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여행 준비에 대한 정보

들어가며

내 블로그는 방문자가 많지 않다. 딱히 방문자에 대해 의식하는 편도 아니고. 그래도 가끔 리퍼러를 들여다 보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검색어 중 하나가 브롬톤 여행 관련이다. 이전에 썼던 브롬톤 여행기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글이라기보다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 위주여서, 브롬톤 여행 준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내 블로그로 들어왔던 분들이 원했던 답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 특히 브롬톤으로 여행 준비를 할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해 내 경험에 기반해서 따로 정리해봤다. 내 경험과 관점에 기반해 쓴 글이기에 경우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최대한 보편적일 수 있는 정보를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여행 전 준비물 – 자전거

당연히 자전거 여행을 위해서는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 장시간 타더라도 몸에 불편함이 없도록 적절한 부품으로 적절히 피팅되어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여행 전에 자전거를 꾸준히 타서 체력과 자전거에 대한 익숙함을 키우는 게 좋겠다. 펑크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미리 튜브를 교체하는 연습을 해둔다면 더욱 좋겠다.

브롬톤은 여행의 동반자로서 아주 좋은 폴딩 자전거다. 그 어떤 자전거보다도 효율적으로 접힌다. 그만큼 특이한 점도 많아서 익숙해져야 한다.

접고 펴는 것과 가방을 장착한 상태에서 핸들포스트 또는 싯포스트만 뽑아서 이동하는 것을 미리 연습해두면 유용하다. 완전히 폴딩한 상태에서 싯포스트만 뽑아 안장을 잡고 끄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자전거를 들어올리면 폴딩이 풀려버린다. 핸들포스트는 자전거를 들어올려도 폴딩이 풀리지 않지만 부피를 더 차지한다. 가방을 장착하면 폴딩했을 때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려서 브롬톤이 넘어지기 쉽다.

정비에 있어서도 특이한 점이 있다. 다른 일반 자전거와는 호환되지 않는 부품이 상당수 있다. 변속기가 대표적인데, 내장기어든 외장기어든 변속에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정하는 방법을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다. 방법을 알면 쉬운데 할 줄 모르면 한참 헤매게 된다. 나중에 공구 부분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뒷바퀴 분리를 위해서는 15mm 스패너가 꼭 필요하다는 점도 특이하다.

여행 전 준비물 – 공구

그리고 공구가 필요하다. 최소한 육각렌치 세트, 타이어 펑크 수리 공구, 체인 수리 공구까지 세 가지는 꼭 필요하다.

육각렌치는 자전거에 붙어있는 다양한 부품들을 조이고 조정하는데 필요하다. 보통 2~8mm 범위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드물게 1.5mm 등도 쓰인다.

타이어 펑크 수리를 위해서는 15mm 스패너, 예비튜브, 타이어 레버, 펑크패치, 펌프가 필요하다. 펑크가 났을 때 길바닥에서 펑크를 때우는 것보다는 펑크를 유발한 이물질을 제거하고 그냥 예비튜브로 교체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쉽다. 펑크난 튜브는 나중에 시간 있을 때 때우면 그만이니까. 뒷바퀴 튜브를 교체하려면 뒷바퀴를 분리해야 하므로, 브롬톤의 경우 15mm 스패너가 필수 공구이다. 펌프는 브롬톤에 기본 장착된 제팔 펌프를 활용해도 된다. 다른 미니펌프에 비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비상용으로는서는 쓸만하고, 프레임에 딱 맞게 장착되니 더욱 좋다.

체인 수리를 위해서는 체인커터가 꼭 필요하다. 여기에 여분의 체인과 체인링크가 있으면 더욱 좋다. 체인을 수리하는 동안 체인을 잡아줄 체인후크가 있으면 수리가 훨씬 편해지지만 필수는 아니다.

시중에 많은 종류의 자전거용 휴대용 멀티툴이 나와있다. 이 중 주요 육각렌치, 타이어 레버, 15mm 스패너, 체인커터가 모두 포함된 공구는 드물다. 그나마 턴툴(Tern Tool)이 이 모든 공구를 다 갖추고 있기는 하나, 5mm, 8mm 육각렌치가 스패너에 어중간하게 붙어있어 자전거의 좁은 틈새에서는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아 추천하기 어렵다.

때문에 내가 고려했던 공구 조합은 아래와 같다. 모두 왼쪽의 공구를 기본으로 하되, 누락된 것을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보완하는 식이다.

  1. 브롬톤 툴킷 + 체인커터(예: 토픽 유니버설 체인툴)
  2. 토픽 헥서스2 + 15mm 스패너(예: 노브 티타늄 스패너)
  3. 시그마 PT-16 + 펑크패치

나는 여행용으로 두 번째 조합을 주로 활용했다. 저것만으로도 여행 중 응급수리용으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른 조합도 직접 써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필요한 기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괜찮을 것 같다.

여행 전 준비물 – 가방

여행에 필요한 여러 짐을 담을 가방 역시 꼭 필요하다. 보통의 자전거 여행에는 랙과 패니어를 장착한다. 브롬톤에도 랙을 장착할 수 있지만, 순정 부품은 캐리어블럭과 짐받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캐리어블럭을 이용하면 브롬톤의 헤드튜브에 간단히 프론트백을 장착할 수 있다. 중량 제한은 10kg으로,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다. 다른 자전거의 프론트백과는 달리 가방이 핸들바가 아니라 프레임에 장착되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가방을 달았을 때 조향감의 변화가 적어 적응이 쉽다.

짐받이에도 물론 가방을 실을 수 있다. 여기도 중량 제한은 10kg이다. 프론트백과 합치면 총 20kg의 짐을 실을 수 있는데, 캠핑이라도 갈 게 아닌 이상 여행짐만으로 이걸 모두 채우기는 쉽지 않을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대신 짐받이에 가방을 실으면 ‘반폴딩’이 불가능해 킥스탠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가방을 선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공기저항이다. 자전거로 여행을 간다는 건 상당히 먼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저항이 크면 쉽게 지쳐 멀리 가기가 어려워진다. 단면적이 넓은 T백을 달았을 때 강한 맞바람을 맞으면 체감상 평지가 남산 정도의 오르막으로 느껴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

때문에 며칠 정도의 숙소를 잡아놓고 하는 여행 기준으로는 크지 않은 프론트백 하나, 백팩 하나 정도가 가장 적당했다. 프론트백은 어깨에 맬 수 있는 탈착식 스트랩이 있는 것, 백팩은 스트랩이 주행 중 방해되지 않도록 깔끔하게 수납해버릴 수 있는 것이 편하다.

이동할 때는 백팩을 짐받이, 싯포스트 또는 안장에 고무줄 또는 벨크로 스트랩 등을 이용해서 최대한 공기저항을 덜 받도록 고정한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면 백팩은 풀어놓고 필수 소지품만 작은 프론트백에 넣어 브롬톤에 장착하거나 어깨에 메고 다니면 된다.

여행 전 준비물 – 안전장구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특히 사고의 위험이 항상 상존하므로, 최대한 사고를 예방하고 혹시나 사고가 나더라도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구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헬멧, 고글, 장갑은 안전장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된다. 헬멧은 치명적인 두부 부상을 예방한다. 고글은 낮에는 햇빛을 가려 눈의 피로를 덜어주며 공기 중이나 바닥에서 날아오는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해준다. 장갑은 핸들바를 잡은 손의 통증을 완화하고 넘어졌을 때 찰과상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전조등과 후미등 역시 꼭 필요하다.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야간주행시 생명을 지켜준다. 배터리에 여유가 있다면 낮에도 켜고 다니는 쪽이 좋다. 여행용으로는 전력에 대해 신경쓸 필요가 없는 자가발전식이 가장 좋지만 비싸고 무겁고 구동저항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USB 충전식이라면 보조배터리를 연결한 상태에서도 사용가능한 것이 좋고, 아예 건전지 방식을 사용하며 여분의 건전지를 추가로 들고 다니는 것도 좋다.

직접적인 안전장구는 아니지만, 특히 교외 라이딩이 포함될 경우 넉넉한 양의 물과 비상식량이 있어야 한다. 거리와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물은 무게가 허락하는 한 넉넉히 챙기는 것이 좋다. 내 경우 시내주행은 500 mL, 한 나절 정도의 교외 주행은 1L, 중간 보충이 어려운 국토종주 등의 경우 2L 이상을 챙긴다.

자전거는 생각보다 열량을 많이 소모하는 운동이므로 비상식량도 꼭 필요하다. 몸에 저장해둔 에너지원이 모두 소모되면 오도가도 못 하는 곳에서 저혈당 증세로 쓰러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선수용 파워젤 같은 것도 있겠으나 여행용으로는 한 입 크기로 포장된 초코바를 적당히 챙기는 것으로 충분했다.

교통수단 이용

브롬톤의 가장 큰 장점은 점프다. 이동거리가 멀거나 여러 이유로 라이딩이 어려울 때 다른 교통수단과 연동이 쉽다. 물론 만원 버스나 전철에서는 민폐가 되기도 하니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

일반 승용차나 택시는 특별할 게 없다. 완전히 접어서 트렁크에 싣거나 좌석 아래에 실으면 된다. 넣고 뺄 때 차체나 시트를 긁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버스도 승객이 너무 많지만 않으면 보통 가방 들고 타듯이 들고 타면 된다.

고속버스에 실을 때는 요령이 있다. 완전히 접은 후, 싯포스트를 길게 뽑아 고속버스 짐칸 안에 기둥처럼 고정시키면 된다. 다만 주행 중 진동 때문에 폴딩부의 클램프가 혼자 풀려버려 분실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클램프를 아예 풀어서 갖고 타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내 생각으로는 폴딩 후 클램프를 적당히 조여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기차에는 비교적 가지고 타기 쉽다. 대부분의 도시철도에는 폴딩 자전거 반입이 허용된다. 무궁화, 새마을, ITX새마을, ITX청춘, KTX, KTX산천, SRT 모두 브롬톤을 폴딩하면 맨 뒷좌석 뒷공간에 넣을 수 있다. (단, KTX는 일부 좌석에 한정되고 누리로는 각 칸의 캐리어 수납공간 활용 필요) 미리 맨 뒷좌석을 예매했다면 부담이 적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통로에 두거나 객실 사이의 짐칸에 둬야 한다. 전자는 다른 이용객에게 민폐가 되고 후자는 자물쇠가 필수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비행기에 브롬톤을 태우는 것이 가장 까다롭다. 브롬톤 전용 하드케이스를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가격이 만만찮은데다 여행지에 도착하고 나면 가방 자체가 거대한 짐짝이 된다. 공항 수화물 센터에서 수 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박스 포장을 해주기도 한다. 포장 전에 고속버스와 마찬가지로 클램프를 모두 조이거나 아예 빼버리고, 손상 우려가 있는 바깥쪽 부품(특히 이지휠)은 떼어내고, 중량 제한(보통 15kg)을 초과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액세서리는 탈거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라, 차라리 여행지에서의 브롬톤 렌탈 서비스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여료가 가방값 내지는 포장요금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주요 액세서리(예: 프론트백 등)만 따로 챙겨가서 장착하면 그나마 원래 내 것에 비해 위화감이 적은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여행일정 계획할 때 유의할 점

상당히 많은 관광지에서 자전거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 곳은 폴딩을 하더라도 제지당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여행지에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하고, 자전거를 가지고 갈 수 없을 경우 자전거를 어떻게 보관할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운 좋으면 관리인이 맡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민폐임은 매한가지므로 가능하면 선택지에는 넣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내 경우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갈 수 없는 관광지는 자전거는 숙소에 맡겨둔채 최대한 일정표 한 쪽에 몰아넣어 한번에 관람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자물쇠를 채워 주차한 뒤 탈착식 페달을 분리해서 휴대했다.

자물쇠는 쉽게 끊을 수 없으면서 유연성이 있는 것이 좋다. 사관절락도 좋고 최근엔 케블라 등을 이용한 벨트식 자물쇠 중에서도 가벼우면서 휴대용 절단기로는 끊을 수 없는 제품이 있다. 이런 자물쇠로, 브롬톤을 폴딩 상태에서 프레임, 앞바퀴, 뒷바퀴, 안장을 한 번에 단단하게 고정된 기둥 등에 묶어주면 된다. 탈착식 페달을 쓰는 경우 페달도 분리해서 휴대하는 것이 좋다.

브롬톤이 미니벨로 중에서는 가방을 거치하기 편한 자전거라고는 하지만 여행 중에는 최대한 짐을 줄이는 것이 좋다. 크고 무거운 가방은 숙소에 맡겨두고 작은 프론트백 하나만 자전거에 달고 다닐 수 있도록 동선을 짜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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