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MDR-1000X 1주 사용기: Bose QC35와의 비교 중심

MDR-1000XMDR-1000XMDR-1000X

장점

– 무선의 편리함과 BOSE 부럽지 않은 노이즈캔슬링 및 부가기능
– 편안한 착용감
– 크게 나쁘지 않은 소리의 균형감

단점

– 와이파이 신호 간섭으로 인한 고주파 잡음
– 블루투스 연결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해상력
– 유닛 두께가 두꺼워 두상에 따라 요다 현상 발생 가능

외관

소니의 h.ear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다. 별 다른 장식이 없이 매끈하고 단단한 외관을 보인다. 이어컵과 헤드밴드 등 직접 몸에 닿는 부분은 부들부들한 가죽 처리가 되어 있다. 나머지 부분은 짙은 회색으로 코팅된 금속과 플라스틱이다.

블루투스, 노이즈캔슬링에 20시간 이상 재생 가능한 배터리가 포함된 것치고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다. 포지셔닝이 가장 겹치는 경쟁제품인 Bose의 QC35보다 약간 무거운 수준이다. (MDR-1000X 275g, QC35 235g) 그래도 마의 300g 선을 넘지는 않고 측압이 강하지 않아 오래 착용하더라도 큰 무리는 되지 않는다.

다만 QC35는 유닛이 얇아 외관이 머리와 귀에 착 달라붙는 형태인데 반해 MDR-1000X는 유닛부의 두께가 두껍고 헤드밴드가 정수리 부분을 제외하면 머리에서 붕 뜨게 된다. 때문에 흔히 얘기하는 ‘요다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다행히 미니멀한 디자인과 색상 배치 덕분에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 수준이다.

소리

원래 쓰던 MDR-1A에 사용된 알루미늄 코팅된 40mm 액정 크리스탈 폴리머 드라이버가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때문에 MDR-1A 시리즈와는 소리가 크게 달라질 이유가 없고 실제로도 그렇다. 알루미늄 대신 티타늄 코팅이 적용된 h.ear 시리즈의 MDR-100A와는 차이가 있으니 호불호에 따라 고를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저음이 부드럽고 큰 양감을 가지며 중고음도 또렷한 편이다. 다만 저음 쪽으로 밸런스가 치우쳐있어 의외로 EDM을 듣기에 좋았으나 조용한 남성 발라드나 클래식을 들을 때는 소리가 다소 먹먹했다.

때문에 Diffuse Field Compensation 적용된 주파수 응답 그래프를 기준으로 EQ를 조정해서 적용했다. Flat하게 조정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되 중고음을 조금씩 올려주고 2kHz는 주변 부스트 대비 약간의 딥을 갖도록 조정했다. 2kHz 대역을 조정하지 않으면 소리의 먹먹함이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높이면 잡음성 치찰음이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EQ에는 아주 잘 반응하는 편이며 조정 결과 균형잡히면서도 명료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무선으로 연결했을 때는 해상력이 저하됨이 아쉽다. 전반적인 소리 성향이 틀어지지는 않았지만 집중해서 들으면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느껴지는 현의 떨림 등 디테일에서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MDR-1000X는 LDAC, aptX, SBC, AAC 등 최신 코덱을 충실히 지원하고 있으므로 이는 제품의 문제라기보다 아직 고급 DAP와의 유선 연결만큼의 대역폭을 확보하지 못 한 블루투스 코덱의 한계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노이즈캔슬링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주요 노이즈캔슬링 제품 중 가장 노이즈캔슬링이 잘 되는 제품은 Bose다. 다른 제품들을 압도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나서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 배치된 제품은 십중팔구가 Bose였다. 소니 역시 괜찮은 성능을 보였으나 Bose의 주요 제품(QC20, QC35)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MDR-1000X는 괄목할만한 향상을 보인다. 구입 전에 원래 QC35를 구입할 요량으로 청음샵에 갔다가 QC35와 바로 옆에 진열되어 있던 MDR-1000X를 비교해볼 기회가 있었다. 조용한 청음실 대신 매장음악과 손님들로 시끄러운 매장 한복판에서 청음을 해봤는데 QC35보다 MDR-1000X의 노이즈캔슬링이 더 우수하다고 느꼈다. 저음부 노이즈를 걸러주는 능력은 두 제품이 비슷했으나 음악의 중고음부와 주변 사람들의 소음을 MDR-1000X 쪽이 더 잘 걸러주었다. 특히 왼쪽 유닛의 NC 버튼을 2초 이상 눌러 10초 정도 걸리는 노이즈캔슬링 최적화 과정을 거치면 체감성능은 더 좋아졌다.

이는 QC35보다 MDR-1000X의 구조가 가져다준 우월성으로 보인다. 노이즈캔슬링이 감쇄해줄 수 있는 대역은 주로 저음 대역으로, 그보다 높은 주파수 대역은 노이즈캔슬링보다는 이어폰, 헤드폰이 이도를 밀폐하여 자연 감쇄시키는 부분이 더 크다. 자연히 입체적인 이어컵 구조를 가지고 있고 측압이 높아 귓바퀴 주변을 더 꽉 잡아주는 MDR-1000X 쪽이 중고음 대역의 소음 차폐에 더 유리하다.

그렇더라도 천상천하 유아독존 수준을 자랑하던 Bose와 비교해서 비슷, 또는 더욱 우월한 수준까지 올라온 소니의 발전은 정말 놀랍다. 기본적인 노이즈캔슬링만으로도 그러한데 부가기능까지 풍부하다.

앰비언트 사운드 기능은 일반, 보이스 모드 중 선택이 가능하다. 일반 모드는 주변 소음을 음악과 비슷한 정도로 들려주는데 사실 그리 쓸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보이스 모드는 웅웅 거리는 저음 노이즈는 차단하면서도 사람 목소리 대역의 주파수는 증폭해서 들려주는데, 특히 항공기에서 유용했다. 시끄러운 엔진음은 차단하면서도 기장이나 승무원의 안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오른쪽 유닛컵에 멀티터치하는 동안 적용되는 퀵 어텐션 기능은 정말 편리했다. 퀵 어텐션 기능을 사용하면 음악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대신 헤드폰의 노이즈캔슬링용 마이크로 유입되는 주변 소리를 그대로 재생해준다. 때문에 헤드폰을 벗지 않고도 다른 사람과 잠시 대화를 하거나 주변 소리를 들을 때 유용했다. 구입 전 리뷰를 볼 때도 괜찮은 기능으로 보였고 실제로 사용해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게 되는 핵심적인 기능이었다.

다만 노이즈캔슬링에 대해 너무 큰 환상은 가지지 않는 편이 좋겠다. 보스 제품이든 소니 제품이든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한다. 배경음으로 깔리는 중저음, 예컨대 비행기나 기차에서 들을 수 있는 웅웅거리는 엔진음은 거의 깨끗하게 지워주지만 바로 옆 사람의 대화소리나 지하철의 음성안내 등은 밀폐형 구조 자체가 감쇄해주는 것 외의 추가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그렇더라도 노이즈캔슬링을 켜고 끄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니만큼 직접 체감해볼 필요가 있다.

착용

최근의 소니의 아웃도어용 최상위 라인업 제품답게 입체적으로 디자인된 이어컵과 힌지 덕에 착용감은 아주 좋은 편이다. 머리를 흔들거나 고개를 앞뒤로 젖혀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은 거의 항상 안경 또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 안경을 썼을 때도 착용감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다만 측압은 다른 실외용 오버이어 밀폐형 헤드폰 중에서는 다소 강한 편이다. 머리가 크면 장시간 착용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실외용 헤드폰은 수납 역시 중요한데, 양쪽 유닛에 대해 폴딩과 스위블이 모두 지원된다. 폴딩을 하면 두께는 그대로인 대신 가로세로가 줄어들고, 스위블+폴딩을 하면 가로세로는 폴딩 대비 약간 더 크지만 두께가 줄어든다. MDR-1A의 소프트파우치 대신 하드케이스가 같이 제공되는데 케이스 외부의 주머니에 유선케이블, 충전케이블을 수납하고 케이스 내부에 헤드폰과 기내용 어댑터를 같이 수납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어 휴대하기 좋았다.

실제로 착용하고 다니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노이즈캔슬링 덕분에 다른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비해 더 작은 음량으로도 음악 감상이 가능했다. 음악을 듣지 않을 때도 전원과 노이즈캔슬링을 켜두면 대부분의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므로 이동 중 책을 읽거나 잠을 잘 때 귀마개로도 훌륭했다.

거기에 무선의 편리함이 더해진다. 해상력에 손실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겠으나 시끄러운 실외에서 이동하며 착용할 때는 선이 없어서 얻는 편익이 더욱 크다. 전원, 노이즈캔슬링, 앰비언트사운드는 왼쪽 유닛의 물리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고 음량, 앞/뒤는 오른쪽 유닛에서 터치로 제어할 수 있다. 예전에 MDR-1ABT 제품을 쓸 때는 터치 제어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는데 MDR-1000X는 오작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일부 역을 지날 때 오른쪽 유닛에 고주파 잡음이 발생한다.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을 때는 꽤 거슬리게 찢어지는 소리라고 느껴질 정도다. 유선 연결 때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블루투스와 무선랜이 같은 주파수(2.4GHz)를 사용하고 있다보니 간섭 때문에 생기는 소리인 것 같은데 Bose 제품처럼 펌웨어 업데이트라도 가능하지 않은 이상 개선될 수 없기 때문에 결함이자 단점으로 남을 것 같다.

결론

벌써 꽤 더운 날씨이지만 괜찮은 음질, 무선의 편리함, 압도적인 노이즈캔슬링 성능 때문에 여전히 출퇴근길에는 MDR-1000X를 사용하고 있다. 구입 전에는 가성비 나빠보이는 가격 때문에 망설였으나 막상 써보니 올해의 잘 지름 순위권에 올릴 수 있을 정도다. 케이스 없이 그냥 백팩에 넣고 썼더니 그새 흠집이 생겨 중고로 팔기도 어렵게 되었으니 마르고 닳을 때까지 잘 써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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