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의 독서기록

1월에 이어 소설 위주로 읽어나갔다. 특히 <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분량이 많아 적어도 3월에서 4월까지는 계속 붙잡고 있게 될 것 같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2부: 풀잎관> (전 3권)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옮김, 교유서가 펴냄

<마스터스 오브 로마 1부: 로마의 일인자>에서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로마를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이미 로마 공화정은 망조가 단단히 들었다. 외국과의 전쟁을 결정함에 있어서조차 로마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이 우선시된다. 반면, 고귀하고 명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은 혹평을 받는다.

“퀸투스 오피우스는 고루한 사람입니다. 로마는 영원해야 하고, 명예가 가장 중요하며, 다소 미심쩍은 가외활동으로 돈을 약간 챙기는 걸 대단한 패악으로 생각하지요. 그러니 이 군사행동의 목적이 카파도키아에서의 정의 실현만은 아닌 것 같다고 퀸투스 오피우스가 생각하게 할 만한 말이나 행동을 삼가십시오.”
아퀼리우스가 킬킬 웃었다, “우리 몫이 더 많아지겠군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카시우스가 흐뭇하게 대꾸했다. (풀잎관 3권 8장 중)

하지만 가이우스 마리우스 역시 두 번의 뇌졸중을 거치며 예전의 명민함을 잃고 만다. 그 빈자리를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가 파고들며 화려하게 비상한다. 술라의 부상 역시 마리우스의 그것만큼이나 평탄치 않았지만 타고난 운과 능력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마리우스파와의 내전에서 승리한다.

인명이나 지명이 수도 없이 등장해서 대체 이 사람이 누구고 그 곳이 어디였는지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게 만드는 점은 여전하다. 그리고 1부에 비해 2부에서는 번역의 긴장도가 조금 떨어졌다고 느꼈다. 특히 영미권 소설을 한국어로 옮길 때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래어를 지양하는 쪽이 좋다. 몇몇 단어가 외래어 그대로 표기된 통에 비교적 잘 윤문된 번역문 사이에서 직역문이 툭 튀어나온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우스와 술라의 사투는 워낙 재미있는 이야기라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다음 세대의 기수인 카이사르, 키케로, 폼페이우스가 마침내 성인이 되어 스스로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모습 역시 흥미로웠다.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 지음, 조종섭 옮김, 비채 펴냄

리디북스가 설 연휴 즈음해서 무료책을 마구 살포했는데 그 와중에 한 권 골라잡은 것이 이 책이다. 이야기의 구조 자체는 연극 <라이어>와 꼭 닮았다. 작은 부정을 덮기 위한 <라이어>의 거짓말이 커져가듯, 우연히 얻은 거금을 숨기기 위한 <심플 플랜>의 범죄도 더 커져간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던 인간상들인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점점 타락하고 망가져가는지 한 발짝 옆에 떨어져 관찰하는 것이 감상의 주목적이 된다.

찾아보니 90년대 스릴러 소설로 아주 유명한 작품이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은 ‘글쎄’다. 사건 자체가 주는 스릴보다는 인간 내면에 대한 관찰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소설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아내 정도를 제외하면 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예상가능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흐느껴 올 때는 내 자신이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간으로 여겨진다. 내가 저지른 그 모든 일들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없다 하더라도.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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