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부의 거인들이 밝히는 7가지 비밀”을 읽고

<머니>를 처음 서점에서 봤을 때는 그저 그런 투자정보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투자정보서는 이 세상에 말 그대로 넘쳐난다. 서점은 물론 블로그, 카페, 유튜브, 신문 기사, 증권사 리포트… 큰돈 벌 기회를 알려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어야 할 것 같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투자정보서를 적어도 내 돈 내고는 읽지 않는다. <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뒤늦게 <머니>를 돈 주고 사 읽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좀 더 안정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검토하던 중 우연히 올웨더(All weathers) 포트폴리오를 접했다. 백테스트 결과도 괜찮았다. 그런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들은 내가 보기에 내용이 너무 빈약했다. 좀 더 찾아보니 올웨더 포트폴리오가 처음 소개된 출처가 바로 <머니>였다. 그래서 <머니>에는 좀 더 충실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 주문한 책이다.

막상 읽어보니 <머니>는 내 기대에 딱 맞는 책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머니>는 단순히 올웨더 포트폴리오나 돈을 많이 버는 방법에 대한 책이 아니다. 900쪽가량의 꽤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올웨더 포트폴리오에 대한 설명은 40여 개의 챕터 중 두 개 챕터, 겨우 몇 쪽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내가 원했던 위험 분산에 대한 수치적이고 논리적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머니>가 담고 있는 핵심적인 투자 방법론은 당연하고도 단순하다. 1)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적립식 장기 투자, 2)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수수료와 세금 최소화, 3) 돈을 잃지 않기 위한 분산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막연할 수 있는 개념을 구체적인 숫자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 투자지침서로서의 <머니>의 장점이다.

특히 구체적인 은퇴 계획을 스스로 쉽게 짜볼 수 있도록 저자는 앱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좀 더 간단히는 인터넷에서 이미 유명한 낙원 계산기를 활용해봐도 되겠다. 책에서도 강조하듯이 직접 구체적인 숫자를 뽑아보는 것만큼 확실한 동기 부여도 없다. 은퇴 후 수십 년을 유복하게 살지, 아니면 비참하게 살아갈지가 달려있다면 더욱 그렇다.

<머니>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삶의 자세다.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 행복은 무엇인지, 행복을 이루기 위한 수단은 무엇인지, 인생에서 돈이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베푸는 태도를 가지라고 권한다. 매일 아침 감사하는 사람, 감사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돈이든 시간이든 다른 사람, 이왕이면 전혀 모르는 사람을 돕는 데 쓰라고 한다.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리 많이 갖더라도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내용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지만, 자선에 대해서만은 그럴 수 없었다. 몇 번 선의로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해봐도 책에서 이야기하는 베풂의 행복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계속 선의를 유지하는 일이 어려웠다. 여기에 대한 답은 <머니>에서도 얻을 수 없었다.

초반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잘 읽히는 책이었지만 내용에 비해 책의 분량이 불필요하게 많다고 느꼈다. 특히 같은 내용이 책 전체에 걸쳐 몇 번씩 반복되는 일이 잦았다. 여러 날에 걸쳐 열리는 세미나에서라면 이는 청자에게 이전에 전달한 내용을 반복해서 상기시켜 각인하는데 효과 좋은 방법이다. 다만 책으로서는 지면을 지나치게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우선은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파워볼 1등에 당첨될 확률이 1억7500만 분의 1이고 차라리 번개에 맞을 가능성이 251배 더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복권 구입에 돈을 쓴다.

속도를 높이고 머니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3가지 고속 전략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저축을 늘리고 그 차액을 투자하라.
2. 소득을 올리고(시장에 가치를 더해주고) 그 차액을 투자하라.
3. 수수료와 세금을 줄이고 그 차액을 투자하라.

이 책은 저축과 투자를 복리로 불려 재무적 자유로 나아가는 길을 주된 교리로 삼는다.

이번 장의 내용 중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하나로 정리하면 이렇다. 위험/성장 버킷에 모든 돈을 다 집어넣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키스이다. 많은 전문가가 투자자의 95퍼센트는 거의 10년 뒤에는 가진 돈을 다 잃는다고 추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상승세 물살을 타다가 물살이 사라지면 바윗덩이처럼 가라앉는다. 그리고는 시장 추락이라는 불가피한 사태가 발생하는 동안 재무적 손실에 온몸을 두들겨 맞는다.

부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평화를 주는 방법으로 부를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어떤 방법이 마음의 평화를 주는가? 자산배분을 할 숫자를 적고 실천에 옮겨라! 퍼센트만 봐도 마음에 딱 드는가? 그 비율 안에서 걸어라. 그 숫자 안에서 살아라. 그 비율을 소유하라! 이 자산배분 비율이야말로 당신에게 확실한 재무적 미래만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도 안겨줄 열쇠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은 목표가 되지 못한다. 돈 그 자체는 목표가 되지 못한다. 우리의 가치를 가늠해주는 척도는 은행 잔고의 무게가 아닌 자신이 가진 영혼의 무게이다. 돈을 향한 여정, 돈이 이끌어주는 장소 그리고 돈이 가져다주는 시간과 자유와 기회. 이런 것들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목표이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