+ 이전 5분, 이후 5분)이 자동으로 보존되어 있었다.

DR이 좁고 화면은 약간 푸른톤을 띄는데다 선예도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화각이 넓고 현재 시각을 아예 영상에 박아버리니 사고 발생시 상황판단용으로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정도의 영상을 뽑아준다. 때문에 아예 블랙박스로만 사용을 하니 손떨방이 없고 설정이 불편한 점은 그리 큰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손떨방이야 있으면 좋겠지만 필수적인 건 아니고 설정은 처음 초기설정 한 번만 해 두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만질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 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고프로 마운트): https://youtu.be/3T_H_Bz_wxM
– 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순정 마운트): https://youtu.be/BHWAlXgUGjo
– 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샛강구간, 고프로 마운트): https://youtu.be/UGbZZpa3i-s

오히려 내구성이 그리 좋지 않아보여서 오래 쓸 수 있을지를 잘 모르겠다. iFixit에 Rideye 분해기가 올라와있는데, 내부를 고정하는 부품이 나사 몇 개와 본드 밖에 없다. 좀 더 제대로 된 실링 같은 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나마 최근 가슴 높이에서 돌바닥에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외장이 좀 긁힌 것 말고는 멀쩡하게 동작하기는 한다.

이 제품의 유일한 외부단자인 USB단자도 좀 아쉽다. 고무실링으로 열고 닫는 흔한 방식인데, 이게 조금만 세게 당기면 제품에서 아예 빠져버린다. 단자를 닫을 때도 아주 신경써서 끼우지않으면 깔끔하게 닫히질 않는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으면 기댈 곳은 제조사 뿐인데 이마저도 의문스럽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제가 생겨서 연락을 했는데 제대로 된 응대를 받지 못했다는 평이 넘쳐난다. 마지막 펌웨어 업데이트가 2015년 1월이었으니 벌써 2년 반 넘게 업데이트가 없었던 셈이다. 신제품 소식은 없으면서 공식 홈페이지에서조차 예전보다 가격을 반값까지 후려쳐서 팔고 있는 걸 보면 조만간 손털고 나갈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마운트에 대해서도 적어야 하겠는데, 핸들바의 고무밴드의 장력으로 고정하는 순정마운트로는 진동 방지가 제대로 안 된다. 그나마 별매인 고프로 어댑터를 사서 고프로 마운트에 장착하면 진동은 훨씬 덜해진다. 다만 고프로 마운트는 탈착이 번거로워 충전하기가 귀찮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진동 방지와 탈착 용이를 모두 만족하는 방법이 없을지는 아직도 찾는 중이다.

결론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은 제품이다. 배터리, 충돌감지센서 같은 자전거용 블랙박스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대로 갖춘 경쟁자가 거의 없어 선택의 여지가 매우 좁은 덕에 선전한 제품이 아닌가 싶다. 당장은 잘 쓰고 있지만, 언제라도 10만원 짜리 블랙박스가 일회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제품의 사양이나 기능과는 별개로,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달게 되니 나 스스로부터가 도로교통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더욱 조심해서 방어운전을 하게 된다. 핸들바 위에 카메라 같은 게 보이니 자동차 운전자의 위협운전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블랙박스는 사고났을 때 상황판단을 위한 제품이지만 어쨌든 사고는 안 나는 게 좋으니만큼 사고를 예방하는데에도 블랙박스의 존재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양
  • 포맷: 영상 FHD 1080p 30fps H.264, 음성 512kbps PCM
  • 광학계: 6매 유리렌즈, 화각 170도
  • 저장용량: 1.25시간(8GB), 6시간(32GB)
  • 배터리: ~10시간
  • 크기: 98(L)×31(W)×40(H) mm
  • 무게: 185g
사용법

전원 On: 꺼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짧게 누르면 배터리 상태 표시 후 자동 녹화시작
– 배터리 상태: 청색 LED 4번 깜빡임 75-100%, 3번 50-75%, 2번 25-50%, 1번 0-25%
– 녹화 중: 적색 LED 1초에 1번 깜빡임

영상보존: 넘어짐 감지시 자동보존, 버튼 짧게 누르면 수동 보존
– 보존시: 적색 LED 빠르게 10번 깜빡임
– 보존범위: 현재 5분, 이전 5분, 이후 5분 (총 15분)
– 파일이름: 비보존시 숫자로 시작, 자동보존시 ‘G’로 시작, 수동보존시 ‘P’로 시작

전원 Off: 3초 이상 버튼 길게 눌렀다 뗌

PC 연결시: USB케이블 연결 후 전원 On

제품 설정
* 설정 내용 입력시 영문은 모두 소문자로 입력
– 제품 초기화: 외부저장소 연결 후 ‘FORMAT’ 폴더의 FORMAT.TXT 내용을 ‘no’에서 ‘yes’로 변경 후 재시작
– 화질 설정: ‘FORMAT’ 폴더의 RESO.TXT의 내용을 1080p 또는 720p 또는 480p로 입력
– 시간 설정: 외부저장소 연결 후 ‘FORMAT’ 폴더의 TIME.TXT의 내용을 YYYYMMDDHHMMSS (시간은 24시간제) 양식으로 입력 후 재시작하면 전원이 다시 켜진 시점에 TIME.TXT의 내용을 읽어와서 시간 설정됨
* 2017년 9월 16일 14시 25분 2초: 20170916142502
* TIME.TXT 안 보일 경우 USB케이블 꽂힌 상태에서 제품 초기화 시행
– 펌웨어 업데이트: 외부저장소 최상위 폴더에 펌웨어 파일을 넣고 USB케이블 꽂힌 상태에서 제품 초기화하면 황색 LED 깜빡이며 펌웨어 업데이트 진행

Exposure Sirius Mk5 전조등 2주 사용기

장점

가벼운 무게 (81 g)
긴 사용시간 (2,900 mAh; 최저밝기 사용시 36시간)
괜찮은 밝기 (최대 550 lm, 2시간 사용 가능)
USB 충전 및 충전 중 사용 가능
생활방수

단점

충전시 범용 MicroUSB 케이블 호환 불가 (전용 케이블 필요)
복잡한 사용 방법

사용기

Sirius Exposure

원래 쓰던 리자인 마이크로드라이브 구형 전조등의 배터리 소모시간이 너무 짧아져서 전조등을 바꿨다. 요즘 배터리 내장형으로는 본트래거의 이온 시리즈, 충전지 교체형으로는 블랙울프 시리즈가 대세인 모양이지만 가능한 작고 가벼운데 오래 가는 충전식 전조등을 찾다가 익스포저 시리우스를 구입하게 됐다.

영국 Chain Reaction Cycles에서 USD 121.99 및 무료 국제배송 조건에 직구를 했고, Royal Mail로 발송되어 한국 집에는 열흘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영국에서 한국까지 오는 무료배송 치고는 생각보다 빠르게 별 문제 없이 온 셈이다.

장착은 전용 마운트에 끼워서 핸들바에 고무밴드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마운트의 장력은 아주 빡빡해서 탈착이 힘들 정도였던 리자인 마이크로드라이브보다는 약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험한 라이딩을 하면서 라이트가 떨어진 적은 없었으니 적당한 선인 것 같다.

마운트에 물릴 수 있는 본체의 길이가 상당히 긴 편이다. 브롬톤에 장착할 때는 맨 윗쪽으로 장착하는 쪽이 좋았다. 그렇게 하면 캐리어블록에 가방을 달았을 때 생길 수 있는 간섭이나 앞바퀴 때문에 생기는 빛그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강 샛강 촬영 영상: https://youtu.be/UGbZZpa3i-s
* PGM3-M; 12시간 사용 가능한 밝기이며, 카메라의 DR이 부족하여 실제보다 어둡게 보임

최대밝기는 550 lm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이 밝기로는 2시간 사용이 가능하고, 충전 중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 보조배터리와 조합하면 여행용으로도 쓸 수 있겠다. 반대로 최저밝기로는 3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데 가로등이 잘 되어 있는 도심에서는 이 정도 밝기로도 별 불편함이 없었다. 주당 야간 라이딩 시간이 10시간 남짓에 불과한 나로서는 사용시간 12시간 정도인 중간밝기로 사용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만 충전하면 되니 이 또한 편리하다.

렌즈 상단에는 손톱 모양의 작은 가람막이 있다. 처음에는 반대쪽에서 오는 상대방의 눈뽕 방지용 갓이 아닌가 했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그건 아니고 사용자 본인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용도다. 별도의 갓은 없으므로 실사용시에는 하향 장착이 필수적이겠다.

충전은 꽤 불편하다. USB 충전식인 건 좋은데 MicroUSB가 아닌 원형의 전용 단자다. DC 5V 어댑터 등에 사용되는 단자로 보이는데 주변에 널려있는 MicroUSB 케이블이 아닌, 전용 케이블을 따로 챙겨야 한다는 점이 번거롭다.

사용법은 꽤 헷갈린다. 보통 전조등은 버튼 1개가 있어서 길게 누르면 켜지고, 길게 누르면 꺼지는 게 가장 흔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런데 익스포저 시리우스 전조등은 켤려면 짧게 두 번 눌러야 하고, 끄려면 적당시간 동안 누르고 있어야 한다. 몇 가지 추가 기능이 있는데 이걸 버튼 하나로 구현하려다 보니 어렵고 복잡해졌다. 나도 쓰면서 계속 헷갈려서 이 글 마지막에 간단한 사용방법을 번역해서 옮겨둔다.

결론

이만한 무게에 이만한 사용시간을 보장하는 제품은 드물다. 사용시간을 희생하면 500 lm 이상의 상당한 밝기도 얻을 수 있다. 충전과 조작에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고 가격이 만만찮지만 안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추가 경량화를 달성하고 잦은 충전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사양

사용시간: 최대밝기 2시간, 최저밝기 36시간
밝기: 최대 550 lm
배터리: 내장 2,900 mAh
크기: 106(L)×28(D) mm
무게: 81g
내용물: 본품, 장착용 브라켓+고무밴드, 전용 USB케이블, 사용설명서

사용법

전원 On: 꺼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두 번 짧게 누름 (최대밝기로 켜짐)
SOS 모드(점멸): 켜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길게 누른 상태에서 라이트가 한 번 깜빡인 후 버튼 놓음
전원 Off: 버튼 길게 누른 상태에서 라이트가 한 번 깜빡인 후, 다시 두 번 깜빡인 후에 버튼 놓음

H-M-L 전환: 켜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한 번 짧게 누르면 3초간 현재 모드 표시 후 배터리 잔량 표시
– 현재 모드: 녹색 H, 황색 M, 적색 L
– 배터리 잔량: 녹색 50-100%, 황색 25-50%, 적색 5-25%, 적색(깜빡임) 0-5%

Program 전환: 꺼져있는 상태에서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누르면 라이트가 1, 2, …, 7회 깜빡이는데 그 중 원하는 Program 숫자만큼 깜빡인 후 버튼 놓음 (Program List 및 각각의 사용시간은 라이트 배면에 인쇄)

Sony MDR-1A 1년 사용기

MDR-1A

장점

– (개인적인 기준에서) 예쁜 외관과 비교적 얇은 두께
– 크게 나쁘지 않은 소리의 균형
– 편안한 착용감

단점

– 훌륭한 저역에 비해 아쉬운 고역
– 밀폐형 오버이어 치고 부실한 차음성

외관

외관은 워낙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부분이다. 요즘 소니의 주력상품은 미니멀한 디자인이 적용된 h.ear 시리즈이지만 나는 이쪽이 더 예뻐보인다. 전체적으로 무광 검정 바탕에 포인트컬러로 붉은색이 적용됐다. 케이블 장착부의 도금부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도 예쁘다.

반가운 점은 40mm 드라이버를 장착한 제품치고는 두께가 얇은 편이다. 이른바 ‘요다 현상’이 덜하다. 물론 그럼에도 헤드폰은 두상이 작고 예뻐야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구입 전에 제품 사진만 보지 말고 직접 착용하고 거울을 보거나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착용샷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소리

소니의 3세대 이후 실외용 헤드폰들은 소리의 지향점이 명확하다. 이전의 MDR-1R 때도 그랬고 이 제품 직전에 사용했던, 동일한 울림체가 적용된 MDR-1ABT 때도 그랬다. 저역이 예쁘게 울리는 대신 고역이 먹먹할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아쉽게 덜 들리는 딱 그 느낌이다.

다행히 40mm 드라이버의 품질이 좋아서 EQ질을 하면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나는 몇몇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무보상(Uncompensated) 측정치를 기반으로 Flat에서 중고음을 약간 키우되 2kHz 근처에 약간의 딥을 주는 식의 보정을 했다. 이렇게 했더니 저음의 양감이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맑고 깔끔한 소리, 특히 남성 보컬이 아주 명료하게 들려서 만족스러웠다.

착용

소니의 MDR-1A과 그 이후의 제품들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주요 헤드폰 제품 중 착용감이 가장 좋은 편이다. 입체적으로 재봉된 이어패드는 어디 빈 곳 없이 귀에 찰싹 달라붙는다. 측압이 강하지 않아 오래 쓰고 있어도 통증이 덜 한 편이다. 안경을 쓰게 되면 그 부분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다른 헤드폰에 비하면 덜 하다.

실외에서의 사용에는 불편한 점이 있었다. 무게는 감당할만 했으나 측압이 약한 편이라 고개를 숙이거나 젖히면 헤드폰이 벗겨지는 일이 잦았다. 양쪽 유닛이 90도로 스윙하지만 동봉된 파우치에 넣기가 빡빡하고 목에 걸기엔 헤드폰 전체의 내경이 작은 편이라 목이 불편했다.

무엇보다 오버이어에 밀폐형임에도 불구하고 차음이 좋지 않아 출퇴근길에서의 사용은 불편했다. 대로변이나 기차역에서는 음량을 꽤 크게 올리더라도 음악을 정상적으로 듣기 어려웠다. 측압이 약한 문제도 있고 부드러운 저음을 내어주는 덕트가 여기에서는 단점이 된다.
결론

벌써 어느 정도 구형 제품이 되기는 했지만 소니의 헤드폰은 해당 가격대에서 적어도 언제나 돈값은 하는 물건이다. MDR-1A 역시 그랬다. 비록 헤드폰 특성상 여름에는 사용하기 어렵고 실외 사용에 불편함이 있어 기간에 비해 많이 사용했던 제품은 아니지만 약간의 EQ질을 거친 소리가 마음에 들어 잘 사용했던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