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여행을 위한 사계절용 패킹리스트 (체크리스트)

들어가며

작년 이맘때 기내용 백팩 하나로 해외여행 짐 싸는 경험에 대해 글을 썼었습니다. 여행짐을 위탁수하물로 보내는 대신 비행기에 직접 갖고 타면 장점이 많습니다. 위탁수하물을 부치고 찾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짐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릴 확률이 줄어 마음이 편합니다.

그 글을 쓴 뒤 COVID-19 판데믹이 터지면서 자유로운 해외여행의 문이 닫혀버렸습니다. 다행히 저는 여행 자체만큼이나 여행 계획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 패킹리스트를 최적화하는 덕질을 즐기는 데는 그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어느새 겨울이 왔습니다. 겨울 여행짐을 싸는 일은 다른 계절보다 어렵습니다. 겨울철은 옷의 부피가 커지는데다 방한용품을 추가로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행짐의 기내 반입을 위해 맞춰야 하는 기준은 대체로 55x35x20cm(=37.5L) 이하, 7kg 이하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기준을 맞출 수 있다면 전세계 대부분의 항공사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으니 이용할 항공사의 허용 한도를 미리 잘 확인해야 합니다.

위 기준을 충족하면서 한국의 한여름(+35도) 한겨울(-15도)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사계절용 패킹리스트를 짜봤습니다. 겨울 옷을 챙기면서도 짐 무게와 부피를 많이 줄였기 때문에 미니멀한 패킹리스트를 찾는 분께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위에 링크된 글에 좀 더 자세한 방법론적 설명이 있습니다. !!

사계절용 패킹리스트

위 사진은 2020년 12월 기준의 겨울 여행용 일주일치 짐입니다. 몸에 걸친 것들이 3.2kg, 짐 무게는 백팩 포함 5.1kg입니다. 혹시 짐 무게 5kg 기준을 맞춰야 하는 경우 재킷이나 아이패드를 꺼내 손에 들면 됩니다. 2022년 5월 시점에서는 좀 더 최적화가 되어 이제는 겨울용 짐도 몸에 걸친 것은 제외하고 백팩 무게를 더해서 계산하면 4.5kg에 불과합니다.

이탤릭 표기는 겨울에만 추가로 챙기는 것들입니다. 그 외에도 여행에 꼭 필요하지 않다 싶은 물건은 뭉텅뭉텅 덜어내어 부피와 무게를 줄입니다. 특히 기타 항목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안들고 갑니다.

  • 필수품: 여권, 지갑, 현금, 비상금, 현금카드, 신용카드
  • 가방과 파우치: 백팩, 파우치, 패킹큐브
  • 상의: 반팔 티셔츠, 긴팔 티셔츠, 긴팔 셔츠, 후드집업, 경량 패딩, 윈드브레이커 재킷
  • 하의: 속옷, 레깅스, 긴 바지, 편한 긴 바지
  • 기타 의류: 양말, 넥게이터, 비니장갑
  • 신발: 구두/부츠, 샌들/슬리퍼
  • 전자제품: 스마트폰, 전자책/태블릿/노트북, 이어폰, 보조배터리, 충전기, 케이블, 멀티어댑터
  • 세면용품: 로션, 선크림, 리퀴드솝, 치약, 칫솔
  • 기타: 안경/선글라스, 안경닦이, 손수건, 손목시계, 목베개, 멀티툴, 볼펜, 물통, 빨래줄, 카라비너

추가 (2020년 12월):
백팩을 조금 더 작고 분리수납 좋은 것으로 바꾸는 대신 일부 파우치를 제외하고, 후드집업 대신 더 가벼운 플리스 재킷을 챙기는 걸로 패킹리스트를 조정했습니다. 그 결과 몸에 걸친 것들이 3.1kg, 가방 무게가 4.9kg이 됐습니다. 겨울용이 아니라면 각각 2.4kg, 4.6kg까지 무게를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추가 (2022년 5월):
일부 전자제품을 변경했습니다. 구두와 플리스 재킷 정보를 추가했습니다.

1) 필수품

  • 여권 (48g)
  • 지갑 Frenchie Speed Wallet Mini (현금, 비상금, 현금카드, 신용카드 포함 66g)
  • 비상금, 비상서류 (10g)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필수품. 극단적으로 다른 모든 소지품을 잃어버리더라도 여권과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주머니와 가방, 숙소 등에 최대한 분산하면 통째로 잃어버리거나 도둑 맞을 위험이 줍니다.

비상금은 전세계 어디서나 환전이 쉬운 미국 달러가 좋습니다. 저는 하루당 생존 비용으로 100달러, 한국 외교공관의 도움을 받기까지의 기간을 최대 3일을 가정하여 300달러 정도를 깨끗한 지폐로 준비합니다. 여권 사본이나 여권용 사진 2장이 있으면 여권을 분실했을 때 도움이 됩니다. 사진이야 현지에서 촬영해도 되지만 여권 사본은 미리 준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2) 가방과 파우치

겨울은 특히 캐리어보다 백팩에 유리한 계절입니다. 빙판에 쌓인 눈밭을 헤치며 캐리어를 끄는 건 끔찍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백팩을 메면 눈밭에서 두 손이 자유로워 걷기 편할 뿐만 아니라 넘어졌을 때 상체를 보호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여행용 백팩은 적당한 크기에 가볍고 튼튼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패킹리스트가 다르므로 적당한 백팩 크기의 기준도 다릅니다. 미리 여행짐을 최대한 빡빡한 정육면체로 싸 본 다음 크기를 재보면 쉽습니다.

다만 비행기 탈 때 백팩은 위탁하기보다 갖고 타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므로 기내 수하물 반입 기준을 맞춰줘야 합니다.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아무리 커도 45L를 넘어서는 안됩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보면 보통 40L 언저리 백팩이 가장 많이 추천되고, 본격적인 미니멀 패킹을 한다면 30L 이하까지 가방 크기가 작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24L 백팩(Incase EO Travel Backpack제가 쓴 리뷰)으로 시작해서 45L까지 갔다가 지금은 30L 언저리의 백팩을 씁니다. 캐리어로 환산하면 20인치 정도인데 백팩은 같은 부피라도 바퀴와 접이식 손잡이가 없어 쓸 수 있는 공간은 더 큽니다.

백팩은 형태를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백팩이 무거우면 기내수하물 무게 제한 맞추기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백팩 메고 다닐 때 피로가 빨리 옵니다. 백팩은 기능이 많을수록 무거워지니 적당한 기능에 좋은 자재를 써서 내구성이 좋은 제품 위주로 찾아보면 됩니다. 특히 스트랩 박음질이 잘 되었는지, 지퍼 제조사가 YKK 같은 신뢰할만한 회사인지가 중요합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백팩 고를 때 참고할만한 내용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 캐리어처럼 180도로 완전히 평평하게 열 수 있는 백팩은 짐을 싸고 풀기 편합니다.
  • 백팩이 자체 생활방수를 지원해주면 여행 중 비를 맞더라도 짐이 젖을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아니면 레인커버를 챙겨야 하는데 무게와 부피가 추가될 뿐만 아니라 매번 씌우고 벗기기 꽤 귀찮습니다. 젖은 레인커버 보관과 건조도 문제구요.
  • 30L 이하의 백팩은 비행기 좌석 아래 공간에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기내용 보조가방 없이도 필요한 물건을 바로 꺼낼 수 있어 편합니다.
  • 가슴 스트랩, 허리 스트랩, 로드 리프터 등이 있으면 백팩이 무거울 때 하중을 분산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번 패킹리스트를 작성하면서는 35L 백팩을 사용했습니다. 짐을 다 싸고도 공간에 여유가 있습니다. 남는 공간은 굳이 짐을 더 싸지 말고 현지에서 산 기념품이나 잠시 벗어놓는 재킷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면 됩니다.

백팩이 30L를 넘어가면 여행지에서 가볍게 쓰기에는 크기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보조가방이 하나 필요합니다. 역시 가능한 가볍고 튼튼하고 오래 메도 덜 불편하면서 재킷을 벗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작지 않은 가방이 좋습니다.

여행용 짐을 쌀 때는 용도에 맞는 파우치를 잘 활용하되, 가방에 자체 보조 수납공간을 활용하면 파우치 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압축 지퍼가 달린 의류 파우치는 옷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유용합니다.

추가 (2020년 12월):
이 글을 쓰면서 원래 쓰던 35L 여행용 백팩(Arcido Akra; 35L, 1kg)조차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최적화의 결과 짐이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팩을 Bellroy Transit Backpack(1.1kg; 28L)으로 바꿨습니다. 원래 쓰던 백팩보다 용량은 7L 줄고 무게는 100g 정도 늘었습니다. 대신 수납 구성이 좋고 일상용으로도 쓸 수 있어 파우치(Peak Design Field Pouch; 174g, 3L)와 보조가방(Matador Freefly16 Packable Backpack; 137g, 16L)를 짐에서 뺄 수 있어 전체 무게는 오히려 200g 줄었습니다.

3) 의류

여행 일정과 옷의 부피는 비례하지도 않고 비례할 수도 없습니다. 가방이 아무리 커도 한 달 치의 새 옷을 다 챙겨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갖고 간 옷을 세탁(손빨래, 세탁기, 세탁소, 세탁서비스 등)해서 입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그렇다면 며칠 분의 옷을 가지고 갈지에 대한 선택이 남습니다. 옷이 많으면 백팩이 무거워지고, 옷이 적으면 빨래가 너무 잦아집니다. 제 경우에는 3일치가 무게와 번거로움 사이의 균형점이었습니다. 공항에 입고 가는 옷을 포함해 속옷과 양말은 3일치, 그 외는 1벌 씩입니다.

옷의 양을 줄이는 대신 질을 높였습니다. 아우터는 합성섬유, 나머지 옷은 모두 메리노울 재질입니다. 특히 메리노울은 합성섬유처럼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면서 냄새와 주름에 강합니다. 평소 입는 옷을 여행에도 유리한 재질이 옷으로 서서히 바꾸어 가면 굳이 여행을 앞두고 여행용 옷을 따로 사지 않아도 됩니다.

겨울 외투는 두텁고 무거운 옷(예: 롱패딩)을 챙겨가는 대신 얇고 가벼운 옷을 겹쳐 입는 편이 낫습니다. 위 옷들만으로도 한겨울에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지만 롱패딩에 비하면 훨씬 작고 가볍습니다. 특히 등산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를 찾아보시면 레이어링에 대한 노하우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구성을 기본으로 여행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면 됩니다. 어지간한 겨울 여행은 저대로 가면 되고, 업무 출장이나 복장을 신경써야 하는 곳에는 후드 집업 대신 블레이저(Wool&Prince Blazer; 512g, XS+수선)와 액세서리(타이, 벨트)를 챙깁니다. 여름에는 패딩 재킷, 비니, 장갑을 빼고 양말은 짧은 것(Darn Tough T4016 Tactical No Show Cushion; 53g/ea, L)으로 바꿉니다.

4) 신발

저는 여행할 때는 물론 평소에도 발수 처리한 검은색 가죽 신발을 즐겨 신습니다. 도시 여행 중 만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튀지 않으며 주로 입는 셔츠와 블랙진에도 무난하게 어울립니다.

겨울에는 대신 부츠를 챙깁니다. 발목 위까지 높이 올라와 방한에 도움이 됩니다. 눈밭을 헤치고 걸을 때 발목을 지지해주고 눈이 신발 안까지 쉬이 들어오지 않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에 편하게 신을 샌들이나 슬리퍼 한 켤레만 더 챙기면 됩니다. 실내에서 신기 부담 없을만큼 간소하면서 야외에서도 신을 수 있을만큼 밑창이 단단한 제품이면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베어풋(Barefoot) 신발도 무게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뒷굽과 쿠션을 줄이는 대신 발볼을 넓히고 가볍고 유연하게 만든 신발입니다. 걷는 자세를 고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하루 종일 신어도 발이 편합니다. 제 경우 발볼 좁은 구두 때문에 생겼던 내성 발톱도 없어졌습니다.

제가 챙긴 베어풋 구두(528g)나 방수 부츠(816g)은 원래 신던 옥스포드화(Timberland Stormbuck Waterproof Oxford Shoes, 1040g)나 로우컷 트래킹화(Timberland Keele Ridge Hiking Shoes, 942g)보다도 가벼워 오래 걸을 때나 부담이 적습니다. 산에 가야 한다면 제대로 된 트래킹화를 챙겨야겠지만 다행히(?) 등산은 제 관심 분야가 아닙니다.

여기에 미니멀하면서 밑창이 단단한 베어풋 샌들 한 켤레를 더 챙겼습니다. 동남아에서는 외출용으로도 괜찮고 그 외에도 물놀이나 맨발로 편하게 움직일 때 신기 좋습니다.

5) 전자제품

  • 스마트폰 iPhone SE2 (169g)
  • 전자책/태블릿/노트북 iPad Pro 11 (479g)
  • 키보드 Smart Keyboard Folio for iPad Pro 11 (297g)
  • 이어폰 Apple AirPods Pro (69g)
  • 보조배터리 ZMI QB810 10,000mAh (177g)
  • 충전기 Anker PowerPort Atom III Slim 4 Ports (147g)
  • 스마트폰 액세서리 KableCARD (51g)
  • USB 케이블 30cm x3 (10g/ea)
  • AC 케이블 2구 60cm (42g)
  • 멀티어댑터 Travel Easy Worldwide Travel Adapter (36g)

여행의 주목적이 촬영이나 업무가 아니라면 렌즈교환식 카메라와 노트북 컴퓨터는 두고 가기를 권합니다. 크고 무겁고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고가품인데다 스마트폰으로도 대부분 대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 뭔가 더 챙겨야 한다면 태블릿이나 전자책이 낫습니다.

이어폰은 하나 챙겨볼 만 합니다. 커널형 이어폰이 있으면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매체를 감상하고 잘 때는 귀마개 대신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기기는 비행기, 기차, 버스의 시끄러운 엔진음을 지워 이동 중 피로를 크게 줄여 줍니다.

전에는 제대로 된 노이즈 캔슬링을 쓰려면 Bose QC35(233g)처럼 크고 무거운 헤드폰이 필요했었습니다. 요즘은 소니 WF 시리즈나 애플 에어팟 프로 등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완전 무선 이어폰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어 큰 부담 없이 챙길 수 있게 됐습니다.

여행 중 보조배터리와 충전기, 케이블은 충전해야 할 기기의 수에 맞춰 가장 작은 것으로 고르면 됩니다. 10000mAh 짜리 보조배터리면 어지간한 스마트폰을 서너 번 이상 완충할 수 있으니 더 클 필요가 없습니다. 충전기는 멀티포트 충전기가 편합니다. 케이블도 가능한 짧은 것들로 고르면 가볍고 덜 꼬입니다.

재밌는 기믹을 가진 액세서리 중 여행에 유용한 것들이 종종 있습니다. KableCARD는 충전 케이블, 다양한 젠더, 스마트폰 스탠드, 무선 충전기, LED 라이트, 유심 핀과 트레이, 메모리카드 리더 기능이 통합된 제품입니다. 이거 하나만 있으면 다른 케이블이나 젠더를 안 챙겨도 되니 편합니다.

멀티어댑터는 생각보다 크고 두꺼운 물건이라 가능하면 챙기지 않는 쪽이 좋습니다. 미리 숙소에 연락해서 멀티어댑터 대여가 가능한지, 객실의 콘센트에 한국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지 물어보면 멀티어댑터를 짐에서 빼버릴 수 있습니다.

6) 세면용품

대부분의 세면도구, 위생용품, 수건, 의약품, 화장품류는 공항이나 여행지에서 어렵잖게 구할 수 있습니다. 위 목록에는 그런 이유로 면도기, 상비약 등이 빠져 있습니다. 꼭 특정 제품만 고집하는 것이 아닌 이상 최소한으로만 챙기면 됩니다.

세면용품 챙길 때는 액체류 기내 반입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분할 때는 평소 사용하는 양을 미리 계량해서 기록해두었다가 여행일수에 맞게 소분하면 나중에 남는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소분용 공병은 재사용하려면 뚜껑이 크게 열려 세척이 쉬운 것이 좋습니다.

세면용품은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제품이 좋습니다. 얼굴을 포함한 전신용 로션이나 세수, 샤워, 빨래, 심지어 비상시에는 치약 대신으로도 쓸 수 있는 리퀴드솝이 좋은 예입니다. 헤어 컨디셔너(린스)는 머리 감을 때 뿐만 아니라 손빨래할 때 섬유유연제 대용으로 훌륭합니다.

7) 기타

그 외 물품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챙기면 됩니다. 면도기, 물티슈, 상비약을 비롯한 생필품 대부분은 굳이 짐에 넣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든 스마트폰 사전, 구글 지도, 친절한 태도, 그리고 돈만 있다면 못 구할 게 없습니다.

보통의 해외여행 체크리스트와 비교해보면 저는 물통, 멀티툴, 빨래줄을 더 챙긴 대신 자물쇠, 우산, 물티슈나 티슈, 비상식량 등이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가감한 결과입니다. 마찬가지로 경험에 따라 조정하면 됩니다.

그 중 멀티툴과 자물쇠에 대해서만 사족을 달아보려고 합니다.

제 멀티툴은 작은 가위, 네일 파일, 플라이어, 핀셋, 병따개, 카라비너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멀티툴에 나이프가 달려있거나, 드라이버나 가위 날 끝이 뾰족하거나 길이를 초과하면 보안검색 과정에서 압수되므로 제품을 잘 골라야 합니다.

대신 여행 중에는 멀티툴의 모든 기능을 한 번 이상 잘 썼습니다. 이 중 제일 유용했던 건 가위입니다. 쿠폰북, 입장팔찌 등을 자를 때 편리합니다. 멀티툴이 부담스럽다면 끝이 뭉툭한 작은 가위, 손톱깎이, 병따개 겸용 카라비너를 조합해 대체할 수 있습니다.

자물쇠는 제가 보기에 여행용으로는 쓸모가 없습니다. 가방 지퍼를 자물쇠로 잠궈도 볼펜 한 자루만 있으면 지퍼를 열 수 있고 어지간한 번호 자물쇠는 특별한 도구 없이도 놀랍도록 쉽고 빠르게 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호스텔 락커용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자물쇠를 챙기기 보다 일반적인 여행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매치기로부터 약간의 시간을 버는 용도라면 차라리 최대한 작고 눈에 잘 안 띄는 안전옷핀 같은 게 낫습니다. 저는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는 작고 가벼우며 잠글 수 있는 카라비너를 골랐습니다.

마치며

여행 패킹리스트는 한 번 쓰고 끝이 아닙니다. 여행을 갔다올 때마다 어떤 물건이 필요했고 어떤 물건은 필요 없었는지, 어떻게 짐을 싸면 다음 번 여행을 더 잘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수정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여행 출발 전 여유 있을 때 미리 짐을 한 번 싸보고 나만의 패킹리스트를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당일 출발하는 해외출장이나 핫딜 항공권을 앞두고도 당황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백팩 하나에 다 챙겨 나올 수 있습니다.

얼른 이번 판데믹이 끝나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여행보다 여행 준비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여행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여행 준비를 좀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3 comments

  1. 디테일한 리뷰와 정보 많이 얻고 갑니다. 글 몇개 아주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배낭여행 준비중인데 보조가방을 많이 들고 다니시고 앞뒤로 메고 다니시던데 전 큰 배낭 하나만 메고 싶어서 정보 수집중입니다.

    글 읽다보니 접이식 경량 백팩(Matador Freefly16 Packable Backpack)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사용후기 좀 부탁드립니다.

    이 배낭에 맥북이 들어갈까요? 평소에는 배낭에 넣고 공항 갈때는 이 가방을 앞가방으로 쓸 예정입니다. 랩탑 넣는 공간 유무가 궁금합니다.

    따로 없더라도 넣는데 무리가 없을지 궁금합니다. m1맥북에어 제품입니다.

    1. 13인치 맥북 프로 사용하는데요, 들어는 가는데 별도의 랩탑 수납공간이 없는데다 가방이 워낙 얇아서 파우치를 사용하셔야 하고, 그럼에도 어지간히 짐이 많지 않으면 가방 안에서 고정이 잘 안됩니다. 랩탑을 꼭 사용하셔야 하면 많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2. 디테일한 리뷰와 정보 많이 얻고 갑니다. 글 몇개 아주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배낭여행 준비중인데 보조가방을 많이 들고 다니시고 앞뒤로 메고 다니시던데 전 큰 배낭 하나만 메고 싶어서 정보 수집중입니다.

    글 읽다보니 접이식 경량 백팩(Matador Freefly16 Packable Backpack)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사용후기 좀 부탁드립니다.

    이 배낭에 맥북이 들어갈까요? 평소에는 배낭에 넣고 공항 갈때는 이 가방을 앞가방으로 쓸 예정입니다. 랩탑 넣는 공간 유무가 궁금합니다.

    따로 없더라도 넣는데 무리가 없을지 궁금합니다. m1맥북에어 제품입니다.

    1. 13인치 맥북 프로 사용하는데요, 들어는 가는데 별도의 랩탑 수납공간이 없는데다 가방이 워낙 얇아서 파우치를 사용하셔야 하고, 그럼에도 어지간히 짐이 많지 않으면 가방 안에서 고정이 잘 안됩니다. 랩탑을 꼭 사용하셔야 하면 많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3. 글 매우 잘 보았습니다. 1년 전 부터 저와 비슷한 짐에 대한 고충과 견해를 가지고 계셔서 자주 와서 즐겨보는 블로그 입니다~

    주인장님의 벨로이 트랜싯 백팩의 리뷰가 너무나도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저는 극한의 미니멀리스트라서… 인생을 가방 하나로 살고 있습니다.

    33l의 백팩[에이어 트래블 팩 2]을 쓰는데 이 가방에 소유한 물건 대부분을 넣으면 공간의 60% 정도를 사용하고 60% 빈공간 이더군요.

    크기와 무게가 오버사이즈라고 생각하여… 최근 눈독 들이는게 벨로이 트랜싯 워크팩20l, 트랜싯 백팩28l 인데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안와서… 리뷰 요청 드립니다.. 혹은 댓글로 주인장님의 견해라도 부탁드려봅니다!

    1. 반갑습니다. 저도 가능하면 백팩 하나로 모든걸 해결하고 싶어 28l 백팩을 평소에도 씁니다. 다만 여행용으로는 적당한데, 일상용으로는 확실히 큰 편입니다. 가방 주수납공간은 거의 아무것도 안넣고 다닐 정도니까요. 그래도 가끔 재킷을 넣거나 장을 보거나 할 때는 유용합니다. 20l 백팩도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제 동계용 여행짐이 딱 저 정도 크기인데 여유공간이 좀 모자라지 않나 싶고, 세세한 수납이나 체스트 스트랩이 있다는 점은 28l 쪽이 나아서 일단은 28l에 정착한 상태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글 매우 잘 보았습니다. 1년 전 부터 저와 비슷한 짐에 대한 고충과 견해를 가지고 계셔서 자주 와서 즐겨보는 블로그 입니다~

    주인장님의 벨로이 트랜싯 백팩의 리뷰가 너무나도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저는 극한의 미니멀리스트라서… 인생을 가방 하나로 살고 있습니다.

    33l의 백팩[에이어 트래블 팩 2]을 쓰는데 이 가방에 소유한 물건 대부분을 넣으면 공간의 60% 정도를 사용하고 60% 빈공간 이더군요.

    크기와 무게가 오버사이즈라고 생각하여… 최근 눈독 들이는게 벨로이 트랜싯 워크팩20l, 트랜싯 백팩28l 인데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안와서… 리뷰 요청 드립니다.. 혹은 댓글로 주인장님의 견해라도 부탁드려봅니다!

    1. 반갑습니다. 저도 가능하면 백팩 하나로 모든걸 해결하고 싶어 28l 백팩을 평소에도 씁니다. 다만 여행용으로는 적당한데, 일상용으로는 확실히 큰 편입니다. 가방 주수납공간은 거의 아무것도 안넣고 다닐 정도니까요. 그래도 가끔 재킷을 넣거나 장을 보거나 할 때는 유용합니다. 20l 백팩도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제 동계용 여행짐이 딱 저 정도 크기인데 여유공간이 좀 모자라지 않나 싶고, 세세한 수납이나 체스트 스트랩이 있다는 점은 28l 쪽이 나아서 일단은 28l에 정착한 상태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 답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극한의 미니멀리스트 답게 20l 근처의 가방을 탐색해야겠습니다.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자주 보고싶습니다!

  6. 안녕하세요 저도 주인장님 처럼 미니멀 패킹리스트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글이 유익해서 몇번이나 와서 다시 정독하게 되네요 ㅎㅎ
    저도 울앤프린스 티셔츠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신체사이즈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xs을 사야할지 s을 사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ㅠㅠ 직구를 하려다 보니까 사이즈 선택이 매우 신중해지네요.
    감사합니다~

    1. 안녕하세요, 글이 유익했다니 고맙습니다. 사이즈는 가슴 둘레를 보고 사시면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178cm, 68kg이고 보통은 95 사이즈를 입는데 울앤프린스는 XS가 딱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7. 안녕하세요 저도 주인장님 처럼 미니멀 패킹리스트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글이 유익해서 몇번이나 와서 다시 정독하게 되네요 ㅎㅎ
    저도 울앤프린스 티셔츠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신체사이즈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xs을 사야할지 s을 사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ㅠㅠ 직구를 하려다 보니까 사이즈 선택이 매우 신중해지네요.
    감사합니다~

    1. 안녕하세요, 글이 유익했다니 고맙습니다. 사이즈는 가슴 둘레를 보고 사시면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178cm, 68kg이고 보통은 95 사이즈를 입는데 울앤프린스는 XS가 딱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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