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야매정비] 실버락 외장 7단 휠셋 허브 분해 및 베어링 교체

내 16년식 C라인 로우락커 브롬톤은 사계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열심히 달리는 자출 머신이다. 재작년에는 국토종주도 다녀왔고, 종종 물세차도 받고 있다. 절대적인 거리와는 별개로 꽤 가혹하게 구르는 셈이다.

언젠가부터 리어휠셋이 구를 때 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휠셋을 탈거해서 돌려보니 ‘드르르르’ 하는 진동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당장 구름성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 같아 이 상태로 꽤나 오래 탔다.

그러던 요즘, 페달 밟기가 묘하게 힘들다고 느꼈다. 물론 겨울휴가 내내 운동과는 담 쌓고 놀고 먹기 바빴던 내 체력 탓이겠지만, 묘하게 휠셋 때문일 수도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난 김에 휠셋을 뜯어서 정비를 했다.

내가 쓰는 휠셋은 앞쪽은 SON 다이나모 허브 20홀 완성 휠셋, 뒷쪽은 실버락 외장 7단 28홀 허브에 브롬톤 순정림, 샤핌 스포크를 조합한 커스텀 휠셋이다. 다이나모 휠셋은 제조사 FAQ를 보면 수만 km까지 유지보수를 안 해도 되고, 꼭 필요한 경우엔 제조사에 보내서 베어링을 교체하라고 되어 있다. 사실 어떻게 뜯어야 할지 감도 안 오고 자료도 못 찾겠고 정비해주는 샵도 없는 것 같고 수입사에 연락하는 수 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리어휠셋만 뜯어서 정비했다.

내 리어휠셋은 2023년 5월부터 썼으니 2년이 좀 안 됐다. 얼마 전에 라쳇 그리스 교체와 스포크 텐션 점검 말고는 별다른 정비를 한 적 없는 휠셋이다. 오늘의 야매정비는 허브 내부 베어링 상태를 점검해보고, 이상이 있으면 교환하려고 한다.

아래는 준비물. 베어링 풀러는 자전거용 공구 중 가장 비싼 축에 든다. 알리에서 저렴한 제품을 살 수 있긴 하지만 영 허술해보이는 품질을 생각하면 차라리 망치질 하는 게 나을지도?

  • 휠셋, 스프라켓 분리: 5mm 육각렌치, 15mm 스패너 또는 몽키스패너, 락링 공구, 체인휩
  • 허브 정비: 17mm 스패너 또는 몽키스패너 2개, 그리스
  • 베어링 교체: 새 베어링, 망치, 베어링 풀러, 베어링 압입 공구, 그리스
  • 정비주기: 6개월

리어휠셋 탈거는 생략하고, 바로 스프라켓 분리부터 시작.

락링 분리 공구를 락링 홈에, 체인휩을 스프라켓에 걸고 스패너에 물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락링이 풀린다.

락링을 풀고 스프라켓을 빼내면 항상 명칭이 헷갈리는 프리허브바디가 나온다. 나는 보통 그냥 허브바디라고 부르는데, 프리휠바디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 같다.

스패너로 양쪽 락너트를 풀어준다. 락너트 규격은 17mm다. 콘너트와 락너트가 겹쳐져 있는 컵앤콘 방식과 달리 스패너 넣을 공간이 충분하므로 콘렌치는 필요 없다. 17mm 렌치가 없어서 몽키스패너로 작업했다. 두 락너트 중 하나가 먼저 풀릴텐데 내 휠셋은 드라이브 사이드의 너트가 먼저 풀렸다.

드라이브 사이드 락너트를 제거하면 프리허브바디의 아우터 베어링과 더스트씰이 보인다. 이 상태에서 프리허브바디를 잡고 슬슬 잡아당기면 프리허브바디를 뺄 수 있다.

프리허브바디를 빼면 허브의 드라이브 사이드 베어링과 라쳇이 드러난다. 얼마 전에 여기까지 뜯어 그리스를 잔뜩 채웠던 터라 오염되지 않은 그리스가 꽉 차 있다.

처음 뜯었을 때의 그리스는 훨씬 적었는데, 워낙 험하게 굴리는 브롬톤이라 그리스를 많이 채워줬었다. 원래 점도가 높은 리튬 그리스를 썼었는데 이후 겨울 자출길에 휠셋이 놀랍도록 안 굴러서 너무 힘들었다. 이게 상온에서는 그나마 괜찮은데 저온에서는 점도가 더 떨어지는 모양이다. 닦아내고 점도가 덜한 실리콘 그리스를 대신 채웠더니 괜찮아졌다.

프리허브바디의 폴과 스프링에도 그리스가 가득하다.

폴에 이 정도로 그리스를 채우면 라쳇 소리가 거의 안 난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좀 타보니 너무 시끄러운 것도 민폐지만 너무 조용한 것도 안전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휠셋에 따라서는 폴 리턴이 안 되어 페달을 밟아도 힘 전달이 안 될 수도 있다.

나중에 조립할 때는 점도가 더욱 낮은 그리스로 바꿀 생각이다.

논드라이브 사이드 락너트를 빼야 하는데 액슬이 같이 돌아 쉽게 풀리지 않았다.

드라이브 사이드 액슬에 휠셋 고정용 너트, 와셔, 락너트를 순서대로 꽂은 다음, 논드라이브 사이드 락너트와 드라이브 사이드의 안쪽 너트를 같이 돌려서 빼낼 수 있다. 컵앤콘 방식의 허브나 헤드셋의 락너트와 같은 원리다.

논드라이브 사이드는 락너트를 빼면 베어링이 바로 드러난다. 오염에 취약한 구조인데 실제로 베어링에 문제가 있었다.

여기서 잠시 고민했다. 어지간한 허브는 제조사에서 매뉴얼이나 도면을 제공해서 공구만 있으면 뜯을 수 있다. 근데 이건 깜깜이 상태다.

알리 통해서 실버락에 직접 문의해봤는데 헛방이었다. 처음엔 도면은 못 주지만 대신 분해 동영상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베어링 압입 공구 사진을 보내주며 이런 전문 공구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보내주지 않았다. 나는 필요한 공구를 다 갖고 있고 여러 허브를 뜯어본 경험도 있으니 도면만 있으면 된다고 얘기해봤지만 결국 자료는 못 받았다.

다행히 구글링 끝에 한 귀인께서 올려두신 분해된 액슬 사진을 우연히 찾을 수 있었다. 액슬 안쪽에 턱이 2개 있어 베어링 2개를 각각 고정하는 구조였다. 덕분에 자신 있게 액슬에 망치질을 했다.

드라이브 사이드 액슬에 스틸 볼트를 꽂고 망치질 했더니 논드라이브 사이드 베어링과 함께 액슬이 밀려나왔다. 역시 망치는 답을 알고 있다. 액슬에 밀려나온 베어링은 손으로 쉽게 뺄 수 있었다.

드라이브 사이드 베어링 역시 액슬 꽂고 망치질 해도 되지만, 대신 베어링 풀러를 이용해서 얌전히 빼냈다.

자료를 찾아보다 알게 됐는데, 이런저런 허브 구조에서 베어링을 망치질로 빼는 건 의외로 야매가 아니었다. 시마노 허브 매뉴얼에도 당당히 망치질하라고 나와 있더라. 그래도 망치질은 최대한 자제했다. 알리발 경량 허브의 내구성을 알 수 없었기 때문.

역시 일은 공구가 한다. 깔끔하게 빠졌다.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고 더 귀찮다는 건 함정.

다시 프리허브바디로 돌아왔다. 폴을 잡고 있는 프리허브 스프링을 빼면 폴과 작은 스프링들을 뺄 수 있다. 모두 빼서 닦아준다.

이 허브는 6폴이다. 어째 라쳇 소리가 우렁차더라니. 그렇잖아도 미니벨로 휠셋은 크기가 작은만큼 회전수가 많다. 여기에 폴마저 많으니 라쳇 소리가 작을 수가 없다.

프리허브바디는 아우터부터 시작이다. 더스트씰이 락너트와 맞물리는 구조라 고압수를 쏘지 않는 한 오염에는 상대적으로 강해보인다.

더스트씰은 살살 잡아당기면 빠진다. 베어링 표면은 생각보다 오염이 없었다.

프리허브바디 내부를 잘 들여다보면 아우터 베어링과 이너 베어링 사이에 부싱이 들어있다. 부싱의 내경은 베어링과 같고, 외경은 프리허브바디 내경보다 작아서 옆으로 밀어보면 수 mm 정도 밀린다. 그만큼 베어링 내륜이 일부 드러나서 베어링을 뺄 수 있게 된다. 많은 허브에서 쓰는 흔한 방식이다.

적당한 물건을 이너 베어링 쪽을 통해 집어넣어 아우터 베어링의 내륜 안쪽에 대고 망치질한다. 망치질 안 한다며

아우터 베어링과 부싱이 분리됐다. 역시 망치는 답을 알고 있다 (2)

이너 베어링도 아우터 베어링처럼 바깥쪽으로 빼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녀석은 바디 내부에 턱이 있어 안쪽으로 빼야 했다. 역시 베어링 풀러로 깔끔하게 빼냈다.

물론 답을 알고 있는 망치질로도 뺄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이 허브는 요령만 있다면 굳이 베어링 풀러가 없어도 베어링은 모두 뺄 수 있다.

허브 분해를 마치고 부품들을 한 번씩 닦아내줬다. 다행히 구조가 단순해서 정비성이 괜찮은 편이다. 이번엔 내부 구조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조심히 뜯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음에는 금방 뜯을 수 있을 것 같다.

순정 베어링은 대만 NBK 제품이다. 형번은 논드라이브 사이드부터 순서대로 6900-2RS, 6900-2RS, 6800-2RS, 6000-2RS. 모두 양면 고무씰 타입의 표준규격품이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중 맨 왼쪽의 6900번, 세 번째 6800번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손으로 돌려보면 잘 돌긴 했지만 서걱거림이 느껴졌다.

6900번은 구조상 오염에 취약해서 그런 것 같고, 6800번은 오염보다는 크기가 제일 작아 수명이 짧지 않았나 싶다.

나머지 2개 베어링은 상태가 괜찮았다. 하지만 이왕 뜯은 김에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베어링컵에 그리스를 살짝 발라둔 프리허브바디와, 교체할 베어링이다.

새 베어링은 이쪽 업계 선두업체 중 하나인 일본 NSK 제품으로 골랐다. 창원에 NSK 공장이 있어 혹시 한국 생산분이 오려나 싶었는데 받아보니 일본과 인도네시아 생산품이었다. 국내 회사 제품도 찾아봤었는데, 6000번은 있었지만 6800, 6900번을 못 찾아서 NSK로 주문했다.

새 베어링은 아무런 진동 없이 돌아가는 대신, 돌릴 때의 저항감이 기존 베어링보다 좀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제품 차이일 수도 있고, 새 베어링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후자의 경우 쓰다보면 부드러워지곤 했다.

지그로 베어링을 압입해준다. 여러 부싱과 공구를 잘 조합해서 중심이 틀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게 요령이다. 압입 후 베어링을 돌려봐서 잘 구르는지 확인해야 나중에 낭패를 보지 않는다.

전용 공구 대신 버리는 베어링이나 적당한 물건을 대고 망치질 하는 방법도 있지만 굳이 지그를 써서 조립했다. 역시 신뢰성을 알 수 없는 알리발 경량 허브에다 함부로 망치질 하긴 좀 그렇다.

베어링을 압입하고 빼뒀던 폴과 스프링도 다시 조립했다.

원래 폴에는 실리콘 그리스를 썼었지만 이번에는 점도가 더 낮은 스프레이 그리스를 발라줬다. 아예 오일을 바르면 라쳇 소리가 너무 커지는 것도 문제지만 정비주기가 너무 빨리 돌아올 것 같고, 저번에 실리콘 그리스를 잔뜩 발랐더니 라쳇 소리가 지나치게 정숙해서 중간 쯤으로 고른 선택지다.

이어 허브에도 베어링을 압입했다.

이 허브는 구조상 최소한 베어링 하나는 액슬이 꽂힌 상태에서 압입해야 하기 때문에 공구를 가린다. 허브 액슬의 내경이 6mm이므로 이를 관통할 수 있도록 5mm 짜리 볼트가 있는 베어링 지그를 골라야 작업이 쉽다.

라쳇과 주변부에 그리스를 충분히 발라준다. 라쳇은 윤활 목적이고, 주변부는 나중에 프리허브바디가 결합됐을 때 틈새로 외부 이물질이 못 들어오도록 방지할 목적이다.

시마노 허브 매뉴얼에는 그리스를 이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 경로와 회전부분에만 도포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허브 액슬을 베어링 내륜에 물리면 베어링이 비정상이 아닌 이상 같이 회전하기 때문에 베어링 내륜에는 그리스를 바르지 않는 식이다.

그런데 수분과 이물질이 많이 유입되어 액슬과 베어링이 부식되면 분해를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정비를 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고착 우려가 있는 곳에 그리스를 살짝 발라주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사진은 액슬 없이 허브 양쪽 베어링을 다 압입해놓은 상태다. 뒤늦게 액슬 안 꽂은 걸 깨닫고 한쪽 베어링을 빼서 액슬 꽂은 후 다시 압입했다.

마지막으로 프리허브바디를 허브에 결합한다. 살살 밀어넣으면 되는데, 마지막에 위 사진처럼 폴이 안 들어가고 걸린다. 얇은 공구로 하나씩 눌러주며 바디를 밀어넣으면 어느 순간 쏙 들어간다.

이후 생략된 락볼트, 스프라켓, 락링 조립 후 프레임 장착까지 마치면 작업 끝.

번외로 원래 장착되어 있던 NBK 베어링들을 뜯어봤다. 외경은 각각 다르지만 내경은 모두 10mm 짜리다. 손으로 돌려보면 왼쪽 두 개는 상태가 괜찮았고, 오른쪽 두 개는 서걱거림이 느껴졌다.

뜯어보니 오른쪽 위 6800번 베어링의 상태가 제일 좋지 않다. 내부에 남아있는 그리스 자체가 별로 없는데 그마저도 오염되어 있다. 아래쪽 6900번 베어링 2개도 손으로 돌려봤을 때의 상태는 달랐지만 둘 다 그리스가 빠져있다.

왼쪽 위의 6000번 베어링이 개중엔 제일 멀쩡해보인다. 베어링 크기가 클수록 수명에 유리한 면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경량 때문에 자전거 허브에 들어가는 베어링이 갈수록 작아지는 추세는 어쩔 수 없겠지만.

작업 끝나고 시험 주행을 나갔다왔다. 당연하겠지만 잘 나간다. 역풍에서도 힘이 덜 드는 것 같다. 매끈한 대리석을 밟으며 달려보니 이전에 휠이 돌 때 느껴지던 잔진동이 줄었다. 라쳇 소리는 자전거 도로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엔 역부족이지만 스텔스 모드나 다름 없던 이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들린다. 물론 모두 기분탓, 플라시보일 수도 있으니 너무 큰 의미는 두지 않기로 했다.

상태 안 좋은 베어링을 조기에 발견해서 교체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한 정비였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 나름대로 오버홀을 하는데, 그때마다 허브와 베어링 정비도 같이 해줄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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