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런던 여행
- 2019 런던 여행기
- 런던 여행 1일차: 인천-런던(대한항공 일등석), 트래블카드 발급
- 런던 여행 2일차: 바스-스톤헨지 투어
- 런던 여행 3일차: 시티 오브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런던박물관, 런던탑)
- 런던 여행 4일차: 대영박물관, 영국도서관, 킹스크로스역
- 런던 여행 5일차: 내셔널 갤러리, 레스터 스퀘어, 소호
- 런던 여행 6일차: 웨스트민스터 (웨스트민스터 사원, IWM 처칠 워룸)
- 런던 여행 7일차: 사우스 켄싱턴 (자연사-과학-V&A박물관, 하이드파크)
- 런던 여행 8일차: 런던-인천(영국항공)
Doubletree by Hilton Chelsea @7:05 (BST)
전날 바스-스톤헨지 투어가 꽤 힘들었는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원래는 이날 대영박물관에 갈 예정이었지만, 바깥 날씨가 좋아보여 시티 오브 런던(The City of London)에 가는 걸로 일정을 변경했다.
구체적으로는 시티에서는 세인트폴 대성당-런던 박물관-런던탑-코번트 가든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이 중 런던 박물관은 무료, 세인트폴 대성당과 런던탑에서는 2-for-1 할인을 이용해 반값에 입장할 수 있었다. 모두 입장료가 비싼 곳들이라 여행 비용 절감에 많은 도움이 됐다.


런던 와서 평일 러시아워에 튜브를 처음 타보나 싶었는데 막상 보니 굉장히 한산했다. 알고보니 이날은 공휴일(Bank holiday)이었다.
역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한국보다 속도가 훨씬 빨라 적응 여부와는 별개로 신나게 탔고, 종이 트래블카드는 오늘도 개찰구에서 인식이 안 되어 짜증이 났다.
세인트폴 대성당 (St. Paul’s Cathedral) @08:41 (BST)

세인트폴 대성당 입장 시작 시간인 아침 8시 30분에 맞추어 도착했다. 결과적으로 오픈런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사람이 너무 많아 둘러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20.00이었는데, 2-for-1 할인을 이용해서 한 명 입장료만 내고 아내와 둘이 입장할 수 있었다. 런던 와서 2-for-1 할인을 처음 받았는데, 할인 받는데 필요한 쿠폰에 기재내용을 미리 적어갔더니 낭비되는 시간 없이 빠르고 편리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2-for-1 할인을 받을 수 없다면 인터넷에서 사전 예매하는 쪽이 저렴하고 별도의 줄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원래 계획은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딱 한 시간 반만 있다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내부가 아주 흥미로워서 두 시간 반을 썼다. 입장료에 포함된 멀티미디어 가이드는 동선이 좀 헷갈렸지만 재미있고 유익했다.
내부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성당답게 다양한 부조와 많은 유명인들의 무덤이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설명해주는 것 말고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 많았다. 미리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부해놓고 가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중앙 홀에는 스톤 갤러리, 골든 갤러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입구 앞에 심약자는 이용을 삼가라는 경고가 붙어있었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그럴만하다 싶었다. 500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는데 상당한 체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톤 갤러리에서 골든 갤러리로 올라가는 층계는 네 발로 기어가야 할 정도로 좁고 가파른데 계단 아래가 아찔하게 뚫려있어 무서울 정도였다.

대신 골든 갤러리에서 바라보는 런던 전경은 기가 막혔다. 다만 발판이 좁고 바람이 강한데다 뒤에서 계속 줄지어 오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 앞으로 걸어야 해서 여유 있게 전망을 감상하기는 어려웠다. 골든 갤러리보다 낮은 스톤 갤러리에서는 좀 더 여유 있게 경치를 즐길 수 있었지만, 역시 이런 광경은 높은 곳에서 보는 쪽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주의할 점은 입장 전 가방 검사가 있고, 특히 여행용 캐리어처럼 큰 가방은 못 갖고 들어간다. 런던에 있는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가 비슷했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 되고, 화장실도 없다. 입장하기 전 광장에 유료 화장실이 하나 있고, 지하 묘지 관람을 마친 후 나가는 길에 무료 화장실이 하나 있으니 계획적으로 이용하자.
런던 박물관 (Museum of London) @11:28 (BST)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300m 정도만 걸어가면 런던 박물관이 있다. 런던 여행 코스에 자주 포함되는 곳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박물관은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들르게 됐다. 입장료는 무료다.

아무래도 성인보다는 학생들 대상으로 한 내용이 많다보니 미리 찾아본 평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와 별개로 내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는데, 런던에 대한 내 지식은 당연히 현지 학생보다도 모자라니 내용들이 새로웠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런던의 역사에 대해 읽었던 책에 나온 내용들을 실제 유물과 시청각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시간을 많이 써서 런던 박물관은 나름 서둘러 봤는데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로 전시의 양도 충분했다.

박물관 근처에는 로마 시대 론디움의 성벽 일부가 아직 남아있었다. 현대적인 마천루들 바로 옆에 길드홀 같은 중세 건물이 남아있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로마시대 건축물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점이 런던의 매력 중 하나 같다.
pod Bank Station @12:52 (BST)
이날 가장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공휴일 때문에 문을 연 식당이나 가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인적 드문 시티를 걸어 걸어 헤매다 겨우 문 연 곳 하나를 찾아 들어온 곳이 pod이었다.
pod은 런던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인점인데, 야채 가득한 건강식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지 못 한 건 아쉬웠지만, 이미 추운 날씨 속에 도심을 한참 헤맸던지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현지 직장인 느낌으로 먹어보기로 했다. (£13.98)

1층은 카운터와 키친이 있었고, 2층에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따끈한 치킨 커리를 먹으며 몸을 녹일 수 있었다. 가격에 비해 양은 적었지만 맛은 괜찮았다. 고수가 들어있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호’ 쪽이라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런던탑으로 가기 전에 리든홀 마켓(Leadenhall Market)에 있는 바버(Barbour) 매장에 비바람을 피하게 해줄 왁스 재킷 한 벌을 사러 갔다. 그런데 역시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임에도 공휴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리든홀 마켓은 해리포터 영화판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모르고 갔었는데, 낯익은 광경이 펼쳐져서 놀랐었다. 역시 열지 않은 가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돌아다니는 관광객이 꽤 있었다. 한창 영업할 때 가면 꽤 많이 붐비는 곳일 것 같다.
런던탑 (The Tower of London) @13:46 (BST)
이번 런던 여행의 주목적은 역시나 박물관들이지만, 몇 가지 건축물을 직접 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 중 하나가 런던탑이었다.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아이보리 색의 화이트 타워 하나 달랑 서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런던탑은 중세 초기의 성채 도시 규모로, 화이트 타워는 그 중 일부였다.
입장료는 £27.50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2-for-1 바우처를 이용해 한 명 무료 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오디오 가이드는 £5.00을 추가로 내야 한다. 그나마 좋은 점은 한국어도 지원된다.
오디오 가이드 대여할 때 같이 제공되는 지도는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는데 도움이 됐고, 오디오 가이드 자체는 건물이나 역사 설명은 괜찮았고 특히 당시의 분위기를 살린 음향 효과가 아주 재미있었다. 대신 세부 전시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열심히 영어 안내문을 읽어야 했다.


구석구석 둘러볼 곳이 많고, 오디오 가이드에서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보니 다 둘러보는데 3시간 이상 걸렸다. 특히 화이트 타워는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내부 동선이 길고 계단이 많아 예상 외로 힘드니 시간을 갖고 천천히 둘러보는 게 좋겠다.
영국 왕실 소장 보석 전시인 크라운 주얼(The Crown Jewels)은 워낙 인기가 많아 건물 밖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줄을 길게 서야 했다. 그 와중에 중국 관광객들의 새치기와 고성방가가 아주 불쾌했고, 그래서인지 보석들 자체에서는 그리 큰 감흥을 느끼지 못 했다.

런던탑의 명물은 요먼 경비대와 까마귀라고들 한다. 매시 정각과 30분에 런던탑 정문으로 시간 맞춰 가면 요먼 경비대원을 따라 가이드 투어를 돌 수 있다.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지나가면서 본 걸로는 유쾌하고 유머 넘치는 설명을 해주고 계셨다. 까마귀들은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을 쪼기도 한다니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자.

런던탑을 빠져나오면 바로 옆이 탬즈 강변이다. 바로 앞에 타워 브리지(Tower Bridge)가 있어, 딱 보기 좋은 각도에서 타워 브리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날 하루 종일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는 강행군이었기에 지친 아내와 잠시 벤치에 앉아 쉬어가기에도 좋았다.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 @16:41 (BST)
아침에 사지 못 했던 바버 재킷 구입과 저녁 식사를 위해 시티 오브 런던을 벗어나 코번트 가든으로 이동했다. 2층 버스 맨 앞 자리에 탔는데, 평소와는 다른 눈높이로 거리를 바라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거의 열린 가게가 없었던 시티 오브 런던과는 달리 코번트 가든은 공휴일인데도 어지간한 가게는 다 영업 중이었다. 그만큼 사람도 북적거렸다. 골목마다 자리 잡은 극장들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뮤지컬 극장들이 눈에 띄었는데, ‘마틸다’ 같은 유명 작품이 많았다.
코번트 가든의 바버 매장은 영업 중이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었는데 맞는 사이즈가 없어 구입은 못 했다. 구글맵 리뷰 중에는 한국인 직원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없었다. 그래도 다른 직원분들이 아주 친절해서 결국 못 사긴 했지만 기분 좋은 쇼핑이었다.
Hawksmoor Seven Dials @17:47 (BST)
육식의 나라 영국에 왔으니 역시 고기를 먹어야 하겠는데, 이왕이면 맛있는 걸 먹고 싶어 찾아온 집이다. 사람이 아주 많아 북적였는데 다행히 빈 테이블 딱 하나가 있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서로인(400g), 램 토마호크(모두 미디움-레어)에 그레이비 소스를 주문했고, 여기에 콘월 지방의 마이크로 브루어리라는 Harbour Brewing Co.의 August Town Pale Ale을 주문했다. 모두 해서 £77.79로, 분명 적은 금액은 아닌데 한국에서 한우 로스구이 먹는 금액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비싼 금액은 아니었던 것 같다.


스테이크는 둘 다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잘 가둬져 촉촉했다. 특히 램 토마호크는 양 특유의 냄새는 분명 있었지만 기분 나쁘다는 느낌이 전혀 없어 신기했다. 여기에 그레이비 소스가 아주 좋았다. 진한 육즙에 강렬한 감칠맛이 어우러져서, 입맛을 더욱 북돋아주었다. 중량이 중량인만큼 양도 적지 않아서 정말 배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에일은 별로였다. 탭 아니면 적어도 병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받아보니 캔이었다. 그래서인지 에일만 마셨을 때는 쇠맛이나 쇠향이 좀 나서 그리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피카딜리선 @19:14 (BST)
부른 배를 두드리며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피카딜리선을 탔다. 하루 종일 상당한 강행군의 연속었는데, 잘 먹고 술까지 한 잔 마시고 보니 노곤함이 쏟아졌다.
피카딜리선은 휴일 저녁 도심 구간이라 그런지 좁은 객차에 사람이 많아 붐볐다. 런던을 돌아다닐 때 큰 가방이나 큰 짐을 갖고 다니는 건 역시 안 될 것 같다. 튜브 뿐만 아니라 보도도 좁은 편이고, 어차피 주요 관광지들에는 짐 검사와 가방 크기 제한이 있어 큰 가방은 못 가지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호텔 들어가기 전에 호텔 바로 앞 테스코 익스프레스에서 생수 12팩 짜리를 샀다. 추운 날씨에 제대로 감기 들고 보니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물 두 병(심지어 한 병은 탄산수)로는 잔뜩 부어 화가 난 목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다행히 단돈 £2.00 밖에 하지 않아 큰 부담이 없었고, 여행 내내 큰 도움이 됐다.
비용 결산
- 세인트폴 대성당 입장료 £20.00 (2-for-1)
- 점심 (pod) £13.98
- 런던탑 입장료 £27.50 (2-for-1)
- 런던탑 오디오 가이드 £5.00
- 저녁 (Hawksmoor Seven Dials) £77.90
- 생수 12팩 (테스코 익스프레스) £2.00
- 합계 £14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