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2 평양냉면 7,000원
“50년 전 이북에서 먹던 그 냉면 맛은 아직 안나!’ 라는 솔직한 글을 가게 앞에 써붙여두어 한때 짤방화되기도 했던 바로 그 가게다. 평양냉면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집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런 맛이 안난다니 원래 이북에서 먹던 맛은 어땠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좌식으로 이루어진 좌석에 앉으면 따끈한 육수가 먼저 나온다. 보통 평양냉면집에서는 메밀향 나는 면수가 나오기 마련인데 독특하게 느껴졌다.
실제 냉면에 들어간 육수는 식전에 나온 육수와는 조금 다르다. 양지나 사태로 우린 쇠고기국물 특유의 육향이 풍겨나오나 시큼하고 달콤하게 시원한 맛이 맴돈다. 쇠고기 육수에 동치미국물을 섞어서 같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
면에서 풍겨오는 향은 꽤 인상적이다. 메밀향이 아주 강하게 풍겨온다. 두께 역시 을밀대 못지 않을 정도로 꽤나 두껍지만 색이 밝고 표면이 매끈하다. 전분이 상당히 들어간 모양인지 메밀함량이 아주 높은 면 특유의 툭툭 끊기는 질감은 아니다. 대신 탱글거리며 탄력이 살아있어 꼭꼭 씹어먹게 된다.
꾸미로 올라간 편육은 잘 삶겨서 부드럽고 감칠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오이절임이 올라간 것이 독특한데, 봉피양의 얼갈이김치처럼 음식 전체의 색을 살려주면서 아삭한 식감과 입맛을 돋우는 새콤달콤함을 더해준다.
쇠고기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쓰고 전분이 꽤 들어간 면에다 서울 중에서는 그래도 변두리에 해당하는 곳이라 그런지 가격이 다른 평양냉면 전문점에 비하면 싼 편이다. 어지간하면 1만원 이상을 받는데 7천원이라는 가격이 아주 좋다. 원래 평양냉면이 고기국물만 쓰기도 하지만 동치미 국물을 쓰기도 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딱히 흠 잡을 일도 아니다. 오히려 평양냉면에 익숙하지 않은 지인과 함께 가서도 즐겁게 먹기 좋은 냉면이었다.