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브롬톤 국토종주 7일차: 예천-상주보-낙단보-구미보-칠곡보-강정고령보-대구

2023 브롬톤 국토종주 끊어달리기

구분구간날짜인증센터주행거리 (km)
/상승고도 (m)
아라뱃길인천-서울1.31 화아라서해갑문, 아라한강갑문, 여의도59.2 / 328
한강양평-서울2.12 일양평군립미술관, 밝은광장, 능내역, 광나루, 뚝섬71.5 / 282
북한강춘천-남양주2.17 금신매대교, 경강교, 샛터삼거리, 밝은광장85.3 / 352
남한강양평-충주2.24 금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비내섬, 충주댐, 탄금대120.4 / 678
새재충주-점촌4.1 토수안보온천, 행촌교차로, 이화령휴게소, 문경불정역90.5 / 835
낙동강점촌-안동4.7 금상주상풍교, 안동댐102.7 / 489
낙동강예천-대구4.21 금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123.1 / 497
낙동강대구-창녕5.19 금달성보, 합천창녕보100.0 / 677
낙동강창녕-부산11.10 금창녕함안보, 양산물문화관, 낙동강하굿둑87.5 / 412
후기/교훈/팁국토종주 + 구간종주(한강/남한강/북한강/새재/낙동강)총 840.1 km

준비

드디어 낙동강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지난 6일차 때 점촌에서 상풍교를 지나 안동댐까지 갔었기 때문에 저에게 낙동강 구간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래도 안동댐 구간은 인천-부산 국토종주 공식 구간은 아니어서 국토종주만 따지자면 이날이 낙동강 첫날이 됩니다.

낙동강은 국토종주 구간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손꼽힙니다. 이른바 영남 4대 업힐이라는 가파른 언덕, 가도가도 거기가 거기 같은 뚝방길, 생각보다 드문 보급 포인트 때문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낙동강을 3일 만에 끊어달리는 것으로 계획을 짰습니다.

그 중 첫 구간인 예천-대구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습니다. 도중 보급할 곳도 곳곳에 있고, 상주보 가는 길 경천대 직전에 20% 이상의 순간 경사도로 악명 높은 매협재가 있지만 안전한 우회로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라이딩 초반에 상주보와 낙단보 사이 짧은 업힐 세 군데만 넘어가면 이후로는 어려운 길이 없습니다.

낙동강 구간은 보통 국토종주가 목표라면 문경이나 점촌, 낙동강종주가 목표라면 안동에서 시작합니다. 점촌에서 출발하면 상주상풍교까지 20km를 가야 하는데 저는 6일차에 이미 다녀온 곳이라 같은 곳을 또 달리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상주상풍교에서 불과 3km 떨어진 예천군 풍양면에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한동안 불던 남풍 대신 북동풍이 예정된 날이 있어 날짜를 맞춰 회사에 휴가를 냈습니다. 남풍 부는 날 대구에서 예천까지 상행으로 가도 되지만 풍양에서 서울 가는 버스는 18시 30분이 막차라 시간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커집니다. 반대로 대구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면 늦은 시각까지 운행하는 KTX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편하게 복귀할 수 있어 하행을 선택했습니다.

동서울터미널 (6:40)

서울에서 풍양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지하철로 점프하는 것으로 오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풍양 가는 버스는 충주 건국대, 문경, 점촌, 상주 함창을 지나 예천 풍양면에 들렀다가 의성 안계면까지 가는 시외버스이고, 첫차는 아침 7시입니다. 차 시간 맞추려고 일찍 나왔더니 2호선에 사람이 많지 않아 점프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버스 타고 가다 보니 충주에서 문경 지나 점촌 가는 길 옆으로 지난번 새재자전거길 종주할 때 달렸던 자전거도로를 꽤 자주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기를 쓰고 넘었던 소조령과 이화령을 버스는 터널로 너무나도 편안하게 지나간다는 점만 달랐습니다. 도중 잠시 정차했던 문경터미널도 문경읍 초입에 한창 내달렸던 다운힐 바로 옆이었습니다. 그때는 전부 벚꽃길이었는데 이제는 나무마다 초록색 이파리가 제법 풍성하게 올라오는 늦봄이 됐습니다.

풍양면 (10:10)

서울에서부터 3시간 10분을 달려 풍양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저도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봤던 곳인데 실제로 보니 제법 신기했습니다. 버스 없는 시간대에는 닫혀 있기도 하고, 지금은 모르겠는데 얼마 전까지는 버스요금을 현금으로만 낼 수 있었다고도 합니다.

미리 인터넷으로 알아보기로는 풍양에서 아침 먹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좀 더 기다렸다 점심 먹고 가기에는 오늘 갈 길이 제법 멉니다. 다행히 면내 중심에 편의점이 하나 있어 거기서 라면과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카페인도 보충해줬습니다. 국토종주 중에는 가능하면 식당에서 제대로 된 밥을 먹고 다니려고 했는데 이날만큼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편의점 점주께서 굉장히 친절하셔서 기분 좋게 먹고 일어났습니다.

풍양은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번듯한 면사무소가 있고, 읍내의 상징인 하나로마트도 있고, 골목마다 식당과 다방도 제법 있었습니다. 특히 아직 준비 중인지 영업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이 열려 있고 음식 냄새가 나는 식당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미리 한 바퀴 둘러봤어도 좋았을텐데 싶었습니다.

이날 비만 안왔다 뿐이지 날씨가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종일 바람이 강했고 오전에는 하늘이 지독하게 찌뿌려 있었으며 오후에는 좀 개나 싶었더니 엄청난 농도의 황사가 덮쳐왔습니다. 이날 예보상 바람이 북동풍이라 굳이 국토종주하러 나온건데 설마 황사를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그래도 해가 안나니 시원해서 자전거 타기에는 좋았습니다.

풍양면에서 우선 상풍교까지 달려봅니다. 지난번에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찍고 상풍교를 건너 안동으로 갔으니 일단 상풍교까지는 가야 국토종주 구간 중 빼먹은 곳이 없어집니다. 풍양면에서 상풍교까지는 지방도를 타고 3km 정도를 달리면 됩니다. 강한 북동풍이 뒤에서 밀어주니 페달을 안밟아도 자전거가 알아서 굴러갑니다. 길은 좋은데 한 번씩 대형차량이 오가니 조심해야 합니다.

상주상풍교 (10:50)

상풍교에 도착했습니다. 강 너머로 상주상풍교 인증센터가 보입니다. 지난번에는 이쪽으로 다리를 건너와서 사진상 오른쪽 방향으로 안동댐을 향해 갔었습니다. 오늘은 반대로 왼쪽으로 갑니다. 강을 건너서 왼쪽으로 가는 길도 있는데 그리로 가면 매협재를 만납니다. 저는 소조령/이화령 무정차 완주라는 이번 국토종주 부차목표를 이미 달성했기 때문에 쉬운 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왕 나선 종주길이니 기념사진도 하나 찍어봅니다. 확실히 시가지에서 먼 자전거도로에서는 인적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덕분에 이런 사진 찍기도 부담이 적습니다.

여느 종주길이 그렇듯 상주보 가는 길의 자전거도로도 다양하게 닦여 있습니다. 제방 위에 깔린 시멘트길이 제일 많습니다. 강을 바싹 따라 달리는 구간에서는 데크길도 종종 보입니다. 그리고 제법 많은 부분이 농로입니다. 농로 중에서도 강이 안 보이는 구간을 달릴 때는 이게 정말 ‘낙동강 종주’가 맞는지에 대한 의심도 가끔 듭니다. 농로를 달릴 때는 농기구들이 실어나른 흙과 모래 때문에 길이 끈적이거나 미끄럽기도 십상이라 조심해야 합니다.

카카오맵은 도중에 효갈리에서 언덕을 하나 넘어가는 길로 안내하는데 실제로는 더 쉬운 길이 있습니다. 위 지도에 화살표로 표시한 길입니다. 네이버지도에서는 제대로 표시되고, 오픈스트리트맵에서는 표시가 안되지만 길찾기 중 경유지로 찍으면 인식이 됩니다. 이쪽 길은 평탄한 데크길을 타다가 마지막 진출램프 쪽만 탄력 받아 쭉 올라가면 됩니다.

낙동강하구둑까지 306km 남았다고 합니다. 300km면 정말 먼 거리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이 체력이 붙어서 하루 100km 이상 라이딩을 할 수 있게 됐으니 하루에 100km씩 3일만 가면 완주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자가정비 마개조 당해가며 고생하는 브롬톤 사진도 한 장 더 남겨봅니다.

도중 자전거 모양 장식이 가득한 경천교를 건넙니다. 경천교를 건너지 않고 낙동강 좌안을 따라 쭉 내려가는 길도 있기는 한데 그쪽은 해발 230m 비봉산을 넘어가는 MTB 코스입니다. 다시 말해 함정카드입니다. 다행히 국토종주길 안내는 경천교를 건너는 방향으로 되어 있으니 표지를 따라가면 됩니다.

경천교를 건너면 상주자전거박물관이 나옵니다. 오늘은 갈길이 바빠 패스합니다. 여기서 저는 네비 안내를 따라 우회전한 다음 강변에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로 합류했는데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자전거전용도로를 따라 달리는 구간은 300m 남짓 밖에 안 되는데 진출입 램프의 경사가 아주 가파릅니다. 자전거전용도로 진입 전에 자전거횡단보도를 건너 자전거박물관 쪽에 있는 길을 따라 가면 평지로 편안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가는 길에 경천섬과 도남서원을 지납니다. 경천섬은 구경하기 좋게 잘 꾸며진 곳이고, 도남서원은 흥선대원군 때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된 후 현대에 들어 다시 복원된 곳입니다. 둘 다 둘러보면 좋을 곳이지만 오늘은 멀리서만 잠깐 보고 지나갑니다. 경천섬 입구 바로 옆에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도 있습니다. 저는 안 가봤는데 전해듣기로는 아이들과 가기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국토종주 중인 입장에서는 여기에 편의점이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상주보에는 편의점이 없으니 보급이 필요하면 여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상주보 (11:20)

도남서원을 지나자마자 인증센터 안내가 나타납니다. 상주보 위에 조성된 자전거길을 따라 낙동강을 건너면 인증센터가 나옵니다.

오늘의 첫 인증센터인 상주보입니다. 이날 들렀던 낙동강 구간 인증센터들은 모두 스탬프 상태가 좋았습니다.

상주보 이후 한동안 편한 길이 쭉 이어집니다. 여태 거의 평탄한 길만 지나왔던 터라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마저 들던 참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잘못된 생각은 업힐로 쉽게 치료 가능합니다. 상주보부터 낙단보 사이에는 짧고 굵은 언덕 4개가 연이어 등장합니다. 여기가 그 첫 번째입니다. 첫 부분만 경사가 좀 급하고 나머지는 올라갈 만 합니다. 길이도 200m 정도로 짧습니다.

바로 다음 업힐을 준비해야 합니다. 속도계상 왼쪽이 방금 넘은 첫 업힐, 오른쪽이 이제 넘을 두 번째 업힐입니다. 다운힐을 타고 내려오면 잘 가던 길에서 갑자기 좌회전 표지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직진하면 두 번째 업힐을 우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길이 공군 사격장을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안내에 따라 좌회전 해서 언덕을 향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업힐은 이미 약오르막을 한참 오른 다음에야 급한 오르막 표지가 반겨줍니다. 여기서 코너를 돌면 경사도가 더욱 높아지며 굽이굽이 올라가는 업힐이 나옵니다. 물론 그래봐야 길이 1km에 평균경사도 4% 짜리고 그 중 경사도가 급한 구간은 표지판대로 300m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동안 국토종주 중 넘어왔던 업힐에 비하면 업힐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평탄한 제방길이 지루하다고 느꼈던 시건방짐에 따끔한 가르침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꼭대기에는 역시나 낙서가 있었습니다.

이 업힐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다운힐은 업힐에 비해 거리가 절반 밖에 안 되는 대신 경사도가 훨씬 급합니다. 상행 방향으로 넘으려면 고생 좀 하겠다 싶었습니다.

다운힐 끝나고 2km도 되지 않아 세 번째 업힐이 나타납니다. 여기는 길이 500m에 평균경사도 7% 짜립니다. 차로와 나란히 가는 길이긴 하지만 자전거도로와 차로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두 번째 업힐보다 조금 쉬운 정도인데요, 역시 평지가 지루하다는 배때지 부른 소리에 철퇴를 날리기엔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다운힐 끝나고 자전거도로 표지를 따라가다 딱 코너를 도는 지점에 슈퍼마켓이 하나 있습니다. 보급이 급하신 분들은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어 바로 중동교를 통해 낙동강 우안으로 넘어갑니다. 중동교는 인도나 자전거 차선이 없어서 이길이 맞나 싶었는데 바닥을 보면 다리를 건너라는 표지가 여러 군데 되어 있으니 믿고 따라가시면 됩니다.

다리를 건너고 얼마 안 되어 자전거 좌회전 표지가 있으니 역시 놓치지 말고 따라가면 됩니다. 좌회전하지 않고 국도를 따라 직진해도 결국 낙동면을 지나 낙단보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에 비해 거리상 이득이 별로 없고 언덕길 넘어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데다 도로폭도 좁은 편이라 자전거도로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낙단보 앞두고 오늘의 사실상 마지막 업힐이 나타납니다. 자전거도로가 나각산 골짜기를 타고 넘어가는 곳입니다. 1km 될까말까한 거리 사이에 불과 몇십 미터 짜리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가며 나타납니다. 오르막마다 두 자리수 경사도를 자랑하지만 다행히 거리가 짧아서 탄력 붙여서 댄싱으로 오르니 어렵잖게 넘을 수 있었습니다.

낙단보 (12:20)

낙단보 건너기 직전 바로 근처에 편의점, 슈퍼, 식당, 모텔 등 필요한 시설은 다 갖춘 낙동리가 있습니다. 보급하기 좋은 곳이니 활용하시면 됩니다. 저는 아직 아점 먹은지 두 시간 정도 밖에 안 돼서 구미나 왜관에서 점저 먹을 생각으로 그냥 지나쳤습니다. 낙단보를 건너 인증센터 쪽에는 자판기가 있고, 인증센터를 벗어나면 식당도 몇 군데 있습니다.

낙단보 인증센터는 모처럼 만나는 유인인증센터입니다. 인증수첩을 여기서 구입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지는 않고 그동안 스탬프 다 찍은 종주인증 하실 분들에게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강, 남한강, 북한강, 새재 인증은 받을 수 있었는데 마침 인증센터 점심시간이라 도장은 못 받았습니다. 결국 나중에 낙동강하굿둑에서 몰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 구미보까지 달립니다. 지금까지는 상주시였고, 낙단보를 건너면 의성군을 아주 잠깐 스쳐지난 다음 바로 구미시 관할구역입니다. 다만 제대로 된 시가지를 만나려면 구미 남쪽 끝까지 가야 합니다. 구미보까지는 평이한 제방길을 계속 따라갑니다. 도중에 도개면으로 빠지는 길 안내가 있는데 자전거도로에서 몇백 미터만 나가면 편의점과 여러 식당이 있어 보급처로 괜찮습니다.

구미보 (13:10)

구미보에서는 보를 건너지 않고 그대로 도로를 따라가면 인증센터가 나옵니다. 원래 유인인증센터도 있었던 모양인데 더 이상 운영을 않는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습니다. 낙단보에서 출발할 때는 배가 안 고팠는데 이쯤 오니 조금 출출한 것 같아 인증센터 옆 벤치에서 프로틴바를 챙겨먹었습니다.

프로틴바 먹으면서 벤치에 계시던 분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꽤 오래 쉬었습니다. 국토종주 다니다보면 처음 만난 분들과 얘기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특히 정년퇴임하시고 자전거 타러 다니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저도 은퇴하면 넉넉하진 않아도 생활비 걱정 없이 이렇게 자전거 여행 다니고 책 읽고 글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단조로운 자전거길을 쭉 달리다보면 저 멀리 구미 시가지가 보입니다. 좀 더 달려 산호대교를 건너면 드디어 구미 도심에 진입합니다. 정확히는 공단 쪽이기는 한데 산호대교를 건너면 바로 만나는 비산동에 아파트단지들이 있어 도시다운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산호대교에서 경사로를 지나 강변으로 내려오면 다시 자전거도로를 달리게 됩니다. 여기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구미대교를 건너 동구미 쪽으로 건너가는 길이 하나, 구미대교를 지나쳐 좀 더 내려가서 남구미대교를 건너가는 길이 나머지 하나입니다.

저는 구미대교를 바로 건너는 쪽으로 코스를 짰습니다. 구미대교 건너면 바로 공구상가 근처에 편의점과 이마트가 있어 보급이 편하고, 대부분의 길이 동락공원 따라가는 조용한 자전거도로라서 그렇습니다. 남구미대교로 가는 길도 차도와 분리된 전용 자전거도로지만 아무래도 차량과 마주보고 달리다보니 심리적인 부담이 좀 있습니다.

자전거전용도로가 잘 닦인 동락공원을 지나면 남구미대교와 만납니다. 남구미대교 근처부터는 칠곡군입니다. 원래는 여기서 다시 낙동강을 타고 남하하면 됩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점저를 먹으러 뱀 조심 표지가 있는 광암천자전거길로 빠져서 잠시 공도를 달려 석적읍으로 나왔습니다.

굳이 왕복 3km를 더 달려 온 곳은 저의 소울푸드인 밀면 파는 식당입니다. 부산, 최소한 양산까지는 가야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던 밀면을 경북에서 먼저 먹게 되니 참 감개가 무량합니다. 곱배기를 주문했더니 다 먹기 쉽지 않을 정도로 푸짐한 양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맛도 제 취향에 괜찮아서 맛있게 또 배불리 잘 먹고 나왔습니다. 근처 편의점에서 마실거리 보급까지 마치고 다시 남구미대교 쪽으로 돌아와 낙동강자전거길로 합류했습니다.

낙동강자전거길로 돌아와 다시 달립니다. 여전히 평탄하고 단조롭습니다. 오늘의 라이딩도 초반과 중반을 지나 후반입니다. 오후가 될수록 바람이 북동풍에서 동풍으로 바뀌면서 굉장한 측풍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꽃이 핀 길이라거나, 넓은 강과 켜켜이 쌓인 산과 구름이 뒤엉킨 풍경을 보는 맛이 괜찮았습니다. 날씨가 맑고 쾌청했으면 풍경 보는 재미는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땡볕을 맞으며 달려야 하니 더 힘들어지는 부분은 있었겠지만요.

칠곡보 (15:40)

칠곡보 쯤 오니 날이 개기 시작합니다. 대신 미세먼지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소나무에서 송진가루가 누렇게 흩날리는 것도 보이구요. 오늘 마스크를 쓰고 왔어야 했는데, 예보상 풍향이 북동풍인 것만 보고 방심했습니다.

칠곡보 인증센터에서는 편의점과 화장실을 편히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마실거리를 보충하고 다리도 잠시 풀어줬습니다.

인증 스탬프 찍을 때 도장 방향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스탬프 상단에 도장 모양과 방향이 표기되어 있는데요, 막상 인증센터에 방문해보니 표기가 없는 곳도 꽤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스탬프를 살짝 눌러보면 내부에서 도장이 돌아나와 방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굳이 방향을 확인하려고 다른 종이에 찍어볼 필요가 없어 편리합니다.

칠곡보 건너 언덕 위에는 관평루라는 누각이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중 어떤 때의 경치가 더 좋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보 같은 인공물이 없는 쪽이 더 아름다울 것 같기는 한데 보가 있음으로써 수량이 풍부해지는 것 역시 볼거리니 말입니다.

칠곡보를 지나면 왜관이 나옵니다. 왜관은 칠곡군청 소재지로 낙동강자전거길 종주 중 자전거길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도 만나는 동네 중 손꼽히게 큰 곳입니다. 보급은 물론 숙박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왜관역에서는 경부선 ITX-새마을과 무궁화호를 탈 수 있는데 둘 다 서울역까지 3시간 대에 갈 수 있고 배차간격과 막차시간도 준수합니다. 상주, 구미, 대구가 왜관보다 더 큰 도시지만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위치가 애매해서 국토종주 끊어달리기에는 왜관이 낫습니다. 저는 보급이 필요 없었던 타이밍이기도 하고 오늘 목표는 대구까지 가는 거라 왜관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가는 중 해가 좀 나기도 했고 쭉 뻗은 자전거길에 마침 아무도 없어 사진도 한 장 찍어봤습니다. 항상 찍어보고 싶었던 구도의 사진이 나왔습니다. 하늘이 뿌연 것과 브롬톤 체인이 처져 있는 것만 빼면 마음에 듭니다. 강한 측풍 때문에 브롬톤을 세워두기 힘들었는데 사진에서도 나무와 풀이 모두 오른쪽으로 누웠네요.

드디어 대구광역시 경계에 들어왔습니다. 주행거리도 100km를 돌파했습니다. 이번 국토종주 중 하루 주행거리가 100km를 넘은 건 세 번째입니다. 이날 왜관에서 끊어갔으면 굳이 100km를 넘게 달리지 않아도 됐겠지만 다음 일정을 조금은 편히 가고 싶어 대구까지 120km 정도를 달릴 예정입니다.

도중 지나는 하빈면에는 편의점과 식당이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라이딩 종료까지 거리가 얼마 안 남아서 그냥 통과했습니다. 이쯤부터 산을 끼고 도는 동풍을 정면으로 받으며 달렸습니다. 바람이 제법 강해놔서 속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날 초반 넘었던 짧고 굵은 업힐들보다 마지막 20km 동안 역풍 뚫고 달리는 게 훨씬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도 강변과 수풀 속을 지나가는 길은 볼 만 했습니다.

그리고 문산리에서 오늘의 마지막 업힐을 만납니다. 문산태양광발전소를 끼고 올라가는 업힐인데 그래봐야 거리는 1km도 안 되고 경사도도 한 자리 대입니다. 다리에 피로가 제법 누적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업힐인걸 알고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넘었습니다. 도중 끌바 중인 브롬톤 라이더와, 마실 나오신 어르신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언덕을 넘어 내려오니 가까이는 강정고령보와 디아크, 멀리는 대구 시가지가 보입니다. 아마 달서구랑 화원읍 쯤이지 싶습니다. 황사 때문에 시야가 영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니 이날 오후 늦게부터 황사가 심했던 게 새삼 실감이 납니다.

도중에 건물을 끼고 돌아가는 길이 있었는데 길이 좁고 구배가 심해서 사고 나기 딱 좋아보여 조심히 다녀야 할 곳 같았습니다. 이후 강 위로 깔린 자전거도로를 따라 바로 앞에 보이는 강정고령보를 향해 달립니다.

강정고령보 (17:15)

이날 목표했던 마지막 인증센터인 강정고령보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계획 세울 때는 강정고령보 도착했을 때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금호강자전거길을 따라 30km를 더 가서 동대구역까지 자전거 타고 갈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풍이 워낙 심해서 기차 시간에 못 맞출 것 같기도 하고 미세먼지 농도가 누가 봐도 최악 수준이라 동대구역까지의 라이딩은 단념했습니다.

강정고령보를 건너면 잠시 대구 달성군을 벗어나 고령군을 따라 달립니다. 모처럼이라 디아크를 한 번 구경할 생각이 있었는데 급한 마음에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생각이 났을 때는 이미 강정고령보를 건너온 다음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저어 멀리서 사진만 남겼습니다.

이번 국토종주 중 뼈저리게 느낀 교훈 중 하나는 업힐보다 무서운 게 역풍이라는 점입니다. 길가의 모든 나무와 풀이 저를 향해 누워올 때 느껴지는 당혹스러움, 이내 어깨와 팔을 앞에서 뒤로 밀어내는 세찬 바람, 허벅지를 힘껏 눌러야 겨우 돌아가는 페달은 참 공포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미니 P바 아랫쪽을 잡고도 역풍을 뚫고 달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목적지까지 거의 다 왔으니까 꾸역꾸역 페달을 밟아나갔습니다.

사문진교를 건너 다시 대구 달성군으로 돌아옵니다. 공도로 들어가지 말고 자전거 겸용 보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빠져 경사로를 내려가라는 길 안내가 나옵니다. 바닥에 있는 표지를 잘 보고 따라가면 낙동강자전거길 좌안 측으로 합류하게 됩니다.

이제 대구1호선 설화명곡역으로 점프하러 갈 시간입니다. 경사로를 내려오자마자 낙동강자전거길 표지를 따라 좌회전하면 화원교를 건너게 됩니다. 저 멀리 다리 건너 우회전하면 낙동강자전거길이라는 표지판이 있는데요, 저기서 우회전 대신 좌회전하면 대구 시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진입한 비슬로495길을 따라 쭉 직진하면 사진처럼 중부내륙고속도로지선과 성천로 아래를 지나갑니다. 여기는 자전거 속도계 표시처럼 오픈스트리트맵에는 없는 길입니다. 강제로 경유지로 지정해도 인식이 안 됩니다. 카카오맵과 네이버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쪽으로 나가서 계속 직진하면 설화명곡역까지는 금방입니다.

설화명곡역 (17:45)

오늘 라이딩의 종착지인 대구 1호선 설화명곡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다 끝난 건 아니고 여기서 동대구역까지 지하철, 서울역까지 KTX, 집까지 다시 지하철 타고 점프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브롬톤이 참 좋습니다. 오늘 같은 상황에 일반 자전거였으면 꼼짝 없이 역이나 터미널까지 30km 추가 라이딩을 하거나, 아니면 택시나 콜밴을 이용해야 합니다. 대구 지하철도 서울 지하철 노선 대부분처럼 일반 자전거는 토, 일, 공휴일에만 승차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접이식 자전거는 개표 전 접기만 하면 다른 제약사항이 없습니다.

대구 지하철을 타보는 건 처음입니다. 대구 출신 회사 동료에게서 대구 1호선은 서울에 비하면 그리 붐비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온 참이었습니다. 근데 이때가 금요일 퇴근시간대이다보니 승객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나마 설화명곡역은 시발역이라 객차 맨 끝칸 구석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반월당 지날 때도 서울 2호선이나 9호선처럼 사람이 빈틈 없이 미어터질 정도는 아니라서 큰 민폐 없이 브롬톤을 실어올 수 있었습니다.

동대구역 (18:35)

동대구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경부선이나 경전선 타고 동대구역을 지나간 적은 수없이 많은데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타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하철 동대구역에 내려보니 바로 옆에 신세계백화점이 크게 있어서 용산역이나 영등포역 같은 민자역사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백화점 뒤에 역사가 따로 있었습니다. 원래 근처에서 평양냉면 먹고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점저로 밀면을 워낙 많이 먹어서인지 배가 전혀 안 고파서 맞이방에 적당히 앉아있다 서울행 KTX를 탔습니다.

객차에 타보니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복도 짐칸이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아뿔싸 싶었는데 다행히 좌석 뒷공간이 남아있었습니다. 운좋게 맨 끝 좌석을 예매했던 터라 브롬톤은 여기에 보관했고 서울까지 2시간 만에 잘 올라왔습니다.

서울역에서 집까지는 기차에서 굳은 다리도 풀어줄 겸 가볍게 자전거 타고 오기 딱 좋은 거리입니다. 하지만 서울도 미세먼지 상태가 꽤 나빴습니다. 얌전히 지하철로 점프해서 무사히 귀가했습니다.

정산

  • 거리: 123.1 km (누적 652.6 km)
  • 비용: 84,450원 (누적 303,150원)
    • 교통비: 시외버스 동서울→풍양 17,300원, 대구1호선 설화명곡역→동대구역 1,250원, KTX 동대구→서울 43,500원,
    • 식비: 편의점 아점 5,900원, 편의점 음료수 10,000원, 소문난동래밀면석적점 물밀면곱배기 6,500원

오늘의 교훈

잘한 점

  • 사전조사 끝에 풍양에서 출발한 점. 사실 풍양버스정류장은 계획 짜면서 지도를 훑어보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습니다. 여기를 몰랐다면 점촌이나 상주에서 출발했을텐데 점촌에서 출발하면 상주상풍교까지 이미 갔던 코스를 한 번 더 가는 셈이 되고, 상주에서 출발하면 달리지 않아도 될 공도, 넘지 않아도 될 업힐을 여럿 지나야 합니다. 그렇게 두 경우 모두 상주상풍교까지 20km가 추가됩니다. 하루에 140km를 타는 건 역시 좀 무리가 되는 일이다보니 대구까지 가는 대신 왜관에서 끊어가야 했을테고, 그만큼 남지까지 가는 다음 일정 거리가 30km 늘어나야 하니 8일차에도 120km 이상을 달려야 했겠지요. 풍양에서 출발한 덕분에 계획 짜기도 쉬워졌고 라이딩 거리도 최적화할 수 있었습니다.
  • 미리 여러 온라인 지도를 교차검증해서 코스를 꼼꼼하게 짠 점. 지난 라이딩들도 그랬지만 이번 라이딩 역시 특정 지도 서비스 하나에만 의지했다면 손해봤을 구간이 제법 있었습니다. 오픈스트리트맵, 카카오맵, 네이버지도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하면서 최적의 코스를 미리 구성해놓은 덕분에 이번에는 길 헤매지 않고 깔끔하게 완주했습니다.
  • 라이딩 중반 즈음 구미보에서 충분히 쉬어간 점. 아직 상대적으로 체력에 여유가 있을 때였지만 이때 사람들과 수다 떠느라 생각보다 오래 쉰 덕분에 라이딩 막바지 역풍을 이겨내고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 동대구발 서울행 KTX 열차를 미리 예매한 점. 금요일에 휴가 내고 국토종주 끊어달릴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점 중 하나입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지방에서 서울이든, 서울에서 지방이든 이동하는 인파가 넘쳐납니다. 때문에 미리 표를 끊어놓지 않으면 라이딩 후 복귀를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동대구역에서 탔던 KTX 열차를 포함해서 비슷한 시간대 다른 열차들도 당일에는 특실까지 전부 매진 상태였습니다.

못한 점

  • 마스크를 안 챙겨온 점. 일기예보상 미세먼지를 예상하지 못 해 마스크를 안 갖고 왔다가 제대로 혼났습니다. 오후부터 갑자기 짙어진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바람 불 때마다 소나무에서 샛노랗게 날리던 송화가루까지 다 마셔야 했습니다. 덕분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목이 좀 아픕니다.

그 외

  • 열심히 달릴 경우 제 페이스는 휴식과 식사시간 포함 시간당 15km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여러 번의 라이딩을 통해 검증이 된 수치다보니 계산하기 편해서 좋습니다. 그렇게 보면 남은 일정은 약 90km를 6시간 만에 달리는 걸 두 번 반복하면 국토종주가 끝나는 셈이 되겠습니다.
  • 가만 보니 제 하루 지출의 절반이 KTX 요금입니다. 국토종주가 진행되면서 서울에서 점점 멀어짐에 따라 교통비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비교해보면 KTX보다는 버스가 저렴한 게 사실이지만, 브롬톤 타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버스보다 기차가 낫습니다. 짐칸에 자전거 실을 때 버스는 아무래도 기사님 눈치를 보게 되는데 기차는 규정이 명확해서 좀 낫습니다. 여기에 국토종주를 끊어서 하는 입장에서는 또 고속버스보다 KTX가 빠르다보니 해가 있는 동안 라이딩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