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현대밀면 – 물밀면

2017.04.29
물밀면 곱배기 6,000원

밀면은 원래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먹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엄연히 경북인 경주에도 황남빵집만큼은 아니지만 밀면집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개중에 내 동선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으며 적당히 사람 많아 보이는 집을 하나 골라서 한 그릇 먹어보기로 했다.

가게 분위기는 허름한 편이다. 위치도 경주 중앙시장 바로 건너편이고 하다보니 도심보다는 시장통의 분위기에 더 가깝다. 그래도 테이블은 잘 닦여있었고 수저통의 수저도 바싹 잘 말라있었다.

물밀면은 5,000원, 비빔밀면은 5,500원이고 1,000원을 추가로 내면 곱배기로 주문할 수 있다. 보통 중국집의 곱배기가 1.2인분 정도라면 밀면집은 정말로 2인분을 내어주는 집이 많아 조심스러웠지만 용감히 곱배기로 주문해봤다.

밀면을 먹기 전에 온육수가 먼저 나온다. 육수의 빛깔은 붉은빛을 띄며 비교적 맑은 편이다. 맛을 보니 밑에 깔린 감칠맛에 더해 달큰함이 입 안에 가득 찬다. 밀면 육수 치고 한약재향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밀면

이윽고 나온 밀면은 양이 꽤 많았다. 나야 밀면을 워낙 좋아하고 예전만은 못해도 대식을 즐기는 편이라 다 먹었지만 굳이 무리해서 먹을 필요가 없다면 곱배기를 주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온육수와는 달리 물밀면으로 나온 냉육수는 단맛이 약해진 대신 시큼함이 돌았다. 살얼음이 떠있을 정도로 차갑다보니 달고 짠 맛은 약해진 대신 신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면 위에 얹혀 나온 양념을 육수에 풀어내면 단맛이 보강되고 매운맛이 살짝 올라온다. 강렬한 매운 맛은 아니고 약간의 텁텁함을 동반한 부드러운 매운 맛이다. 그나마도 매운 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아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면의 두께는 약간 얇은 정도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도의 두께였다. 삶은 정도도 적당했다. 다만 냉육수에 담겨온 면의 가운데에 미지근함이 남아있었고 면의 겉에 끈적한 전분이 남아있었다. 얼음물에 확실히 헹구어 냈으면 더욱 탱글하고 깔끔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고명은 편육 한 점, 계란 반 개, 오이채와 무절임을 올려준다. 밀면으로서는 무난한 구성이고 편육의 맛도 무난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밀면 한 그릇이다. 다만 좀 더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달큰하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나보다는 좀 더 괜찮게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들킹 서울역점 – 새우완탕면

2017년 4월 29일
새우완탕면 7,500원

긴 연휴를 맞아 남도여행을 떠나기 위해 서울역으로 왔다. 원래는 좀 더 일찍 도착해서 남대문시장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집에서 어기적대다 역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다.

때문에 간단히 한 끼 때울 요량으로 서울역 역사 내에 있는 누들킹으로 왔다. 서울역 2층 맞이방에서 공항철도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옆 쪽에 위치해있다.

바형 테이블 한 줄만 있는 작은 식당이다. 주문은 자동판매기에서 한 후 주문권을 받아 테이블 너머로 건네주면 된다. 일본에서야 익숙한 방식이고 한국에도 들어온지도 꽤 오래 됐는데 젊은층이 많이 찾는 일본식 식당이 아니고서야 잘 설치가 안 되다보니 익숙치 않아 헤매는 분들이 많았다.

새우완탕면 말고도 탄탄면이나 우동 같은 동북에서 동남아시아를 망라하는 메뉴들이 갖춰져있었다. 원래는 우동이 먹고 싶었으나 이 작은 가게에서 직접 자가제면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아서 무난히 새우완탕면을 주문했다.

새로완탕면

면은 아주 얇고 흐물거리는데 국물이 아주 뜨거워서 빨리 먹지를 못 하다보니 금새 불어버렸다. 양 자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국물은 고기육수에 몇 가지 향신료를 넣고 끓인 것 같았다. 건더기로 파와 고추가 들어가 있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파와 고추향이 국물에 배어들어 더욱 매워졌다. 그래도 얼큰하니 해장용으로는 나쁘지 않겠다.

완탕은 냉동제품일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요즘은 공장제 만두들도 어설프게 만든 수제만두보다 더 맛있을 정도로 잘 나오다보니 크게 나쁘지 않았다. 세세하게 따지자면야 새우의 씹는 식감은 있으나 속이 퍽퍽하고 향이 약하고 육즙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말해야겠지만, 이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면 그냥 무난하게 먹을 수 있었다.

역이라는 곳이 워낙 기차시간에 맞춰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다보니 짧은 시간 내에 간단히 한 끼 먹고자 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애초에 그런 목적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역 내에 입점해있는 식당 중 하나이기도 할테고.

다만 다음에 다시 서울역으로 간다면, 그때는 여유있게 집에서 나서서 미리 남대문 근처의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식당에서 든든히 챙겨먹고 오는 쪽을 택할 것 같다.

문래동 밀면땡기리 자가제면소 – 물밀면

2017년 4월 15일, 2017년 4월 22일
물밀면 6,000원

밀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하지만 부울경 지역, 넓게 봐도 영남지역을 벗어나면 밀면 잘 하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서울에 있는 밀면집 여러군데에 가봤지만 아주 만족할만한 집은 없었고 그나마 먹을만한 집이 한 집 정도였을 정도니.

그러다 우연히 지금 집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 밖에 안 되는 서울 영등포 문래동에 밀면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문래동 철강골목 구석진 곳에 있는 크지 않은 가게다. 따로 사람을 쓰지 않고 사장님 혼자 주문, 조리, 서빙, 정리까지 다 하신다. 사장님의 우람한 팔뚝이 자가제면에 대한 믿음을 더해준다.

겨울에는 영업을 아예 않고, 영업하는 계절에도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한다. 그나마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변동이 있을 수 있어서 가기 전에 사장님 인스타그램 확인이 필요하다.

평일 점심 11:30-14:00 저녁 18:00-20:00
토요일 11:30-16:00
일요일 휴무
https://instagram.com/pushnudle

원래 4월 15일 토요일에 가벼운 마음으로 가봤는데 맛과 양이 아주 마음에 들어 일주일 뒤인 4월 22일 토요일에 재방문을 했다. 이때도 아주 맛있게 먹고 왔다.

물밀면 大물밀면 大

밀면은 물/비빔, 中/大 (모두 6,000원) 중에 고를 수 있는데 나는 물밀면 大를 주문해서 먹었다. 양이 어지간한 중국집 짜장면 곱배기보다도 훨씬 많은데 그나마도 면이 모자라면 더 주신단다.

면은 비교적 얇고 넓적한 직사각형 모양이다. 아주 쫄깃하면서도 가위 없이 끊을 수 있을만큼 적당히 탄력이 있다. 4월 15일에 갔을 때는 약간 과하게 삶긴 것 같았는데 4월 22일에 갔을 때는 딱 맞게 삶겨서 나왔다. 이틀 다 면이 찬물에 잘 씻겨나와서 전분이 끈적이지 않아 깔끔했다.

육수는 다른 밀면집들이 보통 사골육수에 한약재(당귀, 감초 등)을 섞어쓰는데 이집은 거기에 닭육수를 추가로 섞은 것 같은 맛이 났다. 찬 육수이니만큼 육향은 강하지 않지만 닭육수 특유의 감칠맛이 섞여있고 밀면하면 으레 떠올리는 한약재향도 은은히 났다.

양념은 특히 알싸하게 쏘는 매운맛이 돈다. 이 양념이 비빔밀면에 그대로 올라가서, 첫 방문 때 곁들여먹었던 비빔밀면은 내 입맛에는 과하게 매웠었다. 최근 사장님 인스타그램을 보니 양념이 맵다는 의견이 많아서 매운맛을 좀 낮췄다고 한다. (오늘 또 가서 먹어볼랬는데 LG서비스센터 대기열이 너무 길어 기다리다가 결국 못 갔다.)

고명은 오이, 무와 함께 손으로 찢은 닭고기가 올라간다. 헌데 大는 면이 워낙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고명의 양이 적어보인다. 어차피 밀면에 고명은 거들뿐 육수 묻혀 먹는 면이 주인공이니 나는 별 상관없이 맛있게 잘 먹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두 번째 방문에서는 제육덮밥도 같이 주문해서 먹었다. 두 명이 왔을 때 밀면 大 하나에 제육덮밥 하나를 주문하는게 만드는 사장님은 귀찮아도 먹는 입장에서는 괜찮다고 하시는데 정말이었다. 제육덮밥은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한 맛은 아니고, 학교 앞 밥집에서 먹는듯 익숙하고 정겨운 맛이었다. 불맛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약하게 배어있어 밥을 곁들여 먹기에도 아주 좋았다.

주방 안쪽은 불을 제대로 안켜두고 일하고 계셔서 잘 모르겠으나 테이블 위는 비교적 깔끔해보였다. 그런데 창틀 안쪽에 오래된 먼지가 쌓여있는 게 보였다. 혼자 일하시는 가게라 손이 모자라실 수도 있겠지만 밀면 먹으면서 그런게 자꾸 눈에 띄니 결코 입맛을 돋운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나중에 창틀에 판자를 덧대는 작업이 있었다. 덕분에 더 이상 창틀은 실내가 아니라 실외가 되었다. 뭐, 상관없겠지.

서울에서 먹는 밀면은 공장제 면을 공장제 냉면육수에 말아주는 지뢰 같은 집도 많다. 그 와중에 모처럼 서울에서도 제대로 된 밀면을 먹게 되니 아주 마음에 든다. 집에서도 가까우니 거의 주말마다 찾게 될 것 같다.

연남동 토키야 – 닭나가사끼 짬뽕

2016년 10월 9일
닭나가사끼 짬뽕 11,000원

서울에서 화제가 되는 동네는 휙휙 바뀐다. 그것도 아주 빨리 바뀐다. 내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신촌이 여전히 북적이는 가운데 홍대거리가 서서히 떠오르는 중이었다. 그러더니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이 화제가 되고, 홍대 주변의 ‘핫플레이스’도 합정동, 상수동을 거쳐 어느새 연남동까지 뻗어나간 모양이다.

연남동에 와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먼젓번에 왔을 때는,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와 까사 디 노아에서 크리스마스 만찬을 들기 위해서였다. 그때만 해도 주변은 그저 평범한 주택가였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공원화된 경의선 지상구간을 중심으로 주택을 개조한 가게들이 골목마다 가득한 곳으로 변해 있었다. 오래지 않은 기간 사이에 생긴 동네의 변화가 그저 생경하다.

원래 식사를 하기로 했던 곳은 다른 곳인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 뭘 먹을지 주변을 헤매다 우연히 간 곳이 토키야다. 반지하지만 거리를 향해 열려있고 또 안이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서 마음이 끌렸다. ‘토끼야’라고 써야 할 것 같은데 간판에 ‘ときや’라는 큰 글씨 아래에 ‘토키야’ 라고 적혀있으니 토키야라고 쓰는 게 맞겠다. 가게 이름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とき’의 의미 중에는 돈카츠를 주로 내는 이 가게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게 없다.

어쨌든 이 가게의 주메뉴는 돈카츠다. 히레카츠, 로스카츠, 치즈카츠가 메뉴판 맨 위를 장식한다. 그런데 메뉴판 아래에 있는 음식들이 낯설다. ‘감자크림우동카츠’, ‘닭나가사끼 짬뽕’, ‘닭냉채소바’가 있다. 점점 돈카츠에서 멀어지고 면이 주가 된다. 나야 돈카츠도 싫어하지는 않지만 워낙 면을 좋아하니 사양할 수가 없다. 가장 궁금증을 잡아끌었던 닭나가사키 짬뽕을 주문했다.

닭나가사키 짬뽕

사실 우연히 들른 집에서 끌리는대로 주문한 음식이라 그리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아주 제대로 된 짬뽕이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닭육수가 기본이 된다. 여기에 닭고기와 해물, 야채를 넣고 불맛나게 볶아내어 그 맛이 국물에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거기에 곁들여진 고추기름은 보기와는 달리 많이 맵지 않으면서도 짜릿하게 입맛을 돋운다. 바탕의 닭육수, 중간의 불향나는 해물, 꼭대기의 고추기름까지 어디 하나 빈 곳 없이 꽉 찬 맛의 국물이 아주 맛있어서 같이 제공된 밥에 곁들여먹으니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게 될 정도였다.

그렇다고 건더기가 별로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면은 넓고 각진 모양인데 저 맛있는 국물을 붙잡으면서도 적절한 탄력이 있어 재미있는 식감이었다. 통새우 역시 너무 오래 익히지 않아서 새우의 향과 맛과 탱글거리는 느낌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었다. 그야말로 육(야채), 해(해산물), 공(닭고기)가 어우러져 먹는 시간 내내 아주 즐거웠다.

일하는 스탭들도 아주 친절하셔서, 지인들끼리 동업하시는게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들 정도였다. 가게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게 문 바깥부터 테이블까지 적어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곳 모두가 아주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보이는 토끼 모양의 귀여운 소품은 덤이다. (그래서 ‘토끼’야인가?! ‘토키’야라면서?)

짬뽕 한 그릇치고 가격이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짬뽕의 기본에 충실한 맛을 내는 집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만한 맛이 주는 만족감이라면 연남동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불한 요금이 아깝지 않았다. 조만간 꼭 다시 찾아가서 한 번 더 먹어보고 싶은, 오랜만에 눈이 번쩍 뜨이는 집이었다.

강릉 형제칼국수 – 장칼국수 기본매운맛, 더얼매운맛

2016년 10월 1일
장칼국수 6,000원

Update: 2019. 1. 5. 재방문 – 장칼국수(하얀칼국수) 6,000원

강릉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한 곳이 바로 여기 형제칼국수이지 싶다. 강릉에 몇 번 가 본 건 아니지만, 강릉에서 먹었던 음식 중 항상 떠올랐던 것 역시 형제칼국수의 장칼국수였다. 이 집에 마지막으로 왔던 건 3년 전 겨울이다. 당시 영동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을 헤치고 컴컴해진 늦은 시각에 칼바람에 오들오들 떨며 저녁을 먹으러 온 곳이 바로 이 집이었다. 온몸에 성에가 낀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장칼국수 한 그릇에 몸도 마음도 노곤하게 풀어졌던 기억이 난다.

날씨 좋은 초가을이라 그런지 오랜만에 찾아간 형제칼국수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줄을 서지는 않아도 되었지만 끊임없이 손님이 들고 나서 부산한 느낌이었다.

형제칼국수의 메뉴판에는 장칼국수와 공기밥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주종목에만 집중하는 집이 좋다. 장칼국수는 전혀 맵지 않은 하얀칼국수부터 아주 매운 칼국수까지 다섯가지 단계 중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 매운 순서로 ‘아주매운맛’, ‘기본매운맛’, ‘더얼매운맛’, ‘장끼맛’, ‘하얀칼국수’다. 가격에는 차이가 없다. 예전 기억으로는 매운 단계를 조절하고 싶으면 따로 이야기를 해야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틀린건지 그 사이에 달라진건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왔을 때 ‘매운 것을 잘 못먹으니 아주 덜 맵게 해달라’고 했음에도 꽤 매웠던 기억이 있다. 그 사이 매운맛에 대한 내성도 꽤 강해졌으므로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더얼매운맛’을 주문했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동행은 ‘기본매운맛’으로 주문했다.

장칼국수 더얼매운맛

장칼국수 기본매운맛

윗 사진이 더얼매운맛, 아래 사진이 기본매운맛이다. 이 정도만 해도 국물의 붉은 정도에 차이가 확연하다. 면 말고는 파와 호박이 들어가고 위에 김과 깨가 얹혔다. 여기에 계란이 약간 풀어져 들어갔다. 특이할 것 없이 소박한 구성이다.

국물은 여전히 매웠다. 형제칼국수의 장칼국수는 고추장을 주로 쓴 장칼국수인데, 고추장에 섞어쓴 된장 특유의 구수한 맛이 바탕에 은은하게 깔린다. 여기에 멸치육수가 내는 감칠맛이 더해진다. 하지만 고추장의 매운맛은 중간이 없이 들이쏘는듯 강렬하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더얼매운맛’도 많이 맵게 느껴질 수 있겠다. 내 입맛에는 ‘더얼매운맛’의 국물이 내가 먹을 수 있는 매운 음식의 한계였다.

면은 상당히 독특했는데, 두께는 얇고 폭은 넓었다. 두께가 얇아서 국물을 잘 머금으면서도 폭이 넓어 퍼지는 속도가 늦고 넉넉한 식감이었다. 반죽이 꽤 괜찮았는지 씹는 느낌이 좋았다. 다만 서빙되어 나올 때 음식이 너무 뜨거워서 식혀먹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불게 되는 점은 좀 아쉽다.

음식의 맛은 그러한데, 식사를 하면서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거슬렸다. 테이블 위의 식기에는 물기가 흥건했고, 손님들이 오가는 방의 한구석에 김이 반쯤 포장이 뜯긴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방 구석의 벽지가 일어나 있는 곳에는 무언가 시커먼 게 있었는데 그게 뭔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내가 지금까지 가본 집 중에 형제칼국수는 어지간한 다른 집들로는 대체불가능하다. 매운 편이기는 하지만 맛이 좋고 양도 넉넉하다. 다만 이만한 맛을 내면서 좀 더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집이 있다면 나는 바로 그쪽으로 갈아타게 될 것 같다.

신리면옥 강릉점 – 회비빔냉면

2016.10.01 회비빔냉면 7,000원

강릉 여행 중, 동해막국수에 이어 그에 못지 않게 추천글이 많았던 신리면옥으로 향했다. 신리면옥도 동해막국수처럼 본점은 강릉 시내에서 주문진 가는 길에 있는데 강릉 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교동택지지구에 분점이 있다. 동해막국수에서 길 하나 건너 조금만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두 가게 사이의 거리도 가깝다.

동해막국수와 메뉴도 비슷하다. 막국수, 냉면, 수육, 메밀전 등이다. 한 블로그 포스팅에서 신리면옥은 막국수보다 냉면이 괜찮다고 해서 회냉면을 주문해봤다.

신리면옥 회비빔냉면

들어간 면은 메밀이 들어가서 뚝뚝 끊기는 면이 아닌, 전분으로 얇게 반죽해내서 질긴 식감의 청회색 전분면이었다. 거기에 회무침, 양념장, 계란, 오이채에 김가루와 깨소금이 뿌려져서 나온다. 김과 깨소금을 많이 넣으면 음식이 아주 고소하게 느껴지고 입맛을 돌게 만드는 반면 음식 자체의 맛을 즐기는데는 방해가 된다. 몇 집 가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강릉에서 먹어본 막국수나 냉면은 모두 김가루와 깨소금을 많이 쓰는 편인데 이쯤 되면 이 동네 음식의 성향이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면은 전분면답게 아주 질겨서 가위로 끊지 않으면 들어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비빔장은 꽤 매운 편이었다. 그나마 계란과 오이채처럼 매운 맛을 줄여줄 수 있는 꾸미가 곁들여져있어 완식할 수 있었다. 회냉면이니만큼 회무침이 중요할텐데, 잔뼈가 씹히고 감칠맛 있었다. 그나마 회를 비교적 잘게 찢어놓아서 뼈째로 씹어먹기 나쁘지는 않았다.

이 집 역시 다른 방문기들을 보면 비슷한 재료에 면만 메밀면으로 바꾸어 막국수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사진으로 보기에 메밀함량이 아주 높은 면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막국수와 냉면을 같이 두고 먹으며 비교해봐야겠다.

강릉 동해막국수 교동택지점 – 회비빔막국수, 메밀전

2016.10.01 회비빔막국수 7,000원, 메밀전 3,000원

Update: 2019.01.04 재방문 회비빔냉면 곱배기 9,000원

오랜만에 강릉으로 먹자 여행을 떠났다. 2년 전에 마지막으로 강릉에 갔을 때에는 막국수, 메밀전, 옹심이칼국수, 감자송편, 장칼국수를 야무지게 먹고 왔던 기억이 있다. 눈이 많이 오고 아주 추운 한겨울이었는데 따뜻한 음식 덕분에 힘을 얻었던 때였다.

당시에는 별 다른 사전정보 없이 무작정 떠났던 여행이라 강릉터미널 길 건너의 남애막국수에서 막국수와 메밀전을 먹었었다. 꽤 만족스러운 식사였는데, 이번에는 똑같은 막국수라도 아예 아주 유명한 집들 위주로 찾아서 먹어보기로 했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동해막국수였다. 본점은 강릉 시내에서 주문진 가는 중간에 있는데 교통이 영 애매해서 다음을 기약했고, 대신 교동택지지구에 있는 분점으로 향했다. 강릉버스터미널에서 걷기는 애매하고 버스 타면 금방인 거리인데 다행히 초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한 날씨라 야트막한 언덕을 하나 넘어 천천히 걸어가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날이 서늘해져서인지 손님이 자리를 꽉 채울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메밀전

메밀전은 기름에 지져진 메밀향이 아주 고소하게 올라왔다. 씹는 느낌은 부드러웠고 매번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맴도는 메밀향이 좋았다. 다만 아무리 전이라지만 기름을 너무 많이 먹어 내 입맛에는 좀 느끼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내가 기름에 지진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같이 간 동행은 아주 만족해했다.

회비빔막국수

회비빔막국수는 이름처럼 양념에 버무려진 회무침이 잔뜩 올라간 막국수였다. 밑에 약간의 육수가 깔려있고 원한다면 같이 제공되는 냉육수를 추가로 더 부어서 먹어도 된다. 춘천에서 즐겨먹던 영서식 막국수와도 비슷한데 바다와 접한 영동지방답게 꾸미에 회무침이 올라간다는 점이 가장 특이하다.

면은 아주 부드럽다. 소바 정도의 메밀함량일 것 같지는 않고, 흔히 접하는 밀가루와 전분 함량이 높은 그런 메밀면으로 추정된다. 툭툭 끊기지는 않으며 약간 많이 삶겼는지 탄력 있게 늘어지다 찢어지듯 끊어진다. 치감 역시 약하다. 깨소금와 김이 잔뜩 올라가서 고소하지만 그때문에 메밀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같이 올려진 회는 내 입맛에는 매웠으나 잘 익어서 아주 부드럽고 감칠맛이 쫀득하니 강해서 맛있게 먹었다.

순메밀로 반죽한 소바나 냉면 같은 고급음식이라기보다는 동네에서 막 말아먹는 막국수 같은 느낌이다. 면이나 육수는 별 특이한 점이 없어 그냥 동네 식당에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거칠지 않고 부드럽게 입에 쫙쫙 달라붙는 회무침이 좋았다.

강릉에서 이 날 갔던 막국수집 두 곳 모두 메뉴판에는 막국수와 냉면이 둘 다 올라와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재료를 공유하면서 면과 양념 정도만 다르게 쓰지 않을까 싶다. 간단히 알아보기로 막국수는 동해막국수가 낫고 냉면은 다른집이 낫대서 우선 막국수만 먹어봤는데, 음식의 차림새로 봐서는 냉면보다는 막국수 쪽에 더 어울리는 재료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