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 충전기 – 쉽게 풀어쓴 원리와 배경

들어가며

언제부턴가 ‘GaN (갠)’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충전기 업계에서 GaN은 요즘 가장 뜨거운 마케팅 포인트가 됐습니다. 제품 판매글은 물론 블로그나 유튜브의 리뷰어들도 GaN 충전기가 뭐고 왜 좋은지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곤 합니다.

헌데 그런 설명 중 상당수는 내용이 부족하거나, 아예 엉뚱한 내용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GaN은 어렵습니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반도체와 전력전자 분야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비전공자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보니 ‘일상덕질’의 일환으로서,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GaN에 대해 최대한 쉽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GaN이 무엇인지, GaN이 들어간 충전기는 뭐가 좋은지, 왜 좋은지, 왜 이제야 나온건지, 실제 GaN 충전기 내부는 어떤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겠습니다.

주의:
나름대로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고 했습니다만,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어렵고 현업자 입장에서는 기술적으로 틀린 설명이 있을 있습니다. 특히 GaN, 고주파 스위칭을 이용해서 전력 밀도를 높인 양산 제품을 개발하는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특히 EMI) 대한 내용은 대부분 생략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 없이 글자만 가득한 장문의 글입니다.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GaN이란 무엇인가

반도체

세상에는 수많은 물질이 존재합니다. 물질의 수만큼이나 물질의 종류를 나누는 기준도 많습니다. 전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물질이 전기를 통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물질을 분류합니다. 전기가 잘 통하면 도체, 안 통하면 부도체입니다. 각각 금속과 세라믹이 대표적입니다.

어떤 물질은 주변 조건(열, 빛, 전압 등)에 따라 전기가 잘 통하기도 하고 안 통하기도 합니다. 바로 이 물질이 반도체입니다.

반도체의 대표주자는 규소(Si, Silicon)입니다. 모래(규산염)에서 추출할 수 있어 구하기 쉬우면서 다른 반도체 물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루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LED를 비롯한 몇 가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지난 수십 년간 대부분의 반도체 부품이 Si를 기반으로 합니다.

반도체 스위치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합니다. 왜일까요?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전자회로들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전기를 켜고 끄는 스위치들의 집합입니다. 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같은 컴퓨터 부품은 물론이고 충전기도 스위치를 켜고 끄는 동작을 통해 동작합니다. 이 스위치를 만드는 재료가 바로 반도체입니다.

반도체 스위치는 외부에서 전압을 가해주면 전기가 통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전기가 통할 때는 잘 통하고, 통하지 않아야 할 때는 확실히 막아주며, 이왕이면 켜고 끄기 손쉬운 스위치가 좋은 스위치입니다.

Si vs. GaN

다시 반도체 물질로 돌아가봅시다. Si와 마찬가지로 GaN도 반도체 물질입니다. Si는 규소로 만드는데 반해 GaN은 갈륨(Ga, Gallium)과 질소(N, Nitrogen)의 화합물이라는 점만 다릅니다. 조건에 따라 전기를 통하기도 안 통하기도 한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엄밀하게는 Si 반도체가 100% 규소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정제를 해도 극소량의 불순물이 남기 마련이고, 공정 중에 불순물을 일부러 집어넣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불순물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반도체의 특성이 크게 달라지므로, 불순물을 넣는 과정(Doping) 핵심 반도체 공정 하나입니다. GaN 반도체 역시 불순물을 섞어 만듭니다.)

Si와 GaN이 서로 다른 점도 있습니다. 전기가 통한다는 개념은 좀 더 정확히는 전하가 흐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물질마다 전하를 흘릴 수 있는 속도가 다릅니다. 소리의 속도가 공기 중보다 수중에서 훨씬 빠른 것처럼요. Si와 GaN을 비교하면 GaN이 Si보다 전하를 더 빨리 흘려줍니다. 즉, 전기가 통해야 할 때 GaN은 Si보다 전기가 50% 더 잘 통합니다.

이번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을 때를 생각해봅시다. 스위치가 꺼졌을 때는 아무리 많은 전하가 몰려와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물질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전하가 몰려오면 홍수를 맞은 댐이 무너지듯 물질은 파괴되고 맙니다. 이 부분에서도 GaN이 Si보다 우수합니다. 같은 두께일 때 GaN은 Si보다 10배 더 많은 전하의 압력(=전압)을 버텨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GaN으로 만든 스위치는 Si로 만든 스위치보다 크기가 작습니다. 더 얇은 두께로도 같은 전압을 버틸 수 있으니까요. 크기가 작은만큼 스위치를 켜고 끄는데도 힘이 덜 듭니다. 무거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보다 가벼운 회초리를 휘두르는게 힘이 덜 드는 것처럼요.

전기가 통할 때는 잘 통하고, 전기가 안통해야 할 때는 확실히 막아주며, 조작감마저 가볍다는 장점은 GaN 스위치를 Si 스위치보다 더 좋은 스위치로 만들어줍니다. 특히 실제로 GaN 스위치로 전자회로를 만들었을 때 그 효과는 더욱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GaN과 충전기

충전기의 기본적인 동작 원리(?)

대부분의 현대적인 충전기는 스위치를 켜고 끄는 과정을 통해 전력을 변환합니다. 벽에 있는 콘센트에서 받은 교류 220V를 받아와서 스위치를 켜고 끄는 과정을 다른 주변 부품과 함께 우아하게 제어해주면 USB 전원이 되는 식입니다.

자세히 들어가면 너무 어려워지니까 쉬운 예를 들어봅시다. 1시간 동안 계속 틀어놓으면 1L만큼의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 수도꼭지를 30분만 틀고 30분은 잠궈두면 1시간 동안 나온 물은 0.5L가 됩니다.

충전기도 똑같습니다. 출력 전압을 입력 전압의 절반으로 만드려면 입력과 출력 사이의 스위치를 똑같은 시간 동안 켜고 끄기를 반복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위의 예처럼 30분 동안 스위치를 켰다 30분 동안 끄는 식이면 곤란합니다. 스위치를 켜놓은 동안은 과전압으로 여러분의 소중한 스마트폰이 뻥 터져버릴테고 스위치를 꺼놓은 동안은 충전이 전혀 안될테니까요.

그래서 두 가지 보완책을 사용합니다. 첫째, 임시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부품이 필요합니다. 바로 축전지(커패시터, 콘덴서)입니다. 스위치가 켜져 있는 동안은 축전지에 에너지를 채워놓았다가 스위치가 꺼져 있는 동안에는 축전지에 있는 에너지를 빼쓰는 식입니다.

둘째, 스위치를 켜고 끄는 속도가 충분히 빨라야 합니다. 스위치가 꺼져 있는 동안에는 축전지에 충전된 에너지만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해야 합니다. 끊김 없이 스마트폰을 충전하려면 축전지가 그만큼 커야겠지요. 극단적으로는 축전지 크기가 보조배터리만 해질텐데 그렇게 큰 충전기는 아무도 안삽니다.

대신 스위치를 빠르게 켜고 꺼줌으로써 축전지에 저장된 에너지를 빠르게 채워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스위치가 꺼져 있는 시간이 짧으니 축전지가 감당해야 할 에너지의 양이 적고, 그만큼 작은 축전기를 써도 됩니다. 때문에 회로마다 차이가 크지만 보통 1초에 10만번 이상의 속도로 스위치를 켜고 끄게 됩니다.

GaN 스위치가 충전기 크기에 미치는 영향

충전기에서 스위치를 켜고 끄는 과정은 공짜가 아닙니다. 반도체 스위치를 켜고 끄려면 외부에서 전압을 가해주어야 하니 그만큼의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특히 이 과정은 바람이 심한 날 풍압을 이기고 억지로 문을 닫는 것과 같아서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듭니다. 스위치가 켜져 있는 동안에도 반도체 물질을 통과하는 전하들이 물흐르듯 지나가는 게 아니라 반도체 내부 구조물들과 충돌하며 열을 냅니다.

이들은 전력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손실입니다. 이렇게 손실된 에너지는 출력으로 전달되는 대신 대부분 열의 형태로 날아가버립니다.

전자회로의 발열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발열은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의 적이기 때문입니다. 부품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가볍게는 부품의 수명이 줄어들고, 심각하게는 회로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회로 설계자는 항상 회로의 발열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GaN 스위치가 빛을 발합니다. 앞서 GaN 스위치의 장점을 간단히 언급해드렸습니다. 스위치를 켜고 끄는 과정에 힘이 덜 들고, 스위치가 켜져 있을 때 전기를 더 잘 통한다는 점 말입니다. 이 모두가 위에서 설명한 발열을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GaN 스위치로 충전기를 만들면 Si 스위치로 만든 충전기보다 열이 덜 날 확률이 높습니다. 스위치에서 열이 많이 나면 열을 식히기 위해 크고 무거운 방열판을 달아야 합니다. GaN 스위치는 Si 스위치보다 열이 덜 나기 때문에 방열판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이는 충전기 전체 크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GaN 스위치로 만든 충전기는 같은 발열량으로도 스위치를 더 빨리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스위치를 켜고 끄는데 힘이 덜 들기 때문에 아낀 만큼의 힘으로 스위치를 더 빨리 켜고 끌 수 있는 셈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GaN 충전기의 크기가 그토록 작아질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사실 충전기 크기를 좌지우지하는 부품은 반도체가 아닙니다. 축전기를 비롯한, 임시로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각종 부품들의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스위치를 켜고 끄는 속도가 빨라지면 에너지 저장 부품을 덜 써도 되고, 충전기의 전체 크기를 줄이는데 핵심이 됩니다.

GaN 스위치를 그 동안 쓰지 못 했던 이유

GaN 스위치가 갖는 장점이 이렇게 많음에도 일반 소비자용 제품이 출시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GaN을 이용한 최초의 충전기 양산품은 제가 알기로는 2018년에 발매된 Anker PowerPort Atom PD 1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2월 시점에서 보면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GaN은 갑자기 튀어나온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Si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양산 적용이 늦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GaN 반도체는 Si 반도체보다 만들기 어렵습니다. 특히 스위치의 재료가 되는 반도체 웨이퍼(Wafer, 반도체 공장에서 보이는 청보라색으로 빛나는 원판)를 크게 잘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지금 나오는 대부분의 GaN 스위치는 GaN 웨이퍼 대신 만들기 쉬운 Si 웨이퍼 위에 GaN 박막을 얹어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그나마 만들기가 덜 어렵지만 여전히 Si 스위치보다 만들기 어렵고, 수율이 낮고, 다른 구조를 필요로 하며, 그래서 비쌉니다.

전자회로에 적용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녹록치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전자회로의 핵심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기능입니다. Si 반도체 스위치는 버튼을 누르면 켜지고, 버튼에서 손을 떼면 꺼집니다. 간단하지요. 그런데, GaN 반도체 스위치는 버튼을 누르면 켜지는 건 똑같은데 버튼에서 손을 떼도 완전히 꺼지지를 않습니다. 완전히 끄려면 버튼을 잡아당겨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자업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위치 제어기들은 대부분 버튼을 누르고 떼는 기능만 갖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그렇게만 해도 되는 Si 스위치에만 주로 집중해왔기 때문입니다. GaN 스위치를 쓰려면 버튼을 잡아당기는 기능이 추가된 전용 제어기가 필요합니다. 기능은 많은데 생산량은 Si보다 적으니 제어기도 당연히 비쌉니다.

GaN 스위치를 사용하면 발열을 줄이고 동작 속도를 높임으로써 방열판과 주변 부품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GaN 스위치와 전용 제어기가 워낙 비싸다보니 회로 전체의 재료비는 오히려 올라가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보니 특히 극단적인 단가 압박에 시달리는 충전기 업계에서는 GaN 반도체 부품을 선뜻 쓸 수가 없었습니다.

GaN 반도체를 이제는 쓰는 이유

모든 기술은 성숙함에 따라 가격도 저렴해지기 마련입니다. GaN도 예외가 아닙니다. 학계와 업계의 많은 노력 끝에 GaN 스위치의 가격이 점점 떨어졌고, 다양한 제어기도 출시되었습니다. 이게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여전히 Si 스위치를 이용한 솔루션보다는 비싸지만 다른 조건이 맞다면 한 번 써 볼 수 있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다른 조건이란 바로 시장의 수요입니다. 개개인이 휴대하는 스마트 기기의 수가 많아졌고, 내장된 배터리 용량도 커졌습니다. 여기에 여러 충전 단자와 규격이 USB 단자 기반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이제 괜찮은 충전기 하나만 있으면 블루투스 이어폰부터 랩탑 컴퓨터까지 모두 빠르고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자연히 좀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더 작고 더 가벼운 충전기를 원하는 수요층이 생깁니다.

GaN을 사용한 충전기는 기존 Si 스위치 기반의 충전기에 비해 확실히 작고 가볍습니다. 가격은 조금 비쌉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더 작고 가벼운 충전기를 위해 돈을 더 지불할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GaN 충전기는 시장에 진입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GaN 충전기의 생산, 판매 물량이 늘어갈수록 경쟁에 의해 가격과 품질도 안정화될 것이므로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봅니다.

GaN 충전기의 실제 예제

충전기에 GaN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시장에 나온 충전기 중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몇 달 전부터 IT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Baseus 65W 2C1A 모델입니다. 미국 플러그 규격으로 나온 제품이지만 입력 전압 범위가 100-240V이므로 220V를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어댑터(돼지코)를 사용하면 쓸 수 있습니다. 2C1A는 출력으로 USB-C 포트 2개, USB-A 포트 1개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직접 뜯어볼 형편은 되지 않아서 ChargerLAB의 Teardown을 참고했습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Teardown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걸 알기 때문에 내용을 감히 퍼오는 대신 링크로 대신합니다. 저는 ChargerLAB에서 분석한 내용 중 특이한 점에 대해 간단히 의견만 달아보려고 합니다.

플라스틱 시트, 금속 조각, 테이프, 실리콘이 덕지덕지 발라진 내부가 조잡하다고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충전기 업계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좁은 공간에 부품을 최대한 구겨넣으면서도 수백 볼트가 넘는 고전압과 전자기파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애플의 맥북 기판은 아름다운 설계를 자랑하지만 같은 브랜드의 87W 충전기는 실리콘과 테이프 떡칠을 피해가지 못 한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충전기의 전자회로는 건물 콘센트에서 받은 교류 전압(220V/60Hz)을 스마트 기기의 충전 규격에 맞는 직류 전압으로 변환합니다. 변환 과정은 작게는 한 번, 많게는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각 변환 과정마다 1개 이상의 반도체 스위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GaN’이라고 광고하는 제품들은 바로 여기에 기존 Si 스위치 대신 GaN 스위치를 사용했다는 의미입니다.

Baseus 65W는 미국 Navitas의 NV6115 스위치를 사용했습니다. GaN 스위치에 전용 제어기까지 합쳐놓은 부품입니다. 전통적인 충전기 회로에서 Si 스위치만 이 회사 부품으로 그대로 바꾸면 되는 컨셉이라 설계가 편합니다. 덕분에 요즘 나오는 GaN 충전기 중 많은 수가 Navitas의 부품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GaN’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이라고 해서 모든 스위치를 GaN으로 바꾼 게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Baseus 65W에는 적어도 7개 이상의 전력 변환용 스위치가 있는데, 그 중 GaN 스위치는 단 1개 뿐입니다. 나머지는 일반적인 Si 반도체 스위치들입니다. 어쨌든 GaN 반도체 스위치를 1개라도 쓰긴 했으니 ‘GaN’이라고 광고해도 거짓말은 아닙니다. 가격 차이가 워낙 크다보니 다른 GaN 충전기도 대부분 비슷하리라 봅니다.

Baseus 65W의 내부를 보니 성능, 품질, 가격 사이에서 상당한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용을 좀 더 투입했다면 회로가 더 작아질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사용된 부품의 제조사도 신뢰가 덜 가는 곳들입니다. 세계 최고 부품 회사들의 자재 위주로 사용한 애플 제품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타협이 있었기에 30달러 전후의 저렴한 가격에 나올 수 있었겠지요.

마치며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GaN 충전기가 좋다는 사실을 알아챈지 오래입니다. GaN 충전기는 앞으로 더 잘 팔릴 겁니다. 판매량이 늘면 더 많은 회사에서 더 많은 제품을 내놓을테고, 그만큼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올겁니다.

업계의 일원으로써 이런 변화는 또 다른 기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앞으로 GaN을 비롯한 화합물 반도체와 그 응용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엄밀한 기술적인 설명보다는 비전공자와 일반인을 위해 최대한 쉽게 풀어 쓰려 애썼습니다. 졸필이나마 GaN 충전기에 대해 호기심이 있으셨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Revision History

2020/02/09 최초 작성
2021/12/07 전면 개정

23 comments

  1. 그럼 GaN스위치 많이쓰면 더 작겠네요?
    상용제품 보신적 있나요?

    1. 더 작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GaN이나 SiC 스위치를 아낌 없이 쓰는 회로는 아직 실험실에서 만들어보는 정도고, 상용 제품을 보지는 못 했습니다.

  2. 정말 알기쉽게 잘 정리해놓으신거 잘 보고가요! 감사합니다

  3.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GaN 충전기를 접했는데 원리가 궁금해서 찾다가 감사합니다 IT쪽 문외한이라.. GaN칩으로 싹 다 바뀐 것이 아니라 일부 스위치가 몇 개 바뀐 것이군요? 그렇다면 GaN으로 바뀌는시대가 온다면?
    제가 궁금한 것이 그렇다면 현재의 실리콘 웨이퍼->GaN웨이퍼 등모든 게 바뀌어야 GaN칩이 생산 가능할텐데 현재 GaN웨이퍼 및 설계 칩 생산이 가능한 곳이 있나요?
    그냥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4. ‘gan 충전기’로 구글링하니 맨 위에 노출되어서 왔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좋은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5. 너무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6. 정말 좋은 정보 잘 읽고 갑니다. 잘 풀어 주셔서 이해하기 너무 좋았습니다.

  7. 정말 좋은 정보 잘 읽고 갑니다. 잘 풀어 주셔서 이해하기 너무 좋았습니다.

  8. 반도체 전공자로서, 말씀하신 기술적인 부분의 틀리고 맞고는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저희 전공자들이 기술적인 것에만 집착? 하다보니 쓰신 것과 같이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 글들이 드물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더군요 ^^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신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단하십니다 ^^

    1. 반도체 전공자시라고 하니 더욱 부끄럽습니다. 저는 전력전자 개발자인데, 반도체는 학부 때 들었던 몇 과목이 전부다보니 쓰면서도 이게 맞나 싶은 순간도 많았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도 공감이 많이 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9. 반도체 전공자로서, 말씀하신 기술적인 부분의 틀리고 맞고는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저희 전공자들이 기술적인 것에만 집착? 하다보니 쓰신 것과 같이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 글들이 드물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더군요 ^^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신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단하십니다 ^^

    1. 반도체 전공자시라고 하니 더욱 부끄럽습니다. 저는 전력전자 개발자인데, 반도체는 학부 때 들었던 몇 과목이 전부다보니 쓰면서도 이게 맞나 싶은 순간도 많았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도 공감이 많이 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10. 안녕하세요 Gan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은데 글에 SIC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자료들을 보면 Gan이 더 높은 온도를 견딘다 SIC가 더 높은 온도를 견딘다 자료의 수치가 조금씩 다르던데 누구 말이 맞는 건가요? 그리고 지금 전력반도체 대부분은 SIC가 차지하고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sic가 더 저렴하기에 시장을 선점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SIC의 장점이 Gan보다 더 내열성을 지니고 있고 고전압을 견딜 수 있다 GaN은 스위칭 속도가 빠르기에 서버나 통신장비에 많이 쓰인다 이렇게 알고 있는데 맞는 건가요??? 전장에서 SIC가 더 우위라면 GaN보다 SIC가 더 유리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안녕하세요. 먼저, SiC는 Si보다 밴드갭이 커서 고온 조건에서 누설전류가 적고 열전도도가 GaN보다도 훨씬 높기 때문에 고온 조건에서 Si/SiC/GaN 중 가장 유리한 것이 맞습니다. 소자 데이터시트에서 Tj(max)를 비교해보시면 됩니다. 여러 시장조사 자료를 보면 현재 전력반도체 시장의 절대다수는 Si가 차지하고 있으며 남은 일부 중에서는 SiC가 GaN보다 비중이 높습니다. 다만 가격 때문은 아니구요, SiC MOSFET이 SiC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기존 Si IGBT나 Si MOSFET을 대체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입니다. SiC MOSFET은 Si IBGT만큼 고내압을 버티면서도 훨씬 적은 스위칭 손실을 가지고, Si MOSFET에 비해 동일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FOM이 우세하니까요. 특히 전장 분야는 서버, 텔레콤에 비해 필요한 내압이 높고 신뢰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SiC의 채용이 더 많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최근 SiC의 가파른 성장세의 대부분은 전장에서 비롯됐습니다. 다만 전장 어플리케이션 중에서도 600V 내압의 스위치 사용이 가능한 OBC 등에서는 GaN을 검토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SiC와 GaN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되는 회로의 요구사항에 따라 어떤 소자가 더 유리할지는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11.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얼마전 GaN 충전기 (65w)를 aliexpress 에서 4000 원을 주고 구매하였는데 그 성능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충전기들은 무엇 때문에 이토록 저렴한걸까요? (원래 이 가격이 아닌데 할인판매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정말 저렴합니다)

    1.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무척 저렴한 중국산 GaN 충전기가 많습니다. 특히 회로와 기구 디자인을 돌려쓰면서 로고 갈이만 된 제품이 많습니다. 이 경우 개발비는 없는거나 마찬가지고, 수만 달러가 드는 안전/전자파 인증을 제대로 받았는지도 알 수 없고, 설계 검증이나 양산 검사를 소홀히 한다면 역시 돈 들 곳이 없겠지요. 똑같은 부품과 설계에 저가 부품으로 엄청난 물량을 찍어내니 규모의 경제에 의해 가격은 더 저렴해진 결과 말씀하신 것 같은 제품이 시장에 나돌게 됐습니다. 사실 대기업 제품 역시 예전만큼 고품질의 부품을 쓰지 않는 곳이 많고 물량도 많아 재료비만 따지면 놀랄만큼 싸진지 오래지만 개발, 품질, 인증, 영업비용 (+ 마진) 때문에 그렇게 싼 가격에는 팔지 못하지요. 중국 물건을 떼와서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팔려고 해도 KC 인증비 때문에라도 더 비싸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이유 없이 싼 물건은 없고, 이번 경우는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희생한 결과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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