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멘지라멘 – 시오라멘, 파이탄라멘 (19.12.28 업데이트)

멘지라멘
시오라멘 9,000원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점심

관찰레와 판체타 사러 망원동 소금집델리에 찾아갔는데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허탕치고 말았다. 모처럼 간 김에 점심이라도 먹고 올까 싶었지만, 정오가 채 안 된 시간인데도 이미 대기가 10팀 가까워서 그냥 돌아나왔다.

대신 합정역에서 소금집델리까지 가는 길에 눈에 띄었던 식당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자가제면’이라고 적혀있는 것 뿐만 아니라 제면기가 거리에서도 잘 들여다보이는 곳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던 라멘집이라 지나가면서도 기억에 남았던 집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파이탄(白湯) 라멘 전문점이었다. 키오스크 메뉴판에도 가장 첫 메뉴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런 줄도 몰랐다. 일단 사전 정보 없이 처음 들어온 라멘집이라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 시오라멘을 주문했다.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메뉴 선택에서 결제까지 손님이 알아서 해결하고 주문서를 주방에 전달하면 되는 식이다.

좌석은 모두 다찌였다. 자리 중간중간마다 고추기름, 후추 등과 함께 머리 묶는 고무줄이 놓여있어 주인분의 센스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좌석 뿐만 아니라 가게 전반적으로 깔끔해서 라멘 기다리는 동안 기분이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 라멘을 받아들었다. 라멘 나오기까지 체감상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다. 막상 받아들고 보니 토핑이 아주 실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일단 라멘을 받아들고 나니 상큼한 시트러스향이 먼저 치고 올라온다. 라멘 위에 마무리로 뿌려진 노란 과일 껍질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양이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데도 향이 아주 강렬했다. 자칫 너무 기름질 수 있는 라멘의 균형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다만 여러 토핑의 향을 골고루 느끼기에는 시트러스향이 너무 강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스프의 기저는 육고기 같았지만 쉽게 느껴지는 향은 해물의 감칠맛에 더 가까웠다. 기름은 적게 뜨는 편이었다. 여기에 잘게 썬 파가 올라가서 아주 진하기 보다는 부드럽고 다양한 층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자가제면한 면은 내 취향보다는 약간 두꺼운 편이었다. 면은 심을 끊어내는 느낌이 느껴지는 정도로 적당히 삶겼다. 겉이 부드러워 스프를 살짝 머금어 어울림이 좋았다. 최근 주로 먹은 면이 아주 고소한 통밀 면이다보니 그만하지는 않았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게 역력히 느껴지는 좋은 면이었다.

이날 먹었던 라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차슈였다. 보통 라멘집에서 토핑으로 나오는 차슈는 두껍고 겉을 직화로 익혀내어 겉이 딱딱하고 지방이 가득한데, 이집의 차슈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받았을 때는 고기에 약간 붉은 기가 있어 덜 익었나 싶었다. 막상 먹어보니 놀랍도록 부드러운 식감에 감칠맛이 아주 풍부했다.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닭고기 역시 전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입 안에 넣어 몇 번 씹자 스르르 풀려버릴 정도였다. 수비드로 조리하신 것 같은데, 막상 수비드 차슈를 먹어본 건 처음이라 아주 신기했다.

멘마는 양이 아주 넉넉해서, 멘마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환영할만 했다. 썰어낸 조각의 크기와 두께가 아주 넉넉해서, 멘마의 아삭한 질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구운 토마토는 라멘의 맛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보다 붉은 색감 덕에 라멘이 더욱 시각적으로 다채롭고 맛있어보였다. 아지다마고는 간이 너무 짜지 않게 배어, 맛과 식감 모두가 부드러웠다.

개별의 재료들은 너무 튀지 않게 조리되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다채로움이 조금은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심심한 것보다는 이쪽이 낫겠지만, 한 그릇의 라멘 안에서 너무 많은 걸 보여주시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매일 같이 찾아갔을텐데, 강 건너인게 약간 아쉽다. 합정역에서도 망원역 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야 하니 주로 2호선 타야 하는 내 출퇴근 경로에서도 미묘하게 벗어나 있고. 그래도 다음번에는 파이탄 라멘 먹으러 가봐야겠다.


멘지라멘
파이탄라멘 9,000원
2019년 8월 31일 토요일 점심

이날은 선선해진 날씨 덕에 모처럼 브롬톤을 꺼내 타고 나왔던 날이었다. 한강을 건너 망원동, 연남동, 합정동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회사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기 위함이었다.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점심 먹어야 할 때가 되어, 바로 한 주 전에 갔었던 멘지라멘에 다시 들렀다. 브롬톤 보관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 가게 안쪽 복도에 넣어둘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걱정 없이 식사할 수 있었다.

일부러 멘지라멘에 다시 온 이유는 파이탄라멘을 먹기 위함이었다. 소나 돼지로 낸 육수보다 닭육수를 좋아하는 취향인데다, 제대로 된 토리파이탄라멘을 먹어본지 너무 오래 되었다보니 기대가 컸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린 끝에 파이탄라멘을 받아들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아주 구수하고 진해보였다. 스프부터 먼저 한 입 맛을 봤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좋으면서도, 라멘치고 너무 기름지지 않아 끝맛이 깔끔하고 부담스럽지 않았다. 정갈하게 잘 우려낸 닭곰탕 같았다. 여기에 조금 더 복잡한 맛의 층위가 있었는데, 능력이 부족한 탓에 세세히 구분해 낼 수는 없었다.

간은 내 입맛에는 약간 센 편이었다. 라멘치고는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닌데다, 토핑들이 대체로 짜지 않아 짠맛의 밸런스는 나쁘지 않았다. 주방에 요청하면 간을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모양인데, 이날은 이집에서 처음 파이탄라멘을 먹은 날이라 그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면은 각진 사각형 모양으로, 식감과 탄력이 좋았다. 특히 지난주에 먹었던 시오 스프보다 파이탄 스프와의 궁합이 더 좋다고 느꼈다. 시오라멘을 먹었을 때는 깔끔하다는 느낌이었는데, 파이탄라멘에서는 중후한 스프의 풍미를 잘 받아내어 더욱 맛있었다.

수비드한 차슈는 역시 훌륭했다. 과하게 짜지도 않고, 토치로 구워낸 차슈처럼 겉이 딱딱하지도 않았다. 대신 부드럽고, 씹으면 달큰한 즙이 터진다.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닭고기 차슈도 같이 제공되다 보니, 역시 닭의 느낌을 담은 파이탄 스프와 잘 어울렸다.

토핑은 시오라멘 대비 비슷한듯 달랐다. 파이탄라멘에는 유자껍질(추정)과 멘마가 올라가지 않았다. 지난번에 먹었던, 두껍게 썰어낸 멘마의 식감이 생각나서 주방에 여쭤보니 멘마가 파이탄라멘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넣지 않으신다고 하셨다. 멘마를 따로 조금 내어주셨는데, 말씀대로 파이탄라멘과의 궁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하지 않았던 면 추가를 요청했다. 1인분을 요청했더니 처음 라멘에 들어있던 정도의 면이 다시 나왔다. 토핑으로 차슈와 대파도 얹어주셔서, 심심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갓절임과 고추기름도 조금씩 맛을 봤다. 갓김치는 입에 넣으면 처음에는 고소한 참기름향, 나중에는 알싸한 고추기름향이 올라온다. 씹을 때 조직에서 섬유가 찢어져 나오는 식감이 차졌다. 대체로 향이 강해서, 조금씩만 곁들이는 쪽이 좋았다.

고추기름은 생각보다 많이 매웠다. 그래서 라멘에는 몇 방울 정도만 넣어봤는데, 고소하고 부드럽던 스프맛에 자극적인 고추기름향이 가장 윗층에 더해져서 맛의 층위를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파이탄라멘은 기대만큼 맛있어서 스프까지 깨끗하게 비워내고 나왔다. 요즘 먹는 양이 줄어 정말 맛있는 집이 아니면 면 추가도 하지 않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위치가 내 평소 동선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라, 가려고 하면 결심이 필요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


멘지라멘
파이탄라멘 9,000원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점심

마지막 방문으로부터 한 달 쯤 됐나 싶었는데 블로그를 보니 지난 8월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역시 평소 출퇴근 동선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몇 달 만에 와보니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일하는 분도 바뀌었고, 다찌 밖에 없었던 가게에 4~5인용 테이블이 하나 생겼다.

공식 인스타그램에 재료 소진으로 마감한다는 공지도 종종 보이곤 하는 걸로 보아 영업이 꽤 잘 되는 모양이다. 마음에 드는 가게가 영업이 잘 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적어도 다음번에 다시 찾아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니까.

어쨌든 쌀쌀한 날씨에 뜨끈하고 끈적한 고기 국물이 먹고 싶었던터라 파이탄라멘을 주문했다. 면을 삶고, 물기를 털고, 토핑이 얹히고, 통후추 갈리는 소리가 나고 이내 라멘 한 그릇을 받아들었다.

돈코츠 못잖게 구수하지만 덜 부담스럽고 깔끔한 파이탄라멘이다. 수비드 장비에 대한 뽐을 선사했던 부드럽고 감칠맛 넘치는 챠슈도 여전히 좋다. 특히 면을 추가로 부탁드리면 챠슈에 대파까지 또 얹어주시는데, 정말 무료로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푸짐하고 맛있다.

왠지 면이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겉면의 거뭇한 점이 눈에 띄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좀 더 강하게 올라오는 것 같다. 계절 탓일 수도, 기분 탓일 수도. 미각이 후달리니 구분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한 그릇 잘 비우고 나왔다. 테이블이 생긴 덕에 홀이 약간 좁아져서 지난번처럼 브롬톤 타고 가면 민폐도가 올라갈 것 같다. 최대한 덜 귀찮으면서도 자주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서울역 유즈라멘 – 유즈시오라멘, 시오라멘

유즈라멘
유즈시오라멘 9,000원
2019년 5월 30일 목요일 저녁

자전거 동호회에 벙개의 목적지로 자주 언급되는 가게가 몇 있다. 보통은 서울 변두리나 근교의 맛집이 많은데, 이 집만큼은 서울 도심인 서부 서울역 쪽에 자리잡고 있어 독특했다. 맛에 대한 평도 꽤나 괜찮아서 눈여겨 보고 있던 차에,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어 방문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높낮이가 포함된 독특한 가게 구조가 눈에 띈다. 크지 않은 가게 안에 계단이 있어 공간 활용이 어려웠을텐데 불편하지 않게 배치를 잘 해냈다. 여기에 입구 근처에 비치된 자전거용 펌프에서 자전거 동호인들의 방문이 잦은 집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주문은 자판기로 한 다음 교환권을 점원에게 건네는 식이다. 손님이 끊이지 않다보니 약간의 대기는 있었고, 음식 나오는 것도 아주 빠르지는 않았다. 대신 점원의 접객이 아주 인상 깊었다. 일본식처럼 너무 과해서 부담스러운 대신, 편안한 친절함이 듬뿍 느껴져 기분 좋았다.

첫 방문이라,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유즈시오라멘을 주문했다. 여기에 야끼교자와 기린 생맥주(400mL)도 추가하니 금액이 꽤나 가파르게 올라간다. 라멘에 토핑까지 추가했으면 한끼 식사로서는 양적으로나 금액적으로나 아주 호화로웠을 것 같다.

다른 눈에 띄는 점은 메뉴에 하이볼이 있었고, 따로 요청하면 앞치마를 내어주는 모양이다. 나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점원이 흰 드레스 셔츠를 입은 손님에게 앞치마를 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저 나온 교자는 대체로 평이했다. 내 취향에는 바삭함이 약간 부족했지만 대신 아주 부드럽고 촉촉했다. 함께 나온 간장에서 나는 유자향이 노골적이다. 이 집의 셀링포인트가 유자임이 실감났다. 좌석마다 유자 착즙액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유자향 나는 간장과 교자의 육향 간의 조합은 좀 미묘하다. 각각의 맛이 분명한 대신 시너지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어 주문했던 유즈시오라멘이 나왔다. 먼저 수프를 맛봤는데, 독특했다. 멸치와 밴댕이에서 나는 해물 특유의 강렬한 감칠맛이 먼저 올라오는데, 해물 수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도 넉넉히 들어 있었다. 벽에 붙은 설명을 보니 해물육수와 닭육수를 섞어쓰신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 모양이다. 여기에 라멘의 이름만큼이나 진한 유자향이 먹기 전부터 다 먹은 후까지 은근히 올라온다. 꽤 다양한 맛과 향이 복잡하게 엉긴 수프였다.

면은 통밀을 이용해서 자가제면 한다고 한다. 실제로 면을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거뭇한 점이 보인다. 두께는 평범하게 얇은 편이지만, 뜨거운 수프에 한참 잠겨 있더라도 쉬이 풀어지지 않아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강한 면이었다.

면을 입 안에 넣으면 겉면에 충실히 묻은 수프가 감칠맛과 유자향을 전해준다. 씹을 때 느껴지는 반발감은 아주 강한 편이었다. 특히 면 가장 안쪽의 심지 뿐만 아니라 중간부분, 겉면까지 조금씩 달라지는 반발감을 느껴보는 재미가 좋았다. 그래서 후루룩 마시는 대신 꼭꼭 씹어보게 되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통곡물의 고소함 역시 충실히 올라와 입 안을 채워주었다.

기본으로 들어 있는 면의 양도 그리 적은 편이 아니었는데, 면이 워낙 맛있어서 추가까지 하게 되었다. 면은 반 개 또는 한 개 단위로 무료 추가 가능한데, 한 개를 주문했더니 처음 주문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의 면이 나왔다. 이 역시 기분 좋게 싹 비워낼 정도로 마음에 드는 면이었다.

토핑은 독특한 부분이 많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루꼴라였다. 유자 라멘은 일본에도 유명한 가게가 있지만 루꼴라 들어간 라멘은 처음이었다. 여기에 아지다마고, 멘마, 김, 그리고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만든 차슈가 얹혔다.

온센다마고는 다른 강렬한 재료들에 비하면 은은한 느낌으로 냈고, 익힘 정도는 적당했다. 멘마에서는 유자향이 특히나 더 강렬했다. 식감은 역시 부드러운 편. 차슈는 꽤 두께감이 있는 편인데, 씹을 때마다 어마어마한 고소함과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중간중간 들어간 지방이 맛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었다. 챠슈의 겉면을 따로 구워내어 불맛 역시 빠지지 않았다.

여기에 루꼴라와 김까지 하면 맛, 향, 식감까지 특징이 강한 재료가 대부분이다. 토핑 뿐만 아니라 면과 수프 역시 마찬가지다. 먹다보면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하고 다양한 식재료들이 존재감을 강렬하게 어필한다.

그렇다보니 전반적으로 퓨전 요리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특별히 불협화음이 있는 건 아니지만 깔끔히 정돈된 맛은 아님이 확실하다. 매일 같이 찾아가서 먹는 것보다는 가끔의 별미 정도로 좋아보인다.

그래도 서울역 근처를 지날 일이 있을 때면 이 집에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은 이유는 면 때문이다. 면의 질감과 익힘 정도가 내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비교적 맛이 투명한 편인 시오라멘이었던 덕분에 면의 특징도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2019년 6월 24일 업데이트

거의 한 달 만에 재방문했다. 이번에는 유즈시오라멘 대신, 유자가 안 들어간 시오라멘을 주문했다. 가격은 동일하다.

막상 먹어보니 내 취향에는 유자가 들어가지 않은 쪽이 더 좋았다. 유즈시오라멘은 유자와 루꼴라와 챠슈와 김 등이 서로 다투는 느낌이었다면 시오라멘은 한층 정갈해진 느낌이다. 차슈 먹을 때는 약간의 시큼함이 있으면 딱 좋겠다 싶었는데, 자리마다 비치된 유자 착즙액을 한두 방울 뿌려먹으니 딱 좋았다.


2019년 6월 25일 업데이트

하루 만에 또 방문했다. 이번에도 시오라멘. 유즈시오라멘보다 좀 더 좋은 균형감에, 취향을 정확히 자극한 면의 식감이 역시나 훌륭했다. 스프도 스프지만, 자가제면했다는 면이야 말로 전날 와서 먹었음에도 또 와서 먹게 된 강력한 동기였다.

그런데 추가해서 먹는 면에 문제가 있었다. 마감에 가까운 시간이라 그런지 온센다마고 반 개를 더 얹어주신 것까지는 좋았었는데, 면의 식감이 지금까지 먹었던 그것이 아니었다. 젓가락으로 들어올렸을 때 이미 떡져서 스프에 담근 후에도 잘 풀어지지 않았다. 입 안에 넣고 씹으니 깔끔하게 쫄깃했던 원래 그 맛 대신, 끈적하게 치아에 달라붙는 불쾌한 느낌이었다. 혹시나 싶어 재차 면 추가를 주문해봤는데, 그 역시 똑같았다.

이전까지는 추가한 면이라도 상태가 이렇지 않았었기에, 얘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 그냥 나와버리고 말았다. 다음번 방문 때도 추가 면의 상태를 잘 보고, 또 그러면 원래 의도된 것인지 한 번 물어봐야겠다.


2019년 7월 4일 업데이트

열흘 만에 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한창 디너 타임이 진행 중인 18시 30분 정도였고, 사람이 많아 잠시 대기 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시오라멘을 주문했다. 전체적으로는 역시 유자향이 없는 게 내 취향에 맞다. 대신 차슈에만 유자착즙액을 몇 방울 떨어뜨렸을 때 느껴지는 조화가 좋다.

이날도 면을 두 번 추가해서 먹었는데, 처음 나온 면과 추가해서 먹은 면 모두 괜찮았다. 특히 탄력 있게 씹히는 느낌이 참 좋았다. 시간대에 따라 편차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역시 몇 번 더 가보는 수 밖에 없겠다.

강릉 형제칼국수 – 장칼국수 (하얀칼국수)

강릉 형제칼국수
강원 강릉시 강릉대로204번길 2
하얀칼국수 6,000원
2019. 1. 5

동해막국수와 마찬가지로 형제칼국수도 2년 만의 방문이다. 좀 더 길게는 5년 사이에 세 번째다. 2016년 말에 왔을 때는 기본매운맛과 더얼매운맛을 먹었었는데,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로서는 더얼매운맛조차도 매워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칼국수가 주는, 포기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모처럼 강릉에 왔으니 형제칼국수에 안 들를 수는 없었고, 이번에는 가장 맵지 않은 하얀칼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형제칼국수의 매운맛은 5단계다. 아주매운맛 – 기본매운맛 – 더얼매운맛 – 장끼맛 – 하얀칼국수 순서. ‘더얼매운맛’조차도 그 이름과는 달리 매운 정도로는 중간 정도나 되었던 셈이다.)

형제칼국수는 매번 올 때마다 느끼지만 별로 변하는 게 없는 집이다. 다만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매번 시내 관광 비수기인 한겨울에 오는데도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오지 않으면 긴 줄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도 점심시간 치고는 좀 이른 시간에 갔더니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식사를 끝내고 나가는 길에 보니 어느새 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장칼국수 - 하얀칼국수
하얀칼국수 – 가장 덜 매운 맛

하얀칼국수는 그 이름과는 달리 그렇게 하얗지만은 않다. 장칼국수이니만큼 장이 안 들어갈 수는 없으니 고추장의 붉은색과 된장의 누런색 그 사이에 있는 색을 희미하게 띄고 있다. 그 위에 풀려들어간 계란, 호박, 김가루, 깨 등이 보인다.

육수는 멸치를 기본으로 다진 마늘, 호박을 넣고 같이 끓여낸 무난한 맛이다. 거기에 된장과 고추장이 섞여들어 장 특유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 감칠맛이 바로 장칼국수의 매력인 것 같다.

아무리 장이 적게 들어갔다지만 하얀칼국수에서도 매운 맛이 없지 않았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매운맛은 아주 약해서 즐겁게 먹을 수 있었지만, 먹다보니 두피에서 가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장칼국수에 사용하는 고추장 자체가 아주 맵게 담근 장인 모양이다.

면은 얇으면서 폭이 넓은 모양새다. 처음 받았을 때는 그릇 바닥에 면끼리 붙어있어 면이 불어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몇 번 휘저어주니 자연스럽게 풀려나왔고 입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이 아주 재밌었다. 면의 형태 덕분인지 면이 육수를 충분히 품어내어 입 안에서 면과 육수를 함께 즐기기 좋았고, 국물과는 따로 삶아낸 면 덕분에 국물이 전분으로 지저분해지지 않는 점 역시 좋았다.

동행은 더얼매운맛을 주문했다. 옆에서 조금 국물맛을 보니 맛에서는 전반적으로 하얀칼국수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장맛이 더욱 강렬했고, 특히 땡초의 쏘는 듯한 매운 맛이 강하게 올라왔다. 역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더얼매운맛도 너무 과할 것 같다.

다만 호박이 약간 덜 익어 나왔었고, 김가루는 사실 없어도 되지 않나 싶다. 기본 육수의 맛과 향이 괜찮다보니 도리어 구수한 장맛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 것 같다.

강릉 동해막국수 교동택지점 – 회비빔냉면

동해막국수 교동택지점
강원 강릉시 정원로 74-15
회비빔냉면 곱배기 9,000원 (2019년 1월 4일)

거의 2년 만에 강릉을 다시 찾았다. 당시에는 점심으로 동해막국수에서 막국수 한 그릇, 신리면옥에서 냉면 한 그릇을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동해막국수만 방문했다. 그때처럼 많이 먹기가 힘들어졌기도 하고,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일단 가까운 곳으로 가다보니 그렇게 됐다.

가게는 2년 사이 크게 바뀐 건 없어보였다. 막국수나 냉면집의 비수기인 한겨울인데도 손님이 꽤 있었다. 가격은 1,000원씩 오른 모양이다. 예전 사진과 비교해봐도 그렇고, 메뉴판 곳곳에 가격을 고친 흔적이 남아있었다.

회비빔냉면

지난번에는 막국수를 먹었었기에 이번에는 회비빔냉면을 주문했다. 전분 특유의 청회색을 띄는 면이다. 바닥에는 육수가 조금 깔려있고, 필요하면 더 넣어먹을 수 있도록 통에 넣은 냉육수가 같이 제공됐다. 고명으로 명태식해, 배, 수육, 계란이 얹혔고 깨가 뿌려졌다. 막국수에는 김가루도 꽤 들어갔는데 냉면이다보니 김가루는 들어가지 않았다.

면은 약간 불어나왔다. 전분면이다보니 불었어도 탄력이 남아있고, 부드러워져 먹기 쉬웠지만 탱글탱글한 면발을 씹는 맛이 약해진 점은 아쉽다. 양념은 자극적으로 매운 맛은 아니다. 약하게 매운 대신 입 안에 매운맛이 오래 남았다. 보통의 비빔냉면치고는 맵지 않은 편이지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로서는 육수와 다른 음료의 도움 없이 다 먹기 쉽지 않았다. 거기에 참기름이 꽤 들어갔는지 매운맛과 함께 참기름향이 진하게 돌았다.

면이나 양념보다 좋았던 건 명태식해였다. 잘 익어있어서, 단단하거나 질긴 부분 없이 아주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처음 입에 물었을 때는 양념맛이 진하게 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 가득 감칠맛이 우러나왔다. 명태식해의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감칠맛 덕분에 음식의 다른 부분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물막국수

동행은 물막국수를 주문했다. 조금 맛을 보니, 지난번 방문과는 달리 면에서는 메밀향이 제법 났다. 하지만 김가루와 참기름이 다소 과하게 들어있어, 당장 입에는 잘 들어가지만 면이나 육수의 맛과 향을 즐길 수는 없었다. 면과 육수의 맛에 자신이 있다면 김이나 참기름 같은 향이 강한 부재료는 줄여주시는 쪽이 좋을 것 같다.

영등포 하노이 식당 – 모듬쌀국수


2019년 7월 현재, 문을 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일, 주말 모두 셔터가 내려가있네요.


하노이 식당
서울 영등포구 문래로 183 dmaps.kr/ddewv
모듬쌀국수 9,000원

2018년 12월 26일

하노이 식당에 가장 최근 방문했던 건 바로 지난주, 2018년 12월 26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처음 갔던 집은 아니었고, 기억 나는 것만 해도 지금까지 세 번 정도는 방문했었던 집인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잘 안 쓰던 중이었는데, 그냥 넘기기에는 아까운 집이라 간단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하노이 식당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횡단보도로 문래로를 건너면 바로 길가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다. 가게는 작은 편이다. 둥근 테이블 두 개 정도에 대여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하나 있다. 주문은 현금과 카드를 모두 받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면 된다.

쌀국수는 양지, 차돌, 힘줄, 그리고 이 셋이 모두 들어간 모듬쌀국수까지 네 가지를 고를 수 있다. 가격은 괜찮은 편이다.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쌀국수 전문점들은 다들 한 그릇에 10,000원 이상을 받는다. 이 집은 가장 비싼 모듬쌀국수를 주문하더라도 9,000원이다. 게다가 양이 부족하면 면 추가는 무료다. 이 동네에서 10,000원 이하에 꽤 괜찮은 한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집은 그리 흔치 않다.

쌀국수 말고도 다른 메뉴도 있다. 철마다 달라지는데, 요즘은 타코와사비나 연어회, 간장새우 등이 있었다. 여러 병맥주(사이공/하노이/타이거 등)와 곁들일 술안주로 괜찮아 보이는데, 쌀국수 외에는 먹어보질 않아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이 가게가 문을 열고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주문하면 쌀국수 위에 고추가 정말 산더미처럼 나왔었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는 딱 위 사진 정도로 정리되어 나온다. 고추는 꽤 매운 편이고, 대파도 썰어놓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듯 향이 강하다. 덕분에 먹다보면 국물에 매운 맛이 꽤 많이 배어난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이라, 이대로는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부터는 아예 고추를 빼고 주문을 하곤 했다.

역시 매운 걸 잘 못 먹는 나로서는 이제서야 맛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 집의 쌀국수는 정말 괜찮다. 면이야 그렇게 특이할 것이 없다. 양이 넉넉해서, 어지간한 성인 남성도 굳이 면 추가를 할 필요가 없다.

고기와 육수를 보면, 가게에서 직접 고기를 듬뿍 썰어넣고 육수를 끓인 티가 역력하다. 덕분에 고기도 양이 아주 넉넉하다. 거의 면 반, 고기 반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모듬쌀국수 답게 양지, 차돌, 힘줄이 골고루 들어있다. 육수는 어지간한 쌀국수집에서는 맛보기 힘든, 정말 진한 고기 국물의 맛이 난다. 거칠지만 오래 끓인 곰탕 같다. 요즘 같이 추울 때 이렇게 고소하고 진하고 짭조름한 국물을 먹으면 속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해진다.

국물 맛을 보고 나면 이 집의 쌀국수에 왜 그렇게 고추가 많이 들어가는지 짐작할만 하다. 고기를 많이 넣고 푹 끓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잡내가 남는다. 다행히 잡내가 강하지는 않아서, 곁들여 먹는 고추, 대파, 작은 레몬 조각만으로도 감당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다만 역시 육수에 진하게 배는 고추의 향이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고추를 빼는 대신, 별도로 요청하면 추가해주는 고수를 넣어봤다. 결과는 아주 훌륭했다. 입술과 입 안을 화끈거리게 하던 고추가 없으니 먹기 편했다. 거기에 남중국이나 동남아 고기 요리의 잡내 잡는데는 고수만한 게 없다. 고수의 상큼한 향과 맛이 잡내를 덮어주어 밑바탕은 진하면서도 윗맛은 깔끔한 육수를 즐길 수 있었다. 좋아하는 조합을 찾아냈으니 당분간 이 조합으로 자주 찾아가서 먹게 될 것 같다.

하노이 식당의 가장 큰 약점은 위치다. 겉으로 보기에는 목이 좋아보인다. 타임스퀘어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해 있고, 큰 길 가에서 바로 눈에 띄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타임스퀘어에서 굳이 밖으로 나와 광장을 가로질러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는 심리적 저항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 귀차니즘만 극복하면 타임스퀘어 내에 널린 가성비 심하게 떨어지며 대기열 마저 긴 식당들 대신 정말 괜찮은 고기 국물의 쌀국수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하노이 식당은 아직은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입소문 타면 손님이 늘어 줄 서게 될까봐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그러면서도 손님이 없어 그냥 없어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가게라 블로그에 굳이 글을 쓰게 되는, 그런 가게다. 지금 맛을 잃지 말고 잘 됐으면 좋겠다.

망원동 밀면집 – 밀면

망원동 밀면집 밀면

밀면집
서울 마포구 포은로 90
밀면 6,000원 (곱배기 1,000원 추가)

망원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밀면 식당이다. 가게 이름은 ‘밀면집’이지만 보조간판이나 카드단말기에 나오는 걸 보면 정식 명칭은 ‘국제시장 원조밀면’인 모양이다. 특이하게 휴일이 화요일이다. 11시부터 20시까지 영업하지만 재료가 다 떨어지면 조기 종료한다고.

가게는 크지 않은 편이다. 4인용 테이블이 대여섯개 정도 됐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홀의 모습은 특별히 흠잡을 곳 없이 깔끔했다. 다양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서 밀면 식당 같지 않게 묘하게 편하고 정감가는 느낌도 있었다.

물과 육수는 셀프다. 물이야 그렇다 치고, 온육수를 제공하는 점이 좋았다. 찬 음식 먹기 전에 따끈한 고기 국물로 속을 데워두면 소화도 잘 된다. 온육수는 사골 같은 뽀얀 색에 고소하고 짭조름했다. 밀면이 나올 때 무절임과 가위를 같이 내어준다.

면은 국수 중면 정도 굵기의 둥근 면이다. 적당히 잘 삶겨나와 탱글탱글한 탄력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적당히 휘저어주면 찬 육수 안으로 쉽게 풀려나간다. 입에 넣고 치아로 누르면 약간의 탄력을 남기며 끊기는 밀면 특유의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육수는 살얼음이 주변에 약간씩 얹혀나왔다. 육수에 얼음 들어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살얼음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육수는 고기 육수의 고소함이 약하게 바닥에 깔리는 가운데 한약재가 들어간듯 감초 같은 향이 올라온다. 거기에 시큼한 맛이 상당히 느껴지는 게 특이했다.

양념장은 위압적인 붉은 빛깔에 비해 맵지 않았다. 오히려 달달한 편. 양념장을 육수에 섞어도 역시 맵다기보다는 달고, 달다기보다는 신맛이 났다. 식초를 조금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고 안내 받았는데 내 입맛에 이미 신맛은 충분해서 식초를 굳이 더 넣지는 않았다.

면 위에는 삶은 계란, 오이절임, 무절임, 수육이 올라간다. 오이절임은 아삭한 식감 덕에 면에 곁들여먹기 좋았다. 수육은 꽤 기름진 부위라 입에 넣으면 고소함이 가득 올라왔고 잘 삶겨나와 혀에 닿는 식감부터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곱배기로서의 양도 괜찮았다. 어지간한 밀면집의 곱배기는 다른 중국집의 곱배기보다 면의 양이 훨씬 많은 편인데 망원동 밀면집도 그랬다. 면을 모두 건져먹고 육수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딱 기분 좋게 배불렀다. 특별히 많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굳이 곱배기 안 시켜도 양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았다.

밀면은 같은 동네라도 식당마다 맛이 전부 다른 음식이다. 그래서 국제시장 원조밀면이라는 상호에 큰 의미가 있나 싶다. 정말로 부산 국제시장에 있는 밀면집의 분점이라거나 혈연관계가 있다거나 하면 모를까.

어쨌든 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밀면 중 하나를 무난히 접할 수 있었던 가게였다. 성수기만 아니면 영업시간이 넉넉한 편이고 식사 후 망원시장이나 망리단길 산책도 괜찮으니만큼 망원동 갈 일 있으면 생각나는 집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홍대 고메구락부 – 꿩평양물냉면

2017년 5월 13일
꿩 평양 물냉면 10,000원

홍대 앞에서 시원한 산토리 생맥주에 무난한 안주를 같이 내어주어 가끔 찾았던 가게가 있었다. 근데 한동안 찾질 않다 오랜만에 가보니 그 가게가 없어지고 대신 냉면집이 생겼다. 냉면에 수육까지는 그렇다 치고 곰탕까지도 같이 내는 걸로 봐서 냉면집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기는 하다. 가게 이름도 영 독특하고.

어쨌든 국내산 육우와 국내산 꿩을 이용한 육수에 100% 메밀 순면을 이용한 평양냉면을 낸다는 집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인면옥과 봉피양도 있어 평양냉면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은 없었지만 선택지가 많아서 나쁠 게 없으니 들러보기로 했다.

냉면

면에서 나는 메밀향은 제법이다. 아주 강렬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은근히 풍겨오는 메밀의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면의 질감은 입술이나 혀로 느끼기엔 꽤 단단하지만 치아로 가볍게 깨물면 이내 툭 끊어지는, 메밀함량 높은 면 특유의 식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어 육수를 들이키니 가장 먼저 올라오는 건 강렬한 후추향이었다. 후추가 꽤 많이 들어갔는지 원래라면 달콤구수하게 올라와야 하는 평양냉면 특유의 육향을 느낄 수 없었다. 맛은 가볍게 구수하고 담백했다. 간은 꽤 강하게 된 것 같았으나 차게 먹는 육수이니만큼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면 위에는 삶은 계란, 오이, 무절임, 배, 쇠고기와 꿩고기(아마도) 삶은 것이 올라가 있었다. 배는 가볍게 달큰해서 면과 곁들여먹기 좋았다. 쇠고기 수육은 아주 얇게 저며져 있었지만 씹는데에는 꽤 공을 들여야했다. 꿩고기는 닭가슴살 먹는 정도의 식감으로 담백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식전에 내어주는 메밀차는 마음에 들었다. 차가운 상태로 내어주었는데 그럼에도 구수하게 풍기는 메밀향이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잘 해주었다. 메밀차에 잔뜩 떠 있던 볶은메밀 낱알도 가벼운 에피타이저로 나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보면, 면이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그런데 분명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은 육수의 맛은 진한 후추향 때문에 제대로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냉면을 받아 그릇째로 들고 육수를 마실 때 면의 메밀향과 육수의 육향이 같이 올라와서 코를 간질이는, 바로 그 느낌을 기대했는데 이번 방문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분명 면은 원래 가던 집들에 비해 빠질 게 없는데 그릇 안에서 보이는 전체적인 균형감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조정이 되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쉽다. 시간을 좀 두고 한 번 더 들러서 맛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