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8일차 (11th May 2019, Sat): 런던-인천


2019 런던 여행


Doubletree by Hilton Chelsea @7:56 (BST)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겼다. 나와 아내 둘 다 영국 올 때보다 조금씩 짐이 늘었다. 나는 추위를 이기지 못 해서 구입한 바버 재킷 때문에, 아내는 포트넘&메이슨 등에서 구입한 선물들 때문이다. 다행히 둘 다 가방에 여유가 있어서, 짐 싸기 어렵지 않았다.

Peak Design Travel Backpack

여느 유럽 도시가 그렇듯이, 런던도 바퀴 달린 캐리어 가방으로 다니기 만만치 않아보였다. 다른 도시들의 장애물이 코블스톤이라면, 런던에서는 유독 좁은 인도와 튜브역을 오르내리는 수많은 계단이 캐리어 가방 사용을 힘들게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짐가방으로 Peak Design의 Travel Backpack 45L, 보조가방으로 Peak Design의 Everyday Sling 5L를 각각 사용했다. 둘 다 몸에 잘 고정되어 기동성 있게 움직이기 좋고, 메고 벗기 편하고, 방수에 충실해서 비가 잦은 영국에서도 소지품을 잘 지켜줬다. 백팩은 대한항공과 영국항공 모두의 기내 반입 기준을 충족해서, 굳이 수화물 위탁할 필요가 없었다.

체크아웃 전 호텔 조식을 마지막으로 먹었다. 막날에서야 말로만 듣던 영국의 명물, 마마이트가 식당에 구비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호기심에 집어들어 식빵에 아주 얇게 발라 먹어봤다. 묘한 시큼함에 강렬한 단짠, 감칠맛이 몰려왔다. 익숙한 맛은 아니지만, 어울리는 음식에 곁들이면 맛을 더욱 돋구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Tesco Express, Imperial Wharf @8:54 (BST)

호텔에서 나와 바로 옆 테스코 익스프레스에 음료수를 사러 갔다. 사실 음료수가 꼭 필요한 건 아니었는데, 파운드화 잔돈이 어중간하게 남아있어 모두 털어내기 위함이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몇 가지 음료수를 조합해서 동전 하나 남기지 않고 파운드화를 깔끔하게 다 털어낼 수 있었다. (£2.47)

영국 히드로 국제공항 @10:18 (BST)

패딩턴 역을 떠나는 히드로 익스프레스 안에서

호텔 근처 임페리얼 워프역에서 튜브로 패딩턴역으로 와서,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타니 순식간에 공항에 도착했다. 피카딜리선 타는 것보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역시 좌석이 편하고 넓고 조용해서 좋았다.

공항에서는 위탁할 수하물이 없다보니 줄 서지 않고 간편하게 셀프 체크인을 했다. 기계에서 인쇄되어 나온 항공권 재질이 너무 저렴해보여 공항에서의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

바버 재킷 택스 리펀도 신청했다. 히드로 공항의 택스 리펀 창구가 줄이 긴 걸로 악명 높아서, 안 되면 에어 사이드에서 택스 리펀 신청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랜드 사이드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보다 먼저 온 중국 사람은 서류 작성을 안해놔서 담당자와 한참 실랑이 중이었는데, 나는 호텔에서 미리 서류 준비를 다 해온 덕에 금방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택스 리펀을 현금으로 받으면 또 귀찮은 파운드화가 생기는데다 추가 수수료가 있어 신용카드로 신청했는데, 5월 11일에 신청한 택스 리펀이 6월 25일에 카드 일부 승인취소 형태로 완료됐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처리는 정상적으로 되어 다행이다.

입국 때보다는 훨씬 간단한 보안 검색을 통과하고 출국장으로 들어서면 난민촌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 답게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앉을 자리조차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가게들도 많았는데, 특히 해리포터 샵이 눈에 띄었다. 킹스크로스역에서 들렀던 9 3/4 정거장 샵과는 물건 구색이 미묘하게 달라서 또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위스키의 나라 답게 면세점에는 위스키가 아주 다양하게 갖춰져 있었다. 특히 처음 보는 위스키가 많아 눈 호강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BA 17 기내 @12:12 (BST)

오는 길은 대한항공 일등석이었는데 가는 길은 영국항공 이코노미석이다. 어마어마한 간극이 느껴진다. 대신, 영국항공 이코노미석은 마침 런던 착발 항공편에 대한 마일리지 발권 50% 할인이 있어 원월드 마일리지 이용해서 저렴하게 발권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마스크를 당기세요

누가 영국항공 아니랄까봐, 기내 안내방송에 유명한 영국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마이클 케인 경을 보고서는 너무 황송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승무원들은 대체로 연세 지긋한 분들이셨다. 한국 항공사 승무원들의 나긋나긋한 서비스도 좋지만, 무거운 짐을 번쩍번쩍 들어올리거나 기내 난동자를 제압할 수 있는 강인한 팔뚝을 가진 승무원 쪽이 왠지 좀 더 안심이 된다.

바로 뒷자리에는 한국 여자분 여럿이 탔는데, 비행기 타자마자부터 몇 시간 동안이나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통에 편안한 비행에 많은 방해가 됐다.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어쩜 저렇게 남의 얘기를 몇 시간 동안이나 쉬지 않고 할 수 있을까.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륙하자마자 음료 서비스가 먼저 시작됐다. 아내와 같이 영국 맥주를 외친 끝에 스코틀랜드 브루어리인 브류독(Brewdog)의 캔 맥주를 받을 수 있었다. 영국항공과 콜라보한 제품이었는데 ‘Transatalantic IPA’라니, 비록 인천 갈 때는 대서양을 건너지 않지만 네이밍 한 번 신박했다. 맛도 깔끔하고 좋았다.

BA 17 기내 @18:34 (BST)

이제 절반쯤 왔다. 아무래도 완전히 다리 뻗고 누울 수 있었던 일등석에 비하면 많이 불편하다. 그래도 기내식(토마토소스 파스타)가 영국 요리의 악명이 무색하게 꽤 괜찮았던데다 양도 다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짐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매그넘 초콜릿까지 나눠줬는데, 나는 안 먹었지만 아내 말로는 맛있었단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사방에서 라면 냄새가 진동한다. 대체 왜 기내에서 굳이 컵라면 서비스를 하는걸까. 나도 평소에는 라면 좋아하지만, 맵고 기름진 냄새를 맡으니 속이 메슥거렸다. 그렇게 푸짐한 기내식에 간식까지 먹고서 컵라면을 또 드시는 분들이 참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7:55 (KST+1)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위탁 수하물 없이 기내 수하물만으로 하는 여행의 장점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부터 입국장을 나오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 한 번 맛들이고 나면 다시는 수하물을 위탁할 수 없게 된다.

일정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 아주 밀도 높고 빡빡하게 다녀온 영국 여행이었다. 특히 영국 날씨를 만만히 보고 옷을 얇게 입고 갔다 제대로 감기가 들어 여행기간 내내 고생한데다 예상치 못한 큰 지출(바버 왁스재킷)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스톤헨지와 대영박물관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인 런던 시내를 걸어서 또 버스를 타고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대도시의 독특함을 느껴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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