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키와마루아지 – 돈코츠라멘

2017년 5월 10일
미라멘 오-모리(大盛) 8,000원

수원 아주대 앞의 키와마루아지는 몇 년 전 처음 파일럿 오픈을 했을 때부터 자주 찾던 일본라멘 전문점이다. 당시 살던 집 바로 옆이다보니 거의 매주 갔던 것 같은데 작년에 이직과 이사로 더 이상 수원에 살지 않게 되면서 찾아가기가 영 어렵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마침 근처에 들를 일이 있어 정말 오랜만에 라멘 한 그릇 먹으러 들렀다.

한 번에 많아야 열 명 조금 넘게 앉을 수 있는 좁은 가게다. 들어서자마자 솥에서 뿜어내는 후끈한 열기와 강렬한 돼지육수향이 코를 자극한다. 예전에 이 동네 살 때는 밤낮 가리지 않고 이 집 근처를 지날 때마다 이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역시 꽤 장사가 잘 되는 돼지국밥집이 있어 그집에서도 돼지냄새를 풍기지만 이집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 돼지육수로 내는 미라멘이 이 집의 기본이다. 여기에 차슈 추가 두 점과 죽순절임 등을 얹어주는 특미라멘이 있고, 매콤한 고추기름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극라멘, 뜨거운 육수에 차가운 면을 찍어먹는 츠케멘 등이 주요 메뉴다. 오늘은 오랜만에 왔으니 미라멘에 면을 추가해서 오-모리로 주문했다.

라멘

항상 라멘을 내어주며 계란을 먼저 먹으라는 안내를 받는다. 아지타마고는 딱 맞는 반숙이라 입에 넣고 씹으면 고소한 노른자가 탁 터져나온다. 츠케멘을 먹을 때는 면에 이 노른자를 같이 묻혀 먹기도 했지만 미라멘을 먹을 때는 일단 계란부터 씹어삼키게 된다.

다만 예전에는 차게 나올 때도 있었던 아지타마고가 지금은 따뜻하게 나오기도 하고 겉의 색깔이 꽤 진해졌다. 색깔 뿐만 아니라 맛에서도 간장의 짭조름한 풍미가 강해졌다. 익힘의 정도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맛은 예전과 확실히 차이가 난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하게 나온다는 전제 하에 예전이 더 나은 것 같다.

차슈는 겉을 토치로 구워냈다. 덕분에 겉은 단단하고 속은 쫄깃한데 삼겹살 부위라 아주 기름지다. 개인적으로 차슈는 완전히 삶아내서 기름기를 뺀 쪽을 좋아하다보니 차슈를 세 장 얹어주는 특미라멘보다는 미라멘을 좀 더 자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중면 두께의 면은 씹는 식감이 있으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일본라멘 특유의 그 면이다. 면을 삶을 때는 타이머를 사용하기 때문인지 면의 삶음 정도는 여러번 찾아가면서도 꽤 고르게 나왔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는 카타(かた) 정도로, 육수와 같이 먹기 좋았다.

육수는 가게에 들어올 때 느꼈던 그 강렬함만큼이나 아주 진하고 짜고 느끼한 맛을 낸다. 거기에 소스에서 나는 간장의 풍미와 감칠맛, 은근히 올라오는 후추향이 어우러진다. 이 정도로 진한 돈코츠 육수는 본고장에서도 제대로 하는 집에 가야 먹을 수 있고 국내에서는 한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돼지냄새 폴폴 풍기는 터프한 라멘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딱이었다.

우선 나부터가 가장 많이 갔던 음식점 중 하나고, 돈코츠라멘을 못 먹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지인을 데리고 왔을 때도 실패한 적이 없었던 곳이다. 그새 많이 유명해져서 블루리본 서베이에도 올라오고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먹어야 하며 체인점도 낸 모양이다. 이왕 체인점 내시는 김에 서울에도 하나 내주셔서 더 자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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