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용 가방만으로 미니멀하게 여행 준비하기 (짐싸기 팁, 패킹리스트; 23. 5. 8 업데이트)

들어가며

이번 주제는 ‘기내용 가방 하나만으로 해외여행하기’다. 말 그대로, ‘기내용 가방 하나’ 분량의 짐만 갖고 하루이틀에서 몇 달까지의 여행을 다녀오는 요령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해외 포럼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논의된 주제다. 무료 위탁 수하물에 후한 편인 국내 항공사들과는 달리, 북미나 유럽 역내를 오가는 항공사들은 위탁 수하물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돈 더 내기는 싫은 게 사람 심리다보니 참고할만한 책이나 자료도 많다.

그런 해외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여행이나 출장 때의 경험을 더해 나름대로의 요령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제는 여행 준비할 때마다 짐도 금방 쌀 수 있게 됐고, 백팩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로 얼마나 오래 여행을 가든 문제 없이 갔다올 수 있겠다는 자신도 붙었다.

짐싸기는 여행의 기본이다. 그만큼 약간의 짐싸기 전략만으로도 여행의 효율은 크게 달라진다. 높아진 효율을 이용해서 더 즐거운 여행을 갔다오는 것, 이것이 바로 짐싸기 전략의 목표가 되겠다. 그러자면 가장 먼저, 이 방법이 어떻게 여행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장점과 단점

장점 1: 시간 절약

여행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크게 보면 딱 출국편에서 귀국편 사이다. 이 시간 제약 속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기내용 가방만으로 하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기내용 가방만으로 여행하면 공항 체크인 창구에 줄 설 필요가 없다. 맡길 수하물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모바일이나 키오스크에서 간단히 체크인을 마치면 바로 보안구역으로 향할 수 있다. 특히 공항이 붐비는 시간대라면 엄청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도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위탁 수하물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왜? 찾아야 할 위탁 수하물이 없으니까. 비행기에서 백팩만 챙겨 바로 입국 수속 밟으러 가면 된다.

일부 공항에는 위탁 수하물이 없는 여행자를 위한 입국심사 줄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 2016년의 미국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이 그랬는데, 일반 줄보다 사람이 훨씬 적었다. 덕분에 악명 높은 미국의 입국심사를 빠르게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장점 2: 돈 절약

한국 항공사들은 무료 위탁 수하물을 여유 있게 잡아주는 편이다. 크기나 무게 초과에도 비교적 관대하다. 하지만, 외항사나 저가항공사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특가 항공편은 무료 위탁 수하물 서비스가 없다. 이런 항공편에 수하물을 위탁하려면 최소 몇 만원 정도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많은 저가항공사 또는 특가 항공편에는 무료 위탁 수하물이 제공되지 않는다. (출처: 제주항공, 2019년 12월 29일 확인)

반면, 기내용 가방 1개만큼은 대부분의 항공사가 허용해준다. 크기와 무게에 제한이 있지만 짐을 전략적으로 싼다면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다. 당연히 돈을 내고 수하물을 위탁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장점 3: 걱정 절약

위탁된 수하물은 바쁜 공항 시설 안에서 대체로 거칠게 다뤄진다. 수하물의 파손이나 분실은 흔한 일이다. 수하물이 엉뚱한 목적지로 가거나 아예 비행기에 실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23년 5월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이미 위탁한 수하물을 하루이틀 뒤에야 따로 보내준 일도 있었다. 금전적인 사후 보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틀어진 여행 일정과 기분까지 모두 보상 받을 수는 없다.

위탁 수하물 없이 기내 수하물만 이용하면 이런 걱정에서 해방된다.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내 가방 하나만 잘 챙기면 그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단점: 기내 수하물 제한

기내용 가방만으로 하는 여행의 단점의 대부분은 기내 수하물 반입 기준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기준을 잘 이해하고 전략을 세워 준비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Peak Design Travel Bag 30-45L

기내 수하물 반입 기준은 항공사마다 달라 미리 확인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크기 55 x 40 x 20 cm (약 45 L), 무게 7 kg 이다. 만약 무게를 5 kg 이하까지 줄일 수 있으면 어느 항공사든 적어도 수하물 무게 때문에 탑승을 거부당할 일이 없어진다. 때문에 내 패킹리스트도 가방 무게를 포함해서 여름 여행은 5 kg, 겨울 여행은 7 kg을 넘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무게 제한이 엄격한 항공사 중 하나인 중국남방항공. 5 kg에 불과하다. (출처: China Southern Airlines, 2019년 12월 29일 확인)

다만, 여행지에서 쇼핑을 하게 되면 무게 제한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현지에서 산 물건은 국제소포로 부쳐버리고, 액체류 구매는 귀국편 기내면세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럼에도 소포와 여행객의 면세 한도가 달라 세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고, 기내면세점은 물건 구색과 가격에서 장점이 별로 없다는 한계가 있다. 물론 나처럼 ‘기념품=예쁜 쓰레기’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 없다.

짐싸기 요령 10가지

짐싸기를 통해 달성해야 할 목적은 분명하다.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큼의 짐을 챙기면서도, 기내 반입은 물론 여행 중 가방을 짊어짐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부피와 무게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좀 더 쉽게 달성하려면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1. 백팩 vs. 캐리어

한국에서 일반적인 ‘기내용 가방’이란 20인치 캐리어를 뜻한다. 물론 20인치 캐리어로도 기내용 가방만으로 하는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리어 대신 백팩(배낭)을 이용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이유는 백팩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캐리어는 주변에 민폐다. 콘크리트부터 대리석까지 바닥 재질을 가리지 않고 기관총 같은 소음을 쏟아낸다.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는 가만 있질 못 하고 혼자 굴러다니고 넘어진다. 만원 전철에서는 몇 사람이 설 수 있는 공간을 가방 주제에 혼자 독차지한다.

캐리어는 주인에게도 민폐다. 코블스톤, 눈길, 진창, 계단을 다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짐을 들고 뛰어야 할 때도 아주 불편하다. 바퀴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장거리 버스나 기차를 탈 때는 캐리어를 짐칸이나 캐리어랙에 실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 시야에서 벗어난 물건은 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 좋지 않다.

캐리어는 부피와 무게도 손해다. 같은 크기의 백팩과 비교해보면 캐리어는 바퀴와 손잡이 때문에 5 L 정도의 부피를 손해 본다. 경량 캐리어라도 2 kg을 넘는 무게도 문제다. 우리의 최종 목표 무게인 5 kg 중 2 kg 이상을 빈 가방만으로 채워버리면 짐 쌀 수 있는 게 없다. 심각한 문제다.

대안은 단 하나, 백팩이다. 배낭은 캐리어보다 가볍고 조용하며 민첩하다. 인파로 붐비는 공간에서도 배낭을 끌어안으면 캐리어보다 민폐가 덜한데다 소매치기 위험도 줄어든다. 백팩을 직접 짊어져야 하는 부담은 가벼운 가방을 고르고 짐을 가볍게 싸면 최소화할 수 있다.

백팩은 적당한 크기에 최대한 가볍고, 맸을 때 편하며, 생활방수가 되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 내부 수납공간은 많을수록 좋지만, 또 자잘한 기능이 많아질수록 무게가 무거워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등산용 백팩이 기능성 측면에서는 좋은데 호불호 갈리는 외관이 문제다. 요즘은 사무직 근로자의 출퇴근용 가방으로 쓸 수 있을만큼 무난한 디자인의 여행용 백팩도 많으니 취향에 맞는 걸로 모르면 된다.

그렇다면 여행용 백팩의 ‘적당한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이건 앞서 살펴본 기내 수하물 기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 백팩 크기와 기내 수하물 반입 기준

기내 수하물은 위탁 수하물보다 크기, 무게, 내용물 측면에서 제한이 더 엄격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일반적인 크기와 무게 기준은 55 x 40 x 20 cm, 7 kg(또는 5 kg)다. 여기에 액체류, 인화물질, 공구류, 배터리 등에 대한 반입규정이 나라마다 또 항공사마다 따로 있다.

우선 크기와 무게 기준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기내에 갖고 탈 수 있는 크기 한계인 55 x 40 x 20 cm는 부피로 환산하면 대략 45 L 정도 된다. 가방을 이 기준에 맞추어 골라도 되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40 L를 넘는 백팩은 생각보다 많이 크고 무거워 다루기 힘들다. 여기에 일부 깐깐한 항공사의 기내 수하물 크기 검사를 무난하게 통과하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대신 참고할 만한 기준은 45 x 35 x 20 cm (30 L)다. 가방 크기가 이보다 더 작다면 높은 확률로 비행기 좌석 아래 공간에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좌석 상단의 기내 수하물함에 보관하는 것에 비하면 발을 움직일 공간이 좁아지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이 내 가방에 손대기 어렵다는 장점도 있다. 30 L 정도면 후술할 패킹 리스트의 짐들을 수납하는데 큰 부족함이 없고, 캐리어나 40 L 백팩처럼 노골적인 여행용 가방 티가 덜 난다는 점에서도 좋다.

백팩 크기가 30 L보다 더 작아지면 짐싸기가 쉽지 않다. 일정이 아주 짧거나, 짐이 가벼운 여름철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짐을 최대한 최적화하되 포기할 부분은 확실히 포기해야 한다. 대신 짐을 최대한 작고 가볍게 싸면 그만큼 여행 때 백팩을 메고 움직이기 수월한 장점은 있다.

이런 고민 끝에 내가 지금 쓰는 여행용 백팩은 28 L 용량의 Bellroy Transit Backpack이다. 처음 여행용 백팩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Incase EO Travel Backpack를 썼었다. 그러다 Nomatic Travel Bag(40 L), Peak Design Travel Backpack (35 L), Arcido Akra (35 L)를 거쳐 왔다. 28 L 가방 정도면 최대한 줄인 여행짐을 전부 쌀 수 있으면서도 평소든 여행 중이든 일상용으로 쓰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는 크기라 만족하며 쓰고 있다.

(출처: TSA.gov)

가방 크기 제한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내용물 제한을 맞출 차례다. 대표적인 것이 액체류 제한이다. 다행히 미국 교통안전국(TSA)의 3-1-1 liquids rule 같이 명확한 기준이 있어 이것만 맞춰주면 된다. 3-1-1은 각각 ‘3.4 oz.(= 100 mL)’, ‘1 qt.(= 1 L)’, ‘1개’의 의미로, 풀어쓰면 액체류는 각 100 mL 이하의 개별 용기에 담아 1 L 짜리 투명 지퍼백 1개에 들어가는 분량에 한해 기내 반입 가능하다는 뜻이다.

규정만 보면 100 mL 짜리 소분병 10개를 갖고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공항에 비치된 TSA 기준 지퍼백에 100 mL 짜리 소분병을 담아보면 많아야 너댓개 정도가 한계다. 마개가 차지하는 부피도 있고, 화장품 용기나 소분병은 원통형이다보니 직육면체인 지퍼백 안에서 낭비되는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액체류 파우치: 선크림과 리퀴드솝, 치약, 의약품만 챙겼고, 로션은 현지 구매할 요량으로 챙기지 않았다.

액체류는 가볍게 짐을 쌀 때 요주의 대상이다. 밀도가 높아 부피 대비 무겁기 때문이다. 100 mL 소분병 너댓개를 반입 가능하다고 해서 병들을 꽉꽉 채우면 400~500g은 금방이다. 때문에 꼭 필요한 것들만 최소한으로 챙기는 게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구매다. 전세계 어디서든 로션, 자외선차단제, 물티슈 같은 물건은 구하기 쉽다. 호텔에 묵는다면 어메니티로 다양한 물건들이 제공되니 샴푸, 컨디셔너, 샤워젤, 비누 등을 안 챙겨도 된다. 꼭 특정 제품을 써야 한다면, 매일 쓰는 양을 미리 계량해두었다 필요한만큼만 소분해서 챙기면 된다.

그 외 신경써야 할 물건은 공구류, 인화물질, 배터리다. 공구류나 인화물질은 당연히 기내에 갖고 탈 수 없다. 날붙이와 라이터가 주로 문제가 되는데, 여행 중 쓸 일도 별로 없지만 필요하다면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니 아예 갖고 타지 말자.

ZMI 보조배터리 정격표기

배터리는 액체류와는 반대로 위탁 수하물로 보낼 수 없어 반드시 기내에 갖고 타야 한다. 특히 겉면에 반드시 정격 용량이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보통 99Wh까지는 별 문제가 없고 160Wh까지는 항공사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하는데 나라마다 또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특히 중국 공항에서는 보안검사 때 배터리 용량 표기를 반드시 확인한다. 내 경우 증정품으로 받았던 정격 표기가 없는 보조배터리를 광저우 바이윈 공항에서 압수 당한 적이 있다. 샤오미 같은 중국 회사의 보조 배터리는 매번 검사를 받았지만 문제 없이 통과했다.

3. 기내수하물과 개인소지품

Peak Design Travel Bag, Peak Design Field Pouch

많은 항공사들이 기내 수하물과는 별도로 서류 가방이나 핸드백 같은 개인 소지품(Personal item) 하나를 기내에 무료로 반입할 수 있게 해준다. 이걸 잘 활용하면 기내수하물의 크기와 무게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고,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다만, 개인 소지품이 기내 수하물 가방 기준에서 제외될 수는 있어도 여행하는 동안 계속 무게와 부피를 차지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짐이 무거워 질수록 여행을 즐기는데 써야 할 체력을 더 갉아먹기 마련이다. 때문에 개인 소지품 허용량은 없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가볍게 짐을 싸되, 예상치 못 한 비상상황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알고만 있는 편이 좋겠다.

4. 챙겨야 할 짐과 빼야 할 짐

이제 본격적으로 짐을 줄여야 할 시간이다. 짐을 줄이려면 챙길 것과 뺄 것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챙기고, ‘있으면 좋은 것’은 빼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므로 판단 기준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내 경우, 구분이 어려울 때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 일정에 차질이 있는가? (여권, 신용카드, 현금, 예약 영수증)
  • 생존과 안전에 필수적인가? (최소한의 옷, 신발, 외투, 물, 내복약)

위에 해당하는 물건은 챙겨야 한다. 여권도 없이 발가벗은 채 대문 밖을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낯선 환경에서 최소한의 생존과 품위를 지키기 위한 짐은 당연히 챙겨가야 한다.

  •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가? (여벌 옷, 화장품, 위생용품, 비상의약품, 면도기, 수건)
  • 다른 물건으로 대신할 수 있는가? (카메라→스마트폰, 수영복→반바지)

반면, 위에 해당하는 물건은 과감히 뺀다. 경험상 굳이 챙겨가더라도 거의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다시 한국으로 들고 오기 일쑤였다. 쓰임도 없이 소중한 부피와 무게만 차지한다면 당연히 빼야 한다.

여행 중 필요한 물건 대부분은 현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어차피 전부 사람 사는 곳이다. 슈퍼마켓, 마트, 약국, 시장 등을 구경하고 현지인들 틈에서 이용해보는 재미도 있다. 언어 문제로 이용이 정 어려울 경우에는 호텔 컨시어지나 게스트하우스 스탭에게 부탁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잡다한 물건까지 굳이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갈 필요가 없다.

5. 다용도 아이템

짐의 양을 줄이려면 물건 하나가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챙기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왼쪽 물건들을 챙기는 대신 오른쪽 물건만을 챙겨가는 식이다. 이렇게 물건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양의 짐을 손쉽게 줄일 수 있다.

  • 책 + 랩탑 + 수첩 + 바우처 → 태블릿
  • 스카프 + 비니 + 마스크 + 손수건 → 버프
  • 귀마개 + 이어폰 +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
  • 샴푸 + 클렌징폼 + 바디워시 + 세탁세제 → 액체비누
  • 헤어 컨디셔너 + 섬유유연제 → 린스
  • 바람막이 재킷 + 비옷 + 우산 → 방수 재킷
  • 내복 + 스웨터 + 룸웨어 + 목베개 + 무릎 담요 → 긴팔 티셔츠
  • 룸웨어 + 여름 외출복 + 수영복 → 반바지

반대로 항상 쓰는 것도 아닌데 한 가지 역할 밖에 못 하는 물건은 가능한 챙기지 않는 쪽이 좋다. 대표적인 것이 랩탑과 카메라다. 여행의 주 목적이 업무나 출사가 아니라면 둘 다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있다. 특히 랩탑과 카메라는 크고 무거워 들고 다니기 번거로운데다 가격이 비싸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쉽다. 여행 중 장문의 글을 써야 한다면 펜과 수첩을 챙기는 게 낫고, 꼭 디지털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챙기는 쪽이 낫다.

6. 옷

옷은 여행짐 중 가장 부피가 크다. 여행지에서도 의식주 중 하나인 옷을 안 입을 수는 없으니 무작정 빼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옷을 챙기되 효율적으로 챙겨야 한다. 여기에는 옷의 수량, 재질, 종류까지 모든 면이 중요하다.

옷의 양을 줄이는 방법

옷의 양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탁이다. 여행 기간이 짧으면 굳이 옷을 세탁하지 않아도 매일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언젠가는 옷을 빨아 입을 수 밖에 없다. 옷을 자주 빨수록 챙겨야 할 옷의 양도 줄어든다.

처음에는 여행 중 세탁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할 만 하다. 샤워 중에 간단히 손빨래 할 수도 있고, 숙소에 비치된 세탁기를 쓸 수도 있다. 좀 더 편하게는 숙소의 세탁 서비스나 동네 세탁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각자의 사정에 맞는 방법을 쓰면 된다.

세탁을 하더라도 굳이 한국에서 세탁세제를 소분해갈 필요는 없다. 손세탁을 한다면 약염기성인 비누로 손빨래 한 다음 약산성인 린스나 컨디셔너로 헹궈주면 충분하다. 비누와 컨디셔너 모두 몸을 씻고 머리 감으려면 어차피 필요한 것들이니 다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내가 챙기는 옷의 양은 아주 적은 편이다. 보통 속옷은 입고 있는 것 포함 세 벌, 겉옷은 한 벌씩이다. 겉옷 안에 항상 속옷을 입고, 사나흘에 한 번씩 입었던 옷을 세탁하는 것을 전제로 한 양이다. 적어보일 수도 있지만 이 정도의 옷만으로도 지금까지 여행 중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외관 측면에서는 여행지에서 오늘 본 사람들 내일 또 볼 일이 별로 없으니 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고 흉 볼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위생적으로는 부분적인 손빨래만으로도 대부분의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이게 가능하려면 한 가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 옷의 재질이다.

여행용 옷의 재질

여행 중 입을 옷은 재질이 중요하다. 구김과 오염에 강하면서 빨리 말라야 한다. 구김에 강한 옷은 다림질할 필요가 없어 큰 노력 없이도 말끔해보일 수 있다. 옷이 오염에 강하면 굳이 자주 빨지 않아도 된다. 옷이 빨리 마르면 땀을 흘렸거나 비를 맞았을 때는 편리한 것은 물론이고 전날 저녁에 세탁한 옷을 다음날 아침에 바로 입을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충족하는 재질은 울, 리넨, 뱀부얀, 리오셀(텐셀) 같은 천연섬유나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가 있다. 이들 사이에도 장단점이 있다. 울은 따뜻하지만 피부에 자극이 있을 수 있고, 리넨은 시원하지만 구김에 약하다. 합성섬유는 항균 처리가 안 되어 있으면 땀이나 비에 젖은 후 마르면서 쉬이 냄새가 난다.

78% 메리노울에 22% 나일론 혼방 티셔츠. 나일론 혼방 제품은 메리노울의 단점 중 하나인 내구성을 보완해준다.

이 중 내가 좋아하는 재질은 메리노울이다. 메리노울은 일반 울보다 섬유가 얇아 더 가볍고 부드럽고 구김이 잘 안 가면서 빨리 마른다. 별다른 화학처리 없이도 냄새와 오염에 강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평소에 입는 속옷, 양말, 셔츠는 모두 메리노울 재질이다. 여행짐 쌀 때도 평소 입는 옷을 그대로 챙기면 되니 편하다.

단점도 있다. 메리노울은 가격이 비싸고 국내에서는 구할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다. 해외직구를 해야 선택의 폭이 넓다. 내구성도 좋지 않아 메리노울 함량이 특히 높은 옷은 세탁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메리노울은 일반 양모보다는 피부 자극이 확실히 덜하지만 그럼에도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불편할 수도 있다.

메리노울 다음으로는 유니클로의 에어리즘과 히트텍, 탑텐의 쿨에어, 온에어 같은 합성섬유 제품들도 좋은 선택이다. 모두 가성비가 괜찮고, 튼튼하고, 젖었을 때 빨리 마르고, 항균 처리된 원단도 있어 여행용으로 아주 적당하다. 시원한 여름용은 속옷으로 입고, 따뜻한 겨울용은 추운 계절에 속옷 위에 덧입으면 된다.

바지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합성섬유 제품이 좋다. 드물게 발수 코팅까지 되어 나오는 제품이 있는데 비를 맞아도 쉽게 젖지 않으므로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발수 코팅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일반 바지를 발수용으로 만들 수도 있다. 코팅이 오래 가지는 않지만 여행 중에는 꽤 쓸만하다.

최악의 재질은 면이다. 자극 없이 부드럽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잘 구겨지고 무거운데 한 번 젖으면 잘 안 마르고 쉰내까지 난다. 특히 이렇게 옷을 적게 챙기는 여행에 있어 면티에 청바지는 최악의 선택이다. 요즘은 상술했듯 좋은 섬유가 많으므로 대안을 잘 생각해보자.

런던에서 비가 많이 왔지만 생활방수 되는 가방, 신발, 재킷 덕에 거의 젖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신발도 재질이 중요하다. 가볍고 통기가 잘 되며 무엇보다 어느곳 하나 끼고 눌리는 곳 없이 편해야 한다. 특히 여행 중 눈이나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면 방수 되는 신발이 필요하다. 한 번 젖은 발과 양말의 찝찝한 냄새는 쉬이 사라지지 않을 뿐더러 겨울에는 동상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화나 중등산화를 신을 수는 없으니 대신 합성섬유 신발에는 발수제를, 가죽 신발에는 왁스를 발라주어 보완해주면 좋은 대안이 된다.

레이어링

여행지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쉽다. 한국과 비슷한 기온이더라도 습도나 풍속에 따라 체감기온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여기에 여행 일정에 따라 단 며칠 안에 열사의 사막과 눈 덮인 고산지대를 오가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을 여러 벌 챙기는 것이 좋다. 무게 대비 따뜻하면서 주머니나 후드에 압축해넣어 부피를 줄일 수 있으면 더 좋다. 최소한 보온 의류 한 벌, 비바람을 막아줄 방수 재킷 한 벌씩은 꼭 있어야 한다.

방수 재킷은 등산용 하드쉘이나 소프트쉘 재킷을 고르면 된다. 여행용으로는 소프트쉘이 얇고 가벼우면서도 필요한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어 적당하다. 고어텍스 재질도 좋지만 요즘은 대체재가 많으므로 방수, 방풍, 투습만 제대로 되면 충분하다. 여행지가 더운 곳이거나 트래킹할 계획이 있다면 겨드랑이 쪽에 통풍 지퍼가 있는 제품이 편하다.

내 여행용 옷 조합과 레이어링은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일상용 옷은 사계절 모두 챙기고, 겨울용 옷은 겨울에만 챙긴다. 모두 얇고 가벼운 옷들이지만, 메리노울과 합성섬유 재질의 옷 일곱겹을 모두 껴입으면 한국 기준 한겨울 날씨에도 추위에 떨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1. 반팔 티셔츠
  2. 긴팔 티셔츠
  3. 긴팔 셔츠
  4. 후드 집업
  5. 경량 플리스 재킷
  6. 경량 패딩 재킷
  7. 방수 재킷

여기에 비니, 버프, 장갑 같은 액세서리를 더해주면 된다. 레이어링은 입고 벗기 번거롭긴 하지만 거대하고 두터운 대장급 패딩보다 부피가 작고, 다양한 상황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7. 패킹 큐브와 지퍼백의 활용

여행 가방에는 다양한 물건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만큼 깔끔하게 정리하기 쉽지 않다. 특히 출발할 때는 어찌어찌 정리가 되어 있더라도 여행 중 계속 짐을 넣고 빼다 보면 금새 엉망이 되고 만다.

이럴 때 패킹 큐브가 편리하다. 짐을 잘 분류해서 패킹 큐브에 나누어 수납하면 가방 안이 깔끔해진다.

Peak Design Sling 5L V1, Peak Design Packing Cube, Arcido Akra Backpack

패킹 큐브 중에는 압축 지퍼가 달린 제품도 있는데, 옷 챙길 때 사용하면 부피를 꽤 줄일 수 있다. 깨끗한 옷과 더러운 옷을 분리 수납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 아예 방수가 되기도 한다. 다만 패킹 큐브의 기능이 많아지면 그만큼 무게도 늘어나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비싼 패킹 큐브를 살 필요는 없다. 지퍼백이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싸고, 얇고, 가벼운데 방수까지 된다. 옷을 넣고 체중을 실어 꾹 눌러주면 진공 압축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지퍼백을 활용하다가 나중에 정말 필요하면 패킹 큐브는 그때 사도 늦지 않다.

8. 무게 측정

여행짐 무게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무게를 직접 달아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Patagonia Micro Puff Jacket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은 무게를 직접 재보면 된다. 정밀 저울이 아니더라도 주방용 저울이나 체중계 정도로도 충분하다. 측정한 무게는 엑셀 같은 도구에 정리해두면 편하다. 아직 구입하지 않은 물건도 상품 상세정보에 표기된 무게를 참고해서 전체 짐 무게에 주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비슷한 기능성을 가진 물건 중 최대한 가벼운 것으로 사면 짐을 가볍게 싸는데 도움이 된다.

물건마다 무게를 측정해두면 목표 무게에 맞는 패킹리스트를 짜기 편하다. 위 예시는 노션.

한 번 정리를 잘 해두면 무게 최적화를 위한 계획도 세워볼 수 있다. 무겁거나 수량이 많은 물건일수록 빼거나 가벼운 물건으로 바꿨을 때 효과가 크다. 무게를 줄이겠다고 무리해서 새 물건을 사지 말고, 바꿀 것들을 미리 체크해뒀다 정말 필요해졌을 때 구입하는 식으로 천천히 바꿔가면 된다.

9. 비상금과 비상서류

짐을 가볍게 싸더라도 챙길 건 챙겨야 한다. 특히 여행 중 여권과 지갑을 한번에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말 안 통하는 외국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정말 곤란해진다.

필요한 건 크게 두 가지다. 바로 비상금과 비상서류다.

비상금은 가장 가까운 한국 재외공관까지 가기 위한 비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단 재외공관까지만 갈 수 있으면 신속해외송금지원제도를 이용해서 최대 3천 달러 상당의 현금을 송금 받을 수 있으므로 귀국까지 필요한 숙박비와 각종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

비상금으로 필요한 금액은 적어도 2~3일치의 숙박비, 식비와 교통비가 필요하다. 현지 화폐가 가장 좋지만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미국 달러도 괜찮다. 풍찬노숙을 면하기 위해 하루에 필요한 돈은 대략 100달러 정도다. 물가가 비싼 선진국에서는 빠듯할 수도 있고, 개도국에서는 차고 넘치는 돈이니 현지 물가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평균적으로 300달러 정도를 소액권과 구권을 섞어 갖고 있으면 든든하다.

비상서류는 재외공관에서 단수여권이나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기 위한 서류들이다. 다른 서류는 재외공관에서 양식을 받아 작성하면 되고, 여기에 여권용 사진 2장과 기존 여권의 사본이 있으면 일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여권 사본은 신분증으로 대신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영문 운전면허증이 필요한 게 아닌 이상 주민등록증 따위를 해외 갈 때 챙기는 건 비현실적이다. 여권 사본 쪽이 분실의 리스크가 그나마 적으니 챙겨볼만 하다. 특히 여권 사본은 여권을 분실한 상태에서 검문을 받거나 숙소를 잡을 때 아주 낮게라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대비해 여권, 현금, 신용카드, 비상금, 비상서류는 모두 가방과 옷 여기저기, 숙소 안전금고와 프런트 등에 꼼꼼하게 분리해서 보관해야 한다. 외국은 일부라도 찢어진 지폐나 서류를 안 받아주는 곳도 많으니 지퍼백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 가방에는 빈 공간이 필요하다

가방 안의 여유 공간. Nomatic Travel Bag (40L)

가방의 빈 공간은 여러 목적으로 쓸 수 있다. 입고 있던 외투나 신발을 벗어 넣으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인생템을 사오려고 해도 공간이 필요하다. 선물을 사려고 해도 역시 공간이 필요하다. 어느 쪽이든 생각보다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가방에 빈 공간을 넉넉하게 남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최대한 작고 가벼운 백팩을 쓰고 싶으면서도 또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짐이 자꾸 늘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 공간이 있으면 채우고 싶은 것이 사람의 당연한 심리이기도 하다. 일단 오버패킹하게 되면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무게와 부피만 차지하는 물건이 섞여들어가 여행기간 내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게 된다.

세상 모든 것에는 채움만큼이나 비움이 중요하다. 여행 가방 역시 마찬가지다. 오버패킹을 경계하고, 항상 무언가를 더 챙기기보다 더 빼려고 노력하자.

나만의 패킹리스트

먼저 강조하고 싶은 건, ‘나만의 패킹리스트’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이다. 위에 몇 가지 요령을 소개했고 밑에는 내가 쓰는 패킹리스트도 올려놨지만, 이 모두는 내가 하는 여행에 맞춰진거라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주로 하는 여행은 주로 도시에서 매일 5만 걸음 씩을 끈덕지게 걷고, 가능하면 비싸더라도 4성 이상급 호텔에 묵으며, 한여름에도 긴팔 셔츠, 블랙진에 가죽 신발 차림을 고집하는 여행이다. 그래서 내 패킹리스트는 빌딩 사이에서 칼바람 맞으며 걸어도 버틸 수 있게 얇은 옷을 다양하게 챙기고, 세탁하기 쉬운 환경이라 옷의 양을 줄이며, 긴팔 셔츠에 긴 바지, 가죽 신발이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여행이 이와 다르다면 얼마든지 바꾸어도 좋다. 여성이라면 여성용품을 추가하고, 호스텔을 이용한다면 여벌옷과 빨랫줄에 자물쇠를 추가하고, 캐주얼을 선호한다면 옷도 더 편한 걸로 바꾸면 된다. 하이킹이 예정되어 있다면 신발을 제대로 된 등산화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겠다.

몇 번 여행을 해보면 나와 잘 맞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쉽게 알 수 있다. 다음 여행을 준비하면서 먼젓번의 여행을 교훈 삼아 패킹리스트를 고쳐나가면 된다. 그렇게 나만의 패킹리스트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바로 최소한의 짐만으로 하는 여행을 즐기는 핵심 재미다.

아래는 내가 여름부터 겨울, 휴가에서 업무출장, 2박 3일에서 수 주 짜리 여행까지 공용으로 쓰는 패킹리스트다. 짐을 넣은 가방 무게는 여름철 내지 간절기용으로는 3 kg 후반대, 겨울옷까지 다 챙겨도 4 kg 후반대에 불과하다.

각 품목마다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들과 실측한 무게를 같이 표기했다. 이탤릭은 원래는 챙기지 않지만, 계절이나 여행의 목적 등에 따라 챙기는 물건들이다. 이들을 다 챙기더라도 기내수하물 무게가 7 kg이 넘지 않도록 구성했다.

무게를 더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화장품 류를 현지 구입하면 수백 그램 이상을 더 줄일 수 있는데, 좋아하는 물건만 찍어두고 쓰는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더 줄이지 못 했다. 태블릿도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면 되는데 아직은 고집스레 챙기고 있다.



!! 패킹리스트는 이 링크를 대신 참고해주세요 !!


마치며

남미 신혼여행 중. Incase EO Travel Backpack (30L)

내게도 캐리어를 위탁 수하물로 부치며 여행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이렇게 짐을 줄여 여행 다니는 게 정말 가능할까 싶었다. 근데 해보니 정말 된다. 기내용 배낭 하나만으로도 사흘 짜리 업무 출장부터 2주 짜리 신혼여행까지 모두 문제가 없었다. 경험이 쌓이니 이제는 백팩 하나만 들고 가는 여행이 당연하고 또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꼭 필요한 물건은 부족함 없이 챙겨가기에 여행 중 큰 불편함이 없다. 추가로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현지의 시장이나 마트를 찾게 되는데, 이런 과정마저도 여행의 또 하나의 재미다.

여행 중에 신기한 시선을 받을 때도 있다. 지난 2019년 여름, 캐나다 여행 때 인천공항 대한항공 직원에게서, 밴쿠버 공항 입국심사관에게서, 또 숙소에서 하나 같이 ‘짐은 정말로 그 가방 하나가 전부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여행 갈 때 가방 하나가 짐의 전부인 게 당연했던 나로서는 그런 질문을 받는 것조차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가방 하나로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높아진 기동성이다. 여행지에서도 백팩을 몸에 단단하게 고정하기만 하면 걷든 뛰든 계단을 오르든 다리의 자유로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것이 이 방법론의 목적이라고 했지만 사실 진짜 목적은 이렇게 여행을 좀 더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내용 가방 하나로 하는 여행 방법이 즐거운 여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여행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좋은 방법임은 분명하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여행의 즐거움과 마음의 평화를 더 많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수정내역

  • 22. 5. 25: 윤문, 보조배터리 사진 추가, 패킹리스트 링크로 교체 및 최신화.
  • 23. 5. 8: 윤문, 링크 깨진 사진 수정, 수하물 관련 기사 링크 추가.

8 comments

  1. 일상덕질님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ㅜㅜ
    제가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2. 박수쳤다. 제가 추구하는 짐싸는 방법인데
    저보다 전문적으로 연구하셨네요.
    브라보.참조해서 이번여행 갑니다 진짜 완벽한 꿀팁과 정리
    고마워요

  3. reddit onebag이나 ultralight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는데, 한국 블로그에서 관련된 정보를 보니 더욱 반갑네요.

Leave a Reply to Anonymous Cancel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