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보통 운전면허 취득 후기 (1/1/4, 3개월, 100만원)

세 줄 요약

  • 결과: 학과 1회차 합격, 장내기능 1회차 합격, 도로주행 4회차 합격
  • 총 소요 비용: 1,044,000원 (학원비 847,000원 + 학과시험 10,000원 + 장내기능보험료 8,000원 + 연습면허발급료 4,000원 + 도로주행시험 3회 165,000원 + 면허증 발급비 10,000원)
  • 총 소요 기간: 3개월 (2022년 1-4월)

타임라인

  • 01/18: 학원 등록
  • 01/25: 학과 교육 (3시간)
  • 01/26: 학과 시험 1회차 (합격, 87점)
  • 02/08: 장내기능 교육 1회차 (2시간)
  • 02/10: 장내기능 교육 2회차 (2시간)
  • 02/13: 장내기능 시험 1회차 (합격, 90점)
  • 03/24: 도로주행 교육 1회차 (2시간)
  • 03/25: 도로주행 교육 2회차 (2시간)
  • 03/27: 도로주행 교육 3회차 (2시간)
  • 04/03: 도로주행 시험 1회차 (결시)
  • 04/05: 도로주행 시험 2회차 (불합격, 46점)
  • 04/11: 도로주행 시험 3회차 (불합격, 60점)
  • 04/19: 도로주행 시험 4회차 (합격, 79점)
  • 04/20: 운전면허증 발급

들어가며

2022년 새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1종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했습니다. 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직장에 다니고부터는 시간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면허 취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평생 많아야 한 번 있는 경험이니 그 과정을 간단히 정리해둡니다.

학원 등록 (1/18)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연초를 맞아 이직도 했습니다. 이직을 하고 보니 출장이 잦은 회사네요. 지금까지 운전면허 없이도 직장생활은 나름대로 잘 해오긴 했습니다. 대한민국, 특히 수도권의 대중교통망은 훌륭하니까요. 대중교통으로 해결이 안되면 법인카드로 타는 택시의 가호를 받을 수도 있었구요. 그래도 마침 계기가 생겼으니 운전면허를 따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면허를 따는데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독학과 운전전문학원인데요, 특히 요즘은 유튜브가 잘 되어 있기도 하고 시뮬레이터 쓰는 사설학원도 많아서 예전보다 독학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운전 감각이 좋아서 시험에 금방 합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비용은 독학이 훨씬 쌉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단 코스를 타면 비용은 63,000원, 시간은 하루면 됩니다.

저는 운전전문학원을 택했습니다. 이제는 돈보다 시간이 더 아까운 나이가 되어서 돈을 더 쓰더라도 시간 투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거든요. 실제로 운전전문학원은 실차량에 승차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교육 받은 코스에서 그대로 시험 볼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많이 비쌉니다.

학원비는 847,000원이었습니다. 학원비에는 교육비, 보험료, 장내기능 시험과 도로주행 시험 각 1회 응시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액이 생각보다도 많이 비쌌는데 서울 시내에 있는 학원이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업종이 학원이라 회사 복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코로나 덕에 포인트 쓸 곳이 없어 소멸 위기였는데 덕분에 포인트를 잘 털었습니다.

1종보통과 2종보통(자동) 중에서는 1종보통을 따기로 했습니다. 1종이 2종의 상위호환인데 비용이 똑같으면 당연히 1종 따는게 이득 같아서요. ‘남자는 1종’이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도 한몫 했습니다. 면허 따는 과정에서 클러치 때문에 고생도 했는데 또 클러치 조작이 재미있어서 마냥 안좋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도로주행 때 받은 감점 중 클러치 관련은 얼마 안되기도 했었구요.

시기가 연초다보니 운전학원은 극성수기입니다. 원래 목표는 짧게 굵게 2주 안에 면허증을 따고 싶었는데요, 실제로는 예약이 워낙 많이 밀려 있어 어림도 없었습니다. 학원 상담 때 빠르면 두 달, 불합격이 있으면 석 달 정도 생각하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딱 맞는 예상이었습니다.

학과 교육 (1/25)

학과(필기) 시험을 보려면 면허시험장에서 교통안전교육 1시간을 필수로 들어야 합니다. 학원 수강생은 별도의 학과 교육 3시간을 들어야 하는데, 이걸 다 들으면 교통안전교육 1시간은 면제됩니다. 반대로 교통안전교육을 먼저 받고 학원으로 가면 학과 교육 3시간은 면제가 안됩니다. 대신 장내기능까지 독학으로 합격 후 학원으로 가면 학과 교육이 면제됩니다.

학과 교육 3시간이 길어보였는데 막상 겪어보니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학습 범위가 굉장히 넓었거든요. 강사가 요점만 알려주고 도로교통안전공단이나 블랙박스 몇대몇 등에서 발췌된 영상 자료를 보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시간이 굉장히 빠듯했습니다.

출석 체크는 학원 등록할 때 받았던 마그네틱 카드와 지문 인식으로 합니다. 입실과 퇴실할 때 모두 해야 하고 경찰청 서버로 데이터가 자동으로 넘어간다고 하네요. 학과 교육 뿐만 아니라 이후의 교육과 시험 모두 동일한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지문 리더기가 인식이 잘 안돼 헤맸는데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쉽게 했습니다.

학과 교육장은 만석이었습니다. 면허시험장도 학과 시험은 일정에 여유가 있어 당일 예약도 가능한데 정작 교통안전교육 일정이 병목이라 밀리는 모양이었습니다. 교육장에는 20대 초반이 대부분이었는데 나이 먹고 그 사이에 앉아 있으려니 좀 머쓱하기도 했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분은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 뿐이었는데요, 역시 남들 면허 딸 때 같이 따는게 무난할 것 같습니다.

학과 시험 (1/26)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뒀던 학과 시험을 보러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 갔습니다. 운전면허시험장에 처음 가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건물로 들어가 1층 왼쪽에 있는 안내데스크에 여쭤보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시니 그대로 따라가면 됩니다. 원서에 여권사진 1장을 붙여 내고 필요한 비용을 결제했습니다. 저는 학과 시험 응시료 10,000원만 냈습니다.

학과 시험 전에 교통안전교육과 신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교통안전교육은 전날 학원에서 학과 교육 완료했으니 면제, 신체검사는 작년 건강검진 자료를 챙겨 가서 면제됐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는 최근 2년 이내에 받은 것이면 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 받은 이력이 있으면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작성하면 전산으로 땡겨올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서류를 챙겨가서 면제 받았습니다.

학과 시험 문제는 경찰청에서 공고한 문제은행 1000개 안에서 다 나옵니다. 일부 암기 문제를 빼면 대부분 상식선에서 해결 가능한 난이도입니다. 특히 교통약자 보호와 방어 운전 위주로 찍으면 대부분 정답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앱이 잘 나와 있어서 굳이 문제집을 안사도 됩니다. 앱은 찾아보면 여럿 나오는데 대부분 광고가 붙은 대신 공짜입니다. 앱에서 제공하는 모의고사를 서너 번 풀어보니 80점 이상 나오길래 더 이상의 공부는 안하고 시험 봤습니다.

접수된 원서를 가지고 시험장으로 가면 본인 확인 후 정해진 자리에 앉아 컴퓨터로 시험을 보면 됩니다. 제한시간 40분 내에 40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100점 만점에 1종은 70점, 2종은 60점이 커트라인입니다. 시험 보면서 헷갈리는 문제가 많아 당황했는데, ‘에라 모르겠다’ 싶어 대충 찍고 10분 만에 나왔습니다. 결과는 바로 나오는데 87점으로 1회차 합격이랍니다. 원서에 ‘합격’ 도장 받고 나오는데 기분이 좋았습니다.

장내기능 교육 1일차 (2/8)

학원은 지금이 한창 성수기라 모든 교육이나 시험 일정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접수 시점에 제일 빠른 일정을 잡아도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했습니다. 대학 중간고사 기간 정도에 좀 한산해지면 다시 시작할까 싶기도 했는데 이왕 시작했으니 그냥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장내기능 교육은 총 4시간으로, 2시간씩 이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1교시에는 직선과 커브 주행, 2교시에는 주차와 기능 조작 위주로 배웠습니다. 운전에 빨리 익숙해져야 하니 유튜브에서 미리 강의를 찾아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교육 중에는 여러 요령과 공식을 배웁니다. 특히 직각주차가 중요한데 이미 검증된 공식이니 잘 외워서 그대로만 하면 됩니다.

처음으로 트럭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아본 날입니다. 클러치와 브레이크가 생각보다 많이 민감했습니다. 장내기능 코스는 가속구간을 제외하면 클러치만 가지고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덕분에 왼발꿈치를 2시간 내내 들고 있었더니 종아리에 쥐가 나서 혼났습니다. 이날 이후 교육 전후로 종아리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장내기능 교육 2일차 (2/10)

겨우 이틀 만에 핸들을 다시 잡았습니다. 첫날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감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당황했는데요, 그래도 이날 두 시간 동안 장내기능 코스를 반복 연습하니 교육 끝날 때 쯤에는 또 조금 더 익숙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제 경우 공식대로 하면 되는 주차, 반클러치 감을 잘 익히면 되는 경사로 출발은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대신 커브 코스에서 핸들을 너무 빨리 또 많이 돌리는 문제가 있었고, 가속구간에서 마음이 너무 급하다 보니 기어를 제대로 넣질 못했습니다. 특히 가속구간은 벽을 마주보고 진행하게 되어 있어 지레 겁을 먹어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장내기능 시험 (2/13)

겨우 4시간 교육 받고 시험 보는 게 가당키나 한지에 대한 강렬한 의문이 있었지만 어쨌든 시험일이 됐습니다. 시험 보는 사람이 많아서 대기실에서 한참 기다려야 했는데요, 불합격해서 코스 도중 하차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찾아보니 실제 장내기능 시험 합격률은 30~50% 정도로 반타작이 안된다고 합니다.

차례가 되어 트럭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인지 이상하게 별로 긴장이 안됐습니다. 천천히 연습한대로 진행하니 가속구간 전까지 감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속구간에서 변속을 못하면 실격이라 2-3-2단 변속까지는 어떻게든 했는데요, 다가오는 벽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가속을 충분히 못해서 10점 감점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90점으로 1회차 합격입니다.

저는 한번에 합격해서 재시험 볼 필요가 없었지만 학원에서 다시 시험보게 되면 비용은 49,500원입니다. 면허시험장 응시료는 20,000원이니 두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학원은 연습했던 실차량, 연습했던 코스 그대로 시험 보니 유리한 점이 있지만 재시험 횟수가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이 큽니다. 준비를 잘 해서 한번에 합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장내기능 시험에 합격하면 연습면허가 발급됩니다. 면허시험장이나 학원에서 발급해주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직접 발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비용은 4,000원입니다. 제 경우 학원비에 연습면허 발급비가 포함되어 있어 학원에서 알아서 처리를 해줬습니다.

도로주행 교육 1일차 (3/24)

장내기능 시험에 합격하면 학원에서 바로 도로주행 교육 일정을 잡아줍니다. 역시 성수기라 그런지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덕분에 장내기능 때 익힌 감은 전부 깨끗하게 날아간 상태에서 거의 6주 만에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도로주행 교육은 총 6시간으로, 하루 2시간씩 3일에 걸쳐 받았습니다. 첫날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도로로 가서 직선 주행과 유턴 연습을 했습니다. 장내기능 때는 사실상 할 필요가 없었던 가속과 변속을 이날 처음 제대로 해보니 꽤 재밌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급해서 시동도 여러번 꺼먹고, 3단 대신 5단을 넣기도 하고, 너무 신나서 과속하기도 했는데요, 마음을 편히 먹고 천천히 운전하니 괜찮았습니다.

1, 2단에서는 클러치를 최대한 천천히 떼어주고, 2단에서 3단 갈 때 확실히 중립을 거친 다음 3단으로 밀어넣어주고, 변속 타이밍은 계기판을 보지 말고 엔진음을 들으며 잡는 정도가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1단 출발 기준으로 배웠는데요, 2단 출발에 비해 시동 꺼먹을 위험이 작은 대신 변속을 한 번 더 해야 하니 손발이 좀 바빴는데 처음이다보니 변속이 재밌어서 아무래도 괜찮았던 것 같네요.

도로주행 교육 2일차 (3/25)

도로주행 시험일에는 총 4개의 코스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 시험을 봅니다. 교육 2, 3일차는 4개 코스를 반복숙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학원이 서울 시내에 있는데다 퇴근 후 저녁 늦게 교육을 받다보니 길이 많이 막혀서 2시간 교육 동안 코스 4개를 한 번씩만 돌아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특히 2일차는 비까지 와서 더 감을 익히기 힘들었습니다. 야간에 노면이 젖으니 차선이 잘 안보여서 위험한 순간도 있었는데 동승한 강사님이 잘 잡아주셔서 사지 멀쩡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조수석에 클러치와 브레이크 페달이 갖춰진 차량에서 동승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마음 놓이는 부분이었어요.

차가 많으니 흐름을 따라가기만 해도 되는 대신 차선 변경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눈에 띄는 학원차량이라 그런지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옆으로 붙으면 대체로 양보를 잘 해주셨는데요, 택시는 그런거 없더라구요. 그리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다보니 클러치와 기어봉을 부지런히 조작해야 해서 손발이 좀 피곤했습니다. 승용에서 스틱이 도태된 이유를 잘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도로주행 교육 3일차 (3/27)

하루 쉬었다고 그새 또 감 떨어져서 고생을 좀 했지만 그래도 이틀 교육 받은 게 있어서인지 금새 다시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타면 탈수록 발전도 있어서 1, 2일차에는 시동을 몇 번씩 꺼뜨려 먹곤 했는데 이날은 한 번도 꺼뜨리지 않았습니다. 감속해야 할 때 다운시프트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됐구요. 변속이 재밌더라구요. 이래서 소수지만 수동 타는 분들이 있구나 싶었어요.

지적 받았던 부분은 방향지시등 미점등, 급차선변경, 서행 중 꼬리물기, 과속이었는데요, 지금까지 도로에서 보고 배운대로 했을 뿐인데… 싶기도 하네요. 같은 도로에 있었던 다른 운전자들처럼 한건데. 어쨌든 처음부터 좋은 운전습관을 들이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도로주행 시험 요령

도로주행은 대체로 코스별 난이도 차이가 큽니다. 제가 시험 봤던 학원은 유턴을 세 번이나 해야 하는 코스도 있고, 여러번의 좌회전을 포함해서 멀리 돌아오는 코스도 있는 반면 제일 쉬운 코스는 유턴을 한 번만 하면 되는데다 주행거리도 제일 짧습니다. 당연히 난이도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심과 교외에 따른 차이도 큽니다. 실제로 면허시험장별 도로주행 합격률 통계자료를 보면 서울에 있는 면허시험장들의 합격률이 모두 하위권입니다. 당연히 교통량이 많을수록 어려운 건 맞는데요, 그만큼 낼 수 있는 속도가 느리니 속도유지 과제를 받을 확률이 적고 딜레마존에 걸릴 확률이 낮은 건 장점인 것 같습니다. 특히 딜레마존에서 신호위반하면 바로 실격되고 마니까요.

도로주행 때 가장 많이 감점 받는 항목은 방향지시등 조작 미숙, 실선구간 차선변경, 최초 출발시 주차 브레이크 미해제와 좌깜 미점등, 시험 종료시 기어 1단 미조치, 정차시 기어 미중립, 타력 주행 등이라고 하네요.

차선 변경은 미리 코스에서 점선 구간과 실선 구간을 잘 익혀두는 것도 중요한데요, 막상 시험 때 운전대를 잡으면 머리 속이 새하얘져서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그보다는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도로 지시를 따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보통은 차선 변경에 거리 여유가 충분한 코스가 대부분이거든요.

시험 시작과 종료시 해야 할 것들을 순서대로 몸에 익혀두면 주차 브레이크 같은 걸로 감점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차시 기어 중립도 몸에 습관이 배어야 하는데요, 사실 신호 대기가 길 때 기어 중립을 안해두면 클러치를 계속 밟고 있어 다리가 아파 자연히 기어중립을 하게 되더라구요. 시험 상황이 아니었으면 정차가 길어질 때 사이드도 땡기고 쉬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는 안했었어요. 정차시 기어중립 후 왼발은 클러치 왼쪽 발판에 올려두면 됩니다.

타력 주행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규정상으로는 시속 30km 이하까지 브레이크로 감속 후 클러치를 밟아야 하는데요, 정차하면서 앞차와의 간격과 계기판의 속도를 동시에 확인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저는 앞을 보는데 집중하면서 브레이크만으로 감속하다가 엔진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다 싶으면 클러치를 빠르게 밟아주는 식으로 운전했습니다. 몇 번 해보다 보면 진동이 심해지기 전에 지금 클러치 밟아야 겠다는 감이 옵니다. 클러치 안밟은 상태에서 계속 브레이크로만 감속하면 결국 시동이 꺼지니 연습 때 감을 잡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도로주행 시험 1회차 (4/3)

이제 겨우 도로에서 6시간 운전해봤을 뿐이고 그마저도 아직 미숙해서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학원에서는 도로주행 시험 일정을 잡아줍니다. 면허 따면서 이때가 제일 막막했던 것 같습니다. 그마저도 아직도 성수기라 가장 빠른 시험 일정이 일주일 뒤랍니다. 일주일이면 겨우 익혔던 감도 다 잊을만한 시간인데요. 덕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시험은 못봤습니다. 시험 시간을 착각해서 지각했거든요(…)

시험은 다시 접수했습니다. 학원에서의 도로주행 시험 응시료는 55,000원입니다. 면허시험장은 25,000원이니 장내기능 시험과 마찬가지로 학원 쪽이 두 배 넘게 비쌉니다. 대신 학원 쪽은 강사가 직접 동승해서 코스를 알려주는 교육 과정이 있으니 잘 활용해서 빨리 합격해야 하겠습니다. 저처럼 여러 번 떨어지면 비용 부담이 많이 커집니다.

도로주행 시험 2회차 (4/5)

사실상 첫 도로주행 시험입니다. 막상 가보니 차가 달라졌습니다. 교육은 싱글캡 차량으로 받았는데 시험 볼 때는 참관인 자격을 할 다른 응시자 1명을 더 태워야 하니 더블캡을 탑니다. 차가 달라졌으니 브레이크와 클러치 감도 다릅니다. 익숙해질 시간이 없으니 1, 2단은 클러치를 무조건 천천히 뗐고 그만큼 출발이 더 느려졌습니다.

코스 출발 전에 4개 코스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습니다. 운 나쁘게 제일 어려운 코스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유튜브에서 코스 영상을 충분히 보고 왔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잘 했다고 생각했기에 긴장 따위 전혀 하지 않고 자신 있게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결과는 불합격(…) 점수는 무려 46점이더라구요. 그나마 검정원의 배려로 중간 하차하지 않고 코스를 끝까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시험 종료 후 어디서 왜 감점됐는지를 짚어주셨습니다. 이건 해주시는 분도 있고 안해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채점용 태블릿에 감점 내역과 위치가 정확하게 나와 있으니 불합격했다면 꼭 감점 내역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 형편 없는 점수만큼이나 감점 내역도 화려했는데요, 급브레이크(-7), 횡단보도 차선변경(-7), 교차로 좌회전 후 2차로 진입(-7), 엔진 정지(-7), 꼬리물기(-7), 핸들 교차 파지(-7), 교차로 진입 미숙(-7), 출발 후 좌깜 미해제(-5)였습니다. 운전을 너무 자신 있게 해서 경력자인줄 알았다는 평(…)도 있긴 했습니다.

같이 동승한 응시자도 같은 코스를 뽑았는데 합격했습니다. 코스 내내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주행했는데 그만큼 실수가 적었던 모양입니다. 역시 천천히 여유 있게 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도로주행은 장내기능과는 달리 시간 제한도 없으니까요.

결국 눈물을 머금고 55,000원을 ‘또’ 결제 후 돌아왔습니다. 불합격 3일 후부터 재응시 가능한데 역시나 예약이 밀려 있어서 거의 일주일 뒤가 가장 가까운 일정이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시험을 봐서야 감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도로주행 시험 3회차 (4/11)

정말 운도 없게도 전주랑 똑같은, 가장 어려운 코스를 뽑았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 시험이다 보니 코스 후반까지 72점으로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을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시험 종료가 불과 100m도 안 남은 지점에서 예기치 않은 급제동으로 감점을 얻어맞고 60점으로 불합격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급제동 안했으면 빼박 접촉사고 각이었는데 사고를 면한 게 다행이네요.

이번 감점내역은 방향지시등을 너무 짧게 켠 후 차선 변경(-7), 엔진 정지(-7), 실선구간 차선변경(-7), 우회전시 방향지시등 미점등(-7), 그리고 마지막에 얻어맞은 제동방법 미흡(-5), 급제동(-7)입니다. 운전경험이 있는 사람인줄 알았다는, 2주 연속으로 듣는 평가를 뒤로 하고 또 55,000원을 결제 후 씁쓸히 돌아왔습니다.

도로주행 시험 4회차 (4/19)

어느새 사무실에도 제가 도로주행 시험에서 계속 불합격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회의 때마다 응원을 받고 있는데 진짜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 지경이네요. 특히나 이날은 유연근무제로도 근무시간 해결이 안되어서 반차를 쓰고 시험 보러 간거라 꼭 합격해야 수치사를 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느새 운전면허에 쓴 돈이 100만원을 넘어가는 시점이기도 했구요. 혹시 이날 시험에서도 불합격했으면 다른 대안을 찾아볼 생각도 있었습니다. 연습면허를 2종으로 격하하든가, 시뮬레이터 쓰는 학원에서 연습한 후 응시료가 저렴한 면허시험장에서 될 때까지 들이받아볼까 싶기도 했구요. 똑같이 들이받더라도 학원에서 들이받는 것보다 같은 돈으로 2배 더 많이 시험 볼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이번에는 합격해서 더 이상 시험은 안봐도 좋게 됐습니다. 점수는 79점이었습니다. 내역은 못들었는데, 사실 이번에는 정말 조심히 운전해서 감점이 없을 줄 알았는데도 79점이라니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더 길고 어려운 코스였으면 불합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결국 아직 실력이 안되는데 어영부영 합격해버려서 도로에 덩그러니 내던져지게 생겼습니다.

운전면허증 수령 (4/20)

도로주행 시험에 합격한 다음날부터 운전면허증 수령이 가능합니다. 학원에서 대신 받아주기도 하는 모양인데 저는 직장이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바로 근처라 직접 수령했습니다. 면허증 발급에는 원서, 여권사진 1장, 발급비(8,000원, 영문병기시 10,000원)만 있으면 합니다. 면허증 발급은 허무할 정도로 빨랐는데요, 접수 후 5분도 안되어 스크린에 이름이 떴고 창구에서 바로 면허증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영문병기된 운전면허증을 직접 보는 건 처음입니다. 운전할 수 있는 차량 종류가 그림과 숫자로 표기되어 있어 아주 직관적입니다. 당장의 저 자신은 도로 위의 흉기나 마찬가지인지라 외국에서 운전할 일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념으로 남겨둡니다.

드디어 올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운전면허 취득이 끝났습니다. 사실 따긴 땄는데 당장 운전할 계획이 없다보니 면허증은 받자마자 장롱행이 됐습니다. 나중에 정말 운전하게 될 때는 따로 연수를 받아야 하겠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운전면허가 없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의 놀라는 반응을 즐기기도 했는데 그런 재미가 없어진 게 좀 아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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