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호완 용산점 – 하가우, 두유피롤, 샤오마이, 완탕면

팀호완 용산점
2021년 4월 9일 토요일 저녁
하가우(5,000원), 두유피롤(5,500원), 샤오마이(4,500원), 완탕면(8,000원)

여러 사정(?)으로 홍콩으로 여행 가기는 글러 버린 요즘입니다. 예전에 홍콩으로 여행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역시 볼거리보다는 먹거리에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갔던 식당 중 하나가 팀호완이었는데요, 한국에도 삼성동에 처음 지점이 생긴 건 알고 있었지만, 평소 동선과 겹치지 않는 곳이다 보니 귀찮아서 못 가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마침 얼마 전, 바로 집 근처에 팀호완 지점이 새로 생겼기에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주말에 방문했습니다.

토요일 저녁 시간 방문이라 대충 예상은 했지만 웨이팅이 매우 길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으로 대기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인데, 정작 예상 대기시간을 알려주질 않으니 꼼짝없이 가게 앞에서 기다려야 했던 건 그리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대기번호 걸어둔 손님 중 실제로 입장하는 손님은 절반 정도밖에는 안 되어 보였습니다.

가게 안은 무난하게 깔끔한 프랜차이즈 식당 느낌이었습니다. 내부는 팀호완 브랜드 컬러인 진녹색 위주인데요, 식감을 돋우는 색은 아니어서 분위기가 꽤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홍콩의 팀호완은 지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나무 질감 위주라 편안한 느낌이었는데 그대로 들여왔어도 좋지 않았을까요.

주문은 홍콩과 마찬가지로 메뉴 목록이 인쇄된 주문서에 원하는 수량만큼을 연필로 써서 점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가격은 홍콩보다 조금씩은 더 비쌉니다. 홍콩 팀호완은 딤섬 하나에 30 HKD 안팎인데 환율을 감안하면 한국 팀호완이 조금씩은 더 비쌉니다. 하까우 같은 건 홍콩은 4피스였는데 한국은 3피스네요. 대신 홍콩에서는 차가 유료(인당 3 HKD)인데 한국은 공짜라는 건 괜찮았습니다.

보통 딤섬 집에 가면 딤섬만 대여섯 가지씩 먹곤 했었는데요, 이날은 점심을 배불리 먹었던데다 홍콩 팀호완에서는 못 봤던 완탕면이 있길래 딤섬 세 개와 완탕면을 주문했습니다.

하가우 (3개/5,000원)

만두피의 쫄깃한 식감은 제가 좋아하는 그것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만두피가 좀 두꺼워서 속보다는 피의 비중이 너무 높지 않나 싶었습니다. 속에 채워진 새우는 탱글탱글한 식감에 향도 괜찮았습니다만 수분감은 약간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대체로 괜찮은 하가우였는데, 좀 더 맛있게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두유피롤 (3개/5,500원)

라이스롤 대신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두유피롤이 있길래 주문했습니다. 두유피는 적당히 얇으면서도 씹으면 치아를 슬쩍 밀어내는 재밌는 식감입니다. 여기에 씹을 때마다 곁들여진 달고 짠 소스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속은 돼지고기와 새우를 섞은 것인데, 맛있는 어묵 같았습니다. 여기에 고수 향이 약하게 느껴졌는데,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기에는 고수가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날 먹었던 딤섬 중에서는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샤오마이 (3개/4,500원)

마음이 급해서 사진 찍기도 전에 벌써 먹어버렸습니다. 맛은 대체로 하가우와 비슷한 감상이었습니다. 피의 비율이 하가우보다는 작다 보니 새우 맛을 즐기기에는 하가우보다 샤오마이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완탕면 (8,000원)

홍콩 팀호완에서는 완탕면이나 우육면을 팔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한국 팀호완에서는 판매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홍콩식 새우완탕면을 먹을만한 곳이 잘 없어서 한 번 먹어보고 괜찮으면 자주 와서 먹을 요량으로 주문해봤습니다.

육수는 새우향과 감칠맛이 노골적으로 올라오면서 간이 꽤 셉니다. 면은 당연하게도 에그누들입니다. 다만 표면이 거친 데다 삶을 때 제대로 풀리지 않아 단단히 뭉쳐 있던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완탕 자체는 무난했습니다. 보통은 아주 납작하게 만들어 육수를 흠뻑 머금게 만드는데 여기는 꽤 둥글둥글한 형태였습니다.

양은 둘이서 이 정도 먹으니 적당했습니다. 아마 점심을 과식했던 게 아니라면 딤섬 한두 개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맛이 나쁜 건 아닌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 당시의 추억 보정이 강하게 걸려 있기 때문일까요. 홍콩이나 광저우에서는 딤섬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꼭 유명한 식당이 아니더라도, 숙소 근처나 시장에서 사 먹는 딤섬도 거의 실패 없이 맛있었습니다. 근데 한국에서 먹으니 그 느낌은 안 납니다.

그나마 한국에 지점이 있는 다른 중화계 딤섬 가게들보다는 맛이든 가성비든 상대적 우위가 있어보입니다만, 웨이팅이 워낙 길어 역시 자주 찾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아직 문 연지 얼마 안 되어 그럴지도 모른다는 희망회로를 돌리면서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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