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현대밀면 – 물밀면

2017.04.29
물밀면 곱배기 6,000원

밀면은 원래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먹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엄연히 경북인 경주에도 황남빵집만큼은 아니지만 밀면집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개중에 내 동선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으며 적당히 사람 많아 보이는 집을 하나 골라서 한 그릇 먹어보기로 했다.

가게 분위기는 허름한 편이다. 위치도 경주 중앙시장 바로 건너편이고 하다보니 도심보다는 시장통의 분위기에 더 가깝다. 그래도 테이블은 잘 닦여있었고 수저통의 수저도 바싹 잘 말라있었다.

물밀면은 5,000원, 비빔밀면은 5,500원이고 1,000원을 추가로 내면 곱배기로 주문할 수 있다. 보통 중국집의 곱배기가 1.2인분 정도라면 밀면집은 정말로 2인분을 내어주는 집이 많아 조심스러웠지만 용감히 곱배기로 주문해봤다.

밀면을 먹기 전에 온육수가 먼저 나온다. 육수의 빛깔은 붉은빛을 띄며 비교적 맑은 편이다. 맛을 보니 밑에 깔린 감칠맛에 더해 달큰함이 입 안에 가득 찬다. 밀면 육수 치고 한약재향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밀면

이윽고 나온 밀면은 양이 꽤 많았다. 나야 밀면을 워낙 좋아하고 예전만은 못해도 대식을 즐기는 편이라 다 먹었지만 굳이 무리해서 먹을 필요가 없다면 곱배기를 주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온육수와는 달리 물밀면으로 나온 냉육수는 단맛이 약해진 대신 시큼함이 돌았다. 살얼음이 떠있을 정도로 차갑다보니 달고 짠 맛은 약해진 대신 신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면 위에 얹혀 나온 양념을 육수에 풀어내면 단맛이 보강되고 매운맛이 살짝 올라온다. 강렬한 매운 맛은 아니고 약간의 텁텁함을 동반한 부드러운 매운 맛이다. 그나마도 매운 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아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면의 두께는 약간 얇은 정도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도의 두께였다. 삶은 정도도 적당했다. 다만 냉육수에 담겨온 면의 가운데에 미지근함이 남아있었고 면의 겉에 끈적한 전분이 남아있었다. 얼음물에 확실히 헹구어 냈으면 더욱 탱글하고 깔끔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고명은 편육 한 점, 계란 반 개, 오이채와 무절임을 올려준다. 밀면으로서는 무난한 구성이고 편육의 맛도 무난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밀면 한 그릇이다. 다만 좀 더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달큰하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나보다는 좀 더 괜찮게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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