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4일
간짜장곱배기, 탕수육 도합 18,000원
군산은 이미 19세기에 일찌감치 개항된 항구 중 한 곳이었다. 부산, 인천 같은 오래된 개항장이 그러하듯 군산에도 많은 중국인들, 말하자면 화교가 유입되었다. 덕분에 군산에는 오래되고 유명한 중화요리집이 많고 그 중 상당수가 여전히 화교에 의해 운영된다고 한다.
다만 군산의 주요 중화요리집들은 이미 유명세를 과하게 타서 쉽게 먹기 어렵게 됐다. 짬뽕이나 볶음밥이 맛있다는 복성루는 가게 자체가 좁은 것도 있어서 가게 문 열기 한참 전부터 길게 줄을 서야 한다. 가게 내부의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한 빈해원도 식사시간에는 줄을 안 서고는 먹기 힘든 모양이다.
오늘 간 국제반점도 관광객이 몰리는 구도심에 있기도 하고, 화상(華商)으로 알려진 가게라 내가 갔을 때는 줄을 서야 했었다. 영화 ‘타짜’에도 나왔던 곳인데 그보다는 군산 시내의 유명 중화요리점 중 그나마 여기가 식사하기 가장 깔끔해보이는 분위기라 이쪽으로 왔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짬뽕이나 물짬뽕을 주문했지만 나는 춘장을 어떻게 볶아내는지 궁금해서 간짜장곱배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혼자 먹기에 좀 많다 싶었지만 탕수육도 추가로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탕수육을 추가로 주문한 건 괜찮은 선택이었다.)
간짜장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생각보다 평범했다.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간짜장의 소스가 뻑뻑하지 않고 일반짜장에 가까울만큼 물기가 많았다는 점, 그리고 면이 막 삶은듯 아주 촉촉하고 뜨거운 상태로 나왔다는 점이었다. 전자는 아주 뻑뻑하게 볶아낸 간짜장을 생각했던 내 기대와는 달랐고 후자는 소스와 비비고 나서도 온도 저하 없이 뜨끈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탕수육은 부먹으로 나온다. 소스는 시큼함이 적고 단맛이 은은히 난다. 개인적으로 부먹이나 찍먹은 배달용이고 중화요리집에서 직접 먹을 때는 볶먹이 가장 좋다는 입장이라 아쉬움이 있다. 튀김옷은 약간 반투명한듯 밝은 색이 보기 좋았다. 씹어보면 튀김옷이 두껍지 않음에도 겉은 잘 튀겨져서 바삭하고 속은 찹쌀이 들어간듯 쫄깃한 식감이 난다. 고기는 인상 깊을 정도로 두껍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서운할 정도로 얇지도 않은 그냥 보통의 두께로, 먹기 좋게 잘 익었다.
전반적으로 맛이 괜찮은 중화요리였으나 일부러 군산까지 와서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양이 적은 점도 아쉽다. 계산된 금액을 볼 때 탕수육은 단품이 아닌, 짜장면과 탕수육 세트에 간짜장 곱배기에 해당하는 금액이 더해진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양이 너무 적다. 내가 적게 먹는 편은 아니지만 아침 먹은지 두어 시간 후에 혼자 와서 저걸 바닥까지 다 긁어먹고 갔을 정도면 저기에 식사류를 하나 더 해서 둘이 먹기엔 역시 모자라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