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일
특곰탕 10,000원
마산은 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나의 고향이다. 지금은 세월이 10년 이상 지나 마산도 많이 달라졌고 나도 더 이상 마산사투리를 구사하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마산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계속 가지고 있다.
마산의 음식이라고 하면 제일 유명한 건 아구찜이다. 그런데 나는 마산에 살면서 아구찜을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부모님이 모두 경남 해안지역 출신이시기에 매일 같이 해산물 위주의 식사를 했지만 대구찜을 먹었던 기억은 많아도 아구찜은 별로 먹지 않았던 것 같다. 때문에 오동동에 크게 들어선 아구찜 골목이나 서울에서도 흔히 보이는 마산아구찜이라는 식당 이름이 나로서는 영 어색해보인다.
대신 누군가 나에게 마산에서 유명한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식당은 딱 두 군데다. 까마득하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서 맛있는 집이라고 나를 여러번 데리고 가셨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곳은 마산야구장 옆의 동문설렁탕이고 또 다른 한 곳, 이번에 들른 곳이 동문설렁탕 바로 골목 건너에 있는 마산곰탕이다.
요즘은 나주곰탕이 브랜드화에 성공해서 체인점도 많이 내고 있지만, 어른들 말씀으로는 마산도 곰탕으로는 전국구로 유명했던 곳이란다. 서울의 곰탕은 하동관처럼 살코기로 끓여내 국물이 맑지만 마산의 곰탕은 사골을 같이 넣고 끓여 설렁탕처럼 국물이 뽀얀 편이다. 어렸을적 어머니께서 집에서 밤새 끓여주신, 입술이 쩍쩍 붙을 정도로 진했던 곰탕 역시 소의 살코기와 뼈를 같이 넣어 끓인 것이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곰탕보다는 설렁탕에 가깝겠지만 설렁탕과 곰탕이 혼용되어 사용되는 지역도 있고 같은 곰탕이라도 지역적인 특색이 있는만큼 그에 따른 차이로 보면 될 것 같다.
단촐한 찬과 함께 받아든 곰탕은 역시나 뽀얀 빛을 띈다. 국물은 아주 끈적하게 진하지는 않지만 깔끔하니 고기국물을 먹는 맛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팔팔 끓인 국물에 대파를 많이 집어넣어 파의 단맛이 국물에 진득하게 배어나왔다.
국물의 간은 굵은소금으로 맞추면 되고 돼지국밥처럼 부추무침을 넣어서 맞추기도 하는데 나는 서빙되어 나온 그 자체도 슴슴하니 괜찮아서 추가로 간을 하지는 않았다.
고기도 꽤나 실하게 들어 있으며, 특곰탕에만 들어가는 추가 마늘과 인삼이 알싸함을 더해준다. 깔끔한 고기국물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곰탕은 보양식 범주에 드니만큼 가끔은 이렇게 먹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김치는 깍두기와 배추김치 두 가지가 모두 제공된다. 둘 다 잘 익어 식감이 아삭했는데 달큰한 맛이 돌기도 했다.
요즘은 좀처럼 진득한 국물의 설렁탕이나 곰탕 국물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마산곰탕도 그런 국물을 내는 집은 아니다. 그래도 깔끔한 고깃국물의 맛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괜찮은 집인 것 같다. 거기에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왔었던 기억을 더듬어가는 재미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