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브롬톤 국토종주 6일차: 점촌-상주상풍교-안동댐-안동역

2023 브롬톤 국토종주 끊어달리기

구분구간날짜인증센터주행거리 (km)
/상승고도 (m)
아라뱃길인천-서울1.31 화아라서해갑문, 아라한강갑문, 여의도59.2 / 328
한강양평-서울2.12 일양평군립미술관, 밝은광장, 능내역, 광나루, 뚝섬71.5 / 282
북한강춘천-남양주2.17 금신매대교, 경강교, 샛터삼거리, 밝은광장85.3 / 352
남한강양평-충주2.24 금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비내섬, 충주댐, 탄금대120.4 / 678
새재충주-점촌4.1 토수안보온천, 행촌교차로, 이화령휴게소, 문경불정역90.5 / 835
낙동강점촌-안동4.7 금상주상풍교, 안동댐102.7 / 489
낙동강예천-대구4.21 금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123.1 / 497
낙동강대구-창녕5.19 금달성보, 합천창녕보100.0 / 677
낙동강창녕-부산11.10 금창녕함안보, 양산물문화관, 낙동강하굿둑87.5 / 412
후기/교훈/팁국토종주 + 구간종주(한강/남한강/북한강/새재/낙동강)총 840.1 km

준비

원래 국토종주는 한여름이 되기 전에 끝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서울 낮기온이 20도를 넘어서는 걸 보며 ‘아뿔싸, 더 서둘렀어야 했는데’ 싶더라구요. 봄비가 한 번 시원하게 오고 난 뒤 예년 기온을 되찾은 부분은 다행이긴 한데, 이번엔 강력한 서풍이 불며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이 때문에 또 출발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원래 가족 경조휴가를 써뒀던 날에 갑자기 일정이 비게 됐습니다. 그럼 뭐다? 국토종주 가야죠. 미세먼지 예보를 보니 수도권은 미세먼지가 최악-매우나쁨 수준이지만 영남권은 나쁨 수준에서 시작해 오전, 오후로 갈수록 계속 좋아진다고 합니다. 이만하면 가야 합니다. 안 그럼 일정을 잡을 수가 없거든요.

원래는 안동에서 점촌까지 달릴 차례였는데요, 이날은 서풍이 10~20 km/h로 꽤 강하게 불 예정이라 방향을 뒤집어 점촌에서 안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하류에서 상류 방향으로 가는만큼 가는 내내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순풍의 도움을 받는 쪽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70 km 이상 라이딩한 다음 안동 시내 진입 직전에 이름 있는 업힐(낙암정고개, 백호고개) 두 개를 연달아 넘어야하고, 안동댐에서 안동 시내로 돌아올 때는 강력한 역풍을 뚫어야 하기에 무리하지 않도록 체력을 안배해야 하는 일정입니다.

출발

오늘은 서울경부에서 점촌으로 가는 6시 50분 우등고속버스를 예매했습니다. 서울 미세먼지가 최악 수준이라 터미널까지 라이딩은 못하고 얌전히 지하철로 점프했습니다. 집에서 여유 부리다 나왔더니 하마터면 버스 놓칠 뻔도 했습니다.

점촌까지 가는 동안 시야가 너무 뿌얘서 고속도로 반대쪽 차선 끝이 잘 안 보일 정도였습니다. 최악 수준의 미세먼지에 안개까지 더해져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래서 오늘 자전거 탈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도착하면 천천히 식사하고 추이를 봐서 미세먼지가 좋아지지 않을 것 같으면 그냥 서울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점촌터미널 (9:00)

점촌 도착해보니 미세먼지가 정말 최악 수준이네요. 그나마 예보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좀 더 좋아지긴 할 모양입니다. 저녁에 돌아갈 기차는 안동발 청량리행 19시 KTX를 예약해뒀습니다. 결국 오늘은 100 km를 10시간 안에만 타면 되는 넉넉한 일정이니까 천천히 아침 먹으면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터미널 근처 순대국밥집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국토종주 다니면서는 아침 일찍 다니니 국밥 말고는 먹을 게 잘 없습니다. 그나마 국밥집이라도 열어주니 밥이라도 잘 챙겨먹고 다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을 최대한 천천히 챙겨먹고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서 나왔습니다. 점촌 시내에서 새재자전거길 가는 길이 좀 애매합니다. 지난번에 왔던 점촌역 근처로 가는 길은 지하차도를 지나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대신 오늘은 농로와 공도로 자전거길로 갔습니다.

점촌터미널 바로 근처에 있는 모전천 동쪽길(남부6길)로 가면 큰길(경서로) 아래로 지나가는 샛길이 나옵니다. 지도에는 안 나오지만 거리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큰길(경서로)이나 한적한 마을길(윤직동2길)을 따라가다 남산로나 영신로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영강변의 새재자전거길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큰길 위주로 경서로와 남산로를 따라갔습니다.

새재자전거길 (10:10)

점촌 이남 새재자전거길은 경치가 분명 괜찮은데도 미세먼지 때문에 영 깔끔하지 못한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지난주 절정에 달했던 벚꽃이 지면서 도로에는 벚꽃잎이 가득했습니다. 구간에 따라 바람이 불면 꽃비가 쏟아지는 곳도 있었구요. 가는 벚꽃의 마지막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이내 상주시 안내가 보입니다. 유독 새재자전거길부터 자전거민박 광고가 눈에 자주 띕니다. 아무래도 낙동강이 지나는 내륙지방은 인적 드문 구간이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갑자기 봉크 났는데 먹을 것도 없고 인적도 없을 때 비상 찬스로 이용해도 좋겠죠. 굳이 그런 비상상황이 아니더라도 국토종주 하시는 분들께는 유용한 숙소가 되겠구요. 저는 당일치기로 끊어서 다니는 게 목표다보니 만약 숙박업소를 이용하게 된다면 그날 라이딩은 계획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새재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면 영강과 이안천이 합류하는 장화 발부리처럼 생긴 곳이 있습니다. 주행 거리를 줄이려면 이쪽으로 가지 말고 위 지도의 파란선으로 표시된 농로를 따라 질러가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자전거길로 쭉 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나중에 낙동강자전거길에서는 주행거리를 줄일 필요가 있어 우회도로로 갈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굳이 우회하지 않아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발부리 모양 근처에서 골재채취 때문에 덤프트럭이 다니는 구간이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대체로 자전거길의 상태는 좋은 편이었는데요, 그래도 공도와 나란히 가는 구간에서는 공도에서 달릴까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시멘트 포장된 길보다는 아스팔트 포장된 길의 승차감이 월등히 좋으니까요. 저번 충주 가는 길에 상태 나쁜 농로에 손목을 털려버린 기억도 있구요.

확실히 지난 2월과는 달리 온세상이 초록초록해서 예쁩니다. 미세먼지 없이 쨍한 날이었으면 더 예뻤을텐데, 아쉽네요.

저 멀리 상주상풍교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상풍교 올라가는 길에는 언덕 하나를 넘어가야 합니다. 언덕 올라가는 초입의 경사가 아주 가파릅니다. 미리 탄력 받아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 구간은 경사가 심하지 않고 왼쪽으로 강이 보이는 데크길이라 달리는 재미가 괜찮았습니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11:05)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인증센터 부스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어놔서 사진 찍을 각도가 잘 안 나오더라구요. 저보다 먼저 도착해 계신 MTB 라이더 두 분이 계셔서 인사를 했습니다. 이분들은 오늘 구미까지 가신다고 합니다. 브롬톤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셔서 몇 마디 담소를 나눈 다음 안전한 라이딩을 기원하며 보내드렸습니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는 말로만 듣던 얼음생수 양심판매대가 있습니다. 저는 아직 음료에 여유가 있어 구입하진 않았습니다. 근처에 간이화장실도 있고 벤치도 있어서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은 곳 같습니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앞에서 길이 나뉩니다. 왼쪽으로 가서 상풍교를 건너면 안동댐, 직진하면 낙동강을 따라 부산으로 갑니다. 다만 이쪽으로 가면 그 악명 높은 매협재와 경천대를 만납니다. 아까 만났던 MTB 라이더 두 분은 이리로 가셨습니다. 알고 가신 게 맞겠죠? 결국 부산 갈 때도 상풍교를 건너 강 반대쪽으로 가는 편이 더 쉽습니다.

상풍교를 건너면 예천군입니다. 여기서 또 자전거길이 좌우로 나뉩니다. 왼쪽으로 가면 안동댐, 오른쪽으로 가면 매협재와 경천대를 우회해서 상주보 가는 방향입니다. 저는 안동댐으로 가야 하니 좌회전했습니다. 이후 잘 닦인 뚝방길이 쭉 이어집니다. 가로수는 벚나무인데 볕이 좋다보니 꽃은 거의 다 졌네요.

뚝방길 끝나는 시점부터 한동안 농로를 타야 합니다. 흙먼지 때문에 자전거도로 안내가 잘 안 보여서 고생했습니다. 게다가 오픈스트리트맵은 이 구간이 자전거길로 인식이 안 되는지 자꾸 다른 길로 돌아가라고 해서 네비 안내는 무시하고 드문드문 보이는 표지와 스마트폰 지도앱을 참고해가며 길을 찾아갔습니다.

이 구간의 봄철 농촌 풍경이 참 좋긴 한데, 도중에 야트막한 업힐이 하나 있습니다. 거리는 3 km 정도 되는데 평균경사도는 2% 수준이라 특별히 어려운 구간은 아닙니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경사도 10% 찍히는 구간이 있어 재미나게 올랐습니다. 중간에 외장 7단 중 1단 사용에 트러블이 있어 다운힐 후 케이블 장력을 조절해줬습니다.

다운힐을 마치면 잠깐 의성군을 스쳐지나갑니다. 풍지교를 건너면 다시 예천군입니다. 풍지교는 다리가 노후되어 자동차 통행은 금지된 대신 도보나 농기계 운행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난간 이곳저곳이 세월의 흔적에 떨어져 나가기도 했는데 이렇게 포장이나 장식 없이 오래된 부분이 그대로 노출된 다리는 볼 일이 잘 없으니 낯설게 느꼈습니다.

풍지교 건너는 시점부터 순풍을 제대로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예보대로 시속 10 km 이상의 서풍이 계속 불어줬는데요, 사방이 탁 트인 뚝방길 위에서 뒷바람을 받으니 정말 돛 단 것처럼 자전거가 앞으로 날아나갑니다. 이후 안동댐 갈 때까지 평지에서는 한 번 속도를 올려놓으면 다리를 한참 쉬어도 속도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순풍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안동댐까지 48 km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는데요, 안동댐 인증센터는 안동댐 아래 물문화관 쪽에 있어 저 표지보다 수 km 정도 덜 가도 됩니다. 그렇더라도 왠지 ’48 km’라는 숫자를 봤을 때 ‘금방 가겠네’라는 생각이 들길래 스스로 흠칫 놀랐습니다. 48 km면 그래도 두어시간 넘게 가야 하는 거리인데 이걸 가깝다고 느끼다니, 어느새 자덕 다 됐네 싶더라구요.

구담리 (12:40)

안동에서 상주 방향으로 갈 때 마지막 보급 포인트로 유명한 구담홈마트가 있는 바로 그 구담리입니다. 여기부터는 안동입니다. 근데 안동은 전국 지자체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면적이 넓은 곳입니다. 안동 시내까지는 아직 40 km는 더 가야 합니다.

구담리에는 구담5일장(4, 9일)을 비롯해서 여러 식당, 가게, 모텔이 있어 보급을 챙기기 좋습니다. 저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갔습니다. 구담시장 근처 중화요리집에서 간짜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고, 근처 슈퍼에서 음료수 사서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저 멀리 자전거로 갈 만한 거리에 경북도청신도시가 보입니다. 구담리 바로 너머인데 어지간한 보급 소요는 구담리에서 다 해결 가능하니 국토종주하면서 굳이 저기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후가 되자 미세먼지가 걷히면서 풍경이 더 예뻐집니다. 도중에 지방도를 따라가야 하는 구간이 꽤 이어지는데, 다리를 건너는 도중 경치 좋은 데 정자가 하나 눈에 띄더군요. 찾아보니 ‘파산정’이라는 곳인 모양입니다. 저기 말고도 안동은 자전거도로 근처에 여러 고택이나 문화재가 유달리 많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계속해서 다양한 종류의 길을 이어 달립니다. 가끔 시골마을도 만나곤 하는데 보급할만한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안동시내나 구담리에서 준비를 잘 해서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늘도 많지 않아 여름에는 물 떨어질 위험도 있어 보이네요. 도중 하회마을이나 몇몇 서원으로 가는 길안내도 만났는데 오늘은 일단 그냥 지나칩니다.

낙암정고개 (14:30)

글머리에 쓴 것처럼, 안동 시내 진입 전 업힐 두 개를 연달아 넘어야 합니다. 그 첫 번째가 낙암정고개입니다. 제방 위 자전거길을 뒷바람 받으며 신나게 달리다 갑자기 길이 뚝 끊기더니 공도로 안내가 이어집니다. 세 번째 사진에 있는 버스정류장부터가 업힐 시작입니다.

낙암정고개는 길이 1 km, 평균경사도 5% 짜리 업힐입니다. 중간에 잠시 긴장을 풀어주다 급경사로 마무리되는 완급조절이 일품입니다. 길이가 길지 않아 천천히 올라가면 생각보다 금방 올라집니다.

업힐 정상 낙암정 입구 근처에서는 조림지를 볼 수 있습니다. 업힐 한참 전부터 민둥산인 부분이 꽤 보였었는데요, 2020년에 큰 산불이 났었다고 합니다. 요즘도 산불 소식이 많죠. 숲은 한 번 불이 나면 순식간에 타버리는데 반해 숲을 다시 가꾸는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운힐을 내려와 작은 시골마을을 지나면 이내 두 번째 업힐이 나타납니다. 이 동네에도 보급할 곳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업힐을 넘어야 합니다.

백호고개 (14:50)

저 멀리 업힐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안동 시내 진입을 앞둔 마지막 관문인 백호고개, 또는 배고개입니다. 스트라바에는 거리 1 km, 평균경사도 8.2%의 4등급 업힐로 나와 있네요. 초반은 경사도가 심하지 않지만 점점 가팔라지다가 정상 직전에는 경사도가 15%까지 올라갑니다. 가팔라도 거리가 짧아서 그리 힘든 업힐은 아닐진대, 순풍을 업고 왔어도 80 km를 달린 후 오르려니 만만찮은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올라보니 정말 짧고 굵은 업힐이었습니다. 후반 1/3 정도는 안장에 앉아서는 페달이 안 밟혀서 거의 댄싱으로 올랐습니다. 정상 직전이 워낙 가팔라서, 정상에서 앞뒤를 돌아보니 바로 앞 도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더라구요. 도로 가장자리 벽에는 무슨 박진고개 마냥 많은 낙서가 남겨져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배고개 다운힐을 내려오다보면 저 멀리 안동 시내 아파트들이 보입니다. 이제 정말 안동 시내입니다. 낙동강변을 따라 잘 꾸며진 공원길을 10 km만 더 가면 안동댐입니다. 자전거길은 낙동강 남쪽과 북쪽 모두에 있는데요, 저는 가능한 같은 길을 왕복하고 싶지는 않아서 안동댐 갈 때는 남쪽 길, 올 때는 북쪽 길을 택했습니다. 안동 시가지는 낙동강 북쪽에 주로 형성되어 있지만, 낙동강 남쪽도 자전거길을 근처에서 편의점이나 여타 보급할 곳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안동 시내 구간의 낙동강은 신기하게도 정말 짙푸르고도 새파란 색이었습니다. 평소 보는 한강과 비교하면 명도는 비슷한데 채도가 높달까요. 마치 동해바다 같았어요. 안동 시가지 초입에 수중보가 있었는데 덕분에 안동 시내 쪽 낙동강은 수량도 풍부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강 가운데에서 요트 타는 분들도 계셨는데 오늘 바람이 워낙 강하다 보니 요트가 정말 쏜살처럼 달리더라구요. 재밌어 보였습니다.

다리를 건너 낙동강 북쪽 자전거길로 넘어와 다시 안동댐을 향해 달렸습니다. 법흥교 근처 공사 때문에 통제 중이라 공도로 우회해야 하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안동댐 인증센터 앞두고도 역시 공사 중인 구간이 있었습니다.

안동댐 인증센터 가기 전 길가에 왠 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저는 미리 알고 오긴 했는데요,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이라는 국보급 문화재입니다. 소조령 다운힐 중에도 보물급 문화재가 있었는데 여기는 국보급 문화재가 있네요. 예전에는 바로 근처에 철길도 있고 건물도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정리가 좀 된 모습입니다. 옆에서 보면 탑이 꽤 기울어 있고, 기단부는 시멘트로 거칠게 마감된 모습입니다. 뒤에 보이는 건물도 조선 중기 고택이고, 바로 근처에는 역시 보물급 문화재인 임청각이 있습니다.

안동댐 갔다 오는 길에 이들 모두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었는데요, 갑작스레 일정이 변경되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하게 됐습니다.

안동댐 인증센터 (15:30)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안동댐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계획했던 목표 지점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 느껴지는 희열감이 정말 좋습니다. 이 맛에 힘들어도 국토종주를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증센터 근처는 관광지라 식당도 여럿 있고, 자전거로 건널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보기 좋았던 월영교도 있었습니다.

원래라면 좀 더 늦은 시간에 안동댐에 도착해서, 이 근처에서 헛제사밥이나 안동국시를 저녁으로 먹고 안동역에서 19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갈 작정이었는데요. 오늘 순풍이 워낙 좋았던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 우연히 코레일 앱을 켜봤는데, 매진 상태였던 16시 30분 청량리행 KTX-이음에 마침 딱 자리가 나서 변경 예약을 하게 됐습니다. 저 기차를 타면 저녁을 집에서 가족과 같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안동댐 인증센터에서 안동역까지의 거리는 약 10 km, 남은 시간은 50 여분. 원래라면 자전거를 타고 가도 무리 없이 도착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실상은 오늘 라이딩 중 이 30여 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오는 내내 등 뒤에서 밀어주던 강력한 서풍을 정면으로 뚫고 나가야 했는데요. 상체를 숙이고 아무리 열심히 페달을 밟아도 20 km/h 속도를 유지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특히 강변 자전거도로는 동서로 탁 트인 곳이다보니 정말 자비 없는 역풍맛을 제대로 봤습니다.

네비 안내에 따라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공도로 들어갔더니 이번에는 상당한 업힐이 나타납니다. 이미 다 털린 허벅지로 열심히 페달을 밟아보는데 업힐이 생각보다 가파르고 길이도 만만찮아서(옥동사거리; 1km, 5%) 정말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업힐이 이걸로 끝도 아니고 이후 작은 업힐 하나를 더 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다운힐이 편했냐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길가에 주정차된 차량들 정말 너무하더라구요. 대부분 흰색 실선 구간이라 그럴 수 있다 치는데 중간중간 차도를 막고 이중주차된 차량들이 있더라구요. 이들을 피해가려다 하마터면 사고날 뻔도 했습니다.

안동역 (16:15)

다행히 개찰구가 열리는 탑승 15분 전에 딱 맞춰서 역에 도착했습니다. KTX-1이나 KTX-산천은 수하물 보관대가 객차 연결통로에 있어서 브롬톤을 두기에는 좀 불안하죠. 그에 반해 KTX-이음은 객실 안에 수하물 보관대가 있어 브롬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고속버스에 실을 때처럼 싯포스트를 뽑아서 고정하면 됩니다.

안동역과 안동터미널은 바로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요, KTX가 더 비싼 대신 더 빠릅니다. 청량리행 KTX는 2시간에 25,100원이고 서울경부행 시외버스는 2시간 40분에 18,100원입니다. 저는 그래도 KTX 쪽을 골랐는데요, 소요시간 차이는 크지 않지만 서울에서 저희집으로 가기에는 청량리역이 더 가깝고 빨라서 그렇습니다. 브롬톤 갖고 타기에 더 부담이 없기도 하구요.

복귀

청량리행 KTX는 만석이었는데요, 운 좋게 수하물 보관대에서 멀지 않은 좌석이 예매되어 마음 편히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청량리역에서 집까지는 지하철로 점프했습니다. 브롬톤이 달리기에 부족함이 있는 자전거임은 분명하지만 또 대중교통 이용할 때는 이만큼 편리한 자전거가 또 없다고 체감하곤 합니다.

라이딩 전날까지 비가 왔었어서 자전거길 곳곳에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피한다고 피했는데도 다 피하진 못해서 리어휠 근처는 흙탕물로 엉망이 됐습니다. 기차 시간을 앞당겨 집에 예정보다 일찍 온 덕분에 샤워하고 저녁 먹은 다음 간단한 정비까지 느긋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산

  • 거리: 102.6 km (누적 529.5 km)
  • 비용: 64,700원 (누적 218,700원)
    • 교통비: 우등고속 서울-점촌 (18,100원), KTX-이음 안동-청량리 (25,100원)
    • 식비: 경미순대 순대국밥 (7,000원), 편의점 음료 (2,500원), 구담반점 간짜장곱배기 (10,000원), 슈퍼 음료 (2,000원)

오늘의 교훈

잘한 점

  • 바람에 순응한 점. 가능하면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가는 게 좋지만 이날처럼 바람이 강할 때는 순풍 방향으로 맞춰서 가는 게 쾌적한 라이딩을 보장한다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라이딩 로그를 보면 가는 내내 약한 오르막이었지만 순풍을 등에 업고 가다보니 전혀 체감 못 할 정도였으니까요.

못한 점

  • 일정을 지나치게 서두른 점. 물론 저는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쪽을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국토종주도 굳이 비싼 교통비를 써가며 당일치기로 끊어서 하고 있구요. 그럼에도 오늘은 정말 무리했습니다. 특히 안동은 시내에도 볼거리, 먹거리가 많았는데 그걸 전부 건너뛴 점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좀 아쉽게 느껴지네요. 이럴 때 아니면 안동을 또 언제 가보겠나요.

그 외

  •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교통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 중입니다. 이동시간도 더 걸리구요. 봄이라 해가 길어지고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요, 이후 구간부터는 최대한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지방터미널에서 막차 끊기기 전에 서울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일정을 짜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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