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고메구락부 – 꿩평양물냉면

2017년 5월 13일
꿩 평양 물냉면 10,000원

홍대 앞에서 시원한 산토리 생맥주에 무난한 안주를 같이 내어주어 가끔 찾았던 가게가 있었다. 근데 한동안 찾질 않다 오랜만에 가보니 그 가게가 없어지고 대신 냉면집이 생겼다. 냉면에 수육까지는 그렇다 치고 곰탕까지도 같이 내는 걸로 봐서 냉면집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기는 하다. 가게 이름도 영 독특하고.

어쨌든 국내산 육우와 국내산 꿩을 이용한 육수에 100% 메밀 순면을 이용한 평양냉면을 낸다는 집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인면옥과 봉피양도 있어 평양냉면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은 없었지만 선택지가 많아서 나쁠 게 없으니 들러보기로 했다.

냉면

면에서 나는 메밀향은 제법이다. 아주 강렬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은근히 풍겨오는 메밀의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면의 질감은 입술이나 혀로 느끼기엔 꽤 단단하지만 치아로 가볍게 깨물면 이내 툭 끊어지는, 메밀함량 높은 면 특유의 식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어 육수를 들이키니 가장 먼저 올라오는 건 강렬한 후추향이었다. 후추가 꽤 많이 들어갔는지 원래라면 달콤구수하게 올라와야 하는 평양냉면 특유의 육향을 느낄 수 없었다. 맛은 가볍게 구수하고 담백했다. 간은 꽤 강하게 된 것 같았으나 차게 먹는 육수이니만큼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면 위에는 삶은 계란, 오이, 무절임, 배, 쇠고기와 꿩고기(아마도) 삶은 것이 올라가 있었다. 배는 가볍게 달큰해서 면과 곁들여먹기 좋았다. 쇠고기 수육은 아주 얇게 저며져 있었지만 씹는데에는 꽤 공을 들여야했다. 꿩고기는 닭가슴살 먹는 정도의 식감으로 담백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식전에 내어주는 메밀차는 마음에 들었다. 차가운 상태로 내어주었는데 그럼에도 구수하게 풍기는 메밀향이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잘 해주었다. 메밀차에 잔뜩 떠 있던 볶은메밀 낱알도 가벼운 에피타이저로 나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보면, 면이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그런데 분명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은 육수의 맛은 진한 후추향 때문에 제대로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냉면을 받아 그릇째로 들고 육수를 마실 때 면의 메밀향과 육수의 육향이 같이 올라와서 코를 간질이는, 바로 그 느낌을 기대했는데 이번 방문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분명 면은 원래 가던 집들에 비해 빠질 게 없는데 그릇 안에서 보이는 전체적인 균형감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조정이 되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쉽다. 시간을 좀 두고 한 번 더 들러서 맛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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