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1일차 (4th May 2019, Sat): 인천-런던(대한항공 일등석), 종이 트래블카드 발급

인천국제공항 @11:27 (KST)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발권 라운지

여행의 출발이다. 인천에서 런던까지는 아내가 마일리지와 편도 신공을 이용해 발권한 대한항공 일등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일등석 자체는 처음이 아니지만,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노선에서는 처음이다. 얼마나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일등석 탑승의 혜택은 일찌감치부터 시작된다. 발권과 수하물 위탁이 별도의 조용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번잡하지 않고 깔끔한 일등석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라운지에서는 요청시 금속 플레이트에 스카이패스 번호와 이름을 새긴 네임택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었다.

점심 식사로, 라운지에서 카르보나라를 주문했다. 크림이 대신 염장육, 계란 노른자, 치즈가 꾸덕하게 어루어진 이탈리아식이었다. 염장육의 향과 노른자의 고소함이 좋았고, 면과 소스의 조화도 적당했다. 여기에 이런 저런 주전부리들과 아이스크림, 커피로 거나한 식사를 마무리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탑승 전에 굳이 이렇게 많이 먹을 필요가 없었다. 비행 시간 내내 식사와 간식, 마실거리가 쉴 틈 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KE 907 기내 @14:37 (KST)

기종은 B777-300. 항덕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왠지 기록해두고 싶었다. 특히 B737 MAX의 결함 논란이 터진지 얼마 안 되어 더욱 그랬다.

좌석은 1A. 이 좌석만 따지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가운데 복도를 두고 좌우로 하나씩 배열된 좌석이라, 어떻게 앉아도 아내와 얼굴을 마주볼 수 없었다. 게다가 첫줄 좌석은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캐빈 맨 앞의 공간을 승무원, 옆 자리 승객과 같이 사용해야 해서 더욱 불편했다.

대신, 일등석 그 자체에 대해서라면 역시 돈을 들인만큼 꽤 괜찮은 것 같다. 정식의 형태를 갖춘 코스 요리가 느긋하게 제공되고, 주전부리나 마실거리가 끊임 없이 제공된다. 무엇보다 이런 장거리 노선에서 좌석을 180도 펼쳐서 두 다리 쭉 뻗고 누워서 올 수 있다는 가 가장 큰 장점이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카스피해

특히 한국에서 낮에 출발해서, 계속해서 해를 따라가는 일정이라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일등석은 좌석당 창문을 서너개씩 이용할 수 있어 창 밖을 바라보기 더욱 좋았다. 황량한 몽골의 사막이나 아직 얼음에 반쯤 덮인 카스피해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다만, 가는 내내 터뷸런스가 심해서 불편했다. 음료가 넘쳐 테이블보를 적시고, 누워서도 깊이 잠들 수가 없었다. 소화도 더 안 되는 것 같았다. 터뷸런스야 자연현상이니 딱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영국 히드로 국제공항 @18:00 (BST)

일등석의 좋은 점을 딱 두 가지만 꼽자면, 첫째는 누워서 올 수 있다는 점이요, 둘째가 바로 공항에서의 Fast Track 이용인 것 같다. 히드로 공항에서 사용할 수 있는 Fast Track Pass가 제공되었는데, 덕분에 줄을 길게 서지 않고 입국 심사를 아주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들의 입국 심사가 워낙 까다롭다고 해서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같이 심사 받으러 들어간 아내와는 어떤 관계인지, 영국에 왜 왔는지, 며칠 머무를지, 어디에 머무를지, 머무르는 동안 구체적으로 뭐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나름대로 대답을 잘 했는지 서류 요구 없이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터미널 4였다. 미리 예약해둔 런던 패딩턴(Paddington)행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터미널 4에는 서지 않아서, 터미널 2, 3으로 이동해야 했다.

‘Trains’ 표지를 따라가다, ‘Train tickets’ 표지 아래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Terminal 2, 3 & 5 via Free train transfer’ 티켓을 무료 발권 받으면 된다. 주변에 있는 TfL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어 어렵지 않았다.

히드로 익스프레스

터미널 2, 3역에서 히드로 익스프레스로 기차를 갈아탔다.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한국으로 치면 ITX새마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깔끔하고, 넓고, 런던 도심인 패딩턴역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다.

가격이 비싸지만, 일찌감치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원래 정가는 편도 £22-25(왕복 £37)이지만, 90일 전에 예약하면 편도 기준 £5.5에도 발권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훨씬 오래 걸리는 피카딜리 선과도 별 차이 없는 수준이다.

보통은 히드로 공항에서 오이스터 카드를 처음 구입하게 된다. 내 경우, 공항에서 패딩턴역까지는 이미 예약된 히드로 익스프레스가 있었고, 패딩턴역에서 위클리 트래블카드를 구입할 예정이라 이번 여행 중 오이스터 카드는 구입하지 않았다.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워낙 소요시간이 짧아 창 밖을 넉넉히 구경할 틈도 없었다. 공항을 벗어나자 잠시 교외의 풍경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도심 느낌 물씬 나는 현대 구조물 속에 파묻힌다. 중간중간 보이는 풍경에서는 왜인지 일본 같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었다.

패딩턴역 (Paddington Station) @18:53 (BST)

패딩턴역 플랫폼

히드로 익스프레스 열차의 종점인 패딩턴역에 도착했다. 패스트 트랙과 히드로 익스프레스 조합 덕분에 비행기에서 내린지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패딩턴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빠듯한 일정이라, 돈을 써서 시간을 번 보람을 느꼈다.

숙소가 첼시 쪽이다보니 공항에서 패딩턴역으로 온 건 길을 꽤 돌아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패딩턴역으로 온 이유는, 런던 시내 일부 역에서만 발권 가능한 종이로 된 위클리 트래블카드(Weekly travelcard)를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종이 트래블카드로만 이용 가능한 2-for-1 할인 혜택이 많아 여행 내내 많은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종이 위클리 트래블카드와 포토카드

미리 조사했던 내용으로는 National Rail 창구(위 트래블카드 왼쪽 하단 마크)를 찾아야 했는데, 패딩턴역에서 찾질 못해 한참 헤맸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패딩턴역에서는 National Rail 대신 GWR(Great Western Railway) 창구에서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종이 버전의 위클리 트래블카드(Zone 1-2, £35.1)은 발급 받는데 여권 사진 1장이 필요하다. 근처 자판기를 이용해도 되지만, 미리 준비해가는 게 편리하다. 발급 받으면 위 사진처럼 트래블카드와 포토카드를 함께 파우치에 넣어준다. 2-for-1 할인 받을 때 드물게 포토카드까지 확인하는 곳이 있었으니 잘 챙겨둬야 한다.

내셔널레일 2-for-1 Offer 바우처와 쿠폰

트래블카드를 발급 받으면 2-for-1 할인 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와, 할인 받을 때 제출해야 하는 바우처가 포함된 책자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바우처 끝에는 한 장씩 뜯어 쓸 수 있는 쿠폰이 있는데, 기재해야 할 내용이 생각보다 많으니 미리미리 써두면 입장할 때 편하다.

종이 트래블카드는 전자기장에 무척 약하므로, 특히 스마트폰과는 반드시 분리해서 보관해야 한다. 내 경우 방금 구입한 트래블카드가 패딩턴역 튜브 개찰구에서 인식되지 않아서 TfL 직원에게 개찰구를 열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여행 내내 TfL 직원들은 이런 경우가 흔하다며 쉽게 개찰구를 열어줬지만, 어마어마하게 귀찮은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트래블카드 발급 때문에 헤매느라 패딩턴역에서 시간을 꽤 써버렸다. 이미 식사하기가 영 애매한 시간이기도 했고, 비행기에서 워낙 많이 먹었더니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 저녁은 그냥 건너뛰기로 했다.

대신 패딩턴역 M&S(Marks & Spencer)에서 다음날 아침으로 먹을 간단한 먹거리를 샀다. 영국에 온만큼 쇠고기를 듬뿍 채워넣은 샌드위치 위주로 몇 가지, 여기에 과일과 요거트, 우유를 집어들었다. (£13.6)

더블트리 첼시(Doubletree by Hilton Chelsea) @21:24 (BST)

패딩턴역에서 디스트릭트선(District Line)을 타고 풀럼 브로드웨이(Fulham Broadway)에서 내렸다. 여기서 오버그라운드역인 임페리얼 워프(Imperial Wharf) 바로 근처에 있는 숙소까지는 15분 정도 걸어왔다. 여행 전,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 봤을 때는 거리가 으슥해보여 걱정했는데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큰 걱정 없이 걸어올 수 있었다.

그보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웠다. 계속 실내에만 있어 느끼지 못했었는데, 5월 초의 런던은 한국 늦가을 날씨처럼 서늘하고 차가웠다. 얇지 않은 긴팔 셔츠 위에 윈드브레이커 재킷을 걸쳤는데도 몸속을 파고드는 습한 한기에 몸서리가 쳐졌다. 나중 일이지만, 결국 감기 걸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외투 사느라 예상 외의 지출을 하고 말았다.

숙소는 나쁘지 않았다. 아내가 미리 힐튼 공홈에서 끈질긴 Price match를 시도한 끝에 숙박비가 끔찍하게 비싼 런던 시내 치고 비교적 저렴하게 묵을 수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연식이 좀 되어 보였지만 깔끔하게 잘 관리된 것 같았다. 와이파이도 업/다운 모두 300Mbps 이상 측정될 정도로 빨랐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어메니티 중 1회용품(칫솔, 면도기 등)은 리셉션에 따로 요청해야 한다는 점, 욕실에 빨래줄이 없었다는 점 정도다.

비용 결산

  • Weekly travelcard £35.10 ×2
  • M&S £13.60
  • 합계 £8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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