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여행 준비에 대한 정보

들어가며

내 블로그는 방문자가 많지 않다. 딱히 방문자에 대해 의식하는 편도 아니고. 그래도 가끔 리퍼러를 들여다 보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검색어 중 하나가 브롬톤 여행 관련이다. 이전에 썼던 브롬톤 여행기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글이라기보다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 위주여서, 브롬톤 여행 준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내 블로그로 들어왔던 분들이 원했던 답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 특히 브롬톤으로 여행 준비를 할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해 내 경험에 기반해서 따로 정리해봤다. 내 경험과 관점에 기반해 쓴 글이기에 경우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최대한 보편적일 수 있는 정보를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여행 전 준비물 – 자전거

당연히 자전거 여행을 위해서는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 장시간 타더라도 몸에 불편함이 없도록 적절한 부품으로 적절히 피팅되어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여행 전에 자전거를 꾸준히 타서 체력과 자전거에 대한 익숙함을 키우는 게 좋겠다. 펑크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미리 튜브를 교체하는 연습을 해둔다면 더욱 좋겠다.

브롬톤은 여행의 동반자로서 아주 좋은 폴딩 자전거다. 그 어떤 자전거보다도 효율적으로 접힌다. 그만큼 특이한 점도 많아서 익숙해져야 한다.

접고 펴는 것과 가방을 장착한 상태에서 핸들포스트 또는 싯포스트만 뽑아서 이동하는 것을 미리 연습해두면 유용하다. 완전히 폴딩한 상태에서 싯포스트만 뽑아 안장을 잡고 끄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자전거를 들어올리면 폴딩이 풀려버린다. 핸들포스트는 자전거를 들어올려도 폴딩이 풀리지 않지만 부피를 더 차지한다. 가방을 장착하면 폴딩했을 때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려서 브롬톤이 넘어지기 쉽다.

정비에 있어서도 특이한 점이 있다. 다른 일반 자전거와는 호환되지 않는 부품이 상당수 있다. 변속기가 대표적인데, 내장기어든 외장기어든 변속에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정하는 방법을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다. 방법을 알면 쉬운데 할 줄 모르면 한참 헤매게 된다. 나중에 공구 부분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뒷바퀴 분리를 위해서는 15mm 스패너가 꼭 필요하다는 점도 특이하다.

여행 전 준비물 – 공구

그리고 공구가 필요하다. 최소한 육각렌치 세트, 타이어 펑크 수리 공구, 체인 수리 공구까지 세 가지는 꼭 필요하다.

육각렌치는 자전거에 붙어있는 다양한 부품들을 조이고 조정하는데 필요하다. 보통 2~8mm 범위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드물게 1.5mm 등도 쓰인다.

타이어 펑크 수리를 위해서는 15mm 스패너, 예비튜브, 타이어 레버, 펑크패치, 펌프가 필요하다. 펑크가 났을 때 길바닥에서 펑크를 때우는 것보다는 펑크를 유발한 이물질을 제거하고 그냥 예비튜브로 교체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쉽다. 펑크난 튜브는 나중에 시간 있을 때 때우면 그만이니까. 뒷바퀴 튜브를 교체하려면 뒷바퀴를 분리해야 하므로, 브롬톤의 경우 15mm 스패너가 필수 공구이다. 펌프는 브롬톤에 기본 장착된 제팔 펌프를 활용해도 된다. 다른 미니펌프에 비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비상용으로는서는 쓸만하고, 프레임에 딱 맞게 장착되니 더욱 좋다.

체인 수리를 위해서는 체인커터가 꼭 필요하다. 여기에 여분의 체인과 체인링크가 있으면 더욱 좋다. 체인을 수리하는 동안 체인을 잡아줄 체인후크가 있으면 수리가 훨씬 편해지지만 필수는 아니다.

시중에 많은 종류의 자전거용 휴대용 멀티툴이 나와있다. 이 중 주요 육각렌치, 타이어 레버, 15mm 스패너, 체인커터가 모두 포함된 공구는 드물다. 그나마 턴툴(Tern Tool)이 이 모든 공구를 다 갖추고 있기는 하나, 5mm, 8mm 육각렌치가 스패너에 어중간하게 붙어있어 자전거의 좁은 틈새에서는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아 추천하기 어렵다.

때문에 내가 고려했던 공구 조합은 아래와 같다. 모두 왼쪽의 공구를 기본으로 하되, 누락된 것을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보완하는 식이다.

  1. 브롬톤 툴킷 + 체인커터(예: 토픽 유니버설 체인툴)
  2. 토픽 헥서스2 + 15mm 스패너(예: 노브 티타늄 스패너)
  3. 시그마 PT-16 + 펑크패치

나는 여행용으로 두 번째 조합을 주로 활용했다. 저것만으로도 여행 중 응급수리용으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른 조합도 직접 써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필요한 기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괜찮을 것 같다.

여행 전 준비물 – 가방

여행에 필요한 여러 짐을 담을 가방 역시 꼭 필요하다. 보통의 자전거 여행에는 랙과 패니어를 장착한다. 브롬톤에도 랙을 장착할 수 있지만, 순정 부품은 캐리어블럭과 짐받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캐리어블럭을 이용하면 브롬톤의 헤드튜브에 간단히 프론트백을 장착할 수 있다. 중량 제한은 10kg으로,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다. 다른 자전거의 프론트백과는 달리 가방이 핸들바가 아니라 프레임에 장착되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가방을 달았을 때 조향감의 변화가 적어 적응이 쉽다.

짐받이에도 물론 가방을 실을 수 있다. 여기도 중량 제한은 10kg이다. 프론트백과 합치면 총 20kg의 짐을 실을 수 있는데, 캠핑이라도 갈 게 아닌 이상 여행짐만으로 이걸 모두 채우기는 쉽지 않을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대신 짐받이에 가방을 실으면 ‘반폴딩’이 불가능해 킥스탠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가방을 선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공기저항이다. 자전거로 여행을 간다는 건 상당히 먼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저항이 크면 쉽게 지쳐 멀리 가기가 어려워진다. 단면적이 넓은 T백을 달았을 때 강한 맞바람을 맞으면 체감상 평지가 남산 정도의 오르막으로 느껴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

때문에 며칠 정도의 숙소를 잡아놓고 하는 여행 기준으로는 크지 않은 프론트백 하나, 백팩 하나 정도가 가장 적당했다. 프론트백은 어깨에 맬 수 있는 탈착식 스트랩이 있는 것, 백팩은 스트랩이 주행 중 방해되지 않도록 깔끔하게 수납해버릴 수 있는 것이 편하다.

이동할 때는 백팩을 짐받이, 싯포스트 또는 안장에 고무줄 또는 벨크로 스트랩 등을 이용해서 최대한 공기저항을 덜 받도록 고정한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면 백팩은 풀어놓고 필수 소지품만 작은 프론트백에 넣어 브롬톤에 장착하거나 어깨에 메고 다니면 된다.

여행 전 준비물 – 안전장구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특히 사고의 위험이 항상 상존하므로, 최대한 사고를 예방하고 혹시나 사고가 나더라도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구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헬멧, 고글, 장갑은 안전장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된다. 헬멧은 치명적인 두부 부상을 예방한다. 고글은 낮에는 햇빛을 가려 눈의 피로를 덜어주며 공기 중이나 바닥에서 날아오는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해준다. 장갑은 핸들바를 잡은 손의 통증을 완화하고 넘어졌을 때 찰과상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전조등과 후미등 역시 꼭 필요하다.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야간주행시 생명을 지켜준다. 배터리에 여유가 있다면 낮에도 켜고 다니는 쪽이 좋다. 여행용으로는 전력에 대해 신경쓸 필요가 없는 자가발전식이 가장 좋지만 비싸고 무겁고 구동저항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USB 충전식이라면 보조배터리를 연결한 상태에서도 사용가능한 것이 좋고, 아예 건전지 방식을 사용하며 여분의 건전지를 추가로 들고 다니는 것도 좋다.

직접적인 안전장구는 아니지만, 특히 교외 라이딩이 포함될 경우 넉넉한 양의 물과 비상식량이 있어야 한다. 거리와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물은 무게가 허락하는 한 넉넉히 챙기는 것이 좋다. 내 경우 시내주행은 500 mL, 한 나절 정도의 교외 주행은 1L, 중간 보충이 어려운 국토종주 등의 경우 2L 이상을 챙긴다.

자전거는 생각보다 열량을 많이 소모하는 운동이므로 비상식량도 꼭 필요하다. 몸에 저장해둔 에너지원이 모두 소모되면 오도가도 못 하는 곳에서 저혈당 증세로 쓰러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선수용 파워젤 같은 것도 있겠으나 여행용으로는 한 입 크기로 포장된 초코바를 적당히 챙기는 것으로 충분했다.

교통수단 이용

브롬톤의 가장 큰 장점은 점프다. 이동거리가 멀거나 여러 이유로 라이딩이 어려울 때 다른 교통수단과 연동이 쉽다. 물론 만원 버스나 전철에서는 민폐가 되기도 하니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

일반 승용차나 택시는 특별할 게 없다. 완전히 접어서 트렁크에 싣거나 좌석 아래에 실으면 된다. 넣고 뺄 때 차체나 시트를 긁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버스도 승객이 너무 많지만 않으면 보통 가방 들고 타듯이 들고 타면 된다.

고속버스에 실을 때는 요령이 있다. 완전히 접은 후, 싯포스트를 길게 뽑아 고속버스 짐칸 안에 기둥처럼 고정시키면 된다. 다만 주행 중 진동 때문에 폴딩부의 클램프가 혼자 풀려버려 분실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클램프를 아예 풀어서 갖고 타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내 생각으로는 폴딩 후 클램프를 적당히 조여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기차에는 비교적 가지고 타기 쉽다. 대부분의 도시철도에는 폴딩 자전거 반입이 허용된다. 무궁화, 새마을, ITX새마을, ITX청춘, KTX, KTX산천, SRT 모두 브롬톤을 폴딩하면 맨 뒷좌석 뒷공간에 넣을 수 있다. (단, KTX는 일부 좌석에 한정되고 누리로는 각 칸의 캐리어 수납공간 활용 필요) 미리 맨 뒷좌석을 예매했다면 부담이 적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통로에 두거나 객실 사이의 짐칸에 둬야 한다. 전자는 다른 이용객에게 민폐가 되고 후자는 자물쇠가 필수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비행기에 브롬톤을 태우는 것이 가장 까다롭다. 브롬톤 전용 하드케이스를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가격이 만만찮은데다 여행지에 도착하고 나면 가방 자체가 거대한 짐짝이 된다. 공항 수화물 센터에서 수 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박스 포장을 해주기도 한다. 포장 전에 고속버스와 마찬가지로 클램프를 모두 조이거나 아예 빼버리고, 손상 우려가 있는 바깥쪽 부품(특히 이지휠)은 떼어내고, 중량 제한(보통 15kg)을 초과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액세서리는 탈거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라, 차라리 여행지에서의 브롬톤 렌탈 서비스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여료가 가방값 내지는 포장요금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주요 액세서리(예: 프론트백 등)만 따로 챙겨가서 장착하면 그나마 원래 내 것에 비해 위화감이 적은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여행일정 계획할 때 유의할 점

상당히 많은 관광지에서 자전거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 곳은 폴딩을 하더라도 제지당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여행지에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하고, 자전거를 가지고 갈 수 없을 경우 자전거를 어떻게 보관할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운 좋으면 관리인이 맡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민폐임은 매한가지므로 가능하면 선택지에는 넣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내 경우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갈 수 없는 관광지는 자전거는 숙소에 맡겨둔채 최대한 일정표 한 쪽에 몰아넣어 한번에 관람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자물쇠를 채워 주차한 뒤 탈착식 페달을 분리해서 휴대했다.

자물쇠는 쉽게 끊을 수 없으면서 유연성이 있는 것이 좋다. 사관절락도 좋고 최근엔 케블라 등을 이용한 벨트식 자물쇠 중에서도 가벼우면서 휴대용 절단기로는 끊을 수 없는 제품이 있다. 이런 자물쇠로, 브롬톤을 폴딩 상태에서 프레임, 앞바퀴, 뒷바퀴, 안장을 한 번에 단단하게 고정된 기둥 등에 묶어주면 된다. 탈착식 페달을 쓰는 경우 페달도 분리해서 휴대하는 것이 좋다.

브롬톤이 미니벨로 중에서는 가방을 거치하기 편한 자전거라고는 하지만 여행 중에는 최대한 짐을 줄이는 것이 좋다. 크고 무거운 가방은 숙소에 맡겨두고 작은 프론트백 하나만 자전거에 달고 다닐 수 있도록 동선을 짜면 편리하다.

Rideye 자전거 블랙박스 2주 사용기

장점

긴 사용시간 (~10시간, 사용 중 충전 가능)
루프레코딩
사용자 지정 또는 충돌감지시 해당 영상 덮어쓰기 보호
고프로 마운트 체결 가능 (별매)
뒤집어 장착시 영상 자동 상하반전

단점

의문이 드는 내구성과 사후지원
손떨방 부재
번거로운 설정 방법
부실한 USB 단자
진동에 취약한 순정마운트

사용기

지금까지 자전거 타면서 자잘하게 자빠링한 적은 있어도 큰 사고를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참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한강이나 서울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겪으며 만약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인리히의 법칙에서도 큰 사고 이전에는 반드시 작은 사고 내지는 징후가 보인다고 하지 않은가. 바로 그 징후가 보이는 것 같아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장착하기로 했다.

막상 장착하려고 하니 마음에 드는 물건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괜찮아보였던 Fly12는 전조등과 일체형이라는 점이 오히려 중복투자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프로나 소니액션캠은 화질과 기능이 좋지만 배터리 사용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게 후보를 하나하나 제외해나가다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제품이 라이드아이였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본체(8GB)를 USD 99.99, 고프로 어댑터를 USD 9.99, 배송비 USD 17.14를 지불했고, USPS First Class로 열흘 정도 걸려서 한국에서 받았다. 수령 후 후판을 열고 내장된 8GB MicroSD 카드를 별도로 주문한 32GB 제품으로 변경했다. (뜯은 흔적이 남아서 워런티는 안녕…)

써보니 자전거용 블랙박스라는 그 자체에만 집중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170도 화각에 FHD(1080p) 화질로 10시간까지 녹화 가능하고, 제품 설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직접 해보니 녹화 중 충전도 된다. 영상은 5분 단위로 끊어서 저장되며, 용량이 다 차면 오래된 영상을 자동으로 덮어쓴다. 다만 사용자가 지정하거나 충돌감지시 과거 5분, 현재 5분, 미래 5분까지 총 15분 분량의 영상을 덮어쓰기에서 보호하여 보존한다.

반면 필수적이지 않다 싶은 기능은 찾아볼 수가 없다. 손떨방이나 GPS 같은 부가기능이 없는데다 영상 한가운데에 현재 날짜와 시각이 자동으로 박혀들어가기에 영상제작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뭔가 좀 아쉬운 결과물을 내어준다. 스마트폰 연결은 당연히 지원하지 않으며 설정을 변경하려면 직접 텍스트 파일을 수정하여 내장메모리에 저장해주어야 한다.

블랙박스로서의 기능 자체는 아주 훌륭하게 동작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3초 정도의 딜레이(배터리 잔량 표시) 후 바로 녹화를 시작하고, 동작 중 버튼을 누르면 해당 영상 5분(+ 이전/이후 각 5분)을 보존해준다. 지난주에 자전거를 세워놨다 넘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해당 영상 5분(+ 이전 5분, 이후 5분)이 자동으로 보존되어 있었다.

DR이 좁고 화면은 약간 푸른톤을 띄는데다 선예도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화각이 넓고 현재 시각을 아예 영상에 박아버리니 사고 발생시 상황판단용으로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정도의 영상을 뽑아준다. 때문에 아예 블랙박스로만 사용을 하니 손떨방이 없고 설정이 불편한 점은 그리 큰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손떨방이야 있으면 좋겠지만 필수적인 건 아니고 설정은 처음 초기설정 한 번만 해 두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만질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 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고프로 마운트): https://youtu.be/3T_H_Bz_wxM
– 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순정 마운트): https://youtu.be/BHWAlXgUGjo
– 야간 녹화영상 (한강시민공원 샛강구간, 고프로 마운트): https://youtu.be/UGbZZpa3i-s

오히려 내구성이 그리 좋지 않아보여서 오래 쓸 수 있을지를 잘 모르겠다. iFixit에 Rideye 분해기가 올라와있는데, 내부를 고정하는 부품이 나사 몇 개와 본드 밖에 없다. 좀 더 제대로 된 실링 같은 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나마 최근 가슴 높이에서 돌바닥에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외장이 좀 긁힌 것 말고는 멀쩡하게 동작하기는 한다.

이 제품의 유일한 외부단자인 USB단자도 좀 아쉽다. 고무실링으로 열고 닫는 흔한 방식인데, 이게 조금만 세게 당기면 제품에서 아예 빠져버린다. 단자를 닫을 때도 아주 신경써서 끼우지않으면 깔끔하게 닫히질 않는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으면 기댈 곳은 제조사 뿐인데 이마저도 의문스럽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제가 생겨서 연락을 했는데 제대로 된 응대를 받지 못했다는 평이 넘쳐난다. 마지막 펌웨어 업데이트가 2015년 1월이었으니 벌써 2년 반 넘게 업데이트가 없었던 셈이다. 신제품 소식은 없으면서 공식 홈페이지에서조차 예전보다 가격을 반값까지 후려쳐서 팔고 있는 걸 보면 조만간 손털고 나갈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마운트에 대해서도 적어야 하겠는데, 핸들바의 고무밴드의 장력으로 고정하는 순정마운트로는 진동 방지가 제대로 안 된다. 그나마 별매인 고프로 어댑터를 사서 고프로 마운트에 장착하면 진동은 훨씬 덜해진다. 다만 고프로 마운트는 탈착이 번거로워 충전하기가 귀찮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진동 방지와 탈착 용이를 모두 만족하는 방법이 없을지는 아직도 찾는 중이다.

결론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은 제품이다. 배터리, 충돌감지센서 같은 자전거용 블랙박스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대로 갖춘 경쟁자가 거의 없어 선택의 여지가 매우 좁은 덕에 선전한 제품이 아닌가 싶다. 당장은 잘 쓰고 있지만, 언제라도 10만원 짜리 블랙박스가 일회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제품의 사양이나 기능과는 별개로,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달게 되니 나 스스로부터가 도로교통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더욱 조심해서 방어운전을 하게 된다. 핸들바 위에 카메라 같은 게 보이니 자동차 운전자의 위협운전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블랙박스는 사고났을 때 상황판단을 위한 제품이지만 어쨌든 사고는 안 나는 게 좋으니만큼 사고를 예방하는데에도 블랙박스의 존재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양
  • 포맷: 영상 FHD 1080p 30fps H.264, 음성 512kbps PCM
  • 광학계: 6매 유리렌즈, 화각 170도
  • 저장용량: 1.25시간(8GB), 6시간(32GB)
  • 배터리: ~10시간
  • 크기: 98(L)×31(W)×40(H) mm
  • 무게: 185g
사용법

전원 On: 꺼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짧게 누르면 배터리 상태 표시 후 자동 녹화시작
– 배터리 상태: 청색 LED 4번 깜빡임 75-100%, 3번 50-75%, 2번 25-50%, 1번 0-25%
– 녹화 중: 적색 LED 1초에 1번 깜빡임

영상보존: 넘어짐 감지시 자동보존, 버튼 짧게 누르면 수동 보존
– 보존시: 적색 LED 빠르게 10번 깜빡임
– 보존범위: 현재 5분, 이전 5분, 이후 5분 (총 15분)
– 파일이름: 비보존시 숫자로 시작, 자동보존시 ‘G’로 시작, 수동보존시 ‘P’로 시작

전원 Off: 3초 이상 버튼 길게 눌렀다 뗌

PC 연결시: USB케이블 연결 후 전원 On

제품 설정
* 설정 내용 입력시 영문은 모두 소문자로 입력
– 제품 초기화: 외부저장소 연결 후 ‘FORMAT’ 폴더의 FORMAT.TXT 내용을 ‘no’에서 ‘yes’로 변경 후 재시작
– 화질 설정: ‘FORMAT’ 폴더의 RESO.TXT의 내용을 1080p 또는 720p 또는 480p로 입력
– 시간 설정: 외부저장소 연결 후 ‘FORMAT’ 폴더의 TIME.TXT의 내용을 YYYYMMDDHHMMSS (시간은 24시간제) 양식으로 입력 후 재시작하면 전원이 다시 켜진 시점에 TIME.TXT의 내용을 읽어와서 시간 설정됨
* 2017년 9월 16일 14시 25분 2초: 20170916142502
* TIME.TXT 안 보일 경우 USB케이블 꽂힌 상태에서 제품 초기화 시행
– 펌웨어 업데이트: 외부저장소 최상위 폴더에 펌웨어 파일을 넣고 USB케이블 꽂힌 상태에서 제품 초기화하면 황색 LED 깜빡이며 펌웨어 업데이트 진행

Exposure Sirius Mk5 전조등 2주 사용기

장점

가벼운 무게 (81 g)
긴 사용시간 (2,900 mAh; 최저밝기 사용시 36시간)
괜찮은 밝기 (최대 550 lm, 2시간 사용 가능)
USB 충전 및 충전 중 사용 가능
생활방수

단점

충전시 범용 MicroUSB 케이블 호환 불가 (전용 케이블 필요)
복잡한 사용 방법

사용기

Sirius Exposure

원래 쓰던 리자인 마이크로드라이브 구형 전조등의 배터리 소모시간이 너무 짧아져서 전조등을 바꿨다. 요즘 배터리 내장형으로는 본트래거의 이온 시리즈, 충전지 교체형으로는 블랙울프 시리즈가 대세인 모양이지만 가능한 작고 가벼운데 오래 가는 충전식 전조등을 찾다가 익스포저 시리우스를 구입하게 됐다.

영국 Chain Reaction Cycles에서 USD 121.99 및 무료 국제배송 조건에 직구를 했고, Royal Mail로 발송되어 한국 집에는 열흘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영국에서 한국까지 오는 무료배송 치고는 생각보다 빠르게 별 문제 없이 온 셈이다.

장착은 전용 마운트에 끼워서 핸들바에 고무밴드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마운트의 장력은 아주 빡빡해서 탈착이 힘들 정도였던 리자인 마이크로드라이브보다는 약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험한 라이딩을 하면서 라이트가 떨어진 적은 없었으니 적당한 선인 것 같다.

마운트에 물릴 수 있는 본체의 길이가 상당히 긴 편이다. 브롬톤에 장착할 때는 맨 윗쪽으로 장착하는 쪽이 좋았다. 그렇게 하면 캐리어블록에 가방을 달았을 때 생길 수 있는 간섭이나 앞바퀴 때문에 생기는 빛그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강 샛강 촬영 영상: https://youtu.be/UGbZZpa3i-s
* PGM3-M; 12시간 사용 가능한 밝기이며, 카메라의 DR이 부족하여 실제보다 어둡게 보임

최대밝기는 550 lm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이 밝기로는 2시간 사용이 가능하고, 충전 중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 보조배터리와 조합하면 여행용으로도 쓸 수 있겠다. 반대로 최저밝기로는 3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데 가로등이 잘 되어 있는 도심에서는 이 정도 밝기로도 별 불편함이 없었다. 주당 야간 라이딩 시간이 10시간 남짓에 불과한 나로서는 사용시간 12시간 정도인 중간밝기로 사용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만 충전하면 되니 이 또한 편리하다.

렌즈 상단에는 손톱 모양의 작은 가람막이 있다. 처음에는 반대쪽에서 오는 상대방의 눈뽕 방지용 갓이 아닌가 했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그건 아니고 사용자 본인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용도다. 별도의 갓은 없으므로 실사용시에는 하향 장착이 필수적이겠다.

충전은 꽤 불편하다. USB 충전식인 건 좋은데 MicroUSB가 아닌 원형의 전용 단자다. DC 5V 어댑터 등에 사용되는 단자로 보이는데 주변에 널려있는 MicroUSB 케이블이 아닌, 전용 케이블을 따로 챙겨야 한다는 점이 번거롭다.

사용법은 꽤 헷갈린다. 보통 전조등은 버튼 1개가 있어서 길게 누르면 켜지고, 길게 누르면 꺼지는 게 가장 흔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런데 익스포저 시리우스 전조등은 켤려면 짧게 두 번 눌러야 하고, 끄려면 적당시간 동안 누르고 있어야 한다. 몇 가지 추가 기능이 있는데 이걸 버튼 하나로 구현하려다 보니 어렵고 복잡해졌다. 나도 쓰면서 계속 헷갈려서 이 글 마지막에 간단한 사용방법을 번역해서 옮겨둔다.

결론

이만한 무게에 이만한 사용시간을 보장하는 제품은 드물다. 사용시간을 희생하면 500 lm 이상의 상당한 밝기도 얻을 수 있다. 충전과 조작에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고 가격이 만만찮지만 안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추가 경량화를 달성하고 잦은 충전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사양

사용시간: 최대밝기 2시간, 최저밝기 36시간
밝기: 최대 550 lm
배터리: 내장 2,900 mAh
크기: 106(L)×28(D) mm
무게: 81g
내용물: 본품, 장착용 브라켓+고무밴드, 전용 USB케이블, 사용설명서

사용법

전원 On: 꺼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두 번 짧게 누름 (최대밝기로 켜짐)
SOS 모드(점멸): 켜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길게 누른 상태에서 라이트가 한 번 깜빡인 후 버튼 놓음
전원 Off: 버튼 길게 누른 상태에서 라이트가 한 번 깜빡인 후, 다시 두 번 깜빡인 후에 버튼 놓음

H-M-L 전환: 켜져있는 상태에서 버튼 한 번 짧게 누르면 3초간 현재 모드 표시 후 배터리 잔량 표시
– 현재 모드: 녹색 H, 황색 M, 적색 L
– 배터리 잔량: 녹색 50-100%, 황색 25-50%, 적색 5-25%, 적색(깜빡임) 0-5%

Program 전환: 꺼져있는 상태에서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누르면 라이트가 1, 2, …, 7회 깜빡이는데 그 중 원하는 Program 숫자만큼 깜빡인 후 버튼 놓음 (Program List 및 각각의 사용시간은 라이트 배면에 인쇄)

5박 6일 브롬톤 기차 남도여행 후기

* 일정표는 이 글 맨 마지막에 있습니다.
* 브롬톤 여행 준비에 대한 일반 정보는 별도의 글로 정리한 게 있습니다.

이번 5월 첫주 황금연휴 기간에 브롬톤을 가지고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장거리는 기차를 이용하고 도시 내의 이동만 브롬톤을 활용하는 캐주얼한 여행이었다.

브롬톤으로 여행을 해본 건 처음이었는데, 여행을 준비하고 또 갔다오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본다.

1. 브롬톤 여행의 개념

자전거 여행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오직 자전거만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도시 간의 이동은 철도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도시 내의 이동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브롬톤은 그 중 후자, 즉 대중교통을 연동한 여행에 특히 최적화된 자전거다. 그 어떤 자전거보다 쉽고 작게 접히면서도 수 km 이내의 짧은 거리를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이왕 브롬톤으로 여행을 한다면 브롬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이 바람직하겠다.

물론 브롬톤으로도 수백, 수천 km 이상의 대륙종주를 달성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짐이 잔뜩 실린 브롬톤으로 역풍이 몰아치는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고갯길을 넘는 것은 어지간히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통스럽고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런 일은 브롬톤보다 투어링바이크처럼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된 자전거에게 양보하는 쪽이 좋겠다.

자전거로 시내 구간에서 단거리 이동을 하는 것은 장점이 많다. 특히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더욱 그렇다. 도시의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에 부담이 적다. 시내교통은 노선이 적고 배차간격이 길어 제약이 많기도 한데 이럴 때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면 시내 이동에 따른 시간 손실 역시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동하는 도중에도 원한다면 잠시간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점은 덤이다.

다만 지방, 특히 시외구간의 경우 도로사정이 좋지 않고 산지가 많은 한반도 특성상 언덕을 만날 확률이 높으며 자동차가 거칠게 다니는 곳이 많다. 가능하면 그런 곳은 피하되 특히 가볍게 가는 여행이라면 해가 진 뒤의 라이딩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겠다.

2. 비행기? 기차? 버스?

브롬톤을 활용하기 가장 좋은 대중교통은 단연 기차다. 일단 브롬톤을 접어버리면 도시철도가 있는 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전철이나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없다.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을 이용할 때도 각 객차 사이의 짐칸이나 맨 끝 좌석 뒷공간을 활용하면 브롬톤을 쉽게 운반할 수 있다.

KTX 좌석 뒤에 수납된 브롬톤
KTX 좌석 뒤에 수납된 브롬톤

브롬톤을 비행기에 태우려면 미리 수화물로서 포장을 해야 한다. 브롬톤 전용의 하드케이스 또는 소프트케이스, 브롬톤이 들어갈만한 비닐가방, 박스 포장 등을 활용할 수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포장방법 자체로 만만찮은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자전거에 대해 추가 수화물 요금을 받는 항공사가 많다.

고속버스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탑승할 때 고속버스의 짐칸에 브롬톤을 접어서 넣고, 싯포스트를 뽑아 안장을 짐칸 천장에 고정하면 무사히 브롬톤을 운반할 수 있다. 다만 이때 폴딩부의 클램프는 모두 조여둬야 한다. 버스가 움직이며 발생하는 진동 때문에 클램프가 풀려서 부품을 분실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시외버스 또는 시내버스인데 이들은 별도로 짐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버스 안에 들고 타려면 기사님의 제지를 받는 경우도 많고, 설령 가지고 탈 수 있더라도 탑승객이 많으면 역시 민폐가 된다.

결국 처음 여행 경로를 짤 때부터 철도 위주로 짜는 쪽이 여러모로 몸과 마음이 편한 여행을 하게 된다.

3. 캐리어블럭과 가방 활용

보통, 자전거에 가방을 거치하고 짐을 실으려면 자전거 앞뒤에 랙을 장착하고 패니어를 올리게 된다. 투어링바이크처럼 짐을 싣는데 최적화된 자전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전거, 특히 미니벨로들은 패니어를 장착하는데 제한이 많다.

하지만 브롬톤은 캐리어블럭이라는 축복받을 물건이 있어 적어도 가방 한 개는 아주 쉽게 장착할 수 있다. 한계중량은 10kg이다. 자전거 앞쪽에 장착되므로 무게중심 배분에 유리하고 무엇보다 핸들바가 아닌 프레임에 장착되므로 조향에 이상이 없다. 정말 축복받아 마땅하다.

이걸로 부족하면 R형 브롬톤은 짐받이도 활용할 수 있다. 전용 가방을 활용해도 되고 일반가방을 스트링을 이용해 고정해도 된다. 이 역시 한계중량은 10kg이므로 합하면 도합 20kg의 짐을 브롬톤에 실을 수 있다. 항공기 탑승시 수화물중량 제한이 15kg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물론 백팩을 등에 짊어지고 움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자전거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금기시되는 일이며 나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가방을 자전거에 장착하면 다리힘만 추가로 들이면 된다. 가방을 등에 짊어지면 팔, 어깨, 허리에 추가로 부담이 온다. 여전히 백팩 무게는 자전거 위에 얹혀있으므로 다리에 가해지는 부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등판에 바람이 통하지 않으므로 땀이 차고 피로를 더 빨리 느끼게 된다. 어떻게든 모든 가방을 자전거에 붙이는 쪽이 바람직하겠다.

캐리어블럭에 장착할 수 있는 가방은 종류가 꽤 많다. 그 중 캠핑이나 여행용으로는 브롬톤 공식상품은 T백, 호환제품은 투어링백이 많이 사용된다. 둘 다 30L 이상 수납 가능한 큰 가방이다. 이번 엿새 일정의 여행용으로는 투어링백(38L)을 사용했다.

브롬톤과 투어링백
브롬톤과 투어링백

다만 브롬톤 여행용으로는 가능한 짐을 줄이고 또 가방의 크기를 줄이는 쪽이 좋겠다. 큰 가방은 정면 면적이 넓으므로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 투어링백 정도 되면 범선의 돛 같은 역할을 해서, 역풍이 강하게 불면 평지도 미시령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4. 자전거 출입금지

여행을 다니다보면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박물관이나 문화유적 등이 그러하다. 브롬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경주 첨성대 - 딱 저기까지만 자전거 출입 가능
경주 첨성대 – 딱 저기까지만 자전거 출입 가능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여행 일정을 짜야 한다. 내 경우 경주에 도착한 첫날 브롬톤은 숙소에 맡겨둔 채, 자전거 출입이 안 되고 보관도 곤란한 불국사, 국립경주박물관, 동궁과 월지를 먼저 몰아서 관람한 뒤 이튿날 브롬톤으로 나머지 관광지를 둘러보는 식으로 여행했다.

자전거 출입이 안 되는 곳은 브롬톤을 입구에 묶어두거나, 안내소 등에 맡겨두거나, 내부 관람을 포기하는 방안 중 선택을 해야 한다. 브롬톤을 묶어둘 경우 프레임, 휠, 안장, 가방 등을 모두 한꺼번에 가로등 같이 고정된 시설물에 묶어두고, ‘내 시야에서 벗어나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리를 오래 비워서는 안 되겠다. 유인 물품보관소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물품보관소가 없어 안내소에 맡겨두는 것은 어찌 보면 내가 편하자고 다른 분께 폐를 끼치는 것이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5. 여행 준비

자전거를 동반한 여행은 체력이 적잖게 든다. 라이딩을 시내구간으로 한정하더라도 여전히 그렇다. 여행은 레이싱이 아니다. 빠르게 가기보다는 멀리 또 안전하게 가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여행용 브롬톤으로는 6단에 P바가 가장 유리하겠지만 자전거로 이동하는 거리가 짧은 경우에는 브롬톤의 사양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다단화나 경량화 등의 튜닝도 분명 브롬톤 여행을 편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만 역시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내 경우에는 M2R에 S바를 올리고 외장 3단, 경량화 작업을 해서 무게를 줄이고 주행 효율을 최대한 올렸다. 특히 기어비를 가볍게 조정했는데(체인링 44T, 스프라켓 최대 19T) 일부 시외구간에서 고갯길을 넘을 때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여행을 하다보면 기차에서는 브롬톤을 접어서 들고 다녀야 하는데 그 때 경량화 역시 분명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전체 일정 중 언덕을 오르거나 브롬톤을 손에 들어야 하는 일이 그리 잦지 않으므로 역시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그보다는 출발하기 전에 미리 자전거를 잘 정비하고 비상용 공구와 예비튜브 정도는 반드시 챙겨두는 것이 중요하겠다. 물론 사용법도 잘 익혀둬야 한다. 요즘은 각종 게시글이나 동영상 등 자료가 많으므로 몇 번 찾아보고 또 한두번만 해보면 쉽게 익힐 수 있다. 그리고 계획적으로 꾸준히 자전거를 타면서 체력과 근육을 기르고 라이딩 자세에 익숙해지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하겠다.

여행 복장은 물론 자전거 전용 의류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자전거 전용 의류 대신 평상복을 입었다. 물론 땡볕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면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므로 위아래 속옷과 긴팔 셔츠는 흡한속건 소재이되 평상복으로도 활용 가능한 의류를 골라입었다. 쌀쌀한 저녁날씨와 비가 올 때를 대비해서 챙긴 윈드브레이커도 큰 도움이 됐다. (위아래 속옷은 유니클로, 긴팔 셔츠는 컬럼비아, 윈드브레이커는 노스페이스 자전거용)

헬멧, 고글, 장갑 등 안전장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특히 여행 중에는 자동차들과 도로에서 나란히 달릴 일이 많으므로 안전장구를 꼭 갖추어야 한다. 전조등과 후미등도 물론 장착했지만 그보다는 일몰시간을 미리 확인해서 해가 진 후 특히 시외에서 자전거를 탈 일 자체가 없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6. 결론

브롬톤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건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보통 지방도시는 대중교통이 미비한 경우가 많고 관광지가 도심에서 먼 경우도 많다. 브롬톤은 이런 불편함을 깔끔하게 해소해주었다.

어설프게 멀어 브롬톤이 없었다면 가볼 수 없었던 곳을 브롬톤 덕분에 가볼 수 있었다. 자동차를 탔다면 잠시 멈춰 둘러볼 수 없었을 곳에서 브롬톤은 잠시 멈춰 둘러볼 수 있었다. 브롬톤으로 도시 한 바퀴를 다 돌았을 때는 큰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낙안에서 벌교 가는 길, 5월의 청보리밭
낙안에서 벌교 가는 길, 5월의 청보리밭

물론 브롬톤과 함께 하는 여행이 다른 여행들에 비해 무조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분명하다. 대부분은 날씨, 자전거 보관, 주차 또는 체력적 한계와 관련해서 문제가 생긴다.

이제 곧 뜨거운 여름이 온다. 한여름은 자전거로 여행하기에는 좋지 않은 계절이다. 하지만 선선한 가을이 오면 또 브롬톤을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번에 한 번 해 봤으니 다음번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록. 5박 6일 브롬톤&기차 남도여행 일정

1일차 – 경주
오전: 서울역→신경주역 이동(KTX)
오후: 신경주역→경주 시내 이동 및 숙소 체크인(브롬톤), 불국사/석굴암(버스)
저녁: 국립경주박물관(도보), 동궁과 월지(도보)

2일차 – 경주
오전: 포석정, 나정, 오릉, 대릉원, 교촌마을, 첨성대, 계림, 반월성, 석빙고, 황룡사지, 분황사(브롬톤)
오후: 보문관광단지 라이딩 (브롬톤)
저녁: 경주역→신해운대역 이동(무궁화), 해운대 숙소 체크인(브롬톤), 달맞이고개(브롬톤)

3일차 – 부산
오전: 해운대, 수영강, 온천천 근처 라이딩(브롬톤)
오후: 광안리, 남포동, 서면 근처 라이딩(브롬톤)
저녁: 부전역→창원중앙역 이동(무궁화), 숙소로 이동(브롬톤)

4일차 – 마산
오전: 마산 해안도로 라이딩(브롬톤)
오후: 마산 산복도로 라이딩(브롬톤)
저녁: 마산역→순천역 이동(무궁화), 숙소로 이동(브롬톤)

5일차 – 순천
오전: 순천→낙안읍성 이동(브롬톤), 낙안읍성(도보), 낙안읍성→벌교읍 라이딩(브롬톤)
오후: 벌교 관광(브롬톤/도보), 벌교→순천만→순천 이동(브롬톤), 순천 시내 라이딩(브롬톤)
저녁: 순천역→익산역(KTX)→군산역(무궁화), 군산역→군산 숙소 이동(브롬톤)

6일차- 군산
오전: 군산 구도심 관광(브롬톤)
오후: 경암동 철길마을, 채만식문학관, 금강습지생태공원(브롬톤)
저녁: 군산역→영등포역(무궁화), 귀가(전철/브롬톤)

1일치 경주 불국사
1일치 경주 불국사
2일차 경주 포석정
2일차 경주 포석정
3일차 부산 광안리
3일차 부산 광안리
5일차 순천만
5일차 순천만
4일차 마산 월영동
4일차 마산 월영동
6일차 군산 고우당
6일차 군산 고우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