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흥남밀면 – 밀면

2017년 4월 30일
밀면 곱배기 7,000원

부산에 미리 잡아둔 게스트하우스에 저녁 9시가 다 되어 뒤늦게 도착하고보니 룸메이트가 모두 외국인이었다. 미국 사람 하나, 필리핀 사람 하나. 그 중 미국인 룸메이트가 아직 시차적응을 못 해 저녁을 못 먹었다고 투덜대고 있었다. 내가 Mil-myun이라는 Busan의 Local Food가 있는데 나도 아직 저녁 식전이라 같이 먹으러 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Great!를 외치길래 게스트하우스 근처의 흥남밀면으로 데리고 갔다.

밀면집 중에는 오래 되고 허름한 곳도 많다보니 외국인을 데리고 가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이집은 내외부 인테리어는 물론 테이블의 위생상태도 아주 좋아보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밀면은 6,000원, 곱배기는 7,000원이다. 밑에 따로 언급하겠지만 이 집은 물밀면과 비빔밀면 구분이 따로 없는 집이다.

먼저 나온 온육수는 뽀얗고 불투명한 사골육수였다. 맛을 봤더니 이건 밀면육수보다 설렁탕에 더 가깝다 싶었을 정도의 진짜 사골육수였다. 설탕과 식초, 한약재를 섞어서 내는 다른 밀면집들의 육수와는 독특한 방향으로 달라서 재미있었다.

밀면

이어 나온 밀면은 일단 비빔밀면 같은 양념과 육수의 비율을 갖추고 있다. 물밀면으로 먹고 싶으면 같이 나온 냉육수를 자작하게 부어서 먹으면 된다. 나는 물밀면으로 먹었는데 양념이 내 취향에는 좀 많아서 조금 덜어내고서 섞어먹었다.

육수는 온육수와 마찬가지로 뽀얀 사골육수다. 덕분에 육수가 반쯤은 투명한 다른 밀면집과는 확실히 차별점이 있다. 밀면에서 으레 나는 한약재향도 나지 않았다. 양념을 풀어내면 단맛과 매운맛이 올라오지만 아주 깔끔해서 사골육수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육수만큼이나 면도 독특했는데, 면 자체는 얇은 편이었으나 전분 함량이 높아 다른 밀면보다 면의 탄력이 강하다. 치아로 끊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위로 잘라 먹는 쪽이 먹기 편했다. 벽면이 안내를 읽어보니 치자가루를 넣는다고 했는데 그래서 면이 더욱 노르스름한 색을 띄는 것 같다.

(같이 간 미국인 룸메이트에게 이걸 설명하느라 Wheat가 [hwi:t]가 아니라 [wi:t]로 발음되는 것과 전분을 Starch라고 하는 걸 처음 사전으로 찾아봤다.)

고명은 계란, 수육, 깨소금, 오이채가 올라간다. 근데 고명도 아주 맛있었다. 계란이야 특이할 게 없지만 오이채가 아주 아삭했고 특히 수육이 아주 고소해서 입 안에 넣으니 그냥 녹아 없어져버렸다.

양은 곱배기치고 그리 많지 않았다. 다른 밀면집의 보통 내지는 보통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였다.

이집의 밀면은 내가 지금까지 익숙했던 밀면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뽀얀 사골육수, 높은 전분함량, 좀처럼 나지 않는 한약재향이 그러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어우러진 맛이 아주 훌륭했다. 원래 부산에서는 좋아하는 밀면집이 따로 정해져있었는데 이제 이 집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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