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바 수비드 머신 교체기: 나노 → 와이파이

요약

  1. 아노바 나노는 분해하지 말자.
  2. 아노바 나노와 아노바 와이파이의 차이는 소용량 조리에서는 체감 불가.
  3. 고정식 클램프가 불편하지 않다면 아노바 나노 구입 추천.

발단:아노바 나노 파손

지난해 초 아노바 나노 수비드 머신을 구입했습니다. 주용도는 닭가슴살을 촉촉하고 부드럽게 먹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스테이크, 돼지수육, 풀드포크 등 해먹는데 잘 썼습니다. 스테이크 구울 때는 수비드 후 무쇠팬에서 리버스 시어링 해주는 식이었죠.

그 동안 잘 썼던 수비드 머신을 얼마 전에 망가뜨렸습니다. 사용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비드 머신에서 조금씩 미묘한 냄새가 심해지던 참이었습니다. 아마 수조 안에 조금씩 섞여들어간 오일이나 향신료 때문이었지 않을까요. 이걸 청소해보겠다고 본체를 비틀어 하부 플라스틱 하우징을 분리해냈습니다. 내부 히트파이프에 달라붙은 침전물을 말끔히 닦아냈죠. 분해의 역순으로 재조립까지 마친 다음 시험 가동을 해봤는데, 아뿔싸. 수류를 만들어주는 스크류가 돌지 않으면서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결합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아 몇 번 다시 분해와 조립을 반복했는데, 급기야 에러 메시지를 띄우며 작동을 멈춰버렸습니다.

뒤늦게 구글링을 해보니 아노바 나노는 분해하면 안 되는 제품이었습니다. 다른 아노바 수비드 머신은 모두 같은 방법으로 분해 가능한데 나노만 불가능하더라구요. 제조사 매뉴얼이나 FAQ도 제대로 안 읽어보고 일단 뜯고 본 제 자업자득이었습니다.

전개: 아노바 와이파이 구입

그렇다고 수비드를, 그 촉촉하고 부드러운 닭가슴살을 어떻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맘 먹고 아노바 나노(Anova Precision® Cooker Nano) 대신 상위 버전인 아노바 와이파이 버전(Anova Precision® Cooker)을 구입했습니다.

왼쪽: 아노바 나노, 오른쪽: 아노바 와이파이

아노바는 세일폭이 크기 때문에 세일 기간에 사야 하는데, 저는 수비드 머신이 당장 필요했기 때문에 구매대행으로 구입했습니다. 세일 가격에 비하면 말도 안되게 비쌌지만 일주일도 안되어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본론: 아노바 나노 vs. 아노바 와이파이

아노바 와이파이를 몇 주 써보니 과연 비싼게 다르긴 합니다. 기능이나 사양은 별 다를 게 없습니다. 수비드에서 제일 중요한 온도 범위, 정밀도는 아예 똑같습니다. 대신 아노바 와이파이 쪽이 소비전력이 높은만큼 수온이 빨리 올라갑니다. 제가 쓰는 수조는 겨우 4L 짜리라 처음 수온을 올릴 때 몇 분 아낄 수 있는 정도지만요.

왼쪽: 아노바 나노, 오른쪽: 아노바 와이파이

그보다 좋았던 부분은 클램프입니다. 나노는 클램프가 본체에 고정되어 있어 탈착은 커녕 높이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소량만 조리할 때도 최소 수위를 맞추기 위해 물을 많이 부어야 했습니다.

반면, 와이파이의 클램프는 탈착이 됩니다. 본체 중 알루미늄으로 된 부분으로 제한되긴 하지만 클램프 높이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수조나 용기 제한이 덜합니다. 아예 클램프를 떼버리고 수조에 세운 채로나 구멍 뚫린 뚜껑에 꽂아 써도 됩니다.

재질도 와이파이 쪽이 더 좋아보입니다. 나노는 물에 담기는 부분이 플라스틱인데 와이파이는 스테인리스입니다. 거기다 아노바 와이파이는 분리세척도 되니 위생상 더 좋겠습니다.

왼쪽: 아노바 와이파이, 오른쪽: 아노바 나노

나노는 블루투스를 지원하고, 와이파이는 와이파이를 지원합니다. 둘 다 써보니 와이파이 쪽의 연결이 안정적입니다. 블루투스는 사용하다보면 연결이 리셋되며 타이머 설정값이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와이파이는 그런 일이 없었구요.

그 외는 정말로 별 다를 게 없습니다. 소음은 톤만 약간 다르고 크기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아노바가 수비드 머신 중에는 제일 동작음이 조용한 편인데요, 특히 타사 제품처럼 밤새 수비드 할 때 새벽에 ‘딱딱’거리는 스위치 소리 안 들어도 되는 것만으로도 아노바 제품을 살 가치가 있습니다.

결론

아노바 나노와 아노바 와이파이의 가격은 10만원 넘게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정작 성능 상의 차이는 미미합니다. 일반 가정용으로는 아노바 나노만으로도 수비드를 즐기는데 전혀 문제가 없겠습니다.

다만 저는 위치 조정이 불가능한 나노의 클램프에 큰 불만이 있었습니다. 많은 재료를 전용 수조에서 수비드한다면 아노바 나노의 고정식 클램프는 단점이 아닙니다. 하지만 겨우 4L 짜리 수조에서 조금씩 자주 수비드하는 저는 나노의 고정식 클램프가 많이 불편했습니다.

덕분에 큰 돈을 들여 아노바 와이파이를 구입했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다만 다른 부분은 별 차이가 없었기에 들인 비용 대비 효용 상승의 효율은 나빴습니다. 그래도 이왕 샀으니 오래도록 잘 써볼 참입니다. 아노바 나노와 아노바 와이파이 사이에서 고민하시다 이 글을 찾아오신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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