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트 체인루브 6개월 사용기 (Feat. 브롬톤)

들어가며

브롬톤 구입 후 쭈욱 건식 오일을 쓰다가 지난 5월부터 스쿼트 체인루브로 바꿔봤습니다. 그에 대한 간단한 사용기를 남겨봅니다.

스쿼트를 산 이유는 청소의 편의성 때문입니다. 오일을 쓰면 정기적으로 구동계를 디그리싱 해줘야 합니다. 체인 링크를 끊고 디그리서에 담그든, 체인에 끼우는 방식의 클리너를 쓰든 많이 번거로운 게 사실입니다. 시커먼 오일이 피부나 옷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도 않구요. 그에 비해 수용성 왁스 성분인 스쿼트 체인루브는 세척 없이 계속 덧발라가며 사용해도 된다는 광고 내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에 아주 오랫동안 써볼 요량으로 스쿼트 체인루브 500mL 짜리를 샀습니다. 지금 11월이니까 반 년 정도 썼네요. 용기가 불투명해서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흔들어보면 아직 절반 이상 남은 것 같습니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도포 주기는 4-6시간 정도입니다. 리뷰를 보면 200km 이상 써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매주 주말 브롬톤 정비할 때마다 듬뿍 발라줬습니다. 설명서에 따르면 로드는 도포 후 잔여물을 닦아내고, MTB는 닦아내지 말고 그냥 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닦아내지 않고 탔습니다.

장점

체인 청소는 확실히 쉬워졌습니다. 타다 보면 오염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데요, 청소용 솔로 왁스 찌꺼기를 털어낸 다음 크랭크를 돌리면서 마른 걸레로 남은 잔여물을 닦아내면 체인 청소 끝입니다. 냄새 나고 질질 흘러내리는 디그리서를 안 써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고, 체인만 청소할거면 체인링크 안 끊어도 된다는 점이 또 한 번 마음에 듭니다.

자전거 타다 보면 여기저기 체인 오일이 묻어날 때가 있는데요, 이때도 스쿼트가 확실히 좋았습니다. 체인 오일은 비누로 씻어도 한 번에 잘 안 지워집니다. 반면 스쿼트는 굳이 비누까지 쓸 필요 없이 물티슈만 있어도 왠만하면 잘 닦입니다. 옷에 묻어도 세탁하면 남는 기름 때 없이 깔끔하게 지워지구요.

체인 오일로서의 성능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실 힘 손실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건식 오일 쓸 때와 별 차이를 못 느꼈거든요. 아마 윤활제별 파워 손실을 비교한 자료를 많이들 보셨을텐데요, 그만한 차이를 느끼기에는 제 파워가 너무나도 부족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체인 체커로 확인해보면 체인 수명이 거의 줄지 않은데다 녹이 생긴 곳도 없어서 장점에 넣었습니다.

단점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스쿼트를 처음 사용하기 전 체인을 아주 깨끗하게 세척해야 합니다. 새 체인을 쓰더라도 도포된 방청유를 깨끗하게 제거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꽤 번거롭습니다. 디그리서를 이용해서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반복 세척해야 합니다. 저는 새 체인을 네 번 세척해서 썼는데 주말 종일 걸렸습니다.

스쿼트의 가장 큰 단점은 왁스 찌꺼기입니다. 사용하는 내내 시커먼 왁스 찌꺼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브롬톤은 거실에 보관하는데 바닥에 왁스 찌꺼기가 떨어져서 검은 얼룩을 남기곤 합니다. 다행히 물티슈로 한 번 훔치면 잘 지워지긴 하지만 사람이나 로봇청소기가 밟고 돌아다니면 좀 귀찮아집니다.

이 왁스 찌꺼기는 브롬톤에 있어서는 좀 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한데요. 브롬톤의 순정 플라스틱 풀리는 톱니바퀴 양쪽으로 가이드가 있는 반폐쇄형 구조입니다. 그렇다 보니 원래는 떨어져 나가야 할 왁스 찌꺼기가 풀리 내부에 계속 쌓여 차오르게 됩니다. 압축된 왁스 찌꺼기의 강력한 점성 때문인지 풀리 청소 전후 구름성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풀리 청소가 아주 번거롭다는 점입니다. 풀리 가이드에 이물질이 빠질 수 있는 구멍이 있긴 한데요, 왁스 찌꺼기의 점성이 워낙 강해서 별 소용이 없습니다. 풀리 안의 왁스 찌꺼기는 온수나 디그리서로도 제거가 잘 안 돼서 고압 컴프레셔 같은 게 없는 이상 일일이 파내야 합니다. 체인 링크를 끊고 텐셔너를 분해해서 풀리 두 개 속을 박박 긁어내는 작업이 추가된 덕에 체인 청소가 쉬워진 장점이 상쇄되고 맙니다.

습기에 약합니다. 체인오일은 체인 깊숙히 침투해서 수분이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 효과도 있는데요, 스쿼트는 수용성이라 그런지 체인이 물을 맞으면 물을 막아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씻겨나가 버립니다. 비를 맞거나 눈밭을 달린 후에는 확실히 체인 소음이 심해지는 게 느껴졌고, 제설제 섞인 눈을 밟은 후에는 체인에 녹도 빨리 올라왔습니다. 그런 날은 복귀하자마자 체인을 잘 닦아주고 스쿼트를 덧발라줘야 합니다.

체인 오일은 라이딩 출발 직전에 대충 발라주고 바로 나가면 되는데 스쿼트는 체인에 침투하는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라이딩 전날 미리 발라줘야 합니다. 제 경우 자출만 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 자전거 점검 때 발라주고 있고, 장거리 라이딩할 때는 전날 자기 전에 발라주고 있습니다. 바르기 전에 잘 흔들어 줘야 합니다. 일반적인 체인 오일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보니 빼먹기 쉬운 부분입니다.

실제 청소 전후

풀리 안에 왁스 찌꺼기가 계속 차오르다 더 이상 차오를 곳이 없으면 이렇게 옆으로 삐져나옵니다. 그런데 왁스 찌꺼기가 워낙 끈적임이 강하다 보니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풀리 청소를 하려면 결국 체인 링크를 풀고 텐셔너도 분리해야 합니다. 브롬톤 풀리는 플라스틱 재질이다 보니 케미컬로 해결할 수 있으면 편한데 제가 갖고 있던 것들로는 해결이 안 됐습니다. 수용성 왁스라고 하니 온수에 불려보기도 했는데 좀 더 말랑말랑해지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었습니다. 결국 얇은 쇠꼬챙이로 일일이 긁어내고 있습니다.

체인에도 왁스가 잔뜩 묻어 있습니다. 도포할 때마다 듬뿍 덧발라줬더니 더욱 그렇습니다. 롤러마다 덮인 왁스 때문에 체인 링크를 못 찾아 한참 헤맸을 정도입니다. 다행히 체인에 묻은 왁스는 그냥 걸레로 닦아내면 됩니다. 불쾌하게 끈적이긴 하지만 잘 닦여 나옵니다. 스쿼트 쓴 이후 체인 청소는 맨손으로 합니다. 손에 왁스가 묻어도 물티슈나 비누로 쉽게 닦입니다.

이렇게 보면 스쿼트는 넉넉하게 발라주는 것보다는 아주 조금씩 찍어발라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구동계 손실이 적으려면 마찰이 적어야 하는데요, 스쿼트가 뭉쳐서 굳으면 굉장히 끈적거리거든요. 왁스가 과도하게 묻으면 힘 손실을 줄이는데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체인과 풀리 청소를 마쳤습니다. 풀리 안쪽에 아직 잔여물이 좀 남았습니다. 틈이 좁아 매번 깨끗하게 파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스쿼트를 쓰기 시작하면 체인은 저보다 더 깨끗해지기 어렵습니다. 저 위에 계속 스쿼트를 덧발라가며 쓰게 됩니다. 디그리서로 깨끗하게 청소한 후 체인이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좀 아쉽네요.

그 외 특이사항

편하자고 쓰기 시작한 스쿼트인데 스쿼트 때문에 풀리 청소가 너무 고통스럽다 보니 얼마 전부터 사용 방법을 바꿨습니다. 원래는 크랭크를 돌리면서 체인 롤러마다 스쿼트를 쭈욱 짜주는 방식으로 넉넉하게 발라줬었습니다. 지금은 체인 롤러마다 작은 점 하나 찍어주는 정도로만 발라줍니다. 사용한지 반 년이 되어 체인 내부에 왁스가 충분히 누적됐을테니 추가 도포량을 줄인 셈인데요, 이래도 풀리 내부에 왁스 찌꺼기가 계속 쌓이면 도포 후 마른 걸레로 닦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 2022/11/27 추가: 도포방법 변경 ]
이 글을 쓴 후 2주 동안 스쿼트 체인루브를 좀 다르게 써봤습니다. 체인 윤활 전에 마른 걸레로 체인을 한 번 닦아준 다음 체인루브를 체인과 체인 사이 링크에 한 방울씩 콕콕 찍듯이 발라주고, 손가락으로 잘 문질러줬습니다. 이렇게 했더니 찌꺼기가 생기는 양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체인을 닦아주기 전에 맨손으로 체인을 만져봐도 묻어나는 게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찌꺼기가 생기는 왁스 기반 제품은 처음에는 넉넉하게 발라주더라도 왁스가 체인에 자리를 잡고 나면 최소량만 발라주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요, 추운 온도에서는 수용성 왁스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어 스쿼트에서는 저온용 제품이 따로 나옵니다. 리뷰를 보면 좀 더 점성이 약한 제품 같아 보이는데요, 아직 써보지 않았고 당장은 쓸 계획이 없습니다. 일단 쓰던 것을 계속 써보고 겨울 자출 때 문제가 체감되면 그때 사 볼 생각입니다.

Squirt Low Temperature 사용기 (2023/2/5 추가)

겨울이 온 다음에도 일반 스쿼트를 쓰며 꾸준히 자출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니 왁스가 매우 끈적인다는 느낌이 들었고 라이딩 할 때 힘도 더 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눈길 라이딩을 한 번 하고 나니 체인에 왁스가 거의 남지 않고 싹 닦여나가 버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결국 저온용 스쿼트를 샀습니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영하 18도에서 0도까지의 온도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하권 날씨 자출에 사용해보니 일반 스쿼트보다 훨씬 덜 끈적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습기에는 약해서 비나 눈 오는 날 라이딩 후에는 꼭 체인을 닦아내고 왁스를 다시 발라줘야 했지만 이건 어차피 체인오일을 쓰더라도 권장되는 작업이니까요.

대체로 영상 10도 이하에서는 저온용 스쿼트를, 그 이상에서는 일반 스쿼트를 쓰는 게 좋겠습니다. 근거는 없는데요, 두 제품을 서로 비교한 리뷰나 벤치마크를 못 찾은 탓입니다. 그래도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저온용 스쿼트가 영하권 날씨에서도 얼지 않고 성능을 유지하는 대신 상온에서의 윤활 성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있습니다.

마치며

아직 남은 양이 너무 많아 저는 아마 내년까지도 계속 스쿼트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종합적인 판단은 보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체인 오일에 비해 전반적으로는 마음에 듭니다. 근데 풀리 안에 왁스 찌꺼기 쌓이는 부분이 저한테는 치명적인 귀찮음이라서요. 도포량을 줄여서 해결이 되면 완전히 정착할 생각도 있습니다. 일단은 좀 더 두고보려고 합니다.

[ 2023/2/5 추가: 앞으로의 계획 ]
도포량을 줄이고, 도포 후 왁스가 체인에 잘 흡수되도록 문질러주고, 주말마다 체인 겉면을 닦아주면서 왁스 찌꺼기가 많이 줄었습니다. 극동계에도 저온용 스쿼트를 사용하니 윤활 성능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일단 남은 양이 앞으로 2년은 더 쓸 수 있을 정도라 스쿼트를 열심히 써 볼 생각입니다. 그 이후 뭘로 바꿀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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