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k Design: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1)

들어가며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입니다. 주말 내 집에서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간단히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항상 글은 짧고 간단하게 쓰려고 하는데 이 글은 꽤나 길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벌써 듭니다. 누구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법이니까요.

그 첫 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카메라 액세서리 전문 회사인 Peak Design(이하 ‘픽디자인’)입니다. 픽디자인의 첫 제품을 구입했던 게 3년 쯤 전이니 사실 사용 기간이 아주 긴 브랜드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 3년 사이, 집에는 픽디자인 제품이 자가증식한 끝에 여기저기 굴러다닐 정도가 됐습니다. 저는 어쩌다 이렇게 픽디자인의 팬이 되어 버렸을까요?

구입의 계기

픽디자인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자부하는 회사입니다. 신제품이 나오기 전, 첫 판매 채널은 언제나 킥스타터(Kickstarter)일 정도입니다. 이제는 회사 규모가 커져 굳이 크라우드펀딩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여전히 킥스타터 런칭을 고집하는 회사입니다.

제가 픽디자인을 처음 알게 된 곳도 킥스타터입니다. 당시는 신기하고도 대체 불가능한 IT 액세서리, 디자인-분리수납-생활방수를 모두 갖춘 가방 두 가지를 찾기 위해 킥스타터를 자주 드나들던 시기었습니다. 그러다 운명처럼 픽디자인의 첫 가방 캠페인을 만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카메라 가방이 저에게 별 매력 없었던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 각지고도 못 생겼거든요.
하지만, 픽디자인의 가방은 달랐습니다. 훌륭한 분리수납과 생활방수 능력을 갖추고도 유려한 곡선을 가진 카메라 가방이라니,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신세계를 본 것 같았습니다.

얼리버드라도 20L 백팩 하나에 $189나 됐던 가격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수제 베지터블 레더도 아닌, 베트남 OEM 합성섬유 백팩에 20만원이 넘는 돈을 쓰는 건 역시 너무 비싼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몇 달 후, 저는 아무리 찾아봐도 픽디자인의 에브리데이 백팩만큼 모든 것을 갖춘 가방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끝에 에브리데이 백팩 20L를 정가에 구입하게 됩니다. 지름에 있어 망설임은 배송만 늦추는 줄 알았는데 제 경우에는 관부가세까지 물게 됐습니다. 참으로 출혈이 컸던 구매였습니다.

이후 백팩 하나가 메신저백, 슬링백, 토트백으로 증식하더니 어느새 크게는 여행용 45L 백팩부터 작게는 앵커 커넥터까지, 픽디자인의 어지간한 제품은 집에 다 굴러다니게 되기까지 불과 몇 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만큼 단일 브랜드 제품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산 건 전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저는 대체 픽디자인의 뭐가 그리도 마음에 들었던 걸까요?

마음에 드는 점

외관

제가 가방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는 디자인, 분리수납, 생활방수입니다. 이 세 가지가 안 되면 가방이 아니라 보따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픽디자인은 제가 보기에 보따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가방을 만들어냈습니다.

보통 카메라 가방은 예쁘기가 어렵습니다. 장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납해야 하니 외관이 각지고 재미 없어집니다. 워낙 크고 두꺼운 렌즈가 많다보니 가방의 두께가 두꺼워, 맸을 때 마치 거북이 등껍질을 짊어진 듯한 모양새가 나오기 쉽습니다.

그런데 픽디자인의 가방은 예쁩니다. 에브리데이 라인업의 가방 모두가 위에서 보면 사다리꼴, 옆에서 보면 유선형의 외형입니다. 내용물이 많든 적든 모양도 잘 잡힙니다. 대표 색상인 차콜색은 단순한 청회색이 아니라 헤더 그레이(Heather gray)처럼 톤이 다른 회색들이 무수히 섞여 있어 나일론 재질임에도 왁스드 캔버스 같은 멋을 더해줍니다. 몇몇 색상 조합에는 누벅 가죽이 포인트로 사용되어 더욱 클래식해보입니다.

그렇다보니 카메라 가방임에도 좀처럼 카메라 가방 같아 보이지 않아서, 굳이 카메라가 없더라도 일상용으로 사용하기에 좋은 디자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픽디자인 가방만의 독보적인 장점 중 하나입니다.

기능성

아무리 예뻐도 픽디자인의 가방은 근본이 카메라용입니다. 그렇다보니 값비싼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깔끔하게 분리 수납하고, 외부로부터의 충격과 비바람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기능성이 당연하게도 갖추고 있습니다.

픽디자인의 가방에는 벨크로 디바이더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게 또 물건입니다. 종이접기처럼 이리 저리 접어 쓸 수 있어, 내부가 벨크로로 도배된 픽디자인의 가방과 조합하면 공간 분할의 경우의 수가 크게 늘어납니다. 다른 카메라 가방의 디바이더보다 얇고 가벼워 수납 효율도 높습니다.

여기에 랩탑과 태블릿은 물론, 카메라 배터리나 메모리카드, 렌즈 클리너 같은 액세서리를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수납공간은 원래 목적대로 카메라 액세서리 수납에 사용해도 되지만, 일상용으로도 아주 유용합니다. 특히 파우치 없이도 자잘한 물건들이 가방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섞이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가장 작은 슬링백을 제외하면, 픽디자인의 모든 가방은 삼각대를 달 수 있습니다. 일상용으로 사용할 때는 우산, 텀블러, 외투, 헬멧, 드론 등을 가방에 매달 수 있습니다. 가방 내부가 아니라 외부 공간을 사용하므로 갑자기 큰 짐을 휴대해야 할 때도 편리합니다.

가방의 모든 면에는 튼튼한 발수코팅과 패딩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외부 지퍼도 모두 발수 처리된 솔기로 덮여 있어 레인 커버 없이도 어지간한 비바람은 문제 없이 막아냅니다. 패딩은 가방에 내용물이 있든 없든 가방의 형태를 잡아줌은 물론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으로부터 내용물을 1차적으로 보호해줍니다.

재미

픽디자인의 모든 제품은 직접 만져보면 아주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 쓴 티가 납니다. 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방 구석구석 숨겨진 자석, 벨크로, 훅, 스트랩이 기능성은 물론 사용하는 재미도 더해줍니다.

백팩과 메신저백에 적용된 맥래치(Mag-Latch)가 대표적입니다. 말 그대로 자석으로 된 걸쇠예요. 가방 뚜껑을 닫을 때 손잡이를 적당히 놓기만 하면 금속으로 된 걸쇠가 가방에 숨겨진 자석에 ‘탁’하고 달라붙습니다. 그리고 걸쇠를 살짝 당겨주면 ‘짤깍’ 소리와 함께 걸쇠가 고정되며 가방이 잠깁니다. 걸쇠가 걸린 상태에서는 손잡이를 아무리 잡아 당겨도 뚜껑이 안 열립니다. 걸쇠를 위로 슬쩍 들어올린 후 아래로 당겨야 열립니다. 여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열 수 있으면서도 여닫기 번거롭지 않은,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가방의 어깨 스트랩도 조절하기 아주 쉽습니다. 가방마다 손잡이가 있어서 밀거나 당기면 큰 힘 주지 않고도 어깨 스트랩 길이를 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장비를 자주 꺼내고 넣어야 하는 사진가들을 위한 기능인데 일상용으로도 아주 편리합니다.

가슴 스트랩을 사용하는 방법도 독특하면서도 편리합니다. 가슴 스트랩은 무거운 가방을 오래 짊어져야 할 때 아주 유용한데요, 사용하지 않을 때는 거추장스럽게 덜렁거리기 일쑤입니다. 픽디자인 백팩의 가슴 스트랩은 왼쪽 어깨 스트랩에 걸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한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부분 가슴 스트랩은 분리할 수 없도록 고정되어 있거나 탈착하기 번거로운 경우가 많은데, 픽디자인의 가슴 스트랩 사용법은 굉장히 단수하면서도 머리를 잘 썼습니다.

가방 구석구석 사용된 부자재들도 고급집니다. 어깨 스트랩과 가방의 체결부가 사용자의 체형에 맞춰 회전하는 부분에 적용된 알루미늄 부품, 스트랩 여기저기에 있는 금속 훅, 방수에 탄성도 좋은 가방 내부 원단까지. 가방을 쓰면 쓸수록 디테일에 감탄하게 됩니다.

생태계

픽디자인 제품들은 나름의 생태계가 꾸며져 있습니다. 제품 간의 호환성이 좋아서 사용하는 픽디자인 제품 수가 많을수록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예를 들면, 카메라 액세서리를 보관하기 위한 보조 가방인 필드 파우치(Field pouch)는 백팩이나 메신저백의 사다리꼴 단면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필드 파우치를 백팩에 눕혀 넣으면 기분 좋도록 딱 맞게 들어갑니다. 트래블 라인의 파우치들과 5L 슬링백 역시 트래블 백팩 내부 크기에 맞게 나와 수납하기 편합니다.

여기에 픽디자인의 카메라 삼각대 플레이트인 캡쳐 클립(Capture clip)과 스트랩 커넥터인 앵커(Anchor)가 더해지면 시너지는 더욱 극대화됩니다. 특히 카메라 사용자라면 바디의 삼각대 플레이트를 캡쳐 클립으로 바꾸고 스트랩 홀에 앵커를 다는 순간 수많은 선택지가 열립니다. 픽디자인의 모든 스트랩은 앵커를 이용해서 체결되므로, 넥스트랩이든 손목스트랩이든 손쉽게 바꾸어 달 수 있습니다.

아예 스트랩을 떼어버려도 됩니다. 픽디자인의 모든 가방에는 캡쳐 클립을 달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카메라에 스트랩을 다는 대신 그냥 캡쳐 클립으로 가방에 장착해버리면 그만입니다. 한 번 써보면 스트랩 없는 편함에 중독될 수 밖에 없습니다.

픽디자인의 액세서리들은 카메라가 아닌 다른 것들에도 달 수 있습니다. 필드 파우치나 트래블 라인 액세서리에 앵커 커넥터를 달고 픽디자인의 카메라용 스트랩을 연결해주면 크로스백으로 쓸 수 있습니다. 삼각대 고정용 나사구멍이 있는 망원경에 컨버터(Bino kit)을 달면 카메라 대신 망원경을 캡쳐 클립을 이용해 가방에 달고 다닐 수도 있죠.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혜자스러운 고객 서비스

픽디자인의 고객 서비스는 상당히 관대합니다. 모든 제품에 대해 Lifetime warranty를 제공합니다. 물론 자연적인 마모는 대상이 아니지만 어지간한 기능 이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해줍니다. 직구품이든 국내 총판 통해 구입한 것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직구품은 미국 픽디자인 본사에 연락해서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다른 직구품에 비하면 교환 절차가 놀랍도록 간편합니다. 지금까지 가방 지퍼 때문에 두 번, 스트랩 때문에 한 번 교환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 모두 픽디자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어렵지 않게 교환 받을 수 있었습니다.

픽디자인 홈페이지의 Warranty 요청에 문제 사진과 구입 내역을 첨부해서 교환해달라고 글을 올렸더니 바로 다음날 이메일로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서 ‘불편을 드려 미안하다, 새 가방을 DHL 발송 처리했고(!!) 쓰던 가방은 아래 베트남 공장으로 보내달라, 배송비는 증빙을 보내주면 60달러 내에서 페이팔 계좌로 보내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쓰던 가방은 편의점 국제택배로 발송했더니 배송비가 2.4만원 정도 나왔고 이메일로 영수증을 보냈더니 역시 며칠 지나지 않아 페이팔 크레딧 형태로 입금이 됐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는데 이메일 두어통이면 충분했습니다. 역시 킥스타터에서 전세계 사용자들을 상대로 장사하는데 잔뼈가 굵은 회사라 그런지 일처리가 빠르고 간단했습니다. 과실을 따지고, 쓰던 물건을 먼저 보내서 검수를 마쳐야 교환품을 받을 수 있으며, 그마저도 구입 후 기간 제한이 있는 대부분의 국내 쇼핑몰에 비해서도 괜찮다고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

픽디자인 제품의 단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비싸고, 무겁습니다.

직접 만져보면 왜 픽디자인의 제품이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비싸고 무거울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방류는 근본이 카메라 가방이다보니 가방 전반에 걸쳐 보강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금속이나 자석으로 된 부자재 비율도 높고, 분리수납을 위한 공간 구분이 많은데다 유선형 구조 덕에 원단도 많이 들어갑니다. 캡쳐 클립도 통짜 금속을 깎아 만드는 식입니다. 어느 쪽이든 상대적으로 비싸고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기 전에 적어도 한 번은 망설이게 됩니다. 앞서 고민했듯, 베지터블 레더도 아닌 합성섬유 재질의 가방을 20만원 넘게 주고 사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저는 샀습니다. 픽디자인의 제품처럼 디자인과 사용성 모두 훌륭한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게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수하물 무게 제한이 빡빡한 저가항공사를 이용할 때 가방이 무거우면 짐을 더 줄여야 합니다. 절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신 제 물건을 파우치 없이도 깔끔하게 분리수납할 수 있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제 물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이득이 있으므로 여행의 목적과 여행짐의 구성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그 외에도 써보니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제일 많이 사용한 픽디자인 제품이 백팩이다보니 주로 백팩에서 겪은 문제들입니다. 원단은 워낙 튼튼하고 박음질도 괜찮아서 문제가 생기기 어려워 보입니다. 제가 겪은 문제는 지퍼, 스트랩, 디바이더 같은 부자재 때문이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백팩의 측면 플랩 지퍼가 두 번이나 고장났었습니다. 교환은 쉽게 받았지만, 지퍼가 고장났던 당일은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측면 플랩을 닫을 수가 없으니 가방 안 물건을 무사히 간수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랩으로 가방을 둘둘 싸매서 어떻게든 가지고 오기는 했지만 두 번은 못 할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퍼가 두 번 고장났으니 두 번 하게 됐지만요.

픽디자인 포럼이나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내부 지퍼는 검증된 YKK를 쓰면서 정작 가방의 하중을 모두 받아내야 하는 외부 지퍼는 ZOOM을 쓰는 데 대한 불만이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저도 ‘설마’ 싶었는데, 쓰면서 ZOOM 지퍼에만 문제를 겪고 보니 두 지퍼 사이에 내구성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2019년 말, 픽디자인의 가방 제품군이 v2로 전면 리뉴얼되었습니다. v2 가방에는 아예 픽디자인이 ZOOM과 협업해서 새롭게 개발한 지퍼를 달았다고 합니다. 기존 ZOOM 지퍼에 비해 정말로 내구성 문제가 개선되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에 ‘Everyday Backpack v2 Zip 20L’ 제품을 주문해두었으니, 몇 달쯤 후에는 직접 평가해볼 수 있겠습니다.

픽디자인 가방의 정체성 중 하나인 디바이더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쓰면 쓸수록 끄트머리의 올이 풀려나옵니다. 가방 내부 공간을 분할하는 기능에 문제가 없지만 보기에 영 좋지 않습니다. 끝단 마감을 잘 해줬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요. v2 가방에도 동일한 문제가 보고되어 있어, 적어도 당분간은 개선될 여지가 없겠습니다.

스트랩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안전벨트 재질로 되어 있는 스트랩은 아주 질기고 튼튼합니다. 그런데 스트랩 길이를 자주 조정하다 보면, 금속제 버클과의 마찰 때문에 스트랩에 보풀이 생기며 변형이 일어납니다. 역시 쓰는데 크게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스트랩을 조절할 때 힘이 좀 더 들어가고, 역시 보기에 안 좋습니다. 이 문제는 픽디자인에 연락을 해서 가방을 교환 받기도 했었는데요, 교환 받은 가방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역시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백팩과 메신저백은 설계에 문제가 있습니다. 가방 윗부분을 맥래치 달린 플랩으로 여닫도록 되어 있는데, 플랩을 닫을 때 가방 입구를 잘 정리해주지 않으면 가방 내부가 빗물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습관이 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 값비싸고 습기에 약한 카메라와 렌즈를 담기 위한 가방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함께 한 날들

처음 픽디자인 가방을 구입한 후 지난 2-3년 동안 거의 매일 같이 픽디자인 제품을 써왔습니다. 특히 출퇴근용 가방은 시기에 따라, 기분에 따라 달라지긴 해도 결국은 픽디자인의 백팩, 메신저백, 슬링백, 토트백 중 하나였습니다.

통근 거리가 멀고 갖고 다니는 물건이 많다보니 튼튼하고 수납력 좋은 픽디자인 가방이 제 역할을 다해주었습니다. 필수품인 스마트폰과 지갑 말고도, 사원증, 의약품, 우산, 안경, 선글라스, 화장품류, 랩탑, 태블릿, 이어폰, 케이블, 보조배터리, 텀블러, 멀티툴 등을 파우치 없이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갈 때도 픽디자인 제품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짐을 최대한 줄여 기내 수화물 가방만으로 여행을 다니는데 픽디자인의 가방은 무게 측면에서는 손해가 있지만 그만큼 외부 충격과 비바람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해주어 특히 전자제품이 많을 때 유용했습니다.

픽디자인의 슬링백은 여행지에서의 보조가방으로도 잘 쓰고 있습니다. 지퍼를 잠글 수 없으니 보안 측면에서는 좀 아쉽기는 합니다. 대신 어지간한 비바람에도 내용물을 잘 지켜주고, 5L 슬링백은 힙색으로도 쓸 수 있어 하루 종일 걷기 일쑤인 여행지에서 어깨의 부담을 많이 덜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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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으로는 픽디자인 가방과 트래블 라인업 액세서리들의 시너지가 꽤 괜찮습니다. 픽디자인의 5L 슬링백이나 트래블 액세서리들은 픽디자인 트래블 백팩 크기에 딱 맞춰 나온데다, 모두 분리수납에 생활방수 기능을 충실히 갖췄습니다. 특히 픽디자인 패킹파우치가 물건입니다. 의류 분리수납에 압축용 지퍼도 달려 있어 여행짐 부피 줄일 때 좋았습니다.

마치며

쓰다 보니 이렇게 많이 쓰게 될 줄 몰랐던 것처럼, 픽디자인의 가방도 이렇게 많이 사게 될 줄 몰랐습니다. 덮어놓고 사다보니 어느새 픽디자인 가방 v1 라인업은 거의 다 갖고 있게 됐습니다. 사용 빈도에 차이는 있지만, 분명 모두가 좋은 가방들입니다. 여기에 DSLR 대신 똑딱이에 쓰는 캡쳐 클립, 카메라보다 가방에 더 많이 달고 다니는 카메라용 스트랩 3개, 셀 수 없을 정도의 앵커 커넥터, 각종 파우치들까지 집에 픽디자인 제품이 넘쳐납니다. 그도 모자라 v2 백팩 하나도 배송오는 중입니다.

구입하는데 쓴 돈을 생각하면 뼈 아프지만, 픽디자인의 제품에 담겨 있는 디자인 철학과 잘 구축된 생태계에 빠져보면 누구라도 집에 픽디자인 제품이 자가증식하는 기적을 맛보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더 마음에 드는 브랜드가 새로 나오지 않는 한, 저는 계속 픽디자인의 생태계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2 comments

  1. 안녕하세요. 픽디자인 생태계에 입수 준비중인 일인입니다. ^^;;
    하나 여쭤보려고 글 남깁니다.
    혹시, 홈페이지에서 구매하실 때 직접 한국으로 배송 받으셨나요?
    저는 미국생산 제품을 구입하려고 배대지로 배송받으려는데 자꾸 결재 취소가 되네요.
    혹시 같은 문제가 있으셨는지, 아니면 직접 한국배송은 문제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1. 미국 배대지와 한국 직배를 모두 이용했구요, 저는 별 문제 없이 잘 구입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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