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요
크레마 카르타 (알라딘 버전, 2015년 12월 30일 구입)
알라딘 전자책 약 100만원 어치
1. 장점
– 가볍고 얇은 휴대성
– 하루 2시간씩 책을 읽어도 일주일 이상 거뜬한 배터리
– 어두운 곳에서도 덜 눈 부시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론트라이트
– 300ppi의 눈이 편한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 극적으로 증가한 독서량
2. 단점
– 외국 대비 부족한 전자책 컨텐츠
– 외국 대비 비싼 전자책 가격
– 서점사간 DRM 호환 불가능
3. 크레마 카르타 사용기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건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정확히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해서 만든 것 같았던 리디북스의 광고였다. 피곤해서, 바빠서, 할 게 많아서, 옆에 없어서. 작고 가볍고 배터리 오래 가고 눈이 편하고 밤에도 읽을 수 있는 전자책과 함께라면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한지 14개월이 지난 지금, 그대로 이루어졌다(!!) 2015년 대비 2016년의 독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제 취미에 독서라고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특히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한지 얼마 안되어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면서 매일 기차와 버스를 이용한 편도 1시간 30분 짜리 통근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 통근시간은 고스란히 독서 시간이 되었다. 원래라면 크고 무거운 책을 가방에 넣기도 부담스럽고, 1시간 이상 손에 들고 읽기도 부담스럽고, 늦은 저녁 퇴근길에는 어두워서 책을 읽지 못했을 시간들이다.
작고 가볍고, 배터리 오래 가고,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놀랍도록 눈이 편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눈이 덜 부신 프론트라이트가 있고, 전자사전(국어, 한-영)이 지원되어 원서 읽기 좋고, 열린서재 기능이 지원되고… 이런 것들 모두가 장점이지만, 전자책 단말기의 가장 큰 장점은 책을 더 많이 읽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전자책이 흉내내기 어려운 종이책만의 감성이 있다. 손에 닿는 종이의 감촉, 페이지를 넘길 때 나는 기분 좋은 소리, 책장에 꽂혀있는 걸 바라볼 때 느끼는 흐뭇함 등. 그럼에도 전자책 단말기를 사용한 이후 책을 훨씬 더 많이 읽게 된 나는, 적어도 당분간은 종이책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 원래 전자책 단말기 뽐뿌를 준 곳은 리디북스인데 알라딘 버전의 크레마 카르타를 사게 된 이유는 한국이퍼브 호환이라는 것과 열린서재 기능 때문이었다. 리디북스의 단말기인 페이퍼는 리디북스의 서비스 밖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크레마는 한국이퍼브 호환 서점(알라딘, Yes24, 반디)의 책을 모두 기본 뷰어로 읽고 관리할 수 있고, 열린서재에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리디북스는 물론 아마존, 구글에 있는 책도 읽을 수 있다. 다만 페이퍼는 페이지를 물리버튼으로 넘길 수 있고 OpenGL 기반 그래픽 처리로 만화책 등을 볼 때 농담 차이 설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다.
4. 전자책 컨텐츠 사용기
전자책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 중이지만, 아직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많은 전자책이 출간되고 있지만 그 중 상당수가 만화책이나 라이트노벨류이고, 특히 저작권 계약이 이루어진지 오래된 고전도서들은 출간이 더디다.
게다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자책에 적용된 DRM은 인터넷서점간 전혀 호환되지 않는다. 킨들에서는 국내 서점에서 구입한 전자책을 전혀 볼 수 없고, 크레마에서는 리디북스나 아마존에서 구입한 전자책을 볼 수는 있지만 열린서재 기능을 이용해 해당 서점의 전용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특히 전자책을 구입한 서점이 없어지면 돈 주고 산 책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내 전자책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DRM을 통일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각 서점과 출판사, 저작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부분인만큼 단시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그리고 전자책의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다. 인터넷서점에서는 가끔 수십, 수백 권을 세트로 묶어 염가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도서정가제를 회피하기 위해 수 년 내지 수십 년 짜리 대여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행사에 묶이지 않은 대부분의 전자책은 여전히 비싸다. 종이책에 비하면 종이값, 인쇄비, 운송비, 재고관리비 등 많은 비용이 절감될텐데도 많아야 30~40% 할인에 그친다. 물론 알고보면 원자재, 인쇄, 유통비용보다 저작권료, 인세, 인건비 등의 비중이 더 높아서 그럴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전자책 독자들에게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할텐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디지털 컨텐츠만의 장점도 있다. 비록 종이에 할 수 있는 것처럼 자유롭지는 않지만 메모하고 밑줄 긋고 하이라이트 하는 기능이 꽤 유용하다. 책갈피를 수도 없이 추가할 수도 있고 단어로 검색을 돌려볼 수도 있다. 글씨가 작으면 전자책 뷰어 설정에서 키워주면 되고 글꼴을 바꾸거나 여백 조정도 가능하다. 전자책 위주로 생활이 바뀌면서 집에 쌓여있던 종이책들 중 정말 아끼는 책 몇 권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판매하거나 기부했더니 집이 넓어지고 이사도 편해졌다.
대체로 단점을 길게 쓰고 장점을 짧게 쓴 편인데, 전자책 단말기의 장점과 결합해서 보면 역시 “책을 많이 읽는다”라는 무엇보다 큰 장점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5. 결론
2016년에 2015년 말의 며칠간을 더 포함할 수 있다면, 크레마 카르타는 지난 한 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잘 산 물건이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자책을 많이 추천했고 그 중 여럿이 전자책을 구입했는데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다들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종이책을 읽든 전자책을 읽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책을 읽는다는 사실 자체다.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 와중에 좀 더 책을 편하게 읽게 해주는 것, 이게 바로 전자책의 유일하지만 가장 큰 의의라 하겠다.
* 글을 마무리하며 한글책과 영문책의 사진 한 장씩을 덧붙였다. 둘 다 프론트라이트를 끄고 전자책 컨텐츠에 포함된 기본 서체로 설정했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가 얼마나 실제 종이책에 가까운지, 300ppi의 선명도가 어느 정도인지 참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