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16년식 브롬톤 C라인은 오염이 많다. 사계절 자출 머신으로 굴려지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스쿼트 체인 왁스를 쓰면서 생기는 왁스똥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다시 체인 오일로 돌아갈 요량으로 구동계 분해청소를 하기로 했다. 여기에 구동계 뜯은 김에 몇 가지 작업을 추가로 했다.



도로만 주행했는데도 구동계에서 뿜어내는 왁스똥이 상당하다. 체인은 물론이고 풀리, 림, 머드가드 등에도 달라붙어 지저분한 얼룩을 남긴다. 물티슈로 닦으면 잘 닦이기는 하지만 영 번거롭고, 풀리 틈새는 닦기도 어렵다.







먼저 구동계를 싹 분리했다. 육각렌치로 텐셔너 탈거, 체인링크 플라이어로 체인링크를 풀어서 체인 탈거, 스패너로 리어휠 탈거, 체인휩과 스프라켓 리무버로 스프라켓 탈거, 육각렌치와 체인링 너트 렌치로 체인링 탈거, 역시 육각렌치로 변속 풀리와 드레일러도 탈거했다.




구동계가 온통 왁스똥으로 오염되어 엉망이다. 체인은 왁스를 축적시키며 쓰는 게 권장 사용방법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고단 스프라켓이나 풀리 틈에 낀 왁스똥은 찌꺼기일 뿐인데 분해하지 않으면 스팀 세차라도 하지 않는 이상 닦기가 어렵다.




깨끗하게 씻어둔 배달음식 그릇에 구동계 부품을 다 때려넣고, 물을 뿌려 불린 다음 카샴푸로 닦아줬다. 이어 디그리서로 반복해서 닦아주니 제법 깨끗해졌다.

에어건으로 남은 물기를 날리고 잠시 자연건조 시켜줬다.

막간을 이용해서 변속 풀리 베어링을 교체했다. 세척 전에 미리 분해하려고 보니 베어링에서 서걱거림이 느껴졌다. 어차피 바꿔야 할 것 같아 그대로 세척한 후 규격에 맞는 새 베어링을 압입해줬다.

조립에 앞서 스프링, 볼트 등에 그리스를 뿌리거나 발라줬다. 조립 중에도 필요한 곳마다 그리스, 고착방지제, 나사풀림방지제를 사용했다. 특히 슈퍼루브를 스프레이와 튜브 타입으로 갖춰두니 여러모로 유용했다.
구동계에는 원래 쓰던 스쿼트 체인 왁스 대신 주스루브 바이킹 체인루브를 발라줬다. 사실 사진은 지난 봄에 찍었던 거고, 지금은 렉스 블랙 다이아몬드를 쓰고 있다.
바이킹 체인루브는 오염이 적은 건 좋았지만 소음이 빨리 올라오는 편이었다. 점도가 아주 낮아서 바를 때 여기저기 튀고 흐르는데다 석유 냄새도 좀 있었다. 실내에서 자전거 정비하고 보관하는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블랙 다이아몬드는 습식 오일와 왁스의 중간 정도 같았다. 오염이나 유지력은 습식 오일에 가까운데, 불쾌한 냄새가 없고 소음 억제가 괜찮았던 점은 왁스와 비슷했다.



구동계 뜯은 김에 비비도 교체했다. 먼저 크랭크부터 탈거했다. 체인크릭 eeWings 크랭크인데,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매뉴얼 순서대로 분리해줬다. 그 비싼 가격에도 적정 토크도 안 알려주는 브롬톤 튜닝 부품들만 만지다 모처럼 제대로 된 매뉴얼을 보니 감격할 지경이었다.



이어 비비도 분리했다. 크랭크와 같은 케인크릭 제품이다. 자가정비 중에 토크가 부족할 때마다 애용 중인 구형 티타늄 싯포스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탈거할 수 있었다.


원래 쓰던 체인크릭 비비도 괜찮았는데 굳이 비비를 바꾸게 된 건 웨더실이 느슨해서 물세차 때마다 수분이 너무 쉽게 침투했고, 체인라인 맞추기 위한 크랭크축 여유분이 좀 모자랐던 이유에서였다.
새 비비는 ZTTO의 BSA30 규격 제품이다. 케인크릭 비비보다 1.2 mm 얇아서 양쪽 합치면 2.4 mm 여유가 더 생긴다. 세라믹 베어링 제품으로 샀는데 구름성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적당히 쓰다 스틸 베어링으로 바꿔야겠다.


비비쉘을 정리하고 안티시즈를 발라준 다음 역시 싯포스트 찬스 이용해서 조립했다. 저번에 샵에서 탭핑, 페이싱을 해놨어서 그런지 장착도 어렵지 않았다.



이어 분해의 역순으로 구동계 조립을 끝냈다. 깨끗한 구동계를 보면 기분이 좋다. 어차피 윤활해가며 타다 보면 이 상태가 오래 가지는 못 한다. 눈에 오염이 보이면 불편해지는데, 아예 검은색인 DLC 체인을 써볼까 싶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