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토키야 – 닭나가사끼 짬뽕

2016년 10월 9일
닭나가사끼 짬뽕 11,000원

서울에서 화제가 되는 동네는 휙휙 바뀐다. 그것도 아주 빨리 바뀐다. 내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신촌이 여전히 북적이는 가운데 홍대거리가 서서히 떠오르는 중이었다. 그러더니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이 화제가 되고, 홍대 주변의 ‘핫플레이스’도 합정동, 상수동을 거쳐 어느새 연남동까지 뻗어나간 모양이다.

연남동에 와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먼젓번에 왔을 때는,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와 까사 디 노아에서 크리스마스 만찬을 들기 위해서였다. 그때만 해도 주변은 그저 평범한 주택가였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공원화된 경의선 지상구간을 중심으로 주택을 개조한 가게들이 골목마다 가득한 곳으로 변해 있었다. 오래지 않은 기간 사이에 생긴 동네의 변화가 그저 생경하다.

원래 식사를 하기로 했던 곳은 다른 곳인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 뭘 먹을지 주변을 헤매다 우연히 간 곳이 토키야다. 반지하지만 거리를 향해 열려있고 또 안이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서 마음이 끌렸다. ‘토끼야’라고 써야 할 것 같은데 간판에 ‘ときや’라는 큰 글씨 아래에 ‘토키야’ 라고 적혀있으니 토키야라고 쓰는 게 맞겠다. 가게 이름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とき’의 의미 중에는 돈카츠를 주로 내는 이 가게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게 없다.

어쨌든 이 가게의 주메뉴는 돈카츠다. 히레카츠, 로스카츠, 치즈카츠가 메뉴판 맨 위를 장식한다. 그런데 메뉴판 아래에 있는 음식들이 낯설다. ‘감자크림우동카츠’, ‘닭나가사끼 짬뽕’, ‘닭냉채소바’가 있다. 점점 돈카츠에서 멀어지고 면이 주가 된다. 나야 돈카츠도 싫어하지는 않지만 워낙 면을 좋아하니 사양할 수가 없다. 가장 궁금증을 잡아끌었던 닭나가사키 짬뽕을 주문했다.

닭나가사키 짬뽕

사실 우연히 들른 집에서 끌리는대로 주문한 음식이라 그리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아주 제대로 된 짬뽕이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닭육수가 기본이 된다. 여기에 닭고기와 해물, 야채를 넣고 불맛나게 볶아내어 그 맛이 국물에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거기에 곁들여진 고추기름은 보기와는 달리 많이 맵지 않으면서도 짜릿하게 입맛을 돋운다. 바탕의 닭육수, 중간의 불향나는 해물, 꼭대기의 고추기름까지 어디 하나 빈 곳 없이 꽉 찬 맛의 국물이 아주 맛있어서 같이 제공된 밥에 곁들여먹으니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게 될 정도였다.

그렇다고 건더기가 별로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면은 넓고 각진 모양인데 저 맛있는 국물을 붙잡으면서도 적절한 탄력이 있어 재미있는 식감이었다. 통새우 역시 너무 오래 익히지 않아서 새우의 향과 맛과 탱글거리는 느낌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었다. 그야말로 육(야채), 해(해산물), 공(닭고기)가 어우러져 먹는 시간 내내 아주 즐거웠다.

일하는 스탭들도 아주 친절하셔서, 지인들끼리 동업하시는게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들 정도였다. 가게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게 문 바깥부터 테이블까지 적어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곳 모두가 아주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보이는 토끼 모양의 귀여운 소품은 덤이다. (그래서 ‘토끼’야인가?! ‘토키’야라면서?)

짬뽕 한 그릇치고 가격이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짬뽕의 기본에 충실한 맛을 내는 집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만한 맛이 주는 만족감이라면 연남동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불한 요금이 아깝지 않았다. 조만간 꼭 다시 찾아가서 한 번 더 먹어보고 싶은, 오랜만에 눈이 번쩍 뜨이는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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