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브롬톤 국토종주 4일차: 양평역-이포보-여주보-강천보-비내섬-충주댐-탄금대

2023 브롬톤 국토종주 끊어달리기

구분구간날짜인증센터주행거리 (km)
/상승고도 (m)
아라뱃길인천-서울1.31 화아라서해갑문, 아라한강갑문, 여의도59.2 / 328
한강양평-서울2.12 일양평군립미술관, 밝은광장, 능내역, 광나루, 뚝섬71.5 / 282
북한강춘천-남양주2.17 금신매대교, 경강교, 샛터삼거리, 밝은광장85.3 / 352
남한강양평-충주2.24 금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비내섬, 충주댐, 탄금대120.4 / 678
새재충주-점촌4.1 토수안보온천, 행촌교차로, 이화령휴게소, 문경불정역90.5 / 835
낙동강점촌-안동4.7 금상주상풍교, 안동댐102.7 / 489
낙동강예천-대구4.21 금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123.1 / 497
낙동강대구-창녕5.19 금달성보, 합천창녕보100.0 / 677
낙동강창녕-부산11.10 금창녕함안보, 양산물문화관, 낙동강하굿둑87.5 / 412
후기/교훈/팁국토종주 + 구간종주(한강/남한강/북한강/새재/낙동강)총 840.1 km

준비

원래 4일차 계획은 충주탄금대에서 출발해서 남한강자전거길을 따라 양평역까지 오려고 했습니다. 지난 2일차 라이딩 때 양평역 근처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까지 찍어놨었기에 양평역까지만 가면 남한강자전거길 종주를 마칠 수 있었거든요. 여기에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라이딩해서 오르막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출발 전날 계획을 바꿨습니다. 크게 두 가지를 바꿨는데요. 예보상 오전에 서풍, 오후에 서북풍이 15km/h 이상으로 불 예정이더라구요. 충주에서 양평으로 가면 꼼짝 없이 역풍을 맞아야 해서 반대로 양평에서 충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충주댐은 4일차가 아니라 5일차에 갈 예정이었지만 소조령과 이화령을 넘어야 하는 5일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4일차에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주행 예상 거리는 115km입니다. 탄금대로 직행하면 90여 km만 가면 되지만 여기에 한강 구간종주 인증을 위해 필요한 충주댐 왕복이 추가된 결과입니다. 브롬톤으로 100km 이상 달리는 건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라이딩에 지장이 없도록 출발 전 며칠 동안은 자출도 가볍게 타며 컨디션을 조절했습니다.

출발

오늘은 서울역 출발입니다. 양평까지는 KTX 이음을 이용했습니다. 경의중앙선 전철로 90분 걸릴 거리를 KTX는 50분 만에 갑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장거리를 타야 하니 돈을 써서 시간을 사기로 했습니다. 기차는 평일 아침 차인데도 좌석이 거의 다 찼습니다. 미리 예매 안 했으면 못 탈 뻔 했습니다. (8,400원)

KTX 이음은 각 객실마다 수하물 보관대가 있습니다. KTX는 수하물 보관대가 객실 사이 통로에 있는데 이음은 객실 안에 위치해 브롬톤 보관할 때 좀 더 안심이 됩니다. 폴딩한 상태에서 싯포스트를 힘껏 뽑아 안장을 윗쪽 선반에 닿게 꽉 고정해주면 됩니다. 고속버스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고정해주면 무사히 실을 수 있습니다.

양평역

KTX 타니 양평역까지는 금방입니다. 지난 2일차 라이딩 때는 경의중앙선을 타고 와서 사진을 남겨뒀기에 오늘은 바로 출발합니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아직 식전이라 역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양평해장국이 유명하긴 해도 해장국 말고 다른 걸 먹고 싶었는데 아침 이른 시간이라 영업 중인 곳이 해장국집 밖에 없더라구요. 원래 선지나 내장도 잘 먹는데 오늘은 라이딩 중 변수를 줄이고 싶어 우거지해장국을 먹었습니다. 건더기가 적잖게 들었고 국물도 고추기름이 과하지 않아 너무 맵지 않으면서 고소해서 잘 먹었습니다. (10,000원)

읍내 편의점에서 이온음료 하나 사서 스템백에 꽂고 본격적으로 출발합니다. (2,100원) 양근천자전거길을 따라 조금 돌아서 남한강자전거길로 들어섭니다. 자전거도로는 널찍하고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타기가 좋습니다. 역시 자전거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제일 편안하네요. 드문드문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도 보였습니다.

양평에서 여주까지는 천천히 가도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여주 도착 전에 이포보, 여주 지나 조금만 가면 여주보, 또 거기서 잠깐 더 가면 강천보입니다. 인증센터 사이 거리가 10여 km 정도라 너무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었습니다.

남한강 풍경은 북한강과는 다른 의미로 예뻤습니다. 어째 제가 라이딩 하는 날마다 미세먼지가 많은 게 정말 아쉽네요. 아직은 체력이 싱싱한 초반이라 중간중간 자주 멈춰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머잖아 오늘의 주요 목적지인 충주댐까지 100km 남았다는 표지판이 저를 반겨줍니다. 이후로도 충주댐까지의 이정표를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요, 보통 이런 이정표를 보면 거리가 정말 안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거리가 잘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순풍 받고 편하게 달린 영향 같기도 하네요.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후미개 고개를 만났습니다. 국토종주를 하행 방향으로 하게 되면 아이유 고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는 네임드 업힐입니다. 아이유 고개 넘을 때랑 마찬가지로 잔뜩 겁 먹은 상태에서 장거리를 위한 체력을 아끼자는 생각에서 천천히 올라갔는데요, 경사도는 남산보다 급한데(10%) 길이는 절반 밖에 안 되어(800m) 끌바 없이 무사히 넘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스트라바 기록을 보니 4분 좀 넘게 걸렸더라구요.

후미개 고개를 넘은 후 조금 더 가면 개군면 마을을 만납니다. 자전거 도로는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개군레저스포츠공원을 거쳐 돌아가게 되어 있는데요, 속도계 네비가 최단거리로 안내했는지 네비 따라가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마을을 통과하는 지름길로 갔더라구요. 코스 짜면서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던 결과인데요, 이날 비슷한 일을 한 번 더 겪게 됩니다.

어느새 저 멀리 이포보가 보입니다. 가능한 무리하지 말고 페달을 가볍게, 케이던스와 심박도 너무 높이지 않고 여유 있게 타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늘은 갈 길이 머니까요.

이포보 인증센터

이포보에 도착했습니다. 인증센터와 남한강, 이포보, 자전거를 한 번에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그런 구도가 안 나오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이포보를 따라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어 당연히 건너야 할 줄 알고 건너가다 네비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포보를 지나면 강변을 따라 공원과 캠핑장이 이어집니다. 여전히 도로는 널찍하고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잘 닦여 있었습니다. 이포보 즈음부터 자전거도로에 인적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쯤부터 마주오는 자전거 타는 분들이 저에게 인사를 건네시기 시작하셔서 저도 자연히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자전거도로에는 이정표와 국토종주 안내가 말끔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포보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이런 안내 표지가 점점 색이 바래고 옅어지더니 급기야 언제부턴가 찾아보기 어려워집니다. 물론 국토종주 자전거길 표지판이 여럿 나와 있으니 길 잃을 염려는 별로 없지만 그만큼 이용하는 사람들의 밀도가 줄어든다는 뜻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말로만 듣던 활주로 길도 지나갑니다. 대체로 여주보까지 가는 길은 평지 위주에 직선으로 쭉 뻗어 있습니다. 인적도 드물다 보니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여주보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머리를 비우고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새 여주보에 도착합니다.

여주보 인증센터

여주보 정상을 따라 강을 건너면 인증센터가 나옵니다. 이쯤에서 한 번 쉬어갈까 하다가 어차피 여주 시내가 멀지 않아 여주에서 아점을 먹으며 쉬기로 하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이쯤부터 길이 안 좋은 구간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시멘트 포장 겉면이 벗겨져서 진동이 심해 손목이 얼얼했습니다. 이정표를 보니 충주댐까지는 이제 1/4 정도 왔습니다. 여주 시내 구간을 지나다 보니 강가와 제방 위에 민물생선 파는 곳들이 보였습니다. 저는 바닷가 출신이라 민물 생선 접할 일이 별로 없었다 보니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여주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 잠시 쉬어도 갈 겸 아점으로 막국수를 먹었습니다. 저번 북한강자전거길 종주 때 먹었던 막국수랑은 또 다릅니다. 이집은 잘 익은 동치미 국물에 면을 말아냈습니다. 온도가 굉장히 낮아 면이 단단하고 메밀향이 약하게 느껴지는 대신 동치미 국물이 정말 시원하고 적당히 새콤해서 입맛을 돋궈줬습니다.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깨끗하게 쓸어먹고 왔습니다. (8,000원)

여주 시내 공도를 잠깐 타는 동안 근처에 편의점이나 카페가 여럿 있고,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강천보 가기 전에도 캠핑장, 매점, 카페가 있습니다. 여주 시내로 들어가기 번거롭다면 이쪽에서 보급을 해결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천보 인증센터

강천보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의외로 행인들이 좀 보입니다. 인증센터를 보면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들 하셨는데 제가 수첩 들고 도장 찍으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용도를 알아차리신 모양입니다.

강천보 정상길을 따라 강을 건너면 국토종주 공식 끌바 구간이 나옵니다. 이번 국토종주의 목표 중 하나가 무끌바인데 이곳만은 얌전히 끌고 내려갔습니다. 끌바를 하는데도 경사가 워낙 심해서 허벅지에 힘이 실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바닥에 박힌 나무판을 밟으며 무릎에 무리 가지 않게 슬금슬금 내려왔습니다.

이후 원래는 강천섬을 지나가야 하는데요, 코스 짤 때 유심히 보지 않았더니 네비가 강천섬을 우회해서 굴암리 마을회관을 지나 굴암휴게소 지나가는 우회로로 안내를 해줬습니다. 이렇게 우회하면 거리가 약간 줄어들고 비포장인 강천섬 내부 자전거길을 안 타는 대신 공도로 낙타등을 넘어야 합니다. 게다가 경치 좋기로 유명한 강천섬을 통째로 건너뛰게 되어 영 손해보는 기분입니다. 나중에 로그를 보고서야 강천섬을 지나친 걸 알았는데 이렇게 지나치면 또 언제 가볼까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강천섬을 지나 계속 공도를 달리다 보면 창남이 고개를 만납니다. 후미개 고개는 존재를 이미 알고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창남이 고개는 몰랐던 상태로 마주하니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가팔라서 순간경사도 15%까지도 찍혔는데 다행히 본격적인 업힐이라고 할만한 구간 자체는 길지 않아(600m) 무사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창남이 고개를 지나면 섬강교를 건넙니다. 지금까지는 경기도 양평군이었고 섬강교를 건너면 강원도 원주시로 행정구역이 바뀝니다.

창남이 고개 마주하는 사진에 앞서 올라가는 라이더 한 분이 계신데요, 제가 창남이 고개에서 이분을 앞질러 가면서 인사를 했는데, 저는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 찍고 쉬다 보니 계속 마주치게 되더라구요. 비내섬 인증센터에서도 인사를 했고, 충주댐 갔다온 다음 탄금대에서도 또 만나서 잠시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창남이 고개 오르느라 힘을 제법 썼는데 이후로도 쉽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도로는 둑길 올라가는 정도를 빼면 평지였는데 역풍을 맞았거든요. 진행 방향은 남쪽이고 바람은 서풍이었는데 강줄기 동서로 늘어선 봉우리들 때문에 바람길이 남북으로 생기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대신 강과 봉우리가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역시 미세먼지 때문에 풍경이 쨍하지 않은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쭉 뻗은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남한강대교 건너기 전 부론면을 지나갑니다. 부론면에는 숙소(부론장), 하나로마트, 편의점, 식당 등 편의시설이 꽤 있어 보급하고 가기 좋습니다. 아직 아점 먹은지 오래지 않아서 저는 그냥 화장실만 이용하고 출발했습니다. 남한강대교를 건너면 바로 충주시입니다.

충주시까지는 자전거길과, 공도를 번갈아가며 달리게 됩니다. 그 중 굴곡도 별로 없이 쭉 뻗은 자전거길을 달리면서는 길을 따라 들어선 과수원과 높은 하늘을 떠다니는 맹금류의 그림자, 그리고 고압 타이어에 눌렸던 자갈이 튀어나가며 프레임을 때리는 소리가 지루함을 달래줍니다.

자전거도로에서 공도로 진입하는 구간에 끌바하라는 표지가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말 안 듣고 그냥 타고 올라갔습니다. 경사는 가팔라도 몇십 미터 안 되는 거리라 잠깐 댄싱으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비내섬 인증센터까지는 계속 공도입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었고 골짜기를 따라 부는 순풍에다 괜찮은 노면 상태가 더해져 가장 신나게 내달렸던 구간입니다.

비내섬 인증센터

비내섬 인증센터 바로 옆에는 휴게소가 하나 있어 쉬어갈 수 있습니다. 비내섬에서 충주댐까지는 아직 40km를 더 가야 합니다. 여기서 점저를 먹을지 말지 고민을 했는데요, 순풍 덕에 체력이 버틸만 해서 근처 정자에 앉아 연양갱 하나 챙겨먹으며 잠깐 쉬었다만 갔습니다. 저는 팥을 싫어해서 양갱도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제가 좋아하는 말차가 좀 들어서 그나마 먹을만 했습니다. 아직 2월이라 낮기온이 한 자리에 머물다 보니 양갱이 끈적이지 않았던 것도 좋았습니다.

쉬다 보니 비내섬 오는 공도에서 스쳐지나갔던 집배원 아저씨께서 말을 걸어오셨는데요, 제가 신나게 내달리는 중에 오토바이로 나란히 달리시길래 제 속도를 가늠해보시나 했는데 역시 그러셨더라구요. 속도가 무척 빠르더라며 전기 자전거냐고 물어보셨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말씀드리고 그 외 소소한 대화를 나눴는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비내섬 구간이 끝나면 앙성온천 방향으로 고개 하나를 넘어갑니다. 고갯길이 몇백 미터는 되어놔서 비내섬에서 잠깐 쉬었다 오길 잘 했다 싶었습니다. 비내섬 인증센터에도 휴게소가 하나 있었지만 앙성온천 쪽에도 자전거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슈퍼, 편의점, 식당, 숙소 등이 있어 쉬어가기 좋아보였습니다. 저는 그냥 최단거리로 통과했습니다. 이후 농로를 한참 달리게 되는데 정방형으로 얽힌 농로 사이에서 길을 헷갈리기 쉬워 표지를 잘 봐야 합니다. 네비의 도움으로 길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잘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농촌 풍경이 계속 이어집니다. 구수한 향기도 나는데 나름 정겨워서 좋았습니다. 노면 상태는 기복이 컸는데 역시 시멘트 포장길은 손목에 좋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모래로 뒤덮인 구간도 있어 조심히 지나야 했습니다. 뒷바퀴가 미끌리는 게 느껴질 땐 정말 아찔하더라구요. 사진은 상태 나쁜 곳만 찍어놨는데 달리기 편한 구간도 꽤 많았습니다.

자전거도로가 끝나고 공도와 합류하는 지점에 휴게소가 하나 있어 보급을 하고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불이 꺼져 있어 영업을 안 하시는 줄 알았는데 안에 들어가니 매점은 정상 영업 중이더라구요. (2,300원)

휴게소를 지나자마자 길이 갈립니다. 남한강자전거길 공식 코스는 비내섬 이후 조정지댐을 건너 남한강 우안으로 진행하다 목행교를 건너 탄금대로 가는 길입니다. (31km) 이 코스는 충주댐을 안 들르고 바로 탄금대로 가는데, 이 경우 남한강 좌안 탄금호자전거길을 따라가다 탄금대교를 건너는 쪽이 훨씬 가깝습니다. (25km) 게다가 좌안 쪽에는 중앙탑공원이 있어 볼거리나 편의시설도 많습니다. 우안은 주변이 골프장, 군부대, 캠핑장이라 상대적으로 더 삭막한 편입니다.

저는 충주댐에 먼저 들렀다 탄금대로 갈 거라 조정지댐을 건너 우안으로 갔습니다. 국토종주나 남한강 구간종주에는 충주댐 대신 탄금대 인증만 있으면 되지만 한강 구간종주 인증을 위해서는 충주댐 인증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우안으로 가는 쪽이 좌안으로 가서 탄금대교를 건너는 것보다 2km 정도 가깝습니다. 거리상 약간의 이득 말고도 충주댐으로 갈 때는 우안으로, 충주댐에서 탄금대 가는 길은 좌안으로 가면 되니까 같은 길을 왕복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습니다.

조정지댐을 건너 한참 공도와 언덕을 넘어 달리면 짧은 농촌 마을길을 지나 다시 남한강자전거길로 접어듭니다.

자전거길로 다시 들어온지 얼마 안 되어 탄금호 야영장을 지납니다. 강변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역광 속에 사진을 찍어봅니다. 등 뒤에서 밀어주던 순풍이 제법 강해서 자전거를 기대어 세워두기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저 사진 찍자마자 브롬톤이 바람에 넘어졌는데 다행히 별 일 없었습니다. 혹시 잘못해서 물 속에 빠지기라도 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수심이 제법 깊어보였거든요. 사진 찍는데 욕심 내지 말고 조심해야겠습니다.

자잘한 언덕을 넘어 남한강 우안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드디어 강 건너로 충주 시가지 끄트머리가 보입니다. 자전거도로를 계속 따라가다 충주자연생태체험관을 지나 공도와 합류하면 저 멀리 골짜기 안쪽에서 충주댐도 자그맣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는 충주댐까지 갈 건 아니고 그 아래 인증센터까지만 갔다 올 예정입니다.

남한강 우안(북쪽길)을 통해 충주댐 인증센터로 갈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충주댐 인증센터 근처 충원교가 23년 말까지 공사 중이라 통행이 불가해서 강을 건너려면 충주댐 정상길 아니면 동량대교를 이용해야 합니다.

근데 여기서 또 함정이 있는데요, 충주댐 정상길은 24시간 개방된 곳이 아니어서 미리 개방시간을 확인해야 하고, 동량대교를 이용할 때는 길을 잘 골라야 합니다. 동량대교 직전에 자전거길이 위 사진처럼 데크 산책로와 이어지는데요, 여기서 데크로 들어가지 말고 공도를 따라가야 합니다. 데크 쪽으로 가면 동량대교 진입로가 없어 그냥 다리를 지나치게 됩니다. 저는 미리 알아보고 온 덕분에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제대로 갈 수 있었습니다.

이어 충주댐 인증센터 직전에 공도를 타고 작은 언덕 하나를 넘어야 합니다. 오늘 탄금대 인증센터까지 갈 예정이긴 했지만 충주댐 인증센터에서 자전거도로로 10km만 더 가면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마지막 힘을 짜내서 신나게 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요 (…)

충주댐 인증센터

드디어 충주댐 인증센터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양평에서 충주댐까지 100km라는 이정표를 봤을 때는 진짜로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순풍님께서 보우하사 진짜로 왔습니다. 인증센터는 충주댐에서 살짝 못 미친 곳에 있긴 했지만요. 아직 오늘 일정이 끝난 게 아니었지만 이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긴장도 풀렸던 것 같구요.

인증센터 건너편으로는 충원교가 있던 자리가 보였는데요, 원래 있던 충원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공사용 교량만 남아 있었습니다. 미리 잘 알아보고 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인증센터 옆으로는 매점과 카페가 있어 쉬었다 가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는 그냥 출발했습니다. 역시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

이제 탄금대까지 딱 10km만 더 타면 됩니다. 탄금대는 충주 도심 바로 옆이라 복귀도 편합니다. 근데 그 탄금대까지 가기가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지금까지 등 뒤에서 저를 밀어주던 서풍을 그대로 역풍으로 받아내야 했거든요. 충주댐에서 미리 긴장이 풀린 탓도 있겠구요. 탄금대까지 제법 경치가 괜찮았고 충주 시내 구간은 공원도 잘 꾸며져 있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보니 사진도 못 남겼습니다. 그저 미니 P바 아랫쪽을 잡고서 꾸역꾸역 페달을 밟았습니다.

탄금대 인증센터

드디어 탄금대에 도착했습니다. 이걸로 북한강, 남한강을 포함한 한강 구간종주를 모두 마쳤습니다. 충주댐에 갔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탄금대까지 오는 10km가 워낙 힘들었다 보니 그 짜릿함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탄금대는 남한강자전거길과 새재자전거길이 만나는 곳입니다. 인증수첩에 도장 찍는 곳이 두 군데 있으니 들른 김에 둘 다 찍으면 좋겠습니다. 사이버 인증은 알아서 두 군데 모두 도장이 찍히니 편합니다. 탄금대(남한강/새재) 외에는 상주상풍교(새재/낙동강), 향가유원지(영산강/섬진강)도 도장 찍는 곳이 두 군데입니다.

복귀

탄금대 인증센터에서 충주공용버스터미널까지는 자전거로 10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터미널 건너 도착하고 보니 주행거리가 119.7km더라구요. 터미널 입구를 못 찾아서 터미널을 한 바퀴 빙글 돌고 나니 주행거리는 120.4km를 기록했습니다.

브롬톤을 폴딩해서 터미널로 들어가니 16시 30분이었는데요, 마침 16시 35분에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 가는 고속버스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임박해서 앱으로 발권이 안 되어 무인발권기에서 급하게 티켓을 끊어 시간에 딱 맞게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브롬톤은 KTX에 실었던 것처럼 폴딩한 상태에서 싯포스트를 뽑아 고속버스 짐칸 천장에 고정시켰는데 결과적으로 무사히 왔습니다. 원래 이동 중 잠을 잘 못 자는 편인데 이날은 피곤했던지 꾸벅꾸벅 졸면서 왔습니다. (8,700원)

원래 충주 시내에서 늦은 점저를 먹고 서울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버스 시간이 딱 맞는 바람에 식사를 걸렀습니다. 덕분에 센트럴시티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역풍을 이겨내고 오기가 영 만만찮았습니다. 대신 그만큼 일찍 출발한 덕에 집에도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브롬톤으로 처음 100km 이상 라이딩을 했는데요, 약간의 안장통이 있었지만 바로 괜찮아졌고 다리에 남은 근육통도 생각보다는 경미했습니다. 그보다는 노면 상태 나쁜 길을 달리면서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간 모양입니다. 통증이 제법 강하고 오래 가고 있어 다음 국토종주 출발 일정에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산

  • 거리: 120.4km (누적 336.4km)
  • 비용: 39,500원 (누적 101,000원)
    • 교통비: KTX 이음 서울-양평 (8,400원), 고속버스 충주-서울센트럴 (8,700원)
    • 식비: 어무이맛양평해장국 우거지해장국 (10,000원), 편의점 음료수 (2,100원), 재상막국수 물동치미막국수 (8,000원), 휴게소 음료수 (2,300원)

오늘의 교훈

잘한 점

  • 미리 풍향을 확인하고 라이딩 방향을 맞춘 점. 순풍 받고 가지 않았다면 오늘 완주를 못 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충주댐에서 충주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역풍을 맞아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이미 체력을 다 털어버린 상태라 더 힘들었습니다.
  • 아침과 점심을 잘 챙겨먹고 도중에 이온음료와 간식도 잘 챙겨먹은 점. 배고픔이나 목마름 없이 라이딩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스템백에 이온음료가 남아 있고 미니오백에 프로틴바가 남아 있으니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됐습니다.

못한 점

  • 코스를 짜면서 자세한 경로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점. 덕분에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더니 양평 개군면에서는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마을을 관통해서 달리게 됐고, 강천섬은 의도치 않게 우회해버렸습니다. 자전거가 시골 마을을 통과하면 민폐가 될 수도 있겠고, 강천섬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못 보고 지나치게 됐습니다.
  • 탄금대 인증센터는 인증수첩의 남한강자전거길과 새재자전거길 둘 다 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남한강자전거길 페이지에만 도장을 찍은 점. 어차피 5일차 때 탄금대 인증센터부터 출발할 거기도 하고, 사이버 인증은 알아서 두 군데 모두 도장을 찍어주니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그 외

  • 노면이 나쁜 구간이 많았다 보니 라이딩 후 손목이 아팠습니다. 앞으로 탈 구간도 노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을거라 걱정이 좀 됩니다.
  •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니 가는 내내 해를 마주보고 달리는 점이 별로였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죄다 역광이구요.
  • 앞으로는 수도권과는 상관 없는 길을 달리게 됩니다. 그만큼 이동에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서울에서 최대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예정된 터미널의 막차 끊기기 전에 서울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숙박을 해야겠지만 가능하면 당일치기로 끊어달리며 잠은 집에서 자고 싶네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