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함흥냉면 – 회냉면

2016.9.24
회냉면 9,000원 + 사리 3,000원

수도권에 처음 자리를 잡았던 십여년 전부터 즐겨가던 가게 중 하나다. 당시에는 집이 수원이라 드물게 서울에 나올 때에나 들러볼 수 있었다. 그새 세월이 많이 지나 어느새 서울에 다시 자리를 잡게 되었고, 그게 또 동네가 영등포라 집에서 가까워 자주 갈 수 있게 됐다.

홀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몰라도 카운터에서 접객하시는 남자분이 항상 볼 때마다 친절하셔서 가게에 들어갈 때나 계산하고 나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 보통 유명세를 탄 음식점들이 망가질 때 가장 먼저 망가지는 부분 중 하나가 접객태도인데 이집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위생도 오래된 시장과 유흥가 자락에 위치한 가게치고는 깔끔한 편이다. 여름에 갔을 때는 물에 적셔진지 오래된 걸레에서 나는 쉰내가 날 때가 있었는데 날이 시원해져서인지 이번에 갔을 때는 그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자리에 앉으면 뜨거운 육수를 주전자에 담아 내어준다. 육향이 나는 것은 좋은데 혀가 아릴 정도로 짜다. 그럼에도 더욱 짜고 매운 냉면양념을 먹어야 하기에 냉면을 먹기 전에 미리 한두잔 마셔서 속을 워밍업시켜준다.

영등포 함흥냉면 회냉면

면은 함흥냉면 특유의 전분면답게 찔깃하게 잘 끊어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그래도 꾸역꾸역 잘도 먹고 다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한두번은 가위질을 해서 먹는게 편하다. 양은 많지는 않으나 모자라지도 않는 편이다. 사리를 하나 추가해서 먹었더니 배가 많이 불렀다.

양념은 점도가 높아 꾸덕거리는데다 밑육수가 눈에 띄게 없어서 면을 비비는데 힘이 많이 든다. 양념에서는 쏘는듯한 매운맛이 꽤 강하게 올라온다. 흥남집, 곰보냉면, 명동함흥면옥 등 유명 함흥냉면집과 비교했을 때 그런 것인데 요즘 대놓고 매운맛을 내세우는 음식점들에는 비할바가 아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인데, 딱 이 집의 함흥냉면 정도가 즐겁게 먹을 수 있는 한계점이다.

회냉면이니만큼 가오리회무침이 면 위에 올라간다. 양은 박하지 않은 편이다. 양념에 잘 무쳐서 감칠맛이 올라오고 씹는 재미도 있다. 부드럽고 쫄깃거리지는 않고 겉면이 너무 연하기는 하나 부드러운 겉과 단단한 속을 잘 씹어먹으니 괜찮았다.

개인적인 취향에는 약간 맵지만 그래도 집에서 가깝다는 점이 나에게는 가장 큰 강점이다. 이렇게 보면 거리 외에는 장점이 없는게 아닌가 싶지만, 예전에는 이집의 냉면을 먹기 위해 수원에서 영등포까지 일부러 찾아오기도 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외의 매력도 충분히 있는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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