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MATIC Travel Bag 1년 사용기

Nomatic Travel Bag

들어가며

Nomatic Travel Bag킥스타터에서 구입해서 수령한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 동안 여러번의 국내외 여행이 있었고 그 중 절반이 Nomatic Travel Bag과 함께였다. 후덥지근한 타이베이의 여름부터 눈보라 휘몰아치는 홋카이도의 겨울까지. 비교적 다양한 환경에서 이 가방을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다. 이제 지금까지의 경험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장점

직접 사용해본 결과, 이 가방의 가장 큰 장점은 크기, 수납, 방수로 요약할 수 있다.

매우 적절한 크기

Nomatic Travel Bag은 조그만 보조가방을 대체하기 위한 가방이 아니다. 크기와 부피가 큰 짐을 수납하는, 바퀴 달린 캐리어 가방을 대체하는 가방이다. 때문에 많은 짐을 담을 수 있도록 충분히 커야 하며, 또 기내수하물로 반입할 수 없을만큼 너무 커서는 안 된다.

EVA 항공 기내수화물 크기 제한과 비교

Nomatic Travel Bag의 크기는 딱 그 중간 어딘가의 적당한 지점에 위치한다. 기준이 넉넉한 항공사의 제한에는 여유있게 맞다. 기준이 빡빡한 항공사의 제한에는 꾹꾹 눌러 맞추면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다. 가방이 형태가 잡혀 있으면서도 말랑말랑한 편이라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Nomatic Travel Bag을 기내수화물로 가지고 타면서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이런 절묘한 크기와 낭비되는 공간이 없는 직육면체 형태 덕에 생각보다 많은 짐을 수납할 수 있다. 사나흘 정도 일정의 짧은 여행용으로는 오히려 공간이 많이 남아서 돌아올 때 쇼핑 결과물을 가득 담아올 수 있다. 일주일을 넘어가는 겨울철 여행짐 역시 이 가방 하나로 넉넉히 쌀 수 있었다.

매우 적절한 수납

Nomatic Travel Bag의 또 다른 장점은 수납이다. 단순히 짐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가방 여기저기에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골고루 마련되어 있다.

이 가방이 가진 수납공간은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태블릿 하나와 노트북 하나를 분리수납할 공간, 전자제품을 담기 위한 플리스 안감의 공간, 물통이나 비에 젖은 우산을 넣을 수 있는 방수 공간, 신발 두 켤레를 다른 짐과 완전히 분리해서 수납할 수 있는 공간, RFID 차단 기능이 있으며 자물쇠로 따로 잠글 수 있는 공간, 외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측면의 크고 작은 수납공간까지. 그 어떤 복잡한 짐도 용도와 목적에 맞게 분리해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커다란 주 수납공간도 활용하기 쉽다. 수납과 정리가 쉽도록 뚜껑이 180도로 열리는, 여행용 가방의 가장 기본적인 미덕 역시 놓치지 않았다. 주 수납공간의 깨끗한 옷과는 분리해야 할 신발, 세탁이 필요한 의류 등은 각각 가방 하단과 상단 공간에 분리수납 할 수 있어 여행의 마지막 날까지 깨끗하게 입을 수 있다. 자잘한 액세서리들 역시 측면의 분리수납 공간을 활용하면 별도의 파우치 없이도 서로 섞이지 않게 정리할 수 있다.

매우 적절한 방수

내가 Nomatic Travel Bag을 구입하기 전에는 Incase EO Travel Backpack을 여행 가방으로 큰 불만 없이 수 년 동안 잘 썼었다. 그럼에도 여행 가방을 바꾸기로 결심한 이유는 우기의 페루에서 소나기를 맞으며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숙소로 왔더니 가방 안에서 물이 찰랑이던 끔찍한 경험 때문이다.

레인커버를 별도로 구입해도 되지만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데 레인커버를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씌우고 벗기는 것이 번거롭다. 레인커버를 씌운 상태에서는 가방에 물건을 넣고 빼기 어려운 것 역시 불편하다.

Nomatic Travel Bag은 타프용 방수원단인 타폴린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자연스레 생활방수가 된다. 보통 방수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지퍼인데, Nomatic Travel Bag의 모든 외부 지퍼는 방수 커버가 덮여있다. 이 정도면 가방 자체가 물에 잠기지 않는 이상 여행 중 만나는 어지간한 비는 버틸 수 있다.

소나기를 맞은 후

실제로 대만에서 소나기를 만났을 때나 홋카이도에서 눈보라를 맞았을 때 모두 가방 겉면에는 물이 송글송글 맺혀있었지만 안의 내용물은 전혀 젖지 않았다. 가방 겉면도 물이 스며들지 않아 그냥 툭툭 털어내는 것으로 충분했다.

겉면 뿐만 아니라 가방 윗쪽의 큼직한 수납공간 중에도 방수가 되는 곳이 있다. 찬물을 담으면 겉에 물방울이 맺히는 물통, 비에 젖은 우산이나 윈드브레이커 재킷 등을 넣어도 다른 수납공간을 적시지 않아 활용하기 좋았다.

그 외의 적절함

이만한 크기의 가방치고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모양새를 가졌다. 좋게 말하면 미니멀리즘, 나쁘게 말하면 투박하게 생겼다. 물론 크기가 크기인지라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도 거리에서 소음을 내며 다니는 알록달록한 캐리어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국내보다 치안 사정이 나쁜 해외에서는 남들 눈에 띄어 좋을 게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눈에 띌 여지가 적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가방 상하에 달려있는 손잡이, 캐리어 가방 손잡이에 결합할 수 있는 부분, 소매치기가 어렵도록 착용자의 등 쪽으로 난 (대부분의) 수납공간 입구, 태블릿 수납공간 벨크로 결합부의 케이블 연결용 구멍, RFID 차단 공간 등 여행용 가방으로서의 자잘한 디테일 역시 나쁘지 않았다.

구입시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 같이 받을 수 있는 액세서리도 대체로 괜찮았다. 나는 허리스트랩, 빨래바구니, 진공백을 골랐다. 세면도구백은 투명하지 않아 기내 액체류 반입 규정에 어긋나고 셔츠 정리도구는 더 저렴한 대체제가 많기 때문이다.

허리스트랩은 가방의 무게가 무거울 때 가슴스트랩과 같이 사용하면 중량을 분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양쪽 스트랩에 모두 지퍼로 된 수납공간이 있는 것도 좋다. 다만 모양새가 예쁘지는 않고 탈착은 연습이 좀 필요하다. 나는 짐을 최대한 작고 가볍게 싸는 편이라 가슴스트랩만으로 충분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접어서 가방 내에 수납 가능한 빨래바구니

빨래바구니는 가방 하단의 신발 수납공간에 있는 고무 스트랩에 결합해서 휴대할 수 있다. 숙소에 도착하면 풀어서 사진처럼 문고리에 걸어주고 세탁해야 할 옷이 생길 때마다 바구니 안에 던져넣으면 된다. 코인세탁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바구니 째로 들고 가서 세탁하면 되고, 숙소 간을 이동할 때는 쌓인 빨래를 밑의 진공백에 옮겨담으면 편리했다.

진공백은 안에 옷을 넣고 뚜껑을 닫은 뒤 누르면 공기를 빼내서 부피를 줄여준다. 나는 여행갈 때 챙겨가는 옷이 적은 편이라 짐을 쌀 때는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빨래바구니에 쌓인 옷을 여기에 넣고 압축하면 부피가 줄어들고 수분이나 냄새를 새 옷으로부터 차단할 수 있어 유용했다.

단점

Nomatic Travel Bag의 가장 큰 단점은 무게다. 가방 외곽이 튼튼하지만 무거운 타폴린 소재로 되었기 때문인데 텅 빈 가방 무게가 이미 1.8 kg에 달한다. 어지간한 나일론 백팩 두 개 무게다. 어깨 스트랩의 패딩은 가방의 무게와 크기에 비해 불충분하다. 등판에는 패딩이 아예 없다. 때문에 짐이 많고 무거울 때는 가슴스트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처음 Nomatic Travel Bag이 킥스타터에서 캠페인을 시작할 때 내세웠던 기능 중 하나는 ‘Innovative strap system’으로, 하나의 스트랩으로 백팩과 더플백 기능을 동시에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가방은 더플백으로 쓰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차라리 가방 위에 달린 두툼한 손잡이를 잡는 쪽이 더 편하다. 쓰지도 않는 더플백 기능 때문에 남는 스트랩이 거추장스럽다.

외부 지퍼에 별도의 고리가 없어 자물쇠로 잠글 수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시각에 따라 단점일 수 있기에 여기에 쓰긴 하지만 나는 별 달리 단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외부 지퍼를 자물쇠로 잠그고 다니는 건 ‘이 안에 귀중품이 있어요!’라고 소리치고 다니는 것과 다름 없다. 도둑 입장에서는 지퍼 옆을 면도칼로 째버리면 그만이다. 내가 보기에는 눈에 띄는 곳에 자물쇠를 채우기보다는 귀중품을 최대한 가방 안팎, 몸 여기저기, 숙소 안전금고 등에 분산하는 쪽이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결론

겨울 홋카이도 7박 8일 여행짐

내가 7박 8일 일정으로 한겨울 홋카이도로 여행갈 때 쌌던 짐이다. 다른 물건들은 별도의 파우치 없이 가방 상하좌우에 다 분리수납했고 주 수납공간에는 옷가지와 투명 지퍼백에 담긴 세면도구 뿐이었다. 그러고도 가방 안에는 저만큼의 공간이 남아서, 겨울 재킷 안에 레이어드해서 입고 있던 플리스 재킷을 벗어서 넣거나 현지에서 산 물건을 넣어오는 용도로 활용했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며 Nomatic Travel Bag과 얇은 보조가방 하나면 가방에 대해서만큼은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공항이나 숙소를 오갈 때는 Nomatic Travel Bag에 모든 짐을 넣어다니고, 숙소에 짐을 놓고 가볍게 움직일 때는 보조가방에 꼭 필요한 물건만 넣어 사용하는 식이다.

공항에 갈 때는 내용물(특히 액체류)를 기내 반입 기준에 맞춰주면 이 가방을 기내수하물로 들고 탈 수 있다. 도착하면 위탁수하물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수속 밟고 공항에서 나갈 수 있다. 대중교통에서도 캐리어 가방처럼 별도의 짐칸에 넣지 않고 손 뻗으면 닿는 곳에 둘 수 있으니 편하다.

그렇게 짐에 낭비되던 시간을 대신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사용하라는 것. 이것이 가방에 동봉되어 온 택에 적힌 이 가방의 제작 의도였다. 정확히 이런 의도로 사용하는데 최적화된 가방이고, 이런 목적으로 사용할 때 이 이상 유용한 가방을 나는 아직 찾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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