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명가수영밀면 – 물밀면, 손만두 (20. 2. 15 업데이트)

명가수영밀면
2020년 2월 15일 토요일 저녁
물밀면(大) 7,000원, 손만두 6,000원

지난 2017년 5월 방문 후 거의 3년 만의 재방문입니다. 그 동안 부산 올 일 자체가 별로 없었기도 했고, 부산 왔을 때도 가족 행사 등으로 왔던거라 가볍게 밀면 먹으러 나갈 사정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이번은 모처럼의 기회라, 부산역에서 숙소가 위치한 해운대로 가는 도중에 수영에 잠시 내려 3년 전에 좋은 인상을 받았던 가게에 다시 들렀습니다.

가게는 예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깔끔한 내부도 그대로구요. 밀면 가격은 그 사이에 1천원 올랐습니다. 가격이 안 올랐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 요즘, 밀면 가격만 그대로이기를 바랄 수는 없겠지요. 물밀면 대짜 하나, 그리고 손만두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온육수를 떠다 맛을 봤습니다. 아주 진한 사골맛입니다. 여러 번 떠다 마시기에는 간이 좀 세지만 그만큼 구수한 감칠맛이 좋았습니다. 밀면 먹는 동안 옆에 가만 놔두니 하얀 기름도 살짝 굳어 뜹니다. 고기를 오래 삶은 국물이 맞는 모양입니다.

밀면의 겉모습은 3년 전에 먹은 것과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진으로 봐도 색감 차이 정도 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양이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반투명한 육수 안에 면이 숨어있어 양이 보기보다 많습니다. 성인 남성 기준 두 주먹은 될 것 같습니다.

소면과 중면 중간 정로 보이는 면의 두께가 여전히 독특합니다. 제가 다닌 밀면집 중 면을 이렇게 얇게 쓰는 집은 별로 없었거든요. 면을 잘 씻어나와 서로 뭉치지 않아서 깔끔하게 먹기 좋았습니다. 육수는 온육수로 맛본 사골육수에 몇 가지 단맛 나는 한약재가 들어간 느낌입니다. 여전히 달큰하긴 하지만, 밀면 치고 너무 달지 않아 좋았습니다.

손만두는 작지 않은 크기에 속이 꽉 차서 나옵니다. 잘게 다져넣은 야채 (그리고 아마도 두부) 덕분에 속이 아주 촉촉하고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고기를 잔뜩 채워넣어 육즙이 터지는 중국식 만두보다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한국식 만두로 보는 게 맞겠습니다. 가게에 들어설 때 보니 가게 한켠에서 직접 만두를 빚고 계셨습니다. 기성품이 아니라 가게에서 직접 빚어 쪄낸 진짜 손만두라는 데서 더 만족을 느꼈습니다.

굳이 새로운 집을 찾기보다 예전에 갔었던 집을 재방문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 겨울 + 저녁 콤보라 그런지 방문했을 때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빨리 회복되어 음식 잘 내는 집들은 더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5월 1일
물밀면 大 6,000원

고향이 경남이다보니 밀면은 나에게도 소울 푸드 중 하나다. 그 중, 밀면의 본진에 해당하는 부산에서 내가 찾아가는 밀면집은 딱 두 군데로 정해져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밀면집은 셀 수 없이 많은데, 굳이 딱 두 집만 찍어 다닐 필요가 없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 부산 방문에서는 미리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지나가다 깔끔해보이는 밀면집이면 아무데나 들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온 곳이 이집이다.

밖에서 보기보다 내부가 깔끔하고 손님도 많았다. 분위기는 관광지의 유명맛집이라기보다는 그냥 깔끔한 동네식당 정도. 내가 딱 원했던 바로 그 분위기였다.

물밀면은 5,000원이고 1,000원을 추가하면 大 크기를 주문할 수 있다. 오전에 자전거로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돌고 온 직후였던지라, 넉넉히 물밀면 大를 주문했다.

먼저 온육수가 나온다. 온육수는 누르스름한 우윳빛을 띄는 사골육수다. 여기에 간이 세게 되어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났다.

밀면

밀면과 함께 나온 냉육수는 사골육수인 온육수에 따로 식초, 설탕 등을 더한 것 같다. 온육수에는 없던 한약재향도 최근 먹었던 밀면 중에는 제법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뒷맛에는 고소함과 감칠맛이 어려있다.

면은 소면에 가까울 정도로 얇다. 하지만 적당하게 삶아 찬물에 잘 씻어낸 덕에 탄력과 쫄깃함이 좋았다. 바쁘다고 면을 대충 씻어내는 냉면집이나 밀면집을 아주 싫어하는데 이집에서 먹은 면은 아주 깔끔하고 즐거운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명은 계란, 수육, 오이채, 무절임이 올라간다. 대부분의 밀면에 올라가는 고명 구성으로, 수육은 수분감은 적었으나 담백하고 씹는 맛이 있었다.

경주에서 묵을 때 같이 방을 쓴 투숙객이 부산 출신이었다. 부산에 밀면 맛있는 집이 어디가 있냐고 물었더니 어딜 가나 대충 다 맛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은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지나가다 아무데나 들러서 먹은 밀면인데도 기대 이상의 밀면을 즐길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꽝 밟을 확률이 너무 높아 어림도 없는 일이다. 역시 밀면은 부산에서 먹는 게 제대로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