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

처음으로 블로그에 한 해 결산글을 써보기로 했다. 매일 일기도 쓰고 사진도 찍지만 나중에 한 눈에 보기가 쉽지 않았다. 블로그에 사진 위주로 결산글을 남겨두면 지난 한 해를 톺아보기 쉬울 것 같다.

새해는 브롬톤 외장 7단 작업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외장 3단을 오래 썼는데 국토종주를 앞두고 큰맘 먹고 작업을 했다. 자가장착하다 보니 고생을 많이 했다. 꽤 트러블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덕분에 국토종주 무사히 잘 갔다왔다.

새해 첫 출근하던 날 한강대교에서 바라본 한강철교와 여의도. 용산 살 때는 매일 보고 다녔는데 이제는 못 본지 꽤 됐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이었던 모양이다.

브롬톤 타고 출장도 갔었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탄천 타고 안양으로 가서 업무 보고, 안양천 타고 서울로 복귀했다. 딱 하트코스대로 탄 셈이다. 돌아오는 길에 안양천 합수부 근처에서 봉크 나는 바람에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근처 편의점까지 기어가듯 가서 튀김우동사발면에 김밥을 쑤셔넣고서야 겨우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날의 경험 덕분에 국토종주 동안은 봉크를 겪지 않을 수 있었다.

가족들과 잠실 롯데타워 놀러갔었다. 롯데타워는 종종 갔었지만 전망대까지 올라간 건 처음이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쾌청하진 않았다. 오래 머물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한 번은 가 볼 만했다.

새로운 단골집이 된 삼성동 경평면옥의 평양냉면. 육향, 메밀향, 간이 모두 만만찮은 편이다. 너무 슴슴하지 않아서 재미있게 먹기 좋은 냉면이다. 손님 많은 여름철에는 바빠서 그런지 면의 삶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깨끗하게 빨리지 않은 경우가 있는 정도가 단점이다. 어복쟁반도 많이들 드시던데 주로 혼자 가다보니 아직 먹어보질 못 했다.

국토종주 첫날. 원래라면 국토종주가 올해 가장 큰 일이어야 했을텐데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면서 2등으로 밀려버렸다.

겨울철 국토종주의 장점은 어딜 가나 붐비지 않고, 땀이 덜 난다는 정도. 단점은 많다. 춥고, 해가 짧고, 쉬는 가게가 많고, 공기밀도 때문인지 더 힘들고, 교외구간은 길이 빙판이다.

합정 빠넬로의 트러블 따야린은 내 최애 파스타다. 강렬한 트러플향에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면, 이들을 감싸주는 버터까지 맛있다. 빠넬로의 까르보나라도 좋다. 관찰레와 페코리노로 맛을 낸 진짜 까르보나라를 맛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손목이 약한 편이다. 맨몸 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중에 유독 손목을 자주 다친다. 올해는 국토종주 중에 노면 상태가 나쁜 길을 달리다 보니 손목에 진동이 쌓여 치료를 받았다. 원래 가던 재활의학과의 온갖 비보험 물리치료가 부담스러워 난생 처음 한의원에 가봤는데 괜찮은 경험이었다.

KFC의 한정메뉴 징거트리플다운. 포장을 해왔더니 모양이 무너져서 안타까웠다. 맛은 먹다 보면 막판에 약간 물리는 것 말고는 좋았다. 남들은 괴식이라고 했지만 KFC 치킨이 취향인 나에게는 오히려 혜자 메뉴였다. 한정기간 동안 참 많이도 사먹었다.

종종 산업 전시를 보러 가곤 한다. 근데 올해는 3월의 인터배터리 밖에 못 갔다왔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시가 한국전자전인데 그마저도 못 갔다. 많이 바빴었나 보다. 사람 없는 곳을 골라 찍으려다 보니 사진이 저 모양이다.

항상 외국인으로 붐비는 코엑스 스타필드몰 별마당도서관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화려한 걸로도 유명한데 올해 장식 중에는 봄철의 꽃장식이 제일 예뻐보였다.

숙대입구 미와쿠의 우동. 자가제면 우동집인데 맛도 괜찮아서 가끔 일부러 찾아가곤 했었다. 이사하고 나니 평소 동선에서 완전히 벗어나버려 이제는 가기가 어려워졌다. 근처의 오복함흥냉면이나 만리동 유즈라멘도 비슷한 이유로 예전만큼 자주 못 가게 되어 아쉽다.

행당시장 하동진의 밀면. 생각보다 괜찮았다. 특히 여기는 수육이 맛있었다. 굉장히 크고 두툼하게 썰어내주는데 잘 익어서 야들야들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힌다.

올해 국토종주 중 가장 큰 성취는 이화령을 무끌바 무정차로 완등했다는 거. 외장 7단의 도움이 있었지만 10kg을 훌쩍 넘는 브롬톤으로 국토종주 중 손꼽히는 업힐을 완주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이날 충주에서 문경까지 가는 동안 흐드러진 벚꽃을 하루 종일 실컷 봤던 기억도 난다. 교외다 보니 사람도 별로 없어 좋은 풍경을 인파의 방해 없이 흠뻑 즐길 수 있었다.

여의도백화점 지하 단디만의 밀면과 수육. 전반적으로 괜찮았는데 내 입맛에는 밀면은 성수 부산밀면, 수육은 행당시장 하동진이 더 맛있었다.

매년 벚꽃철마다 여의도공원에 소풍을 간다. IFC몰 근처 큰 벚나무가 보이는 소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로제와인을 마시는 게 나름의 봄맞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즐겁게 즐기다 왔다.

한양대 앞 우동가조쿠의 우동. 예전에 대학로에 있을 때 가본 적 있었는데 이사간 후로는 처음 가봤다. 맛은 올해 먹었던 우동 중 제일 괜찮았다. 근데 정작 올해 우동은 자주 먹지는 못했다는 게 함정.

퇴근하고 다른 일정이 있어 브롬톤 대신 따릉이 타고 출근했던 날. 브롬톤에 비해 많이 힘들었다. 안장도 불편하고. 역시 따릉이는 단거리로 잠깐 탈 때 좋은 것 같다. 그럴 때는 자세가 편하고 무게 때문에 관성이 붙어 잘 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신도림 토브청주우동. 생각보다 제대로 된 우동이라 놀랐던 기억이 난다. 자세한 맛은 따로 일기에 적어두질 않아 기억이 안 나는 게 아쉽다.

봉은사 갔던 날. 봉은사나 조계사는 모두 대로변인데 가람 안에 들어가면 신기하게 차 소리가 별로 안 난다. 근처 지날 일이 있을 때 한 번씩 들러 법당에서 잠시 명상하기 좋은 곳들이다. 연등은 예쁘긴 하지만 저 하나하나가 욕망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면 미묘한 양가감정이 든다.

울앤프린스 박서브리프, 오비키 아이디카드홀더, 픽디자인 스탠드 월렛. 셋 다 꾸준히 잘 쓰고 있다. 울앤프린스 박서브리프는 메리노울 75% 제품인데 말려올라가지 않는 게 좋다. 놀랍게도 메이드인코리아다. 오비키 아이디카드홀더는 홀더를 뒤집어서 사원증을 숨길 수 있어 회사 근처 마실 나갈 때 편하다. 아디이카드홀더 프로도 써봤는데 착탈부 내구성 문제와 카드 스캔 안 되는 문제가 있어 더 비싼데도 별로였다. 픽디자인 스탠드 월렛은 픽디자인 폰케이스와 조합하면 정말 단단하게 고정된다. 카드 뽑기 편하고, 스탠드 대용으로 쓸 수 있어 유용하다.

경동시장 평양냉면집의 평양냉면. 평양냉면인데 미묘하게 한약재에 간장으로 간을 맞춘 밀면 육수가 섞인 것 같은 맛이 났다. 면은 쫄깃하면서도 메밀향이 낭낭하게 났다. 이집은 만두와 녹두전도 괜찮았다. 만두는 속이 고기로 꽉 차 있으면서 성기게 썬 부추가 곁들여져 씹는 맛이 좋았다. 녹두전도 겉바속촉으로 두툼하게 부쳐주시는데 맛있었다. 이후로도 종종 가고 있는 집이다.

삼각지 야키도리경청. 맛있었다. 불향이 골고루 잘 입혀지다 보니 살짝 탄 부분마저 별로 쓰지 않고 괜찮았다. 특히 호르몬은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느낌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이것저것 주문해서 먹다 보면 순식간에 올라가는 가격대가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이사 나가던 날. 포장이사 업체에서 짐 빼기 전에 미리 싸놓은 짐이다. 왼쪽 끄트머리에 있는 로보락 S7 MaxV Ultra(어렵기도 해라)는 올해 가장 잘 산 물건 중 하나다. 원래 로보킹 청소기를 잘 썼는데 최신 로봇청소기는 성능과 편의성이 차원이 달랐다.

집 인테리어 하는 동안 충무로 근처 코리빙하우스에 머물렀다. 저녁마다 외식했는데 그 중 제일 좋았던 존라멘의 돈코츠라멘. 이미 꽤 농후한 스프에 아부라를 또 갈아넣었는데 이게 텁텁하기 보다는 풍부한 고소함으로 다가왔다.

귀찮아서 계속 피해다니다가 결국 붙들린 게 반, 업무적으로 정말 필요해서 반. 그렇게 갔다 온 LA 출장. 일은 잘 됐다. 중간에 다저스타디움에 야구 보러 갔다 오기도 하고, 미술관도 돌아봤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캘리포니아사이언스센터에서 본 우주왕복선 인데버였다. 실물 우주왕복선을 무료 입장 가능한 과학관에 전시할 수 있다는 데서 천조국의 위엄을 느꼈다. 어려서부터 이런 걸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큰 꿈을 꿀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면 소름 돋을 정도였다.

자전거 타고 퇴근하던 길. 그래도 이때는 퇴근길에 노을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한밤중이나 다름 없다. 몇 년 전 브롬톤에 다이나모 휠셋 장착하고 나서는 전조등, 후미등 충전 안 해도 되니 야간 라이딩도 부담이 없다.

늦가을에서야 국토종주가 끝났다. 원래 올해 목표가 인천-부산 국토종주였고 추가 목표는 4대강 종주였는데 일단 기본 목표까지만 달성을 했다. 2023년은 쌓인 휴가가 많아서 자전거로 끊어달리며 여행하기 좋았는데 2024년은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여유가 있다면 4대강 종주를 달성해보는 걸로.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의 크리스마스 트리. 안그래도 사람 많은 곳인데 이런게 생기면 더 지나가기 어려워진다. 내가 외국인이면 굳이 이거 보러 코엑스로 오지도 않을 것 같고 이 앞에서 또 굳이 사진 찍지 않을 것 같은데. 신기한 일이다.

오랫동안 잘 썼던 슈어 SE846 대신 쓰려고 구입한 젠하이저 IE 600. 요즘 모바일 기기에서 쓰기에 SE846은 음압이 너무 높고 노이즈에 너무 민감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IE 600도 똑같은 모니터링용 인이어다 보니 마찬가지이긴 한데 SE846보다는 매칭하기가 쉽다. 해상력과 분리도는 기가 막힌데 고음이 쏘는 정도는 아니지만 좀 강하다. 음상을 분석하며 듣기엔 정말 좋은데 오래 듣기엔 SE846이나 에어팟 프로가 더 편하다. 유닛이 작다 보니 차음성도 셋 중 가장 떨어진다.

1년 단위 결산을 써 본 건 처음인데 아무래도 연말로 갈수록 귀찮아져서 대충 쓰게 된다. 반 년 단위로 끊어서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귀찮을 것 같다. 2024년 말이 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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