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 여행 계획 짜기

여행 계획의 필요성

여행의 결심이 섰으면 계획을 짜야 한다. 아무런 계획 없이 일단 떠나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의 틀은 미리 잡아둬야 마음이 편하다.

여행 전 계획에 열 올리는 것에는 한국의 비극적인 노동 환경 탓도 있다. 휴가를 한 번에 길게 쓰기 어려우므로 제한된 시간을 가능한 낭비 없이 쓰고 싶은 것은 사람의 당연한 심리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슬픈 일이다.

예전에는 분 단위로 꽉 짜인 여행 계획을 따라가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보다는 여유 있게 준비한다. 무리한 여행 계획을 짜느라 출발하기도 전에 미리 진 빠질 필요가 없기도 하거니와, 여행은 항상 계획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계획을 짜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 순서는 이렇다: 먼저 여행 갈 시기를 결정하고, 가고 싶은 곳들을 나열하고, 효율적인 동선을 짜고, 시간 대비 일정이 너무 많으면 날짜를 추가하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시간이 남으면 다른 계획을 추가하거나 만약을 위한 여유 시간으로 잡아둔다.

여행 시기의 선택

보통 여행 준비는 여행 시기나 여행지 둘 중 하나를 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내 경우, 시기보다는 주로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먼저 정해진다. 홋카이도에서 펭귄을 본다거나, 마추픽추에 가본다거나 하는 식이다. 때문에 여행지보다는 시기를 정하는 것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각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내 경우 정해진 휴가 일정이 없다. 공식적인 여름휴가, 비공식적인 겨울휴가가 있긴 하지만 둘 다 특정 주차로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적당히 편할 때 쓰면 되는 식이다. 그래서 여행의 시기는 한국에서의 사정보다는 현지의 사정을 보고 결정하는 편이다.

한겨울의 모스크바도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끔찍하게 춥고 일조시간이 짧아 여행하기에는 좋지 않다. 술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옥토버페스트 기간의 뮌헨은 비싸고 붐비기만 하는 곳이다. 전자는 비교적 보편적인 비수기이고 후자는 특정 사람에게 적용되는 비수기라고 볼 수 있다.

성수기가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유명 관광지는 사람이 특히 많이 몰려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데다 숙소나 음식이 호되게 비싸기 때문이다. 기껏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 사람의 홍수에 치이기만 해서야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성수기와 비수기를 모두 빗겨간 중간 시즌을 좋아한다.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시즌을 고를 수 있는 여건은 안 되지만,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중간 시즌을 고르는 편이다.

일정 구체화

일단 출국일과 귀국일이 정해지면, 항공권이나 숙소를 예약하기 앞서 일정을 조금 더 구체화해본다. 아주 세세할 필요는 없고, 현지에서의 동선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그래야 다양한 조건의 항공권과 숙소 중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london travel plan based on a map

먼저 구글맵에 가보고 싶은 곳들을 검색해서 저장해본다. ‘저장’ 메뉴에서 ‘가보고 싶은 곳’ 항목을 활용하면 된다. 어느 정도 채워나가다 보면 서로 인접한 목적지들이 보이는데, 그런 곳들끼리 묶어서 그룹으로 만들어준다.

(위 지도에서 그룹으로 묶인 곳들은 실제 소요시간 등을 감안해서 조정된 결과다. 처음에는 지리적으로 가까워보이는 곳들 위주로 묶어주면 충분하다.)

london travel attractions business time table

그리고 종이나 Excel을 이용해서 표를 만들어본다. 이렇게 하면 된다. 특이사항이 있는 날짜에는 색상 등을 이용해서 강조해준다. 위 표 기준으로, 금요일에 평소보다 늦게까지 여는 박물관이 몇 곳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상 소요시간은 구글에서 “How much time is needed to see the british museum” 같은 식으로 검색하면 알 수 있다. 단, 구글이 찾아주는 예상 소요시간은 대부분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한 바퀴 돌아보는 기준이므로 항상 여유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요일별 영업시간은 구글맵에서도 알 수 있지만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보는 쪽이 더 정확하다. 여기에 각 그룹간 이동거리가 멀다면 필요한 교통편도 추가한다. 하루에 몇 번 없는 교통편이라면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이제 다 됐다. 현지에 머무르는 여행 일정에 그룹 단위의 방문지들을 채워넣으면 된다. 하루로 부족하면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거나 여러 날에 걸쳐 채우면 되고, 시간이 남으면 근처의 다른 곳을 찾아보거나 휴식, 쇼핑 등을 위한 여유시간으로 쓰면 된다.

사전에 예약을 받는 방문지도 있는데,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다면 너무 일찍 예약할 필요는 없다. 현지에서는 물론, 출발 전까지 많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일정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전 예약

항공권

가격도 중요하지만 공항과 항공사를 잘 보자. 저가 항공사 중에는 목적지에서 말도 안 되게 먼 시골 공항을 쓰는 경우도 있고, 수화물 개수나 무게 제한이 서로 다르기도 하다. 많은 저가 항공사들은 위탁 수화물에 무조건 요금을 부과하고, 중국 항공사들처럼 기내 수화물 무게 제한이 5kg(!!)에 불과한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나처럼 위탁 수화물 없이 기내용 백팩 하나만 활용하는 경우 무게 제한은 특히 치명적이다.

그리고 최초 입국편, 최후 출국편은 미리 예약해둬도 좋다. 특히 일부 국가는 출국 항공권이 없으면 입국을 거부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발권은 아니라도 최소한 확정까지는 해둬야 한다.

대신 입국과 출국 사이의 이동수단의 확정은 가능한 뒤로 미루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여행 중에서는 많은 일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일정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숙박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 위주의 여행은 굳이 모든 일정의 예약을 미리 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 서비스들이 잘 되어 있어 당일에도 몸 누일 침대 하나 정도는 구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옥토버페스트나 카니발 같은 세계구급 행사가 있을 때는 예외.)

그에 반해 호텔은 당일 예약하려면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뛰므로, 한 달 전에는 예약해두는 게 좋다. 취소가 가능한 일반 예약과 환불 불가(no refund) 예약의 가격차가 크지 않다면 일반 예약으로 진행하자. 역시 여행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경험상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숙소의 위치를 정할 때 최우선은 교통의 편리함이다. 구글맵에서 대중교통 세부정보 옵션을 켜주면 적당한 동네를 시각적으로 찾아보기 쉽다. 도심에 비해 부도심이나 교외는 숙소의 가성비가 좋지만 러시아워와 치안에 유의하자.

최종 일정 점검

늦어도 여행 출발 일주일 전에는 미리 세워뒀던 일정을 점검하자. 특히 방문할 곳들의 영업시간이나 영업일이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고, 중기 일기예보도 참고해서 일정을 최대한 최적화해보자. 대부분은 그룹 단위의 순서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대응 가능하다.

아이폰 6s 노혼 배터리 두 번째 자가 교체 후기

들어가며

내 아이폰 6s는 이제 사용한지 만 36개월을 채웠다. 그 동안 새 기기도 많이 나왔지만, 3.5mm 이어폰 단자도 없어지고, 보기 싫은 노치는 계속 들어가고, Touch ID도 없어지는 등 좀처럼 마음에 드는 기기가 없었다. 게임을 전혀 안 하다보니 6s로도 실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기도 했고.

다만 배터리만은 사용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용량이 자꾸 줄어드는 걸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딱 작년 이맘 때쯤, 만 2년 썼던 배터리를 노혼 배터리로 자가 교체했다. 어렵지 않았던 과정에 비해 결과가 무척 만족스러워서 1년 동안 잘 사용해왔다. (자가 교체하고 얼마 안 되어 애플에서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함정이었지만.)

그리고 1년 여가 지났다. 지난해 배터리 교체를 고민할 때만큼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배터리를 교체했을 때에 비하면 사용시간이 영 못 미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비슷한 시기에 애플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통해 정품 배터리로 교체 받은 아내의 6s보다는 더 사용시간이 길었지만, 어쨌든 체감상 사용시간이 짧아진 것은 분명했다.

실제로 Geekbench 4를 이용해서 벤치마크를 돌려보니 배터리 소모율이 이전보다 높아져 있었다. 벤치마크 1시간 기준, 배터리 성능 최대치 81% 상태의 순정 배터리는 소모율이 90%, 노혼 배터리로 교체한 직후 30%였는데 지금은 44%로, 확실히 좀 더 빨리 소모되고 있었다.

(iOS 설정에서 표시되는 ‘배터리 성능 상태’로 잔여 용량을 가늠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iOS 12부터 배터리에 대한 검증이 추가되었는지 ‘배터리 성능 상태’가 ‘―’로만 표기되는 상태였다. 후술하겠지만 이번에 새 노혼 배터리로 교체하고 나니 ‘배터리 성능 상태’가 정상 표기됐다.)

교체를 결심하기엔 아직 애매한 용량이었지만, 새해를 새롭게 시작할 겸 다시 한 번 배터리를 교체해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노혼이다.

새로운 노혼 배터리

좌측은 작년 1월에 구입한 노혼 배터리(2,060mAh), 우측은 올해 구입한 노혼 배터리(2,175mAh)

아이폰 6s의 순정 배터리 용량은 1,715mAh인데 노혼 배터리의 표기 용량은 항상 그보다 컸다. 작년 초에 구입했던 배터리는 2,060mA로 이미 순정보다 20% 큰 용량이었다. 올 초에 구입한 배터리는 그보다도 용량이 더 커져서, 순정 대비 27% 크다.

뻥용량이 강력하게 의심되지만, 비슷한 시기에 정품 배터리로 교체한 아내의 6s와 비교하면 확실히 노혼 쪽의 사용시간이 더 긴 건 확실하다. 그리고 후술할 변경 전후 Geekbench 결과를 비교해보면 작년 노혼 배터리보다도 올해 노혼 배터리의 용량이 늘어난 것도 분명 맞는 것 같다.

교체 과정과 요령

이번에도 구체적인 교체 과정에 대한 설명은 생략. 유튜브에서도 많은 교체 영상을 볼 수 있고, 지난번 글에서도 참고한 iFixit의 자세한 설명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 잘 되어 있는 설명이 많은데 내가 굳이 강좌를 만들 필요가 없다.

다만, 내 블로그의 검색 유입 상위가 여전히 노혼 배터리 교체 관련이라 힘들게 검색해서 찾아오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참고할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노혼 배터리 관련

  • 국내든 해외든 노혼 배터리 팩을 구입하면 필요한 공구와 자재는 다 들어있다. 드라이버는 자성이 있고, 마감이 불량하지만 배터리 교체에는 차고 넘치는 핀셋까지 들어있다. 굳이 추가로 샤오미 와우스틱 등을 더 구입할 필요가 없다.
  • 단, 아이폰 6s부터는 디스플레이와 프레임 사이에 간이 방수실링 목적의 양면 테이프가 들어간다.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지만 필요하면 역시 국내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깔끔하게 붙이기가 힘드므로, 6s 오래 쓸 생각이면 여러 장 쟁여놓고 쓰면 좋다.
  • 드라이버는 손잡이 앞쪽을 돌리면 로드(Rod)를 빼낼 수 있다. 로드의 양쪽에는 별나사(Pentalobe screw)와 십자나사(Philips screw)에 쓸 수 있는 드라이버가 각각 달려있다. 필요에 따라 뒤집어 쓰면 된다. 전자는 분해 과정 중 첫 단계인 라이트닝 단자 양쪽의 나사를 푸는데, 후자는 그 외 모든 단계에 사용된다.

분해 과정 관련

  • 액정에 붙인 보호유리 등을 굳이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보호유리에 압착판을 붙이더라도 보호유리가 액정에서 떨어지기 전에 상판과 하판 사이에 틈이 먼저 생긴다. 여기에 스크래퍼(Scrapper, 주걱, 헤라(箆; へら) 등)를 살짝 밀어넣고 조금씩 비틀어주며 양쪽 측면까지 쭈욱 밀어주면 된다.
  • 많은 분해 영상에서 디스플레이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진행한다. 디스플레이를 분해하려면 시간이 추가로 걸리고 귀찮기 때문인데, 매일 같이 배터리 교체 작업을 진행하는 업자 등이 아니라면 디스플레이를 분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배터리 교체의 가장 큰 난관인 양면 테이프 제거 작업 중 자세를 잡거나 힘조절을 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나사 4개 풀고 커넥터 3개 뽑으면 되므로 그리 어렵지도 않다. 방수 실링용 양면 테이프를 부착할 때도 어차피 디스플레이는 분리해야 한다.

배터리 교체의 가장 큰 난관은 배터리 아랫쪽의 양면 테이프 제거다. 지난번 교체 때는 나도 둘 다 끊어먹어서 배터리 빼는 데 고생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는데, 의외로 요령은 단순했다.

  • 테이프 떼기 전에 배터리 아랫쪽의 탭틱 엔진를 꼭 제거하자. 테이프를 후판과 평행한 방향으로 당길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제공해준다.
  • 최소한의 힘으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당기자. 이게 가장 중요하다. 하판을 굳이 가열할 필요도 없다. 이 겨울날에도 마음을 편히 갖고 집중해서 천천히 당기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교체의 결과

성능 표기가 정상적으로 출력된다.

용량에 앞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iOS 12부터 ‘―’로만 표기되던 ‘배터리 성능 상태’가 정상적으로 표기된다. ‘배터리 성능 상태’는 배터리 교체 시기를 가늠하는 아주 유용한 지표다. 이번에 배터리 교체를 망설인 것도 ‘배터리 성능 상태’를 알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컸는데 앞으로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Geekbench 4의 배터리 성능 측정으로 확인해보니 역시 기존 대비 사용시간이 길어졌다. 스크린을 계속 켜놓은 상태에서 배터리 성능 측정(Full discharge)를 돌려본 결과, 단위 시간당 배터리 소모율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배터리 구분시간당 소모율
순정 (24개월 사용, 배터리 성능 81%)90 %
2018년 노혼 (교체 직후)30 %
2018년 노혼 (12개월 사용)44 %
2019년 노혼 (교체 직후)22 %

정리하면 2년 사용한 순정 배터리를 노혼 배터리로 교체하면 3배 이상의 사용 시간을 기대해볼 수 있고, 그 상태로 1년을 사용했더니 사용시간이 30% 정도 감소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특히 지난번에 교체한 노혼 배터리보다 이번 노혼 배터리의 표기용량이 27% 더 큰데, 두 배터리의 교체 직후 소모율을 비교해보면 표기용량 차이와 엇비슷한 비율로 소모율이 감소했음을 역시 추측해볼 수 있다.

마치며

지난번 글의 결론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노혼 배터리는 성능이 좋고, 교체도 어렵지 않다. 공식 센터 이용을 포기하고, 불량 배터리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말이다. 어차피 아이폰 6s는 단종된 제품이고, iOS 13 지원을 못 받을 거라는 루머도 나오는 중이니 갈수록 리스크는 작아지는 셈이다.

지난번과 달라진 점도 분명 있다. 애플은 갈수록 사용자들에게 매력 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런데도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팔 생각이 있다면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매력 있거나, 싸거나. 지금의 애플은 둘 다 아니다.

애플 제품군의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워낙 많이 팔리다보니 호환 부품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가장 교체 수요가 높은 배터리, 스크린은 물론이고, 귀찮고 까다로운 과정을 감수한다면 케이스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품을 바꿀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레거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계속 쓰고 싶은 사용자들은 새 기기를 구입하는 대신, 수명이 다 된 정품 부품을 들어내고 그 자리를 호환 부품으로 대체한다. 애플이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다.

나도 굳이 아까운 시간과 위험 부담을 감수해가며 호환 부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매력 있는 신제품이 나오면 좀 비싸도 기꺼이 구입할 의향이 있다. 잘 좀 하자, 팀 쿡 아저씨. 제품에 매력이 있으면 마진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 아니던가.

강릉 형제칼국수 – 장칼국수 (하얀칼국수)

강릉 형제칼국수
강원 강릉시 강릉대로204번길 2
하얀칼국수 6,000원
2019. 1. 5

동해막국수와 마찬가지로 형제칼국수도 2년 만의 방문이다. 좀 더 길게는 5년 사이에 세 번째다. 2016년 말에 왔을 때는 기본매운맛과 더얼매운맛을 먹었었는데,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로서는 더얼매운맛조차도 매워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칼국수가 주는, 포기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모처럼 강릉에 왔으니 형제칼국수에 안 들를 수는 없었고, 이번에는 가장 맵지 않은 하얀칼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형제칼국수의 매운맛은 5단계다. 아주매운맛 – 기본매운맛 – 더얼매운맛 – 장끼맛 – 하얀칼국수 순서. ‘더얼매운맛’조차도 그 이름과는 달리 매운 정도로는 중간 정도나 되었던 셈이다.)

형제칼국수는 매번 올 때마다 느끼지만 별로 변하는 게 없는 집이다. 다만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매번 시내 관광 비수기인 한겨울에 오는데도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오지 않으면 긴 줄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도 점심시간 치고는 좀 이른 시간에 갔더니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식사를 끝내고 나가는 길에 보니 어느새 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장칼국수 - 하얀칼국수
하얀칼국수 – 가장 덜 매운 맛

하얀칼국수는 그 이름과는 달리 그렇게 하얗지만은 않다. 장칼국수이니만큼 장이 안 들어갈 수는 없으니 고추장의 붉은색과 된장의 누런색 그 사이에 있는 색을 희미하게 띄고 있다. 그 위에 풀려들어간 계란, 호박, 김가루, 깨 등이 보인다.

육수는 멸치를 기본으로 다진 마늘, 호박을 넣고 같이 끓여낸 무난한 맛이다. 거기에 된장과 고추장이 섞여들어 장 특유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 감칠맛이 바로 장칼국수의 매력인 것 같다.

아무리 장이 적게 들어갔다지만 하얀칼국수에서도 매운 맛이 없지 않았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매운맛은 아주 약해서 즐겁게 먹을 수 있었지만, 먹다보니 두피에서 가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장칼국수에 사용하는 고추장 자체가 아주 맵게 담근 장인 모양이다.

면은 얇으면서 폭이 넓은 모양새다. 처음 받았을 때는 그릇 바닥에 면끼리 붙어있어 면이 불어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몇 번 휘저어주니 자연스럽게 풀려나왔고 입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이 아주 재밌었다. 면의 형태 덕분인지 면이 육수를 충분히 품어내어 입 안에서 면과 육수를 함께 즐기기 좋았고, 국물과는 따로 삶아낸 면 덕분에 국물이 전분으로 지저분해지지 않는 점 역시 좋았다.

동행은 더얼매운맛을 주문했다. 옆에서 조금 국물맛을 보니 맛에서는 전반적으로 하얀칼국수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장맛이 더욱 강렬했고, 특히 땡초의 쏘는 듯한 매운 맛이 강하게 올라왔다. 역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더얼매운맛도 너무 과할 것 같다.

다만 호박이 약간 덜 익어 나왔었고, 김가루는 사실 없어도 되지 않나 싶다. 기본 육수의 맛과 향이 괜찮다보니 도리어 구수한 장맛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 것 같다.

강릉감자옹심이 – 순감자옹심이

강릉감자옹심이
강원 강릉시 토성로 171
순감자옹심이 9,000원
2019. 1. 4

5년 만에 재방문하는 집이다. 당시 대설특보 직후라 온통 눈밭인 강릉에 혼자 왔었다. 추위에 떨면서 경포호 근처를 구경하고, 해가 진 뒤에 저녁 먹으러 왔다가 뜨끈한 국물에 속이 풀리고 잔뜩 노곤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아직 경강선 고속철도 개통 전이라, 근처에 철길도 있고 그 아래 뚫린 굴다리를 통해 이 집에 왔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며 노선이 지하화되고 지상 구간은 공원으로 바뀌어 있는 걸 보니 그 사이 시간이 꽤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그렇게 지났는데도 이 집은 별로 바뀐 게 없었다. 굳이 꼽자면 벽에 가득한 낙서가 좀 더 늘었다는 것, 그 사이 옹심이 가격이 1,000원 올랐다는 것 정도. 오래된 주택 건물을 가게로 사용하는 것과 신발을 벗고 들어가 온돌방에 앉는 것 등이 모두 그대로였다.

방송도 타고 꽤 유명한 집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항상 한겨울 저녁에 와서인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이날도 나 말고는 한두 팀 정도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순감자옹심이

겨울날 저녁에 뜨끈한 국물을 마주하니 맛보다도 반가움이 앞섰다. 옹심이의 겉면은 감자의 섬유질이 약간 거친 느낌으로 남아있다. 입 안에 넣고 씹으면 쫄깃하면서도 묘한 아삭거림이 있다. 이 독특한 식감이야말로 옹심이가 주는 매력이다.

바탕이 되는 육수는 무난한 멸치육수다. 거기에 김가루와 깨가 뿌려져있다.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지만 특별히 냄새만 나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 없는, 그런 안정적인 육수다. 마치 크게 호불호를 타지 않는 잔치국수처럼, 옹심이와도 잘 어울렸다.

강릉 동해막국수 교동택지점 – 회비빔냉면

동해막국수 교동택지점
강원 강릉시 정원로 74-15
회비빔냉면 곱배기 9,000원 (2019년 1월 4일)

거의 2년 만에 강릉을 다시 찾았다. 당시에는 점심으로 동해막국수에서 막국수 한 그릇, 신리면옥에서 냉면 한 그릇을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동해막국수만 방문했다. 그때처럼 많이 먹기가 힘들어졌기도 하고,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일단 가까운 곳으로 가다보니 그렇게 됐다.

가게는 2년 사이 크게 바뀐 건 없어보였다. 막국수나 냉면집의 비수기인 한겨울인데도 손님이 꽤 있었다. 가격은 1,000원씩 오른 모양이다. 예전 사진과 비교해봐도 그렇고, 메뉴판 곳곳에 가격을 고친 흔적이 남아있었다.

회비빔냉면

지난번에는 막국수를 먹었었기에 이번에는 회비빔냉면을 주문했다. 전분 특유의 청회색을 띄는 면이다. 바닥에는 육수가 조금 깔려있고, 필요하면 더 넣어먹을 수 있도록 통에 넣은 냉육수가 같이 제공됐다. 고명으로 명태식해, 배, 수육, 계란이 얹혔고 깨가 뿌려졌다. 막국수에는 김가루도 꽤 들어갔는데 냉면이다보니 김가루는 들어가지 않았다.

면은 약간 불어나왔다. 전분면이다보니 불었어도 탄력이 남아있고, 부드러워져 먹기 쉬웠지만 탱글탱글한 면발을 씹는 맛이 약해진 점은 아쉽다. 양념은 자극적으로 매운 맛은 아니다. 약하게 매운 대신 입 안에 매운맛이 오래 남았다. 보통의 비빔냉면치고는 맵지 않은 편이지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로서는 육수와 다른 음료의 도움 없이 다 먹기 쉽지 않았다. 거기에 참기름이 꽤 들어갔는지 매운맛과 함께 참기름향이 진하게 돌았다.

면이나 양념보다 좋았던 건 명태식해였다. 잘 익어있어서, 단단하거나 질긴 부분 없이 아주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처음 입에 물었을 때는 양념맛이 진하게 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 가득 감칠맛이 우러나왔다. 명태식해의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감칠맛 덕분에 음식의 다른 부분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물막국수

동행은 물막국수를 주문했다. 조금 맛을 보니, 지난번 방문과는 달리 면에서는 메밀향이 제법 났다. 하지만 김가루와 참기름이 다소 과하게 들어있어, 당장 입에는 잘 들어가지만 면이나 육수의 맛과 향을 즐길 수는 없었다. 면과 육수의 맛에 자신이 있다면 김이나 참기름 같은 향이 강한 부재료는 줄여주시는 쪽이 좋을 것 같다.

영등포 하노이 식당 – 모듬쌀국수


2019년 7월 현재, 문을 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일, 주말 모두 셔터가 내려가있네요.


하노이 식당
서울 영등포구 문래로 183 dmaps.kr/ddewv
모듬쌀국수 9,000원

2018년 12월 26일

하노이 식당에 가장 최근 방문했던 건 바로 지난주, 2018년 12월 26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처음 갔던 집은 아니었고, 기억 나는 것만 해도 지금까지 세 번 정도는 방문했었던 집인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잘 안 쓰던 중이었는데, 그냥 넘기기에는 아까운 집이라 간단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하노이 식당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횡단보도로 문래로를 건너면 바로 길가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다. 가게는 작은 편이다. 둥근 테이블 두 개 정도에 대여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하나 있다. 주문은 현금과 카드를 모두 받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면 된다.

쌀국수는 양지, 차돌, 힘줄, 그리고 이 셋이 모두 들어간 모듬쌀국수까지 네 가지를 고를 수 있다. 가격은 괜찮은 편이다.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쌀국수 전문점들은 다들 한 그릇에 10,000원 이상을 받는다. 이 집은 가장 비싼 모듬쌀국수를 주문하더라도 9,000원이다. 게다가 양이 부족하면 면 추가는 무료다. 이 동네에서 10,000원 이하에 꽤 괜찮은 한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집은 그리 흔치 않다.

쌀국수 말고도 다른 메뉴도 있다. 철마다 달라지는데, 요즘은 타코와사비나 연어회, 간장새우 등이 있었다. 여러 병맥주(사이공/하노이/타이거 등)와 곁들일 술안주로 괜찮아 보이는데, 쌀국수 외에는 먹어보질 않아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이 가게가 문을 열고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주문하면 쌀국수 위에 고추가 정말 산더미처럼 나왔었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는 딱 위 사진 정도로 정리되어 나온다. 고추는 꽤 매운 편이고, 대파도 썰어놓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듯 향이 강하다. 덕분에 먹다보면 국물에 매운 맛이 꽤 많이 배어난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이라, 이대로는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부터는 아예 고추를 빼고 주문을 하곤 했다.

역시 매운 걸 잘 못 먹는 나로서는 이제서야 맛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 집의 쌀국수는 정말 괜찮다. 면이야 그렇게 특이할 것이 없다. 양이 넉넉해서, 어지간한 성인 남성도 굳이 면 추가를 할 필요가 없다.

고기와 육수를 보면, 가게에서 직접 고기를 듬뿍 썰어넣고 육수를 끓인 티가 역력하다. 덕분에 고기도 양이 아주 넉넉하다. 거의 면 반, 고기 반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모듬쌀국수 답게 양지, 차돌, 힘줄이 골고루 들어있다. 육수는 어지간한 쌀국수집에서는 맛보기 힘든, 정말 진한 고기 국물의 맛이 난다. 거칠지만 오래 끓인 곰탕 같다. 요즘 같이 추울 때 이렇게 고소하고 진하고 짭조름한 국물을 먹으면 속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해진다.

국물 맛을 보고 나면 이 집의 쌀국수에 왜 그렇게 고추가 많이 들어가는지 짐작할만 하다. 고기를 많이 넣고 푹 끓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잡내가 남는다. 다행히 잡내가 강하지는 않아서, 곁들여 먹는 고추, 대파, 작은 레몬 조각만으로도 감당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다만 역시 육수에 진하게 배는 고추의 향이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고추를 빼는 대신, 별도로 요청하면 추가해주는 고수를 넣어봤다. 결과는 아주 훌륭했다. 입술과 입 안을 화끈거리게 하던 고추가 없으니 먹기 편했다. 거기에 남중국이나 동남아 고기 요리의 잡내 잡는데는 고수만한 게 없다. 고수의 상큼한 향과 맛이 잡내를 덮어주어 밑바탕은 진하면서도 윗맛은 깔끔한 육수를 즐길 수 있었다. 좋아하는 조합을 찾아냈으니 당분간 이 조합으로 자주 찾아가서 먹게 될 것 같다.

하노이 식당의 가장 큰 약점은 위치다. 겉으로 보기에는 목이 좋아보인다. 타임스퀘어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해 있고, 큰 길 가에서 바로 눈에 띄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타임스퀘어에서 굳이 밖으로 나와 광장을 가로질러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는 심리적 저항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 귀차니즘만 극복하면 타임스퀘어 내에 널린 가성비 심하게 떨어지며 대기열 마저 긴 식당들 대신 정말 괜찮은 고기 국물의 쌀국수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하노이 식당은 아직은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입소문 타면 손님이 늘어 줄 서게 될까봐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그러면서도 손님이 없어 그냥 없어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가게라 블로그에 굳이 글을 쓰게 되는, 그런 가게다. 지금 맛을 잃지 말고 잘 됐으면 좋겠다.

망원동 밀면집 – 밀면

망원동 밀면집 밀면

밀면집
서울 마포구 포은로 90
밀면 6,000원 (곱배기 1,000원 추가)

망원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밀면 식당이다. 가게 이름은 ‘밀면집’이지만 보조간판이나 카드단말기에 나오는 걸 보면 정식 명칭은 ‘국제시장 원조밀면’인 모양이다. 특이하게 휴일이 화요일이다. 11시부터 20시까지 영업하지만 재료가 다 떨어지면 조기 종료한다고.

가게는 크지 않은 편이다. 4인용 테이블이 대여섯개 정도 됐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홀의 모습은 특별히 흠잡을 곳 없이 깔끔했다. 다양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서 밀면 식당 같지 않게 묘하게 편하고 정감가는 느낌도 있었다.

물과 육수는 셀프다. 물이야 그렇다 치고, 온육수를 제공하는 점이 좋았다. 찬 음식 먹기 전에 따끈한 고기 국물로 속을 데워두면 소화도 잘 된다. 온육수는 사골 같은 뽀얀 색에 고소하고 짭조름했다. 밀면이 나올 때 무절임과 가위를 같이 내어준다.

면은 국수 중면 정도 굵기의 둥근 면이다. 적당히 잘 삶겨나와 탱글탱글한 탄력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적당히 휘저어주면 찬 육수 안으로 쉽게 풀려나간다. 입에 넣고 치아로 누르면 약간의 탄력을 남기며 끊기는 밀면 특유의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육수는 살얼음이 주변에 약간씩 얹혀나왔다. 육수에 얼음 들어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살얼음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육수는 고기 육수의 고소함이 약하게 바닥에 깔리는 가운데 한약재가 들어간듯 감초 같은 향이 올라온다. 거기에 시큼한 맛이 상당히 느껴지는 게 특이했다.

양념장은 위압적인 붉은 빛깔에 비해 맵지 않았다. 오히려 달달한 편. 양념장을 육수에 섞어도 역시 맵다기보다는 달고, 달다기보다는 신맛이 났다. 식초를 조금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고 안내 받았는데 내 입맛에 이미 신맛은 충분해서 식초를 굳이 더 넣지는 않았다.

면 위에는 삶은 계란, 오이절임, 무절임, 수육이 올라간다. 오이절임은 아삭한 식감 덕에 면에 곁들여먹기 좋았다. 수육은 꽤 기름진 부위라 입에 넣으면 고소함이 가득 올라왔고 잘 삶겨나와 혀에 닿는 식감부터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곱배기로서의 양도 괜찮았다. 어지간한 밀면집의 곱배기는 다른 중국집의 곱배기보다 면의 양이 훨씬 많은 편인데 망원동 밀면집도 그랬다. 면을 모두 건져먹고 육수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딱 기분 좋게 배불렀다. 특별히 많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굳이 곱배기 안 시켜도 양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았다.

밀면은 같은 동네라도 식당마다 맛이 전부 다른 음식이다. 그래서 국제시장 원조밀면이라는 상호에 큰 의미가 있나 싶다. 정말로 부산 국제시장에 있는 밀면집의 분점이라거나 혈연관계가 있다거나 하면 모를까.

어쨌든 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밀면 중 하나를 무난히 접할 수 있었던 가게였다. 성수기만 아니면 영업시간이 넉넉한 편이고 식사 후 망원시장이나 망리단길 산책도 괜찮으니만큼 망원동 갈 일 있으면 생각나는 집 중 하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