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년 만에 강릉을 다시 찾았다. 당시에는 점심으로 동해막국수에서 막국수 한 그릇, 신리면옥에서 냉면 한 그릇을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동해막국수만 방문했다. 그때처럼 많이 먹기가 힘들어졌기도 하고,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일단 가까운 곳으로 가다보니 그렇게 됐다.
가게는 2년 사이 크게 바뀐 건 없어보였다. 막국수나 냉면집의 비수기인 한겨울인데도 손님이 꽤 있었다. 가격은 1,000원씩 오른 모양이다. 예전 사진과 비교해봐도 그렇고, 메뉴판 곳곳에 가격을 고친 흔적이 남아있었다.
지난번에는 막국수를 먹었었기에 이번에는 회비빔냉면을 주문했다. 전분 특유의 청회색을 띄는 면이다. 바닥에는 육수가 조금 깔려있고, 필요하면 더 넣어먹을 수 있도록 통에 넣은 냉육수가 같이 제공됐다. 고명으로 명태식해, 배, 수육, 계란이 얹혔고 깨가 뿌려졌다. 막국수에는 김가루도 꽤 들어갔는데 냉면이다보니 김가루는 들어가지 않았다.
면은 약간 불어나왔다. 전분면이다보니 불었어도 탄력이 남아있고, 부드러워져 먹기 쉬웠지만 탱글탱글한 면발을 씹는 맛이 약해진 점은 아쉽다. 양념은 자극적으로 매운 맛은 아니다. 약하게 매운 대신 입 안에 매운맛이 오래 남았다. 보통의 비빔냉면치고는 맵지 않은 편이지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로서는 육수와 다른 음료의 도움 없이 다 먹기 쉽지 않았다. 거기에 참기름이 꽤 들어갔는지 매운맛과 함께 참기름향이 진하게 돌았다.
면이나 양념보다 좋았던 건 명태식해였다. 잘 익어있어서, 단단하거나 질긴 부분 없이 아주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처음 입에 물었을 때는 양념맛이 진하게 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 가득 감칠맛이 우러나왔다. 명태식해의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감칠맛 덕분에 음식의 다른 부분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동행은 물막국수를 주문했다. 조금 맛을 보니, 지난번 방문과는 달리 면에서는 메밀향이 제법 났다. 하지만 김가루와 참기름이 다소 과하게 들어있어, 당장 입에는 잘 들어가지만 면이나 육수의 맛과 향을 즐길 수는 없었다. 면과 육수의 맛에 자신이 있다면 김이나 참기름 같은 향이 강한 부재료는 줄여주시는 쪽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