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형제칼국수 – 장칼국수 (하얀칼국수)

강릉 형제칼국수
강원 강릉시 강릉대로204번길 2
하얀칼국수 6,000원
2019. 1. 5

동해막국수와 마찬가지로 형제칼국수도 2년 만의 방문이다. 좀 더 길게는 5년 사이에 세 번째다. 2016년 말에 왔을 때는 기본매운맛과 더얼매운맛을 먹었었는데,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로서는 더얼매운맛조차도 매워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칼국수가 주는, 포기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모처럼 강릉에 왔으니 형제칼국수에 안 들를 수는 없었고, 이번에는 가장 맵지 않은 하얀칼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형제칼국수의 매운맛은 5단계다. 아주매운맛 – 기본매운맛 – 더얼매운맛 – 장끼맛 – 하얀칼국수 순서. ‘더얼매운맛’조차도 그 이름과는 달리 매운 정도로는 중간 정도나 되었던 셈이다.)

형제칼국수는 매번 올 때마다 느끼지만 별로 변하는 게 없는 집이다. 다만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매번 시내 관광 비수기인 한겨울에 오는데도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오지 않으면 긴 줄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도 점심시간 치고는 좀 이른 시간에 갔더니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식사를 끝내고 나가는 길에 보니 어느새 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장칼국수 - 하얀칼국수
하얀칼국수 – 가장 덜 매운 맛

하얀칼국수는 그 이름과는 달리 그렇게 하얗지만은 않다. 장칼국수이니만큼 장이 안 들어갈 수는 없으니 고추장의 붉은색과 된장의 누런색 그 사이에 있는 색을 희미하게 띄고 있다. 그 위에 풀려들어간 계란, 호박, 김가루, 깨 등이 보인다.

육수는 멸치를 기본으로 다진 마늘, 호박을 넣고 같이 끓여낸 무난한 맛이다. 거기에 된장과 고추장이 섞여들어 장 특유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 감칠맛이 바로 장칼국수의 매력인 것 같다.

아무리 장이 적게 들어갔다지만 하얀칼국수에서도 매운 맛이 없지 않았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매운맛은 아주 약해서 즐겁게 먹을 수 있었지만, 먹다보니 두피에서 가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장칼국수에 사용하는 고추장 자체가 아주 맵게 담근 장인 모양이다.

면은 얇으면서 폭이 넓은 모양새다. 처음 받았을 때는 그릇 바닥에 면끼리 붙어있어 면이 불어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몇 번 휘저어주니 자연스럽게 풀려나왔고 입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이 아주 재밌었다. 면의 형태 덕분인지 면이 육수를 충분히 품어내어 입 안에서 면과 육수를 함께 즐기기 좋았고, 국물과는 따로 삶아낸 면 덕분에 국물이 전분으로 지저분해지지 않는 점 역시 좋았다.

동행은 더얼매운맛을 주문했다. 옆에서 조금 국물맛을 보니 맛에서는 전반적으로 하얀칼국수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장맛이 더욱 강렬했고, 특히 땡초의 쏘는 듯한 매운 맛이 강하게 올라왔다. 역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더얼매운맛도 너무 과할 것 같다.

다만 호박이 약간 덜 익어 나왔었고, 김가루는 사실 없어도 되지 않나 싶다. 기본 육수의 맛과 향이 괜찮다보니 도리어 구수한 장맛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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