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여행 4일차 (8 Jun 2019, Sat): 밴쿠버-인천

친구집 @9:03

전날 음주량이 좀 과했던데다 늦게 잔 덕에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오후 비행기인데다 오전에 다른 일정을 안 잡은 덕에 시간에는 여유가 있었다. 캐나다 올 때 내 짐의 1/3 정도를 차지했던 친구 선물이 가방에서 빠졌고, 대신 캐나다에서 산 게 아무것도 없다보니 가방에는 빈 공간이 많아 짐 싸기는 쉬웠다.

주말이라 출근을 안 하는 친구도 이내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무언가 진행하는 게 있다며 맥북을 꺼내 티켓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마침 거의 10년이 다 된 윈도우즈 랩탑을 맥북으로 바꿀지 말지 고민 중이던터라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결국 영업 당해버리고 말았다. 여행 복귀 후 얼마 되지 않아 맥북 프로를 구입했고, 지금 이 여행기도 맥북으로 쓰는 중이다.

공항 가는 길 @11:03


친구가 공항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같이 집을 나섰다. 공항까지만 가면 되니 자판기에서 신용카드로 싱글 티켓을 사서 시버스에 올랐다. 이후 캐나다 라인을 타고 공항으로 갔는데, 사람도 별로 없이 한산해서 별 불편함 없이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내가 갖고 있던 컴퍼스 카드와 $180 정도의 현금은 친구에게 억지로 안겨줬다. 컴퍼스 카드는 워터프론트역이나 차이나타운에서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그러기가 애매했다. 매일 워터프론트역을 지나는 친구라면 보증금 환불 받든, 다른 용도로 사용하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금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남았다. 입국심사 때 보유 현금을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밴쿠버는 물가가 비싸니 하루 $100 정도 사용할 거라고 보고 $300을 환전해서 들고 왔는데, 절반도 채 쓰지 못 했다. 주로 걸어다녔던 탓에 교통비가 데이패스 본전도 못 뽑을 정도로 적게 들었고, 식사를 주로 푸드코트나 즉석식품으로 때운데다 생각보다 술을 희망사항만큼 많이 마시지 못했던 탓이다.

밴쿠버국제공항(Vancouver International Airport) @11:52

공항에 도착했다. 짐이래봤자 기내에 들고 탈 백팩 하나 뿐이니 체크인은 순식간에 끝났다. 이번 여행 내내 짐이 백팩 하나 뿐인걸 다들 신기해한다. 짐이 정말 그것 뿐이냐는 질문을 또 받았으니 말이다.


친구와 공항 Wendy’s에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같이 먹었다. 나는 ‘Dave’s Triple’을 주문했는데, 이름처럼 정말 패티가 세 장 들어있어 먹기 힘들 정도로 크기가 컸다. 맛 자체는 의외로 한국 패스트푸드와 크게 다를 게 없어서, 무난하다는 느낌이었다.

보안구역 앞에서 친구를 보내고 나는 에어사이드로 넘어왔다. 아내가 귀띔했던 것이 있어, 면세점에서 아이스와인과 메이플시럽을 샀다. 둘 다 밴쿠버 시내에서 샀으면 저렴했겠지만, 수화물을 위탁할 생각이 없었던 나에게는 액체류 기내 반입을 위해서는 공항 면세점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비행기 타기 전에 잠시 라운지에 들러 가볍게 요기를 했다. 비행기 타기까지 시간이 약간 남아있었는데, 마냥 라운지에만 앉아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공항 내부를 좀 돌아다녔다. 역시 입국 때 느꼈던 것처럼, 특히 흐르는 물과 자연을 소재로 꾸며진 내부가 편안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다.

KE072 기내 @14:38


인천에서처럼 장거리 비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안대, 목베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메리노울 후드집업)를 하고서 비행기에 올랐다. 좌석에 준비된 물건들의 구성은 역시 올 때와 다를 게 없었다. (헤드폰, 베개, 물, 슬리퍼, 치약/칫솔 등)


인천에서 밴쿠버로 올 때는 늦은 오후에 출발해서 동쪽으로 가는 비행편이라 낮밤이 뚜렷해서 시차 적응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밴쿠버에서 인천으로 갈 때는 해를 따라 가는 낮 비행기이다보니 가는 내내 해가 지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하면 일요일 저녁이고, 바로 다음날 출근해야 하다보니 시차에 적응하려면 최대한 안 자고 버텨야만 했다.

KE072 기내 @15:40


기내식 서빙이 시작됐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특별기내식으로 과일식을 신청해두었다. 덕분에 밀타임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받아볼 수 있었다. 과일로만 되어 있다보니 먹을 떄나 소화시킬 때나 부담이 없었다.

KE072 기내 @19:47


14:40 출발하는 비행기였으니, 이제 5시간쯤 지났다. 딱 절반쯤 온 셈이다. 여전히 창 밖으로는 해가 보여서, 안 자고 버티는 데 도움이 됐다.

덥다 싶어 시계의 온도 센서를 보니 섭씨 22.8도란다. 분명 밴쿠버 올 때는 20도 정도에서도 추워서 후드를 뒤집어쓰고 담요를 덮어야 했는데, 지금은 후드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올렸음에도 덥다고 느껴진다. 왜일까? 낮시간대 비행기라서?

여기저기서 라면 냄새가 난다. 런던에서 한국 돌아올 때도 그렇고, 유독 외국에서 한국 들어가는 비행기는 항상 라면 냄새가 진동을 한다. 다들 외국 음식을 버텨내기가 힘드셨던 모양이다. 먹어봐야 속만 부대끼고 전부 뱃살로 가는 컵라면에 무관심한 나로서는 좀 이해하기 어렵다.

인천국제공항 @18:03 (KST+1)

분명 10시간 짜리 비행인데, 토요일 이른 오후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일요일 저녁이다. 시차의 신비로움은 항상 체감할 때마다 할말을 잃게 만든다.

평소 하던대로 검역-입국심사-세관을 거쳐 나왔다. 이번에는 유독 빨라서, 비행기에서 내린 후 입국장 빠져나오기까지 10분도 채 안 걸렸다. 입국심사는 무인보다 유인이 오히려 더 빨랐고, 위탁수화물이 없으니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게 결정적이었다.

집 @19:20 (KST +1)

집이다. 내가 밴쿠버에 가 있는 동안 이탈리아에 있었던 아내는 나보다 몇 시간 먼저 귀국해서 집에 먼저 와있었다. 밴쿠버에 있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친구가 잘 챙겨주었지만, 그래도 역시 집에서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아주 짧고도 밀도 높은 여행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3박 5일 일정이었는데, 실제로 순수히 여행에 주어진 시간은 이틀 + 한 나절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 중 하루는 밴쿠버 다운타운에, 하루는 노스밴쿠버에, 마지막 한 나절은 키칠라노와 그랜빌 아일랜드에 아주 알차게 썼다. 꼭 해야 할 것 위주로 아주 알차게 여행했다는 친구 아내의 평이 있기도 했다.

특히 아기자기한 도심과 광활한 대자연, 달콤한 날씨 아래서 재밌게 놀고, 맛있게 먹고 또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2019 캐나다 밴쿠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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